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민 데일리한국 산업2부 기자.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배달의민족이 미니스톱의 편의점 물품 배달 협업 제안을 거절한 가운데, 미니스톱이 배달업계 사정도 모르고 섣부르게 배달 시장 진출에 나섰다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미니스톱의 배달시장 진출 ‘헛발질 논란’은 심관섭 미니스톱 대표의 발언이 발단이 됐다. 심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배달의민족과 배달 서비스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언급한데 대해 배달의민족측이 “협업 논의도 없었고, 협업 계획도 없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배달업계에서는 “미니스톱이 배달의민족에 러브콜을 보냈다가 퇴짜를 맞았다”는 말이 나돌았다. 다만 미니스톱 측이 배달의민족뿐만 아니라 요기요, 배달통 등과도 협업을 타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미니스톱의 헛발질 논란도 잦아드는 듯 했다.

하지만 미니스톱측이 배달의민족이 아닌 ‘푸드테크’를 통해 배달의민족과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니스톱이 배달업계 상황을 제대로 파악도 하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배달시장 진출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미니스톱은 푸드테크를 1~2회 찾아가 배달의민족과 사업 논의를 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미니스톱이 협업 당사자인 배달의민족이 아니라 푸드테크를 통해 배달의민족과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얘기다. 협상 당사자를 놔두고 제3자와 협상 테이블에 앉은 셈이다.

배달의민족과 푸드테크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기업이다. 배달의민족이 2017년 푸드테크에 투자를 했을 뿐, 이후 어떠한 ‘연결 고리’도 없다는 게 배달업계 안팎의 평가다. 푸드테크는 판매시점 정보관리(POS) 시스템, 배달 앱, 배달 대행 서비스 등 음식 주문 서비스에 필요한 시스템을 통합해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미니스톱 측은 "배달앱을 통해 편의점 물품을 배달하려면 편의점마다 실시간 재고 관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푸드테크가 이 시스템을 개발할 기술력이 있다고 판단해 먼저 접근했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배달업계에서는 “미니스톱이 배달업계 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미니스톱과 사업하면 안 되겠다”는 냉소 섞인 목소리 마저 새나오는 형국이다. 기술 개발을 염두에 두기에 앞서 협상 당사자인 배달앱과 먼저 논의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협상의 순서도 잘못됐고, 실시간 재고 연동 기술의 경우 자체적으로 배달앱에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게 배달업계의 시각이다.

실제 CU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협업하는 요기요는 실시간 재고 연동 기술을 자체 개발 중이다.

CU편의점과 요기요는 이달 중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편의점과 배달업계 협업은 이미 가시화된 지 오래다.

이 와중에 미니스톱이 배달업계의 현황이나 판도 등을 면밀히 파악도 하지 못한채 배달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다면, 미니스톱에 대한 배달업계의 ‘불신’은 더욱 골이 깊어질수도 있다.

미니스톱이 진정으로 배달 시장 진출을 원하다면 보다 전략적이면서도 냉철하게 접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