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법에 가로막혀 풍부한 국내 유동성 버리고 해외시장 진출 빈번

시중은행들도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어 실명확인 계좌 미온적

"정부가 최악 상황 가정해 무조건 안된다하면 블록체인 산업 희망없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한국 황대영 기자] 지난 2017년 대한민국을 암호화폐 광풍으로 몰아넣은 블록체인 업계가 불과 2년 만에 시름을 앓고 있다. 블록체인은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지부진한 가이드라인과 해외발 이슈에 대형 거래소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추세다. 데일리한국은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아 블록체인 산업 등 주요 업종의 산업 기상도를 전망해본다.

올해 대한민국 블록체인 산업은 대형 거래소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수년에 불과한 신생 산업인 블록체인 산업은 상용화로 B2B·B2C 시장성을 갖춘 사례가 거래소 뿐이며, 그간 끌어모은 자금으로 조정기를 걷는 산업에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빗썸·업비트 등 국내 대형 거래소부터 해외 진출을 타진했다. 글로벌 거래소는 초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글로벌 원빌드로 접근하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부의 외환법에 가로막혀 풍부한 국내 유동성을 버리고 해외에서 초기부터 스타트업처럼 접근하고 있다.

또한 거래소가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이기 때문에 상장에 관한 이슈가 끊임없이 불거졌다. 이는 거래소에 대한 신뢰성 저하를 가져왔다. 때문에 주요 거래소는 투명성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으며, 상장 프로젝트 선정 과정에서 사용자의 선호도를 조사하는 투표까지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불확실성은 블록체인 업계에 암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채굴시장인 중국은 정부의 규제로 말미암아 채굴에 사용되는 GPU(그래픽스 처리 장치)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 특히 연초 중국에서는 300여개의 블록체인 매체가 문을 닫으며 시장 상황을 대변했다.

여기에 '블록체인 육성, 암호화폐 규제'라는 모순된 정부의 정책은 블록체인 산업에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 지난해 말 블록체인 산업에서는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기존 규제만 유지됐을 뿐이다. 다만 관련업계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암호화폐 발행으로 이어져 기업 수익과 직결된다. 검증된 프로젝트를 갖춘 스타트업이 별도의 투자를 받지 않고도 자금을 확보할 수 있으며, 거래소에 암호화폐 상장으로 자산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사실상 불가분의 관계다.

사진=픽사베이

하지만 정부의 모호한 가이드라인은 블록체인 업계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업비트는 지난해부터 신규 회원 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이는 주거래 은행인 IBK기업은행에서 신규 실명확인 계좌 발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업계에서는 IBK기업은행이 사실상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이를 유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은 바이낸스·후오비·오케이코인 등 중국계 거래소가 시장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암호화폐 광풍에 힘입어 중국 내 규제가 마련되기 전부터 빠르게 글로벌 시장으로 옮겨갔고, 초기 유동성을 확보한 이들은 전 세계에서 암호화폐 시장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되고'라는 정부의 규제에 막혀 블록체인 업계는 불확실성에 빠졌다.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암호화폐 신드롬도 만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라졌다. 정부의 규제에 또다시 직격탄을 맞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가장 크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9월 업비트개발자콘퍼런스(UDC)에서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따로 육성할 수 있다는 시각까지 존재한다"라며 "산업의 개발자와 관계자들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따로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암호화폐 가격이 안정적으로 변하면 사용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보다 제도적인 툴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박성준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블록체인연구센터장)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해서 바라보는 정부가 규제를 펼치려면 그에 해당하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최악의 상황만을 가정해 무조건 안된다고만 하고 있다"며 "지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개정안은 블록체인 산업 전반적으로 악영향을 가져올 것이 자명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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