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행 법무법인 민행 대표변호사 "북방협력위 위원으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다녀와보니..."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의 방향이지 속도가 아니다"…"모든 사랑은 눈물 속에 피고, 모든 꿈은 가까스로 이루어진다"

법무법인 '민행(民幸)'의 조민행 대표 변호사.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조민행 법무법인 민행 대표변호사] 지난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경의선,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개최됐다. 이 행사를 위해 편성된 새마을호 4201호 특별열차는 이날 오전 6시 48분 경적을 울리며 서울역을 출발했다. 서울역과 판문역까지 거리는 불과 74Km. 도라산역에서 출경 심사를 마치고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한 열차는 두시간여 뒤인 8시52분 판문역에 도착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 교통·물류분과위원회 위원 자격으로 이같은 역사적 행사에 참석해보니 감회가 더욱 새로웠다. 판문역에 내리니 북측 인사들을 태우고 온 평양발 열차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철도 착공식인 만큼 상징성을 감안해 양측 모두 철도편을 이용했으리라. 새벽잠을 설치기는 모두 마찬가지였을 터이다. 게다가 이동거리를 감안하면 북측 참가자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일찍 선잠에서 깨어나 평양역을 출발했을 것이 분명했다.

행사에서 우리에게도 낯익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과 김윤혁 철도성 부상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북측에서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과 박명철 부위원장 등이 단상에 오르자 우리 측에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주승용 국회부의장,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원내대표 들이 차례로 단상으로 올라왔다.

국제기구와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관련국 철도 관계자들도 함께 행사를 지켜보았다. 외빈인 주한 중국, 러시아 그리고 몽골대사에 특별히 눈길이 갔다. 세 나라가 모두 동아시아 철도공동체 유관국인 만큼 이번 행사로 우리가 추진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이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됐음을 실감한다.

다만 이번 행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정파적인 입장에 따라 천양지차의 큰 시각 차이를 보였다. 자유한국당의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언제 착공할지 기약이 없는, 착공 없는 착공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위해 하는 가불 착공식”이라고 평가절하하기에 여념이 없는듯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지지율 데드크로스를 찍은 문재인 대통령의 여론 조작용 착공식"이라고 혹평했다.

반면에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이번 착공식으로 남북 관계에 큰 진전을 이루게 됐다”며 “남북 관계가 평화와 비핵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대사는 “남북 철도 연결은 유라시아로 연결된다"면서 "서울에서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어서 관심이 있다”고 역시 이번 행사에 주목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행사는 당초 철도 연결공사를 시작한다는 의미의 단순한 착공식은 아니었다. 실제 공사는 한반도 비핵화 진전 및 대북제재 해제 여부를 살펴가면서 추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애초부터 태생적 한계를 안고 태어난 철도공사인 셈이다. 하지만 남북 철도·도로 연결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출발점이고, 나아가 동북아 상생번영을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임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이 행사의 의미는 매우 크다고 확신한다. 착공식 개최는 당초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로 불확실했지만, 우리 정부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긴밀한 협의 끝에 제재 예외를 끌어내 가까스로 성사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 한반도평화체제라는 과실도 중요하지만, 우리 시대의 사명은 분단 ‘70년 침묵’을 깨고 남북이 손잡고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것이다. 평화란 벼락처럼 우리 민족에게 떨어지는 로또 복권이 아니다. 진정한 평화는 분단 이후 70년을 따로 살아온 8000만 겨레가 서로를 이해하며 다가가는 과정 그 자체인 것이다.

남과 북은 지난 11월 30일부터 18일 간 분단 이후 최초로 경의선과 동해선, 평라선까지 북측 철길 2600km를 함께 달리며 공동조사를 펼쳤다. 남북 공동 조사단이 압록강에서 두만강, 그리고 금강산에 이르기까지 북측 방방곡곡을 돌며 함께 조사한 그 시간과 노력은 가치를 따지기 어려울 정도로 귀중하고 값진 것이 아닐 수 없다.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신뢰가 없으면 설 자리가 없다(無信不立).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남과 북·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했다. 또한 남북정상은 평양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금년 내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고 공언했다.

남북은 이번 행사로 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할 적극적인 의지가 있음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판문점 회담 당시 남북 정상은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함께 오갔다. 그로부터 6개월 만에 서울과 개성 철길을 활짝 열어젖히고, 100여 명이 기차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오가는 기적을 연출한 것이다.

2018년 격동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일촉즉발의 험악한 기운이 감돌던 한반도는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정세가 급변했다. 그후 남북정상은 세 차례 정상회담을, 북미정상은 분단이후 최초로 정상회담을 여는 성과를 거뒀다. 기대했던 종전선언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연내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의 방향이지 속도가 아니다.

판문역의 바람은 서울보다 차가왔다. 착공식 후 찾아간 개성공단은 텅 비고 을씨년스러웠다. 2019년은 3.1운동 백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 해 3월 비록 일본 제국주의 식민 상태에 있었지만 우리 민족은 하나였다. 남북이 따로 없었고 좌우가 편을 갈라서지도 않았다.

올해 2018년 8000만 온 겨레는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씨앗을 뿌렸다. 2019년에는 우리 앞에 평화의 꽃이 활짝 피리라. 개성공단 공터 잡초 위를 지나는 바람이 내게 속삭였다. "모든 사랑은 눈물 속에 피고, 모든 꿈은 가까스로 이루어진다"고.

■ 조민행 법무법인 '민행' 대표변호사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근무했고, 사법시험도 통과해 현재 법무법인 민행(民幸)의 대표 변호사로 재직중이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남북 분단시대를 극복하고 한반도의 새로운 세계를 여는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한반도종단철도(TKR)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돼 남북경협과 북방경제협력이 본격화되는 날을 꿈꾸는 '실천적 이상주의자'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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