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 시장에 불어닥친 황사 머니…넥슨 인수설 '충격'

닫혔던 중국 내자 판호 재개로 한국산 게임 진출 일단 '맑음'

수출 효자 게임, 정부의 이중잣대 없어야 '게임강국' 재도약

PC게임을 플레이 하는 어린이. 사진=픽사베이
[데일리한국 황대영 기자] PC온라인 게임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든 대한민국 게임 시장이 위기론에 휩싸였다. 안방 시장은 수년째 PC방 점유율을 외산 게임에 내주는 한편,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에서는 판호 비준 거부로 진입조차 허용되지 않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게임 산업은 새해 벽두부터 넥슨 매각설까지 흘러나오며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 데일리한국은 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아 게임 산업 등 주요 업종의 산업 기상도를 전망해본다.

올해 대한민국 게임 산업은 성장과 쇠퇴로 나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수년간 대형화, 고도화를 거친 대한민국 게임 산업은 다수의 신작으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일전불사를 준비 중이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게임업계 빅3를 필두로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웹젠, 위메이드 등 대부분의 게임 업체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게임업계는 중국의 내자 판호 재개 소식까지 들려오며 닫힌 중국 문(門)이 열릴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8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콘텐츠 산업의 규모는 55조189억원이다. 이 중 게임 산업은 15.8%를 차지하며 출판 산업(18.9%)의 뒤를 잇고 있다. 특히 게임 산업은 동기간 콘텐츠 수출액(34억4918만 달러) 대비 62.1%로 과반을 넘어서는 수출 효자다.

하지만 정부의 이중적인 잣대는 게임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다가오고 있다. 게임 산업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정권 교체와 함께 지속적으로 규제 완화와 육성책을 펼친다고 강조해왔다. 반면 또 다른 규제 기관인 여성가족부는 PC온라인 게임 산업을 송두리째 말아먹은 셧다운제를 8년째 유지 중이다.

◇내자 판호 재개…1년 8개월간 굳게 닫힌 중국 문(門) 다시 열리나

철조망에 갇힌 중국.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12월 29일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전격 중단한 판호를 9개월 만에 재개했다. 비준한 판호는 자국산 게임에 해당하는 내자 판호로 모바일 67종, 클라이언트 6종, 웹게임 6종, 콘솔 1종 등 총 80종이 포함됐다.

이번 판호에 한국산 게임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외자 판호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앙선전부 산하로 조직개편된 광전총국이 다시 판호를 비준함에 따라, 추가적인 내자 판호 및 외자 판호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29일부터 21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내 외국 기업의 합법적 권리와 지식재산권(IP)을 보호하고 중국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는 '전방위 대외개방'을 천명해, 꽉 막힌 국내 게임 산업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내 게임 산업은 중국의 외자 판호에 더욱 낙관적인 전망을 품고 있다. 중국 진출 및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국내 게임 업체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펄어비스, 펍지, 위메이드, 웹젠 등 주요 게임사 대부분이 포진해 있다.

◇글로벌 IP 전쟁 가속…황사 머니에 국내 게임 산업 종속화 우려

중국 게임 공룡 텐센트 로고
글로벌 게임 산업은 마케팅 측면에서 유리한 IP 게임이 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일찌감치 글로벌 IP 확보에 눈독을 들여왔고, 막대한 황사 머니가 글로벌 게임 시장으로 유입돼 게임 공룡 텐센트를 만들어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샨다게임은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 바 있으며, 열혈강호 모바일 게임 판권을 가진 타이곤모바일은 중국의 룽투게임 자회사인 룽투코리아에 인수됐다. 또 텐센트는 넷마블의 3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새해 벽두부터 불거진 넥슨 매각설의 중심에는 텐센트가 있어 대한민국 게임 산업이 중국에 종속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넥슨 인수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 회사가 텐센트로 보고 있다. 텐센트는 넥슨의 실적 이외에도 넥슨의 IP에 가장 눈독을 들이는 회사 중 하나다.

국내 게임 시장은 중국산 게임에 대해 상당히 베타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게임은 저가 물량공세로 웹게임 시장을 장악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도 중국산 게임의 물량공세에 최고 매출 톱20 순위권의 절반을 내어준 상황이다. 넥슨이 텐센트에 매각되면 남은 PC온라인 게임 시장마저 중국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된다.

위정현 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텐센트는 사모펀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배후에서 존재하면서 넥슨을 인수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며 "이는 훗날 텐센트가 필요하면 넥슨을 인수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는 방식이다"라고 전했다.

◇수출 효자 게임…옥상옥 규제 철폐돼야

사진=픽사베이
성장하는 게임 산업의 가장 큰 적은 정부의 규제다. 한 번 정부의 규제가 세워지면 완화하기까지 산업은 급격하게 쇠락한다. 정부의 규제는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게임 산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의 게임물관리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주로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규제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에서도 영향을 끼치는 기이한 구조를 띠고 있다.

PC온라인 게임 산업의 대표적인 규제는 월 결제한도와 더불어 유료재화 경매장이다. 월 결제한도는 이용자의 과도한 결제를 막아 소비자를 위한 최소한 제도적인 장치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유료재화 경매장은 여가부의 '청소년유해매체물'에서 파생된 것으로, 게임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임은 유료재화를 이용한 경매장, 거래소와 같은 콘텐츠를 포함하면 PC온라인, 모바일 등 플랫폼 제한 없이 모두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신청해야 한다. 이는 과거 아이템 중개 사이트가 여가부로부터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됐고, 해당 콘텐츠가 이를 모사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지난 2017년 국내 모바일 게임 산업에서 한차례 등급 파동이 났다. 당시 출시를 강행하는 게임 업체와 관련 콘텐츠를 포함한 모든 게임물에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매기겠다는 게임위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까지 벌어졌다. 이어 게임위는 지난해 12월 31일 등급분류 규정을 개정해 해당 콘텐츠를 포함하면 모두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위정현 학회장은 "게임 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규제가 없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백지상태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라며 "여러 정부부처에서 게임에 대한 과거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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