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인사이트 케이 소장 "대북 변수가 대통령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 적지 않아"
북미정상회담 이슈, 대통령 지지율에 약이지만 회담이 잘 안 풀리면 '독' 될수도
"문재인 대통령은 단순 조연역 넘어 한반도 문제의 주역으로서 제 역할 다 해야"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지난 수 십 년간 미국과 북한은 적대적 관계였다. 북한은 미 제국주의 타도를 국가 제 1의 목표로 삼을 정도였다. 미국 사정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북한 지도자를 향해 강성 발언을 연신 쏟아냈고, 북한 지도자들은 거의 조롱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의 한 영화사는 억지스러울 정도로 김 위원장을 개념없는 독재자로 묘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햄버거 미팅을 운운하며 북한을 향한 비아냥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이같은 과거를 가졌던 두 나라의 관계가 극적으로 달라졌다. 지난 한해 동안 정상회담을 비롯해 양 국의 실무 협상진이 수십 차례 국경을 넘나들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최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날 정도가 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평양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그만큼 북한과 미국 사이에 많은 대화가 있었다. 지난해 열릴 것으로 기대했던 제 2차 북미정상회담이 해를 넘겼지만 나름의 속사정이 있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앞으로 잘해보자는 선언적 성격이 강했다면 두 번째 만남에서는 반드시 가시적 성과가 있어야 한다. 북한 김 위원장은 체제 안정을 위해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가 임기 3년차다. 만약에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아무런 국정 운영 성과 없이 한 해를 보낸다면 내년 대통령 재선에 경고등이 켜진다.

가뜩이나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내 정치에서 수세에 몰려 있다. 멕시코 국경 장벽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지만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의 반대에 직면해있는 상황이다. 가장 자신있어했던 트럼프노믹스는 중국과의 무역 충돌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편이다. 자칫 탄핵으로까지 내몰릴 가능성이 있는 ‘러시아 스캔들’ 조차 마땅한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최단 기간내에 국제사회가 주목하면서 성과를 거둘 대상으로 북한을 선택했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가시적인 비핵화 단계별 폐기 약속을 이끌어 내고 북미관계를 통해 한국 정부나 일본 아베총리로부터 경제적인 반대 급부를 받아낸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절호의 반전 카드가 되는 셈이다. 제 2차 북미정상회담은 비단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에게만 중요한 이슈는 결코 아니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줄기차게 이야기해온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북 이슈는 국정 운영에 절대적인 중요성을 지닌다.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가장 두드러지는 성과라고 한다면 대북한 정책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문 대통령은 세차례나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판문점에서 2번, 평양에서 1번 회담을 가졌다. 아직 서울 답방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올해 3월 안으로 답방을 한다면 만 1년 동안 양국 지도자가 총 4번을 만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가까이 사는 친척도 1년에 고작 한 두 번 만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두 지도자의 관계는 김 위원장의 평양사투리처럼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 수준의 친근한 사이가 된 것처럼 보인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대북 관계를 빼놓고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북한 이슈가 앞으로도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근육을 키워주는 약이 될까. 아니면 지나치게 한쪽 근육만 키웠기 때문에 몸 전체에 불균형을 가져오는 일종의 독이 될까.

지금의 관계로 진행된다면 단기적으로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크게 도움이 되는 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당장 내년부터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찾아올 가능성을 배제하가 어렵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유권자를 의식한 정책에 집중하게 된다. 중국과 계속해서 무역 전쟁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배경에 중산층 백인 남성과 경합주인 미국 러스트벨트지역(중서부 지역의 철강 산업 중심지역)이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내년의 북미 관계를 장담 못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리더십’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과연 제 2차 북미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줄까. 약이 될까 아니면 독이 될까.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이는 계기가 되므로 약이 되는 소재가 분명하다. 취임 직후부터 대북 이슈는 대통령 지지율의 결정적인 변수가 되어왔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되는 제 2차 북미정상회담은 임기 3년차 대통령 지지율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된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남북관계에 따라 요동치는 정도가 강한듯 싶다. 한국갤럽의 대통령 지지율 조사(자체조사 전국 약1000명 내외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 약15~20%내외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및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추이를 살펴보자.

지난해 4월 말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문 대통령 국정 운영 평가는 긍정 83%, 부정 10%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결과로 나타났다. 국민들은 TV화면에 비친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을 보며 감격스러워 했다. 누구도 해보지 못했던 남북한 접경선을 넘나드는 모습은 실향민들의 눈물샘을 크게 자극했다. 판문점 선언은 말 그대로 선언적 성격이 강했지만 만남에만 그치지 않은 정상회담이었다.

불과 판문점 회담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으로 뉴스 전체 내용을 도배하던 시기였다. 평창 올림픽을 통해 신뢰를 쌓았고 판문점 정상회담으로 신뢰를 확인하는 순간이 됐다. 지난해 6월 12일(한국시각)의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 부풀게 만들었다. 북미정상회담 이틀 후와 제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하루 뒤 실시한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 79%, 부정 평가 12%로 4월부터 시작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급진전으로 만들어낸 대통령 지지율은 오래가지 못했다. 폭염으로 폭망한 지지율로 나타났다. 역대급으로 더웠던 여름철 전기 요금에 대한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민심은 급격히 냉각되었다. 8월 28~30일 실시된 한국갤럽조사에서 대통령 긍정 지지율은 53%로 불과 몇 달전의 고공행진 흔적은 사라져버렸다. 지지율에 비상이 걸렸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던 대통령 지지율의 구원투수는 대북 이슈였다. 전광석화처럼 진행된 평양방문에서 문 대통령은 역대 한국 대통령(김대중 및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문때와 비교할 수 없는 환대를 받았다.

평양시 인구의 약 5%에 해당되는 약 15만명의 군중이 운집한 5.1 능라도 경기장에서 남한 대통령으로서는 유일하게 북한 국민들을 향한 대중 연설을 했다. 곤두박질쳤던 대통령 긍정 지지율(2018년 10월 2, 4일)은 64%로 반등했다. 38%까지 치솟았던 부정 평가는 다시 20%대로 내려갔다. 그러나 평양 정상회담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추석 명절을 관통한 민심은 경제 문제에 집중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니라 아프니까 자영업이었다. 자영업층을 중심으로 경기 위축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민심은 싸늘해졌다. 2018년 12월 18~20일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긍정 45%, 부정 46%로 오차범위내 긍정과 부정이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결과를 ‘데드크로스(주식시장을 설명하는 용어로 대통령 지지율 관련해서는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보다 더 높아진 결과를 의미)’로 지칭했다. 만약 대통령 지지율이 40%이하로 주저앉는다면 사실상의 개혁 동력은 사라지고 만다. 지지율 기사회생의 일등공신은 대북 이슈였다. 이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국과 북한의 정상회담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통령 지지율은 반등 추세다.
대북 이슈가 대통령 지지율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 지는 다른 정책과 비교할 때 더욱 명확해진다. 역대 대통령 중에 임기 초부터 북한문제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큰 영향을 준 경우는 김영삼 정부 때였다. 임기 초반 영변 핵시설을 비롯해 국제 사회의 관심이 모아지면서 한반도는 경색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김일성 당시 주석과 김영삼 대통령은 만남을 계획했고 성사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남북한 지도자 만남은 수포로 돌아갔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3번이나 김정은 위원장과 조우했다. 지난해 평창 올림픽을 기점으로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좋은 평가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해 11월 27~2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4%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분야별 평가’를 물어본 결과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가 가장 높았다.

대북 정책은 10명 중 6명 가까이 긍정 평가를 내놓았다. 부정적인 평가는 3명 중 1명 정도였다. 그러나 경제 정책은 정반대였다. 10명 중 6명 정도가 잘 못 되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고용노동(일자리)정책에 대한 평가는 잘했다는 의견이 10명 중 채 3명도 되지 못했다. 교육정책과 공직자 인사정책에 대한 평가 역시 과락을 겨우 면한 정도였다. 문 대통령의 정책 모두를 망라하더라도 대북 이슈 외에는 뾰족한 묘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
북미정상회담 이슈가 대통령 지지율에 약이 되는 추가적인 이유는 북한에 대한 신뢰도 상승이다. 현 정부이전부터 남북한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다양하게 이어져왔다. 그러나 일정 수준까지만 진행될 뿐 언제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북한 때문에 큰 신뢰를 쌓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번은 좀 다른 모습이다. 북미정상회담 소식이 진행되고 북한의 영변 핵폐기 약속과 ‘그 이상’의 조치와 같은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대통령의 지지율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고 있다.

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거두어야할 중요한 성과 중의 하나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12~14일 실시한 조사(전국1003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북한이 평화협정, 종전선언, 비핵화 등 중요한 합의내용을 잘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는지 또는 잘 지키지 않을 것으로 보는지’ 물어본 결과 전체 응답은 긍정 시각과 부정 시각이 팽팽했다.

북한의 합의 내용 이행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의심이 많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같은 조사기관이 문 대통령 취임이후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결과를 보면 긍정 시각이 점차로 늘어난 수치다. 북한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고 기대감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신뢰는 비교적 낮은 편이었는데 이번 조사 결과는 상당히 개선된 내용이다. 30대와 40대는 북한에 대한 긍정 시각이 더 높은 편이고 50대 이상은 북한에 대한 신뢰가 아직 무르익지 못했다. 어린시절 반공교육을 받았던 학습의 잔상 현상이 당연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대는 다른 연령대와는 달랐다. 20대 남성은 북한에 대한 신뢰가 낮았던 반면 20대 여성들은 북한의 합의 이행에 대한 신뢰가 60%를 넘을 정도였다. 아무튼 북미정상회담으로 증폭되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은 장기간 체질을 개선해주는 보약이 될지는 장담하지 못할지라도 대통령 지지율에 약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제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인해 대통령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지만 지난해만큼 북한 특수를 지지율에서 누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왜냐하면 경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가 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내년까지 전세계적인 경기 한파가 불어닥친다는 분석이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집단적인 전망을 보더라도 깊게 패인 경제 주름살이 쉽게 펴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약 2년 여 간 ‘향후 1년 후 국가경제가 어떻게 될것으로 보는지’라는 경제 전망 의견을 물어보았다. 현 정부 들어 약 1년 6개월 정도는 긍정 전망과 부정 전망이 교차했다. 2017년 9월 조사에서는 ‘국가경제’에 대한 긍정 26%, 부정 34%로 부정 전망이 더 높았다. 같은 해 11월 조사에서는 긍정이 34%로 부정을 앞섰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이 폐막되고 난 직후 실시된 조사(3월)에서 부정 전망이 34%로 긍정을 다시 추월했다.

올림픽이 끝나면 경제에 대한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생각했지만 국민들의 심리적 경제 전망치는 부정이 긍정보다 더 높았다. 엎치락뒤치락 하던 경제 전망은 지난해 평양 정상회담과 추석명절 연휴를 지난이후 급격히 악화되었다. 지난해 10월 조사에서 부정전망은 46%로 치솟았지만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 전망은 20%에 그쳤다. 가장 최근 올해 2월 조사에서 ‘국가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50%로 응답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긍정 전망은 17%에 그쳤다.
대통령의 지지율에 상승 기반을 만들어주는 대북 이슈 중 하나인 북미정상회담 소식일지라도 경제 심리까지 좋아지게 만들지는 못했다. 단기적으로는 대통령 지지율에 약이 되는 북미정상회담이 중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도 있다.

북미관계를 통해 북한 비핵화에 기대감을 잔뜩 불어넣었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대통령 지지율에는 오히려 독이 된다. 올리버의 기대불일치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어떤 일의 결과가 자신의 기대보다 더 많이 일치하면 만족을 느끼고 기대보다 못하면 불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기대 수준이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많은 성과를 기대하면 상대적으로 만족감은 낮아진다. 북한이 북미간 그리고 남북한 사이의 합의를 이행해 줄 것으로 생각하는 기대감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국가 경제에 대한 기대감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둘 사이에 발생하는 차이가 적지 않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2월 12~14일 실시한 조사에서 북한 합의 내용 이행에 대한 긍정 기대감과 국가 경제에 대한 긍정 전망 기대감을 비교해 보았다.

전체 값에서 약 30%포인트 정도의 차이가 발생했다. 대舅決늉?대한 기대감은 높은 반면 국가경제에 대한 기대감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았다. 이를 연령대로 분석해 보면 30대에서 차이가 가장 심했고 60세 이상에서 편차가 가장 적었다. 30대에서 북한 합의 이행 긍정 기대감은 10명 중 6명이 넘었다. 국가 경제에 대한 기대감은 18%에 그쳤다.
즉 30대의 지지율 기준점은 경제가 아니라 현 정부의 대북 이슈다. 지금의 결과대로 계속 유지된다면 30대 그리고 20대와 40대의 대통령에 대한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되면 대통령 지지율에 주는 충격파는 상대적으로 매우 커지게 된다. 대통령 지지율의 구성 요소인 경제, 북한, 공약 중 북한 비중이 지나치게 크고 의존적이기 때문이다. 연령대별로 기대감 차이를 분석했을 때 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분석하더라도 북한과 경제 사이의 편차가 매우 크다.

북한의 합의 이행 기대감과 국가 경제에 대한 기대감 편차가 가장 큰 지역은 호남이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기도 하고 문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되는 지역이다. 북한의 합의 이행에 대한 긍정 기대감은 10명 중 6명 정도다. 반면 국가 경제에 대한 기대감은 호남 거주 응답자 4명 중 1명 수준에 머물렀다.

서울은 북한의 합의 이행 기대감이 44%였고 국가 경제에 대한 기대감은 13%로 약 30%포인트 정도의 편차가 있었다. 가장 심각한 지역은 대구경북이다. 북한의 합의 이행에 대한 기대감은 29%였다. 국가 경제 전망에 대한 기대감은 고작 5%였다.
조사에 나타난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대구경북 지역은 문 대통령으로부터 북한 합의 이행 그리고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모두 없는 지역으로 풀이될 정도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펼쳐지는 제 2차 북미정상회담은 단언컨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보탬이 되는 약임에 틀림없다. 극적인 장면이 연출될 것이고 그 장면 하나하나는 한반도 평화를 한단계 더 앞당기는 역사적 순간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나치게 대북 이슈에만 경도된다면 아직 임기가 많이 남은 점을 감안하면 향후 전략적 고려가 불가피해 보인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이어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인물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었다. 아들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아버지 부시는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백악관에 보직을 가지고 있었던 시간은 아버지가 더 길었다. 레이건 대통령 밑에서 8년 동안 부통령직을 수행했다. 누군가 부통령을 가장 잘 할 사람을 꼽으라면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첫 손가락에 거론됐다는 것이다.

그는 융통성이 없어 보이는 외모를 가졌지만 경력은 화려했다. 연방 하원의원을 역임했고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근무를 하기도 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국장을 거쳐 부통령 자리에 올랐다. 아버지 부시에게 정치적 은인이기도 한 레이건 대통령의 절대적인 지원을 받아 그를 이어 미국 대통령이 됐다.

거의 대부분 대통령 임기를 군사 문제로 채운 점은 인상적이다. 취임하자마자 파나마 침공을 했고 임기 2년차에 노먼 슈워츠코프 총사령관을 걸프만으로 보내 이라크를 공격했다. 국가 안보가 대통령시절 임무의 거의 전부였다.

공화당 출신인 아버지 부시를 기억할 때 그의 애국심과 국가관을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전쟁으로 보낸 4년을 제외하고 아주 인상적인 대통령 리더십을 기억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렇다고 아버지 부시가 전쟁광은 아니었다. 성품이 훌륭해 얼마 전 부고가 알려졌을 때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과 정치 지도자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많은 이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항상 그와 비교되는 인물이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다. 왜냐하면 민주당 출신인 카터 대통령도 재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버지 부시는 국가 안보, 애국 외교에는 누구보다 일가견이 있었지만 경제를 잘 챙기지 못했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걸프전을 승리한 전쟁 영웅 부시는 아칸소 주지사 출신의 정치 애송이 빌 클린턴에게 일격을 당하고 만다. 클린턴의 슬로건은 지극히 단순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Stupid, it's Economy.).'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의 아침에 점점 서광이 밝아오고 있다. 이 세기적 회담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높이는 견인차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절대 간과하지 말아야할 대목이 있다. 달도 차면 기우는 것이고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은 법이다.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대북 이슈가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어떤 차선책이 있을지도 충분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유비무환은 대북 정책에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아울러 트럼프와 김정은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오는 27~28일 1박2일간의 국제정치 드라마는 대한민국 맞춤형 드라마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단순 조연역을 넘어 한반도 문제의 실질적 주역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빈틈없이 해내야 할 것이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최근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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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9/02/22 08:30:12 수정시간 : 2020/02/07 14: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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