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정치적 선언’ 의미 이상…‘전쟁 종결’ 명시하는 평화협정으로 이어져

北이 간절히 원하는 선언이기도…북미관계 정상화로 ‘北 경제발전’ 도모할 전망

美, 트럼프와 각료들 전략적 이해관계 달라…종전선언의 ‘업적 쌓기용’ 활용 여부 관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서 악수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은 말 그대로 북한과 미국의 정상들 간의 만남이다. 대한민국 수장은 참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민들이 이번 북미 정상 간의 만남에 초미의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지난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 이후 한반도에서 무려 65년간 이어져 온 남북 간 휴전 상태가 정전협정 관련 핵심 국가들의 만남인 이번 회담을 계기로 종식될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 최고 권력의 심장부이자 수뇌부인 청와대 역시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북미 간 정상들의 대화가 오갈 회담 테이블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만큼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세기의 담판’으로 평가된다. 그 핵심은 역시 ‘비핵화 진척 여부’다.

한국 대통령이 참여하지 않는 정상외교에 한국 사회의 시선이 이처럼 잔뜩 모아지고 있는 상황은 매우 드문 일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27~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이뤄진다. 양 정상은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260일 만에 악수를 나누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6·12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빠졌던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실마리를 이번 만남에서 풀고, 더 나아가 핵폐기와 제재완화 등 상호 비핵화 로드맵을 조기에 완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회담 테이블에서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비핵화 전략 대결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북미 양국 정상의 하노이 일정은 1박2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양 정상의 첫 만남은 27일 만찬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비핵화 담판의 첫 ‘개시’가 될 이날 만찬의 장소는 앞서 북한과 미국의 의전 실무팀이 함께 점검했던 ‘오페라하우스’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정상의 본격적인 비핵화 담판은 이튿날인 28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동결을 비롯한 핵시설 폐기 등의 비핵화 조치와 연락사무소 개설과 종전선언, 제재 일부 완화 등 상응 조치를 주고받는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골자로 회담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스티브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카운터파트너인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수차례 실무협상을 거쳐 접점을 찾아온 결과가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라곤 하지만, 양 정상이 이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날 단독·확대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회담 결과물이 될 ‘하노이 선언’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하노이 선언이 발표될 경우, 가장 주목할 만한 사안은 역시 ‘종전선언’으로 볼 수 있다. 종전선언에 대해 일각에선 일종의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 하지만, 종전선언이 ‘전쟁의 종결’을 명확하게 명시하는 국제적 조약인 평화협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볼 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선언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종전선언은 북한이 간절히 원하는 합의다. 북한은 과거 김정은 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 시절부터 핵개발의 동기를 북미 적대관계에서 찾아왔기 때문에, 종전선언을 통해 미국으로부터의 군사적 위협과 체제안전보장을 확인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급속한 경제발전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3대 세습 독재체제가 정착돼 있는 북한에서 각료들이 이에 반대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이와 달리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각료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임기가 채 2년도 남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대선(2020년)에서 활용할 ‘업적 쌓기용’으로 북핵 해결을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고 노벨평화상 수상을 탐낼 경우, 종전선언을 적극 추진할 공산이 커 보인다는 것이 국내외 외교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다만 이와 관계가 없는 관료들은 종전선언 이후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요구 등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고려해 종전선언 추진에 반대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 관계에 있어 중재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종전선언 가능성까지 기대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우리와 중국, 미국과 중국은 이미 수교를 했고 남북은 두 번의 정상회담과 9·19 군사합의로 사실상 종전선언과 불가침 선언을 했기에 이제 남은 것은 북한과 미국”이라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얼마든지 합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날 수보회의에서 “신(新)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한 것에 연관지어 본다면, 우리 정부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나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이미 한반도 평화체제 다음 단계의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도 보인다.

남광규 매봉통일연구소 소장은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 북한과 미국이 종전선언을 할 것인지 여부”라면서 “청와대가 종전선언을 언급했다는 것은 미국과 종전선언에 대한 사전교감이 있었지 않았나 추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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