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이터라는 창을 통해 임종석 비서실장을 바라보는 3가지 시선 들여다보니..."

비서실장으로 어떤 평가 받는지가 첫번째, 차기 대선 후보의 가능성이 두번째, 세번째는 자신의 가치부분...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뜨거운 시선들이 모아지고 있다. 마치 돋보기로 태양 빛을 받아 불을 만들어낼때 처럼 강렬해보인다.

청와대 비서실장 자리는 대통령을 그림자 내조하는 자리로 알려져 있는데 화제의 인물로 등극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주목받는 사건은 임 비서실장의 DMZ(비무장지대) 시찰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럽순방 기간동안 임 비서실장은 국방부 장관, 통일부 장관 그리고 국정원장까지 대동하고 전방시찰을 다녀왔다.

임 비서실장은 남북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MZ내 국군전사자 유해발굴 현장을 방문한 것에 대해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야당의 정치적 공세가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당시 착용한 선글라스를 지적하며 마치 국군통수권자처럼 행동했다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더해졌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임종석이란 개인 정치인에 대한 관심일까 아니면 비서실장이라는 자리가 주는 정치적 의미가 큰 것일까. 임 비서실장은 학생운동 지도자 경력을 가진 정치인이지만 이 정도로 크게 주목받은 적은 별로 없다. 결국 대통령 비서실장이란 자리가 주는 무게감 때문이라는 분석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멀리서 그 사례를 찾을 필요도 없다. 임 비서실장이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이란 점을 떠올리면 된다. 지난 정부의 김기춘 비서실장은 언론에서 ‘기춘대원군’이라는 별칭을 붙일 정도였다. 세간에 비서실장이 무소불위의 존재로 인식된 적도 있다.

공식적으로 정부의 2인자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최고위직인 국무총리다. 그렇지만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자리는 총리가 아닌 비서실장이다.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고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쉽게 임명되기 어려운 자리다. 이승만 대통령의 오른팔이나 다름없었던 이기붕 부통령은 초대 경무대 비서실장 출신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의 대북관계 전령사였던 이후락 역시 비서실장 출신이었다. 이후락 비서실장은 중앙정보부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했다. 군인정권이었던 전두환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을 거쳐간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비서실장이 얼마나 대단한 자리인지 실감이 난다. 제 5공화국의 초대 비서실장은 김경원이었다. 이후 이범석, 함병춘, 강경식, 이규호, 박영수, 김윤환으로 이어졌다. 비서실장을 거쳐 각 부처의 장관, 부총리, 당대표 등 정부 부처와 정당의 요직으로 승승장구했다. 노태우 정부의 노재봉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그림자 보좌 자리를 거쳐 국무총리 자리에 까지 오른다. 공식적인 2인자 자리에까지 오른 셈이다.

정치 9단으로 평가받는 노정객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 당시 비서실장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기의 비서실장은 현 시점에 더 빛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 출신인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노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이었다. 현 시점에 대한민국의 3부 요인 중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노무현 정부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의 비서실장은 성격이 조금 달랐다. 기업인 출신인 이 대통령의 특성 탓인지 실무형 비서실장 성격이 강했다. 임태희 비서실장은 정치인 출신이지만 류우익과 정정길 비서실장은 학자 출신이고 하금열 비서실장은 언론인이었다. 역대 최장수 비서실장은 통치 기간이 길었던 박정희 정권의 김정렴 비서실장이었다. 무려 10년 가까이 박정희 대통령을 그림자 내조하며 대통령의 손과 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비서실장 출신들이 마주한 그 다음 운명은 매우 다양했다. 장관, 부총리, 국무총리, 대통령까지 오르지 못한 자리는 없었다. 그러나 영욕의 다양한 삶을 누리다 현재 영어의 상태인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처럼 그들 모두의 운명이 탄탄대로로 풀리지 만은 않았다.

임종석 비서실장에겐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역대 비서실장의 운명처럼 임 비서실장에게 3개의 문이 열려있다. 우선 비서실장으로 어떻게 평가받는지가 첫 번째다. 비서실장으로 좋은 평을 받고 문 대통령을 성공하는 대통령으로 만들어낸다면 첫 번째 관문은 통과하는 모양새가 된다.

두 번째는 차기 대선 후보의 가능성이다. 역대 비서실장은 가능한 모든 자리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가장 결정적인 현재 진행형 사례다. 차기 대선 후보로 임 비서실장은 과연 매력적인 인물일까. 야권이 총 공세를 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놓여있다. 지지율이 높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젊고 역동적인 비서실장은 자연스럽게 잠룡으로 평가받게 된다.

세 번째로 임 비서실장이 마주하는 운명의 길은 자신의 가치 부분이다. 임 비서실장의 이미지는 경제통도 아니고 교육혁명가도 아니다. 그러나 남북관계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학생 운동의 이력을 따져 보더라도 그리고 현 정부 들어 역대 비서실장의 일반적인 모습과 달리 남북관계에 깊숙이 참여하는 부분을 보더라도 남북관계는 임 비서실장의 가치 중심에 있다. 과연 3가지의 운명에 서 있는 임 비서실장의 미래는 어떤 자리일까.

우선 임종석 비서실장이 마주한 첫 번째 운명의 길은 비서실장이다. 비서실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문 대통령을 잘 보좌하고 청와대 조직을 잘 운영하는 일이다. 역대 비서실장은 대체로 영광의 길을 누렸다. 대통령의 총애와 신임을 한 몸에 받는 비서실장의 노고를 대통령은 너무 잘 알고 있다. 비서실장은 다른 어떤 가치보다 대통령을 잘 보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역대 비서실장들은 대부분 대통령을 소리없이 보좌해 왔다. 개인의 정치적인 행보나 경제적인 욕심은 일절 드러내지 못했고 드러내서도 안되는 역할이었다. 임 비서실장 역시 앞으로 어떤 운명의 길을 가더라도 비서실장으로 자신의 역할을 십분 다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길을 가기 어렵다.

노태우 정부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했던 노재봉 총리는 학자 출신이었다. 자신의 생각을 소신으로 여기는 학자 출신이었지만 일단 비서실장이 되고 난 후의 노 비서실장의 행보는 대통령의 손과 발의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결국 누구보다도 대통령의 통치 철학을 잘 알고 있던 노 비서실장이 국무총리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였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참여정부 비서실장 시절 자신의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성심성의껏 보좌하는 역할에 충실했다. 지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살펴보면 임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성공에 최대한 이바지하는 역할을 해야 다른 운명의 문을 여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

임실장에 대한 비서실장직 수행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호의적인 편이다. 알앤써치가 데일리안의 의뢰를 받아 지난 10월 29~30일 실시한 조사(전국1006명 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6.9%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임종석 비서실장이 비서실장으로서 일을 잘하고 있는지 잘 못하고 있는지’ 물어본 결과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48.9%로 절반에 가까웠다.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는 38.7%였다. 대체로 양호한 평가로 보인다.

현 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이 되는 진보층과 호남지역 응답층의 평가는 훨씬 후하게 나타난다. 정치성향이 진보적이라고 응답한 층에서 임 비서실장에 대한 긍정평가는 65.3%였다. 부정평가는 23.9%에 불과했다.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호남지역에서 임 비서실장에 대한 긍정평가가 67.5%로 거의 10명 중 7명은 좋은 점수를 주고 있다.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고작 14.8%였다.(그림1).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임 비서실장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비서실장직을 수행하는 동안 계속 좋은 평가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칫 대통령 비서실장의 역할에 어긋나는 행보를 보이거나 지나친 정치적 행보로 야권의 공세에 내몰린다면 어떤 평가가 내려질지 예측하기 힘들어진다. 같은 조사 기관의 지난 4월 평가보다 임 비서실장에 대한 평가는 내려갔다.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받는 정치적인 현상으로 보이지만 최근 집중적으로 견제 받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운명의 문을 열기 위해서라도 ‘성공적인 비서실장’이 되어야 한다는 첫 번째 운명은 매우 중요하다.

임 비서실장이 두 번째로 마주한 운명의 길은 차기 대선 후보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대통령 비서실장직에 오른 순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임 비서실장을 앞 다투어 차기 대선 후보 주자로 물망에 올려놓고 있다. 비서실장이지만 현실 정치인인 임 비서실장이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는 것이 부자연스럽지 않다.

수려한 외모와 현란한 언변을 가진 매력적인 지도자로 보는 유권자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당장은 비서실장직에 충실하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장관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특히 본인의 전문 분야로 이해되는 남북관계의 주무장관인 통일부 장관으로 나갈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는 카드로 보인다.

여기에 불과 2년이 채 남지 않은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에 여당의 간판 스타로 출사표를 던지는 길이 열려 있다. 청와대가 있는 지역이고 대한민국 정치 1번지라 불리는 종로 출마 가능성을 거론하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임 비서실장을 차기 대선후보로 보는 더 큰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찾게 된다. 불과 10여년전 노무현 정부의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은 두 번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본선 무대를 밟았다. 문 대통령의 당선 배경은 지난 정부의 국정 농단에 따른 분노한 유권자들이었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을 가슴보다 더 깊은 사랑으로 아꼈던 노무현 대통령의 후광 효과가 없었다면 대선 승리가 쉬웠을까.

문 대통령에게 최우선 과제는 한반도의 평화이고 남북관계의 불가역적인 진전이다. 문 대통령과 앞좌석과 뒷좌석으로 한 배를 타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임종석 비서실장이다.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는다면 임 비서실장이 차기 대선 후보들 중 간판주자로 부상하지 말란 법도 없다. 하지만 당장의 경쟁력에는 의문 부호가 달린다. 리얼미터가 CBS의 의리를 받아 지난 10월 29일~11월 2일까지 실시한 조사(전국2506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0%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7.2%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범진보진영 차기 대선후보주자 중 누구를 지지하는지’ 물어본 결과 임 비서실장에 대한 지지율은 3.1%에 불과했다.

선두를 달리는 이낙연 총리와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세부 분석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임 비서실장에 대한 지지는 3.3%로 전체 결과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대통령 지지층에서 임 비서실장의 지지율은 3.8%였다. 호남지역에서는 3.1%의 지지율이다. 조사 결과에 나타난 수치로 본다면 야권에서 집중 공세를 하는 것과 별개로 아직 충분한 경쟁력이 확보되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오히려 지난 몇 개월간 차기대선후보로서 임 비서실장의 경쟁력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같은 조사기관의 지난 8월 27~31일 조사(전국2507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0%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7.3%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임 비서실장의 지지율은 3.8%였다. 전체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민주당 지지층과 대통령 지지층에서 각각 4.3%, 4%로 최근 조사 결과보다 더 나은 수치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내용은 호남에서 6.3%의 지지율로 나타났었다(그림2).

지난 2개월여 동안 임 비서실장의 차기 대선 후보로서의 경쟁력은 되레 약화된 모습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자리에 있으면서 차기 대선 후보로 부상되는 모습 또한 부자연스럽다. 일각에서 분석하는 것처럼 야권의 집중적인 비판 공세가 오히려 임 비서실장에게는 약이 될지도 모르겠다. 임 비서실장의 두 번째 운명의 문인 차기 대선 후보 이미지는 아직 미완성이다. 아니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여론조사 결과가 차기 대선후보로서 임 비서실장의 현재를 말해 주고 있다.

임 비서실장이 만나게 되는 세 번째 운명의 길은 북한이다. 남북관계를 의미한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의 견인차는 남북관계다. 경제 문제로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지만 아직도 50%대의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하는 일등공신이 정상회담이었다. 국민들은 아직도 지난 4월 판문점에서의 제 1차 남북정상회담을 못 잊고 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고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지난 9월의 평양정상회담은 단순한 감동을 뛰어넘어 충격적인 감격이었다. 능라도 경기장에서 평양시민 15만명을 향해 한반도의 평화를 이야기하고 통일을 희망하는 우리 대통령의 모습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런 감동적이고 감격적인 현장에 빠지지 않은 인물이 임 비서실장이었다, 단순한 수행이 아니라 남북회담의 중요한 핵심 구성원 역할이었다.

비서실장이 되기전의 정치인 임종석에 대한 이미지는 사뭇 달랐다. 학생 운동권의 스타 이미지를 가졌던 임 비서실장은 현실 정치권에 들어온 후 입지를 단단히 굳히지는 못했다. 비슷한 연령대의 정치인들이 광역단체장에 도전해 성공하고 대선후보로 발돋움하는 와중에도 임 비서실장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지 못했다. 급기야 재선에 성공한 이후 정치적인 견제와 시비에 휘말리며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서울시 부시장을 맡기도 하고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대중들의 관심은 다른 스타 정치인에게로 기울어져 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빅카인즈(Big Kinds) 시스템을 통해 임 비서실장이 국회에 입성한 2000년부터 비서실장에 임명되기 전인 2017년 4월 30일까지 연관어 분석을 한 결과 소속정당이었던 민주당이 가장 관련성이 높게 나타났다.

그 외에 민주통합당의 한명숙 대표, 정무 부시장, 불법정치자금, 이인영, 송영길, 김영춘, 성동 등의 연관어가 등장한다. 상징적인 가치와 연관되는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 지극히 일반적인 정치인들의 경력에서 발견되는 정당 이름과 소속 정당의 대표 그리고 관련된 다른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의 이름에 그치고 만다(그림3).

하지만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이후 임 비서실장과 연관되는 단어들은 의미가 있는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비서실장으로 사실상 지명된 지난 2017년 5월 11일부터 올해 11월 8일까지 임 비서실장에 대한 빅카인즈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해 본 결과 청와대가 가장 큰 관련어로 등장했다. 청와대에서의 존재감이 뚜렷하다는 의미다. 보좌 대상인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그 뒤를 이었다. 그 외 정치적 가치 측면에서 두드러진 연관성은 바로 남북관계였다. ‘남북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라는 단어와 관련성이 돋보였다.(그림4)

언론 보도에 많이 노출된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임 비서실장의 정치적 가치가 남북관계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비서실장이 되기 전에 빛을 내기 힘들었던 가치가 비서실장에 오른 순간 선명해졌다. 차기 대선 후보가 되는 인물이 반드시 갖추어야할 덕목이 지도자로서 차별적으로 가지고 있어야할 가치다. 임 비서실장이 남북관계라는 가치를 언제까지 어떤 모습으로 더 발전시켜나갈지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비서실장이라는 자리가 자신의 가치를 만들 기회를 제공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남북관계에 기여하는 이미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물론 문 대통령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지난 정부로 돌아가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소통이라는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국정농단이 탄핵의 결정적 이유였겠지만 소통이 부족했다는 객관적인 사실 역시 사라지지는 않는다. 만약에 김기춘 비서실장이 박근혜 대통령은 갖추지 못한 국민소통의 역할과 가치를 구현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가정이 나오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는 한국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비서실장 자리 역시 막중하고 또 막중하다. 트러블 대통령인지 트위터 대통령인지 분간하기 힘든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심정은 어떨까.

켈리 비서실장은 갖가지 배경을 가진 백악관 구성원들 문제로 산전수전을 다 겪고 있다. 대통령의 딸에다 사위 그리고 선거 공신들까지 북적이는 백악관내에서 비서실장이 자신의 역할을 다 해내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켈리 비서실장은 얼마나 비서실장 자리가 힘들었으면 언론을 향해 ‘백악관 비서실장은 신이 내린 벌 같다’는 소회를 털어 놓기도 했었다.

미국의 역대 백악관 비서실장 자리는 더 나은 자리로 가는 징검다리 조차 아니다. 우리의 경우 청와대 비서실장을 거쳐 주요 요직에 오르고 심지어 대통령 자리까지 올라간 사례가 있지만 미국은 비서실장을 마지막 자리로 여기고 정치권에서 은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의 비서실장이 가지는 정치적 의미와 미국 사회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이 가지는 의미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기능적으로 돌아가는 미국 정치에서 백악관 구성원들은 더 전문성있는 인력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비서실장은 인력관리에 집중되는 경향이 우리보다 훨씬 뚜렷하다. 우리나라 비서실장의 역사를 들여 보더라도 항상 비서실장의 발탁이 정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학자를 선택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전두환 정권때 비서실장을 역임하다 아웅산 테러 사건으로 안타깝게 순국한 함병춘 비서실장은 대학교수 출신이었다. 노태우 정부의 노재봉과 김대중 정부의 이상주도 학자출신이다. 보통 5년 임기동안 4~6명 정도의 비서실장을 발탁하는데 정권의 마지막 비서실장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인물이었다. 노태우 정권의 정해창, 김영삼 정부의 김용태, 김대중 정부의 박지원, 노무현 정부의 문재인 비서실장 등은 대통령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는 성격이 강하다. 임 비서실장이 현 정권 내내 비서실장 자리에 앉아있을 것으로 보는 전망은 많지 않다.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지만 객관적으로 임 비서실장 앞에는 3개의 길이 놓여있고 이 길을 가기 위해 3개의 문을 열어야 한다. 현재로서는 누구도 결과를 알수 없다.

첫 번째 길은 비서실장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혼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첫 번째 관문은 통과하게 된다. 386의 대표주자였지만 정치권에서 이렇다 할 족적을 보여주지 못한 임 비서실장의 두 번째 길은 차기 대선이다. 이해찬 당대표는 20년 집권을 외쳤지만 임 비서실장이 20년이나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서실장이라는 자리의 무게가 큰 탓이겠지만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난 임 비서실장의 대선 후보 경쟁력은 아직 미미하다. 언제까지 용의 발톱을 숨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칼자루를 집어 든다면 그 파괴력은 보여주어야 한다.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 대선후보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해진다.

실상 차기 대선후보로 가는데 있어 더 중요한 세 번째 길이 ‘차별적인 가치’ 즉 대북관계 전도사로서의 이미지를 잘 가져가야 한다. 대선 후보로서 경쟁력은 아직 충분치 않지만 남북 공동선언 이행추진위원장의 가치는 나름 인정받는 상태인 것으로 분석된다. 비서실장이 되기 전 흔하디흔한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임 비서실장이 걸어가야 할 세 번째 길이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듯이 임 비서실장에게 놓여있는 운명의 3가지 길 역시 동시에 걷기 어렵다. 임 비서실장이 걸어야할 길은 사실상 전인미답이다. 왜냐하면 누군가에게 주어지는 길은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는 오롯이 임 비서실장의 판단과 정치적 감각에 달려있다.

임 비서실장을 포함해 ‘가지 않은 길’을 가야하는 모든 정치인들에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야말로 금과옥조가 되지 않을까. ‘단풍 든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더군요. 몸이 하나니 두 길을 다 가볼 수는 없어. 나는 서운한 마음으로 한참 서서 잣나무 숲속으로 접어든 한 쪽 길을 끝 간 데까지 바라보았습니다. (중략) 오랜 세월이 흐른 다음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 하겠지요. 두 갈래 길이 숲속으로 나있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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