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부터 발생한 한한령, 韓 게임업계 중국 진출 걸림돌

중국, 미국의 통상 압력에 최근 IP 보호 및 개방정책 표명하기도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한령 영향 희석…IP소송 승소 및 판호 재개

무역전쟁으로 상호 보복 관세를 매기며 혼전으로 치닫는 미국과 중국. 사진=픽사베이
[데일리한국 황대영 기자, 김동용 기자] 대한민국 게임산업이 美·中 무역전쟁 덕분에 어부지리(漁夫之利)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경색된 한·중 관계로 인해 지난 2017년 3월부터 판호 비준이 거부되는 등 중국 게임 시장으로 진출이 막힌 상황이다. 판호는 중국 내 상업적 게임 서비스를 하기 위한 필수적인 부분이며, 판호가 없으면 정상적인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지난해 미·중 무역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까지 한국 게임산업은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패널티를 입었다. 한국산 게임은 중국 내 출시가 불허되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는데도 중국산 게임들은 한국 시장으로 밀물처럼 몰려왔다. PC온라인 게임부터 모바일 게임에 이르기까지 중국산 게임은 국내 게임시장을 점차 잠식해들어왔고, 불공정한 일방통행 무역에 게임업계는 반발하면서도 뾰족한 대응책이 없어 한숨만 내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전방위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꿈쩍도 하지 않던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 이후 조금씩 정책변경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 중국이 미국의 통상압력에 굴복한 모양새를 띠면서 외국기업에 대한 제한 완화 및 지식재산권(IP) 보호를 천명하는 등 정책전환 의지를 새로 표명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국내 게임업계는 판호를 비롯해 그동한 꽉 막혀있던 대중 수출 통로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中, 9개월 만에 재개된 판호…미국의 통상압력에 굴복

미국과 중국 컨테이너 박스. 사진=픽사베이
중국은 지난 2017년부터 한한령(한류제한령)으로 한국 문화와 산업에 대해 제재를 가해왔다. 국내 게임산업은 이런 한한령으로 인해 2017년 3월 이후로 신규 판호가 단 한 건도 비준이 되지 않았다.

이 같은 한한령은 실체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실체가 없는 한한령은 한국 게임산업을 궁지로 몰아넣고 성장 동력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이를 개별 기업입장에서 대응한다는 것은 도산 직전에나 할 수 있는 무분별한 행위였기에 어느 기업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일당독재 국가에서 정부행위에 대해 반기를 들고 따지는 행위는 서슬 퍼런 후폭풍을 결코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3월 중국은 국가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담당한 업무를 중앙선전부로 이관했다. 국무원 직속 기구인 중앙선전부는 대외 선전 및 자국 국민에 대한 사상 고양의 업무를 띠고 있다. 이런 기관이 판호 비준을 맡게 되면서 중국은 약 9개월 동안 조직개편을 빌미로 판호 비준을 중단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외교부 등 유관 정부부처가 모두 동원돼도 꿈쩍도 하지 않은 게임 한한령은 미중 무역전쟁이 심화되자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한한령에 대한 직접적인 해소보다는 미국과 무역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큰 부분부터 점진적으로 개방으로 돌아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5일 상하이 국가회의전람센터(NECC)에서 열린 제1회 중국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19일부터 21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내 외국 기업의 합법적 권리와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중국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전방위 대외개방을 공식 선언했다. 표면상으로는 중국이 침체기에 빠진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새로운 정책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미국의 통상 압력에 굴복한 모양새다.

중국의 변화로 국내 게임산업은 실질적인 혜택과 향후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지난해 12월 28일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중국의 37게임즈 상대로 미르의전설 저작권 침해에 따른 서비스 금지 소송에서 승소했다. 또 연말에는 중국 내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자 판호가 재개돼 한국 게임산업이 영향을 받는 외자 판호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하지만 제2, 제3 한한령에 대안 없어

한한령으로 인해 신작 출시 지연으로 유·무형 피해를 입은 국내 게임업계 빅3
결과적으로 보면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해 한한령의 영향이 많이 희석됐다. 여러 콘텐츠 산업 군에서 중국으로부터 긍정적인 시그널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중이다. 국내 게임산업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게임시장에서 제외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부나마 해소됐다는 것이 하나의 성과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제2, 제3의 한한령에 대한 대안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재까지 국내 여러 산업에 피해를 입힌 한한령에 대해 정부가 나름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산업 군에서는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 게임산업 관계자들은 "정부가 한한령 해제나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웠다"면서 하소연했다.

한한령을 곱씹어 보면 중국은 공식적인 문건으로 남겨 한국 기업에 대한 차별을 두지 않고, 구두로 이 같은 불공정한 행태를 벌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정부당국이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불공정무역 혐의로 제소하고 싶어도 물증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그래서 주무부처인 외교부, 문체부에서도 '해소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말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한한령이 기승을 부릴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판호 비준과 관련해 중국 정부기관과 접촉할 수 있는 자리에서 항상 요구하고 있다"라며 "(판호 비준 거부는) 실체가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딱히 대응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제2, 제3의 한한령이 또다시 슬그머니 머리를 내밀 경우, 관련 산업계는 극심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사업 다각화를 이룬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이 많이 몰려있는 콘텐츠, 게임산업은 한한령에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과 방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단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TF(태스크포스)와 같은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사드 배치로 발생한 중국의 한한령과 관련해 정부는 우리 기업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라며 "추후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한한령에 대해서 정부는 각 부처의 당국자와 협의해보겠다"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제2, 제3 한한령에 대한 별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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