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곤 베스핀글로벌 상임고문 "실시간 지혜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 아는 것을 넘어서는 일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경쟁력이다"

김현곤 베스핀글로벌 상임고문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 김현곤 베스핀글로벌 상임고문]
#.아테네학당에 다시 모인 사람들과 디지털에 관한 의문들


살아가면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주제가 있다. 일자리, 소득, 건강, 관계, 행복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고민거리도 시대 변화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면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알고 싶어하는 대표적인 의문이나 고민거리는 역시 일자리와 해야 할 일로 압축될 수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에 나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지금대로 가도 괜찮을까? 나는 지금 무슨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까? 내 자녀의 일자리로 가장 좋은 건 뭘까? 시원한 답을 얻기는 정말 힘들지만 누구나 한번쯤 던져보는 질문이다.

문제는 너무 큰 질문을 던져버리면 제대로 된 답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질문을 더 잘게 쪼개든지, 더 쉬운 질문으로 바꾸면 그나마 나을 듯 싶다. 우선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로봇 같은 어려운 용어 대신에 우리에게 친숙한 디지털이란 단어를 활용해서 다시한번 질문을 재구성해보자. 그러면 위의 질문은 이렇게 바꾸어 볼 수 있다. ‘급변하고 있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해서도 각자가 처한 위치에 따라 정답은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던질 각 부문별 대표자를 추리고 '21세기 소크라테스'를 상정해 문답을 통한 해법찾기에 나서보자.

소크라테스를 제외한 등장인물은 5명으로 정하자. 기업CEO, 일반직원, IT담당자, IT사업자, 그리고 일반시민이 질문의 주인공이 되는 셈이다.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란 책의 제목처럼, 등장인물은 5명밖에 안되지만 각자의 고민은 아마도 자신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수백만, 수천만명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아래 상상을 기반으로 한 문답을 통해 해법을 모색해보자.

소크라테스는 답을 바로 알려주지는 않았다. 질문을 거듭해 상대가 스스로 깨닫고 답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주로 했다. 여기에서는 단도직입적으로 해법을 모색해보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듯 싶다. 다만 AI기반의 가상의 21세기 소크라테스를 등장시켜 각각의 질문에 간결하게 최적의 답변하도록 해봤다.

#. 디지털에 관해 각자가 가장 묻고 싶은 질문과 소크라테스의 대답은?


CEO: 주위에서 온통 AI, 4차 산업혁명 얘기다. 뭔가 안하면 뒤처질 것 같다. 근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디지털을 잘 모르는 내가 손쉽게 할 수 있는 일 한가지만 추천해준다면 무엇인가?

소크라테스: 데이터와 더 친해지라고 얘기하고 싶다. CEO라면 지금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데이터를 더 잘 알고 있다. 상품데이터, 재무데이터, 고객데이터, 직원데이터, 경쟁사데이터 등에 대해 누구보다도 관심을 많이 갖고 넓게 알고 있다. CEO의 이러한 데이터 경쟁력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좀 더 업그레이드하기를 권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데이터시대이기 때문이다. 지금 세간에서 떠들썩한 AI도 데이터가 많아야 힘을 얻는다.

데이터와 더 친해지고, 데이터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갖고 있는 데이터를 한번이라도 더 살펴보고 분석하는 습관을 들이자. 엑셀 등의 간편한 도구를 활용해 데이터를 비주얼화 하도록 해 새로운 통찰력을 얻는 습관을 들일 것을 권한다. 재무데이터와 상품데이터, 고객데이터와 경쟁사데이터 등 2~3개의 데이터를 연결시켜 분석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데이터를 통해 비즈니스관련 지능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질문도 하고 지시도 하는 것을 일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CEO가 데이터와 친해지면 덤으로 얻는 커다란 이익이 또하나 있다. CEO를 따라서 조직 전체, 조직 구성원 모두가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데이터중심 조직문화가 형성된다. CEO가 솔선수범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최고의 조직문화를 만드는 셈이 된다. 한마디로 일석이조다.

직원: 회사에서 신사업개발을 담당하고 있는데, 최근 매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신사업 아이템을 발굴했다. 근데 실제로 사업화하려고 하니까 IT지원이 필수적이다. 웹사이트도 만들고, 온라인 홍보도 하고, 온라인 상에서 고객관리도 해야 된다. 하지만 회사 내부의 IT부서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 거기도 사람이 없어서 현재의 회사내 IT지원업무 해내기도 버겁다. 꼭 해보고 싶은 신사업인데 어떻게 좋은 방법이 없을까?

소크라테스: 일단 외부에 무료 컨설팅을 받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요즘은 신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사업화하고자 할 때, IT지원시스템을 어떻게 구축, 운영하는 것이 좋을지 무료로 컨설팅해주는 곳이 많다. 정부, 지자체,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IT지원센터도 있고, 클라우드사업을 하는 민간기업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특히, 클라우드기반 IT시스템을 구축, 운영하는 것에 관한 컨설팅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수기를 빌려쓰듯이, IT자원과 IT시스템도 상황에 맞춰 빌려쓰는 방식이다. 신규사업화를 통해 사업의 규모가 어느정도로 커질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사업을 지원하는 IT시스템의 크기를 산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가변적인 상황일수록, IT자원을 사지 않고 클라우드의 형태로 빌려쓰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면서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효한 전략이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업무를 수행할 경우 사업수행 효율화와 일하는 방식의 혁신도 힘들이지 않고 손쉽게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신사업이라면 무조건 클라우드기반을 권하고 싶다.

IT담당자: 온통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클라우드 얘기다. 20여년을 IT업무만 해왔지만 지금은 워낙 변화가 빨라 따라잡기가 너무 힘들다. IT담당자가 IT기본도 모른다는 얘기 들을까봐 늘 겁난다. 솔직히 내 일자리가 어떻게 될지도 걱정스럽다.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SI업체를 통해 IT시스템을 개발,운영해왔는데, 클라우드기반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한다. 지금은 보안, 정보등급제 핑계를 대면서 버티고 있지만, 클라우드로 갈 수밖에 없는 추세인 것 같다. 클라우드시스템으로 이전하면, 클라우드업체가 다하고 내 일거리와 내 일자리는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지는 거 아닌가.

소크라테스: 아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피할 수 없다면 활용해야 한다.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 당신이 만일 클라우드로 안가고 버틴다고 해보자. 언제까지 버틸 수 있다고 보는가? 길어야 3,4년이다. 2020년 전후해서 전세계 IT시스템의 85%가 클라우드기반으로 전환된다고 한다. 그런 상황인데 서버나 관리하던 기존의 낡은 IT역량으로는 더이상 써먹을 데가 없다. 그런 업무는 아마도 100% 자동화돼 버릴 것이다. 오히려 빨리 변화 흐름에 올라타서 클라우드관련 노하우를 배우고 적응하는 것이 오래오래 일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인공지능서비스를 포함해서, 클라우드기반으로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과 서비스는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클라우드IT로 옮기는 것이 낫다.

IT사업자: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지능화시대로 가고 있다고 사회 전체가 떠들썩하지만, 사업환경이 어렵기는 이전과 마찬가지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해야 한다고 법도 만들고 했지만, 몇년이 지난 지금도 제자리걸음이다. 도대체 왜 그런가? 어떻게 해야 클라우드 컴퓨팅이 제대로 확산될 수 있을까?

소크라테스: 아는 것과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안다고 다 실천하는 게 아니다. 고객들은 실질적인 이익이 되거나 혜택이 있다고 확실히 느끼고 공감해야 겨우 움직일까 말까다. 그렇다면 고객이 안 움직인다고 불평만 하고 있을게 아니라, 사업자가 더 정신을 차려야 한다. 기존의 SI시스템, 패키지SW보다 클라우드기반 시스템이 더 낫다는 일반론적인 얘기로 고객이 변화하기를 기대하면 큰 오산이다.

고객별로 상황은 다 틀린다. 고객 맞춤형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클라우드를 통해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작은 성공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즉각적인 실익을 느끼게 하고, 실질적인 혜택을 경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고객이 클라우드의 성공 경험을 체험하고 클라우드의 혜택을 실제로 체감할 수 있도록 고객을 교육시키고 학습시켜야 한다. 클라우드가 확실히 유용하다는 자신감과 신뢰를 만들어내어야 고객이 비로소 실천할 수 있다.

일반시민: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며 온 세상이 떠들썩하다. 근데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변화를 아직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그런데도 막연히 불안하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 뭔가 배우고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딱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소크라테스: 사람들은 코딩역량, 데이터분석역량을 강조하지만, 일반시민들이 일일이 이런 것들을 배우기는 쉽지 않다. 우선 비주얼화 역량을 기를 것을 권하고 싶다. 시대를 불문하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사회적 동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길러야 된다.

근데 빅데이터시대, 인공지능시대에 가장 걸맞는 커뮤니케이션역량의 하나는 비주얼화 역량이다. 데이터기반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보와 인사이트를 주고받는 비주얼화 역량을 기를 수 있으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어울리는 핵심경쟁력의 하나를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 21세기 소크라테스의 충고: 알았으면 실천하라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의 시대다. 주위를 둘러보면, 현기증이 들 정도로 기술과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블록체인, 클라우드, 3D 프린터, 증강현실 등을 포함해서, 10년 전만 해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던 신기술들이 일상적인 뉴스거리로 매일같이 오르내린다. 기술이 이렇게 빠르게 변하고 있고 그 기술의 확산으로 우리 사회도 덩달아 급변하는 이 시대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일까?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등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구해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 유익한 작업이다.

2300여년전에 소크라테스는 오직 한명이었다. 그러나 디지털의 확산으로 21세기에는 수없이 많은 소크라테스가 존재한다. 무슨 질문이든 질문을 던지면, 지구상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너무도 짧은 시간내에 가장 적절한 답변을 알려주는 시대가 됐다. 실은 앞에서 기업CEO, 일반직원, IT담당자, IT사업자, 일반시민의 5인이 물은 질문들에 대한 답변조차 디지털에 관한 21세기의 소크라테스들이 늘 강조하는 내용들을 필자가 약간의 감정이입과 쉬운 설명으로 여러분에게 다가간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우리는 질문을 던지면 소크라테스의 대답을 즉시 들을 수 있는 실시간 지혜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는 것을 넘어서는 일이다.' 아는 것을 넘어서, 실천해야 할 것을 실천하고 시도하고 도전하는 일이다. CEO도 직원도 IT담당자도 IT사업자도 일반시민도, 자신이 소크라테스에게서 들은 것을 아는 데서 그치지 말고 즉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만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의 시대에 변명하지 않고 도망가지 않으면서 자신과 조직의 미래를 확실하고 안정되게 열어가고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필자 소개 : 김현곤 베스핀글로벌 상임고문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뒤 일본 쓰쿠바대학교에서 사회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부원장을 역임했으며, 미래학회 부회장으로 활동중이다. 현재 베스핀글로벌 상임고문으로서,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특임교수를 맡고 있다. 지난 30년간 IT와 미래사회를 연구해왔고, 현재는 고령사회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인생 르네상스 행복한 100세>, <미래 만들기> <모든 비즈니스는 서비스로 통한다> 등의 저서를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부지런하고 발이 넓은데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춰 '미래 디자이너' 또는 '사회 디자이너'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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