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종주국 대한민국, 안팎으로 휘둘리며 위기감 팽배해져
대한체육회장 "스포츠가 아닌 게임" 발언에 e스포츠 업계 발칵
주무부처인 문체부에서 명확한 입장 정리 및 육성안 제시해야
  • 데일리한국 경제부 황대영 기자
[데일리한국 황대영 기자] "박 과장이 벌인 비리 때문에 사업이 비난받아야 할까요? 비리를 걷어내고 사업성만 본다면 오히려 매력적이지 않나요?"

tvN 드라마 '미생(未生)' 중 원인터내셔널 인턴사원인 장그래(임시완 분)가 3팀 오상식 과장(이성민 분)에게 박종식 과장(김희원 분)이 비리를 저지른 요르단 중고차 수출 사업을 재개하자면서 한 말이다. 한참을 망설인 오 과장은 장그래의 사업 아이템을 검토하고 임원 회의까지 거치면서 결국 요르단 중고차 수출을 재개하는 데 성공한다.

드라마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 대한민국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바로 e스포츠 업계에서다. 대한민국은 각종 집약적 인프라와 대중들의 높은 게임열을 통해 우아한 e스포츠라는 말을 만들어낸 성지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e스포츠협회(KeSPA) 회장인 전병헌 전 정무수석과 그 측근이 뇌물수수와 관련된 비리 의혹에 휘말리며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블리자드의 PC게임 스타크래프트 등장 이후 급속도로 발전한 대한민국 e스포츠는 FPS(1인칭슈팅게임), RTS(전략시뮬레이션), MOBA 장르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에서는 대한민국의 e스포츠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육성 정책까지 펼치고 있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e스포츠 선수들은 전 세계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일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8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은 대한민국 e스포츠의 관심과 열기를 나타냈다. 지난 2014년 이후 4년 만에 다시 대한민국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은 2만6000명의 관객이 현장을 가득 메웠다. 심지어 유럽 팀과 중국 팀의 대결인데도 대한민국 관객이 80%에 육박했다.

8일 시장조사기관 뉴주(Newzoo)에 따르면 올해 e스포츠 시장 규모는 9억500만달러(약 1조원)로, 3년 뒤인 2021년에는 16억5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평균 20%를 상회하는 고성장이다. 여기에 방송을 통한 광고 등 시청 수익이 더해지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드라마 미생처럼 모진 풍파를 겪은 대한민국 e스포츠는 안팎으로 위기에 처한 상태다. 내부적으로는 투자 감소로 인해 전문 인력의 해외 유출이 빈번하고, 외부적으로는 e스포츠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체성 혼란까지 오고 있다. 이런 사태를 수습하고 업계를 이끌어가야 할 KeSPA 회장 자리는 지난해 7월부터 공석이다. 드라마에서 키맨인 장그래와 오상식 과장이 없는 상황이다.

현실과 드라마는 확실히 달랐다. 특히 외부적인 요인은 더했다. 미생 드라마에서 원인터내셔널의 사장(남경읍 분)은 오 과장의 발표를 듣고 흡족해하며 사업 진행을 최종 승인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원인터내셔널 사장 역할을 맡은 것이나 다름없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e스포츠에 대해 "스포츠가 아닌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찬물을 확 끼얹었다.

e스포츠에 대한 규모와 투자는 이미 중국에 추월당한지 오래다. 대한민국 e스포츠는 허울뿐인 종주국 타이틀만 지니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런 와중에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e스포츠 경기장을 건립한다는 투자책을 밝히며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투자책을 밝히기에 앞서 대한체육회와 e스포츠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가 더욱 시급하다.

드라마 미생의 전반적인 맥락은 해피엔딩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e스포츠 업계의 미래는 해피엔딩이 될지 아니면 새드엔딩으로 끝맺음할지 오리무중이다. 다만 전환점 없이 이대로 진행한다면 바둑용어 '미생'의 결과물인 '사석(死石)'이 될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질수 밖에 없다. 업계뿐 아니라 장그래, 오 과장이 포진한 주무부처 문체부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현재의 난국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묘수'를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기자소개 황대영 기자 다른기사보기
데일리한국 뉴스스탠드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미디어네트워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18/11/08 08:05:08 수정시간 : 2018/11/08 08:05:08
AD

오늘의 핫 이슈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