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 교수 "파괴적 혁신기업이 국내에서 잇달아 탄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손연기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손연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 교수] 여장절각(汝牆折角)이란 말이 있다. '당신집 돌담이 아니었으면 우리집 소 뿔이 부러졌겠느냐'는 뜻이다. 어려운 경제 사정에 온갖 이유를 찾아내고 남탓 하기는 쉬울지 모른다. 하지만 자영업까지 '질식사'할 정도의 응급상황에서는 부질없는 시간낭비일 뿐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기술경쟁 시대에서 먹고 살길을 다시 찾아내기 위해서는 일분일초도 아쉽기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 아마존 등 거대 지능정보 기업들은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미국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통 산업에 변화를 가미해 고급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것이 한 예다.

과거 대한민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성장과 시장 호황으로 다양한 부가산업이 만들어지고 중견기업이 성장하는 모습과 닮은 꼴이다.

하지만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세계적 유니콘 기업의 순위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을 찾기가 어렵다. 반면 중국에서는 약 이틀에 한번 꼴로 줄줄이 유망기업들이 탄생하고 있다. 기업 가치가 국가경쟁력인 시대인 만큼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보화는 우리가 주변국 보다 빨랐지만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 유망한 비즈니스를 성장기업으로 이끄는 생태계 조성이 미진한 것이 지금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본다. 다만 과거 우리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시장호황으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여러 분야의 중견기업을 양산한 경험을 잊지 않는다면 아직도 기회는 살아있다.

인공지능 기술경쟁에서 우리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경제발전을 모색하는 시기에 '여장절각'의 남탓하는 분위기는 인공지능 등 새로운 산업발전의 골든타임 찾기에 걸림돌이 될뿐이니 백해무익할 뿐이다.

따라서 일자리 감소와 자영업 경제위기 상황도 남탓 하듯 해외에서 찾지 말고 우리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일이 급선무다. 일자리는 민간에서 나온다. 정부에서 직접 일자리를 만들 수는 없다. 이 두가지 원칙은 확실히 전제로 깔고 가야 한다. 다만 정부의 역할이 좋은 산업을 만들고 씨앗을 틔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은 그 나라의 실질적 국력을 지탱하는 주춧돌이 된다는 점도 확실히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지능정보 기술의 출연으로 인한 일자리의 변화와 증감을 지금 짐작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 주요국 경제는 양질의 일자리 수는 정체되거나 줄어들면서도 일반적인 서비스 직종의 일자리는 포화상태를 보이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자동화 기술의 발달로 상당수 서비스업의 일자리가 인간에서 기계로 대체된다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 분명하다.

일자리 부족과 소득양극화에 안성맞춤인 정책적 처방은 따로 없다. 결국 지능정보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일만이 정답이다.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막강한 힘을 지닌 기술들이 우리에게 큰 기회를 제공할수 있도록 긴장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갖고 육성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웹(web) 이전의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고, 인터넷 없이는 하루도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월드 와이드 웹(www)처럼 혁신적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 우리나라에서 활짝 만개할 수 있는 생태계 환경과 본질적 육성책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해법이다.

아울러 최근 남북관계가 급격히 진전된 바탕에는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경제성장의 힘과 높아진 국가위상이 있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산업 역사의 변곡점에는 강력한 기업들이 혜성처럼 등장하곤 했다. 정보화 메인프레임 시대의 IBM과 개인컴퓨터 시대의 마이크로소프트, 모바일 시대의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바로 주인공들이다. 이렇듯 우리도 4차 산업시대의의 큰 흐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거대기업이 등장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만들고 유도해야한다. 새로운 기술과 산업은 거대기업이 탄생하는 진정한 토양이다. 거대기업은 직접적인 고용과 더불어 수 많은 협력업체와 수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잉태하고 만들어내는 위력을 발휘한다. 지능정보시대에 지역경제를 정상화 하고 회생시킬 수 있는 본질적 기반은 다름아닌 기업임을 다시한번 상기할 필요가 있다.

누가 산업의 미래를 물었을 때 과연 어떤 이가 정확히 예견할 수 있겠는가. 정답은 없다. 다만 시급한 일은 분명히 있다. 우선 4차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선점하기 위해 '파괴적인' 혁신기술을 적극 개발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적극 지원해야 한다. 특히 기존 제조업의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도록 고성능의 컴퓨팅기술이 필요한 소재, 물류, 제약 등 다양한 영역에 지능정보기술이 융합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지능정보 사회의 본질을 꿰뚫어봐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국민들의 절박함을 인식한다면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내 이웃이 망해가고 내일 출근할 곳이 없어지는 상황은 말 그대로 공포 그 자체다. 우리는 이미 무엇이 강점이고 당장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감각적으로 알고 있다. 역사적 성공경험이라는 DNA가 우리 몸속에 살아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거창한 고민도 세월만 보내는 입씨름도 사상누각처럼 별 의미가 없다. 지금의 경쟁은 어느 나라가 파괴적 혁신기업을 더 많이 만들고 기술선점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싸움이다.

현존하는 생존 위협을 경제성장으로 연결시키려면 지능정보산업의 본질을 꿰뚫어야 봐야 한다. 직관력을 최대한 살려나가면서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이는 결국 파괴적 혁신기업의 몫이며, 정부는 이같은 생태계를 조성해 경제가 성장가도를 힘차게 달릴수 있도록 분위기와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 손연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 교수 프로필

1958년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그후 미국 유타주립대(Utah State University)에서 사회학과 학사를 거쳐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석-박사(사회학) 학위를 취득했다.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학과장을 거쳐 한국정보문화센터에서 기관장으로 일했으며, 한국정보문화진흥원(현 한국정보화진흥원 · NIA) 원장과 한국지역정보개발원(KLID) 원장을 역임했다. 전국민 1000만 정보화교육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는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중이며, 데일리한국 객원 논설위원도 겸임하고 있다. 전자정부, 지역정보화, 스마트시티 전문가로서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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