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자본' 중 텐센트 유력속 국내 카카오 넷마블도 호시탐탐

"해외자본이 컨소시엄 통해 국내 자본 둔갑…결국 인수 조건"

넥슨 판교 사옥. 사진=넥슨 제공

[데일리한국 황대영 기자] 기해년 새해 벽두부터 대한민국 게임업계는 넥슨 매각이라는 대형 이슈에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넥슨 매각은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로, 게임업계를 비롯해 IB(투자은행)업계에서도 물밑 논의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넥슨에 따르면 2018년 실적은 매출 2조5500억원, 영업이익 1조100억원 수준이다. 이는 게임업계 빅3(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원을 넘었다. 덕분에 매물로 나온 NXC의 기업가치는 10조원 안팎으로 글로벌 게임업계에서도 슈퍼셀 매각에 이은 빅딜로 점쳐진다.

게임업계는 넥슨 매각설이 처음 불거졌을 때, 인수할 수 있는 회사로 대부분 중국의 ICT업체 텐센트를 꼽았다. 하지만 카카오가 넥슨 인수전에 사실상 참여 의사를 밝힌데 이어, 굴지의 국내 게임업체 넷마블까지 가세하면서 넥슨 인수전 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볼수 없게 됐다.

◇ 텐센트, 유력한 인수 대상자…하지만 내·외부적인 고민 '多多多'

텐센트. 사진=텐센트코리아 홈페이지
가장 유력한 인수업체는 역시 텐센트다. 그간 텐센트는 넥슨과 밀접한 사업 연관성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핵심 타이틀을 주고받는 파트너 관계다.

특히 텐센트는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의 PC온라인 게임 '던전앤파이터'가 현지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연간 3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텐센트는 인수를 통해 연간 1조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아낄 수 있고, 넥슨이 깔아둔 국내·외 유통망을 통해 자사가 보유한 게임을 유통할 수 있다.

또한 텐센트는 던전앤파이터 IP 기반으로 한 모바일 게임의 중국 판권을 가지고 있으며, 2017년 상반기 판호를 승인받았다. 이와 함께 넥슨이 보유한 PC온라인 게임 및 모바일 게임 IP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텐센트는 성장하는 중국 ICT 산업에서 각종 대형 M&A와 함께 급성장을 이룩했다. 텐센트는 시가총액이 3조3092억 홍콩달러(약 435조원)으로 삼성전자(275조8040억원) 시가총액을 한참 넘어섰다.

이 같은 텐센트는 후진타오 중국 6대 주석 집권기에 가장 급성장한 기업 중 하나로, 상하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장쩌민 5대 중국 주석의 계파인 상하이방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은 시진핑 7대 주석이 집권함에 따라 주요 조직 개편과 함께 장기 집권을 위한 과거 청산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텐센트는 지난해 중국 정부로부터 내자 판호 중단과 함께 청소년 셧다운제 도입, 아동청소년 시청각 보호를 위한 온라인 게임 신규 판호 제한 등 이른바 규제 십자포화를 맞았다.

여기에 10조원에 달하는 인수 금액은 외화 유출에 민감한 시진핑 집권기의 중국 정부 심기를 건드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규제가 발생할 수 있는 우려를 낳고 있다. 종합하면 텐센트는 넥슨 인수에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지만 외부적인 요소를 고려해 더욱 신중한 상황이다.

◇ 카카오, 콘텐츠 기업에 필수적인 게임…넥슨 인수 시 게임업계 1위 도약

카카오. 사진=카카오 홈페이지
종합 ICT 엔터테인먼트를 지향하는 카카오는 넥슨 인수를 통해 취약한 게임 분야에서 1위 사업자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카카오 측은 지난 1월 30일 "내부에서 넥슨 인수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공식적인 입장까지 냈다.

카카오가 넥슨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콘텐츠다. 카카오는 플랫폼 사업자로 이미 카카오톡이라는 국내 1위 모바일 메신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며 점차 플랫폼 사업에서 콘텐츠 사업으로 기울고 있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멜론 흡수합병을 통해 콘텐츠를 플랫폼 내부로 품고 있으며, 이번 넥슨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넥슨 인수를 통해 가까운 시일 내 상장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게임즈의 밸류에이션 역시 크게 성장할 공산이 크다.

또한 자회사 카카오게임즈의 시장 대비 취약한 개발 포지셔닝을 넥슨 인수로 일거에 해소하고, 퍼블리싱 기반으로 쌓은 게임사업 분야와 더욱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IP 사업에서도 카카오프렌즈와 함께 새로운 넥슨 게임 IP를 더해 확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의 넥슨 인수에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금이다. 카카오는 7일 기준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1조5000억원 수준으로, 1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넥슨 인수전에 부족한 자금만 무려 8조~9조원에 달한다. 부족한 자금 조달은 외국계 재무적투자자(FI)와 컨소시엄 구성으로 조달할 가능성이 크다.

◇ 넷마블, 국내 게임산업 보호 천명…IP 확보를 위한 인수 시도라는 측면도

넷마블 구로 사옥. 사진=넷마블 제공
가장 마지막으로 넥슨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밝힌 넷마블은 '국내 게임산업 보호'를 기치로 내걸었다. 넷마블은 넥슨 인수에 성공하면 연 매출 4조5000억원을 육박하는 글로벌 8위 게임업체가 된다.

지난달 31일 넷마블은 "넥슨의 유무형 가치는 한국의 주요 자산이라 생각한다"라며 "(넥슨) 해외 매각 시 대한민국 게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바, 국내 자본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 인수전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라고 공식적으로 넥슨 인수전 참가를 밝혔다.

하지만 넷마블이 넥슨 인수전에 뛰어든 가장 큰 이유는 'IP 확보'가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 글로벌 게임 시장은 몇 년 새 급성장을 이뤘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IP는 마케팅 측면에서 출혈적인 비용 지출을 막고, 초기 흥행 지표에서도 매우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넷마블은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퍼블리싱으로 급성장을 거둬, PC온라인 게임 개발부터 개발사로 이름을 알린 넥슨, 엔씨소프트 대비 가진 IP가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넷마블은 넥슨 인수를 통해 다수의 IP 확보와 함께 글로벌 톱5 게임사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예로 나이언틱의 포켓몬고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증강현실(AR) 게임은 포켓몬고 이전에도 많이 등장했지만 크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포켓몬고는 닌텐도의 포켓몬이라는 걸출한 글로벌 IP를 입힌 덕분에 북미,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에서 매우 큰 성과를 거뒀다.

실제 넷마블은 IP가 가진 파급력과 성과를 이미 경험했다.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을 통해 리니지M이 등장하기 전까지 국내에서 '최초'의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새로운 IP 발굴을 위해 넷마블은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14억원 투자를 하는 한편, 엔씨소프트의 IP '블레이드&소울'을 기반으로 개발된 모바일 게임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을 지난해 출시했다.

다양한 국내 게임사와 협력관계를 지닌 텐센트. 사진=텐센트코리아 홈페이지
IB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넥슨 인수자금 조달을 위해 텐센트와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전망이다. 넷마블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한 텐센트는 HAN RIVER INVESTMENT PTE. LTD.를 통해 넷마블의 주식 1505만7800주(17.66%)를 보유하고 있는 3대 주주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넥슨 매각은) 카카오나 넷마블이나 이미 텐센트가 연관돼 있기 때문에 동일하다고 본다"라며 "컨소시엄을 통해 들어오는 해외 자본은 국내 자본으로 둔갑돼 사실상 국내, 해외를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위정현 학회장은 "두 컨소시엄 중 텐센트에 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쪽이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라며 "예를 들어 텐센트는 '넥슨 인수 후 네오플 분리 매각' 등을 이면조건으로 내세울 수 있다. 이런 조건을 수용하는 쪽이 넥슨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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