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과감한 규제혁신과 개인정보보호
산업발전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첨단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손연기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손연기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고 프란츠 카프카는 말했다. 이 말은 규제 샌드박스 도입으로 규제 혁신에 열을 올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 상황과도 묘하게 맥이 닿아있다.

차갑게 얼어붙은 기술산업 시장이 규제 혁신을 통해 마음껏 도전하고 시도할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변모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개인정보보호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지능정보 신산업의 거대한 빙하를 깨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를 규제의 측면에서 볼 것이 아니라 데이터 산업을 올바르게 육성하고 혁신하는 균형적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활용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 창의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로 크고 작은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해 규제의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애플과 함께 세계적 기업으로 손꼽히는 구글은 지난해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50만명의 개인정보가 외부에 노출되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게다가 구글은 개인정보 노출 사실을 알고도 6개월 이상 이용자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지 않아 논란을 키운바 있다.

이러한 뉴스를 접할 때 마다 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으로 비유되는 데이터 산업의 육성은 그 빛을 잃어갈 수 밖에 없었다. 데이터 생산의 원천이 되는 개인정보의 활용이 해마다 터지는 각종 정보유출과 해킹 사고로 불신이 누적되면서 '규제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럽개인정보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 GDPR)이 시행되면서 규제를 지키기 위한 비용은 더욱 커져만갔다. 그렇다고 모바일 사업이나 블록체인, 빅데이터 기반 신기술 비지니스를 저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식의 논리로 막연한 공포감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를 규제의 시각만으로 바라봐서는 아무런 발전이 없다.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산업육성은 반드시 대척점에만 서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 이유로 인해 사회적 가치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상반된 것에서 연결의 가능성을 찾는 창의력이 정말로 요구되는 시점이다. 진짜 문맹(文盲) 사회는 창의력이 결핍된 사회라는 말이 있다. 최근 대통령이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 규제 완화를 강조한 측면도 창의력이 발휘된 규제혁신으로 봐야할 것이다.

법 개정을 통해 개인의 동의없이 제공하는 가명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한도를 어느 선으로 정하느냐는 지켜 봐야하겠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비단 데이터 산업 뿐 아니라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기술 전반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특히 기업에 대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GDPR 적용을 위한 준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과 사업자에게 체계적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인터넷 비지니스에 대한 사전 영향진단을 통해 우리기업이 해외에서 큰 손실을 보기 전에 예방적 구제를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은 바로 기술이다. 모바일 산업에서 규제 허들을 넘느라 허덕이고 있는 나라는 비단 한국만은 아니다. 국내의 소규모 벤처기업이나 구글같은 거대 글로벌기업이나 개인정보 위반 과징금에 대한 고민은 똑같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기술로 앞서나가고 경쟁력을 갖춰 나가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반의 프라이버시 진단 기술을 고도화시킬 수 있다면 과연 어떨까.

블록체인 기반으로 데이터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핵심정보에 대해서는 데이터 소유자가 개방된 데이터의 재산권을 갖고 이득을 보는 플랫폼이 발전, 성장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큰 시장과 비즈니스 기회를 거머쥘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기술혁신과 철저한 대비를 통해 그 적응력을 키우고 선진적 제도를 연구해 전세계가 벤치마킹 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의 표준을 한국이 이끌어낼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전담조직을 확대하고 글로벌 규제 시장에서의 생존전략뿐 아니라 관련 산업의 혁신까지 지원할 수 있는 힘을 실어줘야 한다. 과감한 규제 혁신과 개인정보보호 산업발전이 조화를 이루며 첨단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손연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 교수 프로필

1958년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그후 미국 유타주립대(Utah State University)에서 사회학과 학사를 거쳐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석-박사(사회학) 학위를 취득했다.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학과장을 거쳐 한국정보문화센터에서 기관장으로 일했으며, 한국정보문화진흥원(현 한국정보화진흥원 · NIA) 원장과 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 원장을 역임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현재는 한국보안윤리학회 회장으로 활동중이다. 전자정부, 지역정보화, 스마트시티 전문가로서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와 데일리한국 객원 논설위원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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