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택 한경대 전임 연구교수 "실패를 인정해주는 사회를 만들어가자"
"중소벤처기업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정부가 분위기 조성에 나서야"

이준택 한경대 전임연구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이준택 한경대 전임 연구교수]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간 경제행보는 불안의 연속이었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한 산업 기반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몰락, 아직은 이야기일뿐 실체를 잡기 쉽지 않은 4차 산업혁명....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악화된 소득 분배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성장률 등 악재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고용률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곤두박질쳤다. 아르바이트로부터 시작해 정규직까지. 취업 전선에 있던 이들은 모두가 이 말을 실감했을 터이다. 작년 한 해는 정말이지 '일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졌다는게 주변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논란과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예사로 보아넘길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은 특히 많은 부작용을 낳았고, 이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최저임금 인상 건은 굳이 짚고 넘어가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이 뼈저리게 실감하고, 한번쯤 고민해 본 사안일 것이다. 그만큼 이 문제는 우리의 생활과 깊숙이 맞닿아 있다. 많은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고 있으나 정책적으로 시의적절했는가는 또다른 문제일 듯 싶다. 최저임금 인상, 옳은 방향임은 분명이다.

하지만 각종 부작용까지 두루 감안해 언제 얼마나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가장 효과가 클지 판단해야 한다. 보다 세밀한 정책적 고려와 판단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정책을 펴고 시행하기에 앞서 자영업자를 비롯한 기업인들의 입장과 환경을 얼마나 고려하고 배려했는지 자문자답해볼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 등 고용 비용의 급격한 인상으로 실업이 증가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음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 됐다. 일자리는 줄어드는게 눈으로 보일 정도로 그야말로 심각한 상황이다. 일자리 예산으로 23조 5000억 원을 투자했지만 고용시장은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 완화에 발벗고 나서줄 것을 간곡히 기대한다. 소상공인들의 숨통을 틔워준다면 일자리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것이 분명하다. 정부에서 주도하고 있는 R&D(연구·개발)를 민간 기업이 주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도 결국은 정부의 몫이다. 수십만 명 분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누가 뭐라해도 역시 기업이 주인공이다. 일자리를 만들더라도 정부는 조연 역할로 충분하다. 주역인 기업이 힘을 내서 고용에 적극 나서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정부는 제역할을 다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초부터 기업이 R&D에 자금을 투입하면 세금을 비용으로 처리해주는 등 민간부문의 R&D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배려를 해줬다. 최근에는 민간의 R&D 세제 혜택도 쪼그라들고 말았다. 국가가 중소기업에 대해 R&D에 투자하라고 촉구하면서도 그같은 여건이나 분위기 또는 환경을 스스로 험악하게 만들고 있으니 어느 기업이 순순히 그리고 흔쾌히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겠는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새해 첫 기업인 행사에 중소·벤처기업인들을 초청해 열띤 토론을 진행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을 포함해 해당 부처 장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로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는 것은 정부가 새해들어 경제살리기에 나서 기업인들과 소통하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소·벤처기업이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사람중심 경제의 주역”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가장 시급한 현안이 일자리이고, 전체 고용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힘을 내야 한다”고 격려했다.

또한 가치를 창조하는 선도형 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신기술과 신사업을 육성해야 하는데 혁신 창업과 혁신적 중소기업이 그 주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들이 더욱 크게 체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폭적인 R&D 투자 지원에 나서겠다고 약속한 대목은 인상적이었다. 이로써 역대 최대수준의 20조원 R&D 예산의 상당 부분이 중소기업 기술 개발에 지원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이같은 벤처성장 정책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예산만 늘어났을 뿐 기존 정책과 별반 다른 것이 없는 정책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R&D 실패는 고스란히 벤처기업 도산으로 직결되고, 그로 인해 오랜기간 만들어온 크고작은 성과물들이 한순간에 허공으로 사라지게 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필자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성과물들이 빛도 못본 채 무덤속으로 들어갔는지 다양한 사례를 목격한 바 있다. R&D에 참여한 벤처기업의 잘못 보다는 주관기관(대학교)의 행정 미숙으로 인한 실패로 인해 기업이 짊어져야 할 짐(정부지원금 환수, 연구과제 참여 제한)은 너무나도 크다. R&D실패 경험은 새로운 도전의 기틀이 되고도 남는다.

하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풍토는 지금이라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실패 없이 성장한 리더는 세계 어느곳에도 없다. 마찬가지로 실패없이 승승장구 고속성장만 거듭한 기업 또한 두눈을 ㅆㅣㅆ고 봐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서는 아직까지도 실패에 대해 너무나도 냉정하기만 하다.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이들 처럼 유명한 기업가들도 처음에는 구멍가게 수준의 창업에서 시작해 세계 굴지의 기업을 키워냈다. 이들의 성공 비결에 대해 스탠퍼드대학의 전문가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가 정신이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스탠퍼드대 경영과학공학과 마이크 라이언스 교수는 “창업자들이 실패하는 것을 허락하는 사회적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실패를 처벌하는 사회는 매우 좋지 않은 사회"라고 단언했다.

실리콘 밸리 조차 창업 기업의 70%가 문을 닫을 정도로 창업환경이 열악하지만 결국 끝까지 도전하는 기업이 승리의 월계관을 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실리콘밸리는 전세계 창업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20위권 밖에 있던 중국 베이징이 4위로 치고 올라온 점이 눈에 띈다.

중국은 지금 한창 창업의 열기가 '후끈' 느껴질 정도다. 원래 20위 밖에 머물러있던 중국이 이 정도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은 바로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과 아낌없는 지원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리커창 중국 총리는 ‘대중창업 만인혁신(모두 창업하고 혁신하자)’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기술기반의 창업자를 의미하는 ‘촹커’를 육성하며, 창업에 적극 뛰어들도록 권장하며 기업가정신을 중국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현재 우리나라의 창업 생태계에서 경쟁력 순위는 20위권 밖에 자리잡고 있다. 문 대통령 발언 그대로 중소·벤처기업은 정부가 추구하는 사람중심 경제의 주역이다. 따라서 작금의 극심한 취업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다른 나라들에게 경쟁력으로 밀리지 않기 위해서도 중소·벤처기업을 위해 국가가 나서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이같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은 몇 년이 지나도 여전히 다람쥐 쳇바퀴 돌듯 제자리 걸음에 머물고 말 것이다.

■이준택 한경대학교 전임연구교수 프로필

성균관대에서 이동통신공학 공학석사를 취득하고 광운대학교에서 경영정보시스템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아시아 최초의 정보보안과 물류보안분야 국제표준기구(ISO/IEC) 선임/검증 심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해킹이나 정보보안 관련 저서를 다수 출간할 정도로 정보 보안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스마트국방과 스마트팜의 풍부한 경험을 겸비한 전문가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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