한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열 수송관 보수작업 진행 중"
산업통상자원부와 입장 달라…보여주기식 대책 마련 비판
인근 주민·상인도 '불신의 골'…한난 상대 손배소 계획
  • 13일 방문한 경기 고양시 백석역 열 수송관 파열 사고 현장. 사진=이창훈 기자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지난해 12월 4일 50여명의 사상자를 낸 ‘백석역 열 수송관 파열 사고’가 13일 100일을 맞은 가운데,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 사장이 올해 1월 말까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한난 측은 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당분간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한난이 별도로 관련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한난이 애초에 ‘보여주기’식 대책 마련에 급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난이 3월 말까지 400여개 지점 열 수송관의 보수·교체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월 말에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정이었다는 것이다.

◇한난, 열 수송관 사고 대책 ‘깜깜’

황창화 한난 사장은 지난해 12월 13일에 백석역 열 수송관 파열 사고와 관련해 사과하면서 “내년 1월 말까지 종합 재발 방지 대책을 내 놓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현재까지 한난은 관련 대책을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난 관계자는 “재발 방지 대책을 보완해 열 수송관 보수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관련 대책은 마련된 상태이고 당초 1월 말에 발표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백석역 사고와 관련해 민간 집단에너지 사업자 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당분간 대책을 발표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전국에 있는 열 수송관 점검 내용 등을 보고 받아 개선 사항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지역난방공사 측은 별도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부와의 협의에 따라 당분간 대책 발표를 하지 않겠다는 한난의 설명과 달리 산업부는 자체적으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황 사장이 보여주기식 대책 마련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황 사장이 1월 말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하면서도, 3월 말까지 파열된 열 수송관과 동일한 공법으로 시공된 443개 지점 모두를 굴착해 용접부 상태를 점검하고 보강·교체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열 수송관 점검 완료 시점보다 두 달 앞서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황창화 사장이 비판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성급하게 대책 발표 시기를 정한 것 같다”고 했다.

◇백석역 인근 주민·상인 ‘부글’

황창화 사장의 당초 약속과 달리 재발 방지 대책 발표가 늦어지면서 백석역 인근 주민과 상인들의 불신은 깊어지는 분위기다.

백석역 사고 현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씨는 “사고 여파로 손님 발길이 뚝 끊겨 매출이 전년 대비 1300만원 정도 줄어든 상황”이라며 “열 수송관 파열로 인근 상인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현재까지 지역난방공사는 일언반구도 없다”고 푸념했다.

정모씨는 이 같은 한난의 대응에 대해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대처”라고 꼬집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송모씨 역시 “사고 이후 도로 통제 등으로 일주일간 제대로 장사를 하지 못했다”며 “전년 대비 매출은 반 토막이 난 상태”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 맞은편에서 분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는 “사고 이후에 인근 상권이 위축돼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백석역 사고 현장 인근 상인들은 열 수송관 파열 사고로 인한 피해와 관련해 한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소송에 참여하는 인원은 현재 20여명 정도라고 한다.

앞서 황 사장은 지난해 12월 5일 백석역 열 수송관 파열 사고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웃음 섞인 보고를 했다고 알려지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은 “사람이 죽어 나갔는데 웃으면서 보고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고 한다.

황 사장의 대책 발표 연기와 보고 태도 논란 등을 두고 황 사장의 전문성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 사장은 한명숙 국무총리 시절 정무수석과 제19대 국회도서관 관장 등을 지낸 정계 출신으로 지난해 10월 취임 당시에도 에너지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 경기도 성남 지역난방공사 본사 전경. 사진=한국지역난방공사 제공
◇“예산 확보 통해 항구적 대책 마련해야”

한난은 파열된 열 수송관과 동일한 공법으로 시공된 443개 지점에 대한 점검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열 수송관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난 관계자는 “공사에서 투입할 수 있는 최대 인력을 동원해 열 수송관 점검을 매일 진행하고 있다”며 “파열된 열 수송관과 동일한 공법으로 시공된 400여개 외에 지점은 열 감지기로 점검해 주변 지역과 지열 차이가 큰 곳에 대해 굴착 후 수송관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한난을 비롯한 열 수송관 관련 민간 사업자들의 점검 내용을 보고 받아 이를 토대로 개선 사항 등을 수립하고 있다. 산업부는 올해 상반기 중 백석역 사고 관련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난의 백석역 사고 대책은 주먹구구식”이라고 평가하면서 “안전 예산 확충을 통한 종합적이고 항구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창영 한양대 방재안전공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적외선 카메라(열 감지기)로 열 수송관을 점검하는 것은 수송관 안쪽의 부식 정도나 관 상태는 보지 않고 간접적으로 열 수송관을 점검하는 것”이라며 “적외선 카메라로 열 수송관을 점검하는 것은 현대 과학에서 전혀 맞지 않는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꼬집었다.

송창영 교수는 이어 “열 수송관 표본 채취를 통해 수송관 접합·용접 부위의 문제를 파악하고, 표본의 이력을 갖고 추적해 항구적인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 그들(한난)이 얘기하는 대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안전 관련 예산을 대폭 확충해 통합적 안전 관리가 가능한 조직을 신설하고, 유사한 안전사고 사례 연구를 통한 항구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송 교수는 “우리나라 안전 예산은 ‘앵벌이 예산’이고, ‘너덜너덜 예산’이다”며 “예산이 없다보니, 지역난방공사의 대처도 주먹구구식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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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9/03/13 15:48:08 수정시간 : 2019/03/13 18: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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