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감] ‘도박중독’ ‘내진설계’ ‘성범죄’ ‘화재대비’…“개선 시급”

지난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법재판소 및 헌법재판연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 의원들을 위해 생수와 1회용 종이컵 등이 준비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지난 10일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매년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소속 상임위원회의 피감기관을 상대로 ‘날카로운 질의’를 준비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일약 ‘스타’로 떠오르기도 한다. 선출직의 특성상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국회의원에게 국감은 대정부질문·각종 청문회와 더불어 유권자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번 국감의 키워드로는 사법농단을 비롯해 △고용세습 △사립유치원 △고용악화 △남북관계 △한미공조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탈원전 등을 꼽을 수 있다. 모두 정밀한 검증이 필요한 현안들이다. 국민 실생활에 직결된 민생 사안을 짚어보는 것 또한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번 국감에서 주요 현안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한 민생현안들을 짚어본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등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30 도박중독 환자 급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은 “10대 청소년과 20대 청년층 도박중독 환자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확인한 결과 도박중독 환자 3명 중 2명은 ‘2030’ 청년층으로 전체 도박중독 환자의 6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2013~2017년) ‘도박 관련 질병 환자 현황’에 따르면 도박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3년 787명, 2014년 751명, 2015년 925명, 2016년 1113명, 2017년 1119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연령별 진료인원 비율을 보면 전체 환자 4695명 중 30대가 36.7%(1723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20대 28.2%(1326명), 40대 17.1%(802명) 순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청소년과 청년층의 도박중독은 그 피해가 평생 겪어야 할 고통으로 남을 수 있어 매우 심각한 질병”이라며 “도박중독과 예방 치유에 대한 통합적, 체계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치약 마모도 표기해야”

보건복지위 소속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구강건강을 위해 치약의 주성분인 연마제 함량에 따른 ‘마모도’를 표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신의 칫솔질 습관과 칫솔모 강모에 맞지 않는 연마제가 함유된 치약을 사용하다 흔히 발생하는 질환인 ‘치경부마모증’으로 치료받은 급여 환자수가 2015년 109만6140명에서 2017년에는 121만9360명으로 11%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비급여를 제외한 치경부마모증의 총진료비(환자본인부담금+보험자부담금)는 2015년 851억600만원에서 2017년 987억5500만원으로 약 1000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신 의원은 “치경부마모증 질환의 발생 원인은 치약의 연마제 성분 함량과 밀접하다”며 “그러나 식약처는 치약의 연마제 성분 함량에 따른 마모도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이 24일 오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작년 영양위험 임산부·영유아 8만3000명”

신 의원은 또 정부에서 영양상태가 우려되는 임산부·영유아에게 영양섭취를 지원하는 ‘영양플러스 사업’의 수혜대상자 중 12%가 지원대기 상태인 것으로 나타나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제출받은 ‘영양플러스 사업 연도별 수혜자·대기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영양위험 우려로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수혜대상자가 8만3988명에 달했다.

또한 작년 한 해 연평균 1만183명이 즉시 영양지원을 받지 못하고 대기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 의원은 “영양플러스 사업의 취지를 고려하면 영양위험상태에 빠진 임산부·영유아에게 최대한 빨리 영양식품을 지원해야 한다”며 “그런데 정부는 연중 대기자수 규모 정도만 파악하고 있을 뿐, 수혜대상자의 대기기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양플러스 사업은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80% 이하인 가구의 임산부·영유아 중 △빈혈 △저체중 △성장부진 △영양섭취상태 부실 등 영양 위험요인 보유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영양식품을 적시에 공급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 의원은 “작년 우리나라 가임여성 1명당 합계출산율이 1.052명까지 떨어지는 등 저출산 기조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양플러스 사업의 대기자수와 대기기간을 최소화할 방안을 즉시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중복흡연 부르는 궐련형 전자담배”

보건복지위 소속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궐련형 전자담배와 다른 유형의 담배와 중복 흡연하고 있어 금연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8.04-09 금연클리닉 등록자 중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 현황’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금연클리닉에 등록한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 4799명 중 전자담배만 흡연하는 사람은 2937명(61.2%)이고, 나머지 2071명(43.2%)은 다른 유형의 담배와 중복 흡연하고 있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일반 궐련형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를 중복해서 흡연하는 사람은 1842명(88.9%), 니코틴이 함유된 액상형 전자담배 흡연자 110명(5.3%),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궐련형 전자담배와 함께 태우는 사람은 33명(1.6%)이었다.

김 의원은 “최근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과 별도로 전자담배가 중복흡연으로 금연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자담배 흡연자들이 금연에 성공할 수 있는 정부의 세심한 대책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25일 오전 광주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광주광역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아파트·고층건물, 화재에 취약…합선 시 화재대피경보 無”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한정 민주당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다수 아파트와 고층건물이 화재가 발생해도 경보가 울리지 않아 안전에 취약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1982년 제정된 ‘소방시설기준에 관한 규칙’은(현행 ‘비상방송설비의 화재안전기준’) 화재 시 경보를 알리는 비상방송설비는 배선이 합선되더라도 다른 층에 화재 경보가 울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점검 결과, 합선이 됐을 때는 화재대피경보가 다른 층에 방송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선 시 방송을 내보내는 앰프에 전기충격이 가해지면서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지 않아, 앰프에 연결된 모든 스피커에서 대피경보가 나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와 고층건물 대다수가 이러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방송설비는 전국 69,398건이 설치되어 있다.(경기 1만7034건, 서울 9366건 등)

김 의원은 “그동안 책임 있는 관계기관의 묵인·방치 아래 국민들은 화재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었다”며 “소방당국은 전국의 아파트와 고층빌딩을 일제 점검하고 신속히 개선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해당 건설사와 건물주는 이에 따른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23일 오전 청주시 충북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충북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구조대원·응급환자 모두 힘들게 하는 구급차 진동”

구급차 운행 중 진동 등의 문제로 구조대원과 응급환자 모두에게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행안위 소속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구급차가 환자를 이송하는 과정에서 구조대원과 환자에게 모두 위험이 되고 있다”며 “구조대원과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구급차성능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정확한 자세로 심폐소생술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65%(327명)의 응답자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으며, 진동과 흔들림으로 인해 구조대원들이 의료행위 중 부상을 당하는 비율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상의 원인 중 35%가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하는 도중에 부상을 당했고, 37%가 환자 침대 위치를 이동하는 중에 부상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의원은 “특히 심폐소생술 등 긴급 의료활동이 어렵다고 하는 부분은 매우 심각하다”며 “심폐소생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살아나더라도 뇌에 손상이 남을 수 있다. 국민의 안전과 소방관의 안전 모두를 위해서 구급차의 성능개선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후삼 의원이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서울시 30년 이상 노후 하수관로 50%, 지반지하 ‘빨간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후삼 민주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반침하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30년 이상 된 하수관로는 전체의 50%에 달했고 20년 이상으로 넓히면 약 70%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하수관로 10,682km 중 20년 이상이 7540km로 70.6%를 차지하고 30년 이상 된 하수관로는 5382km로 50.4%를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지반침하의 66%가 노후 하수관로 때문으로 밝혀지고 있고, 전국 지반침하 발생건수 4580건 중 3581(78%)건이 서울에서 발생해 서울시의 노후 하수관로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5년간 서울시의 노후 하수관로 정비 실적을 보면 606km에 불과해 30년 이상 된 하수관로 5382km 중 11%에 불과해 노후된 정도에 비해 개선정책의 추진은 미진하다.

서울시의 하수관로 정비계획 및 예산 현황을 보면 30년 이상 노후 하수관로 5382km중 개발예정지 등을 제외한 2720km에 대해 실태조사한 결과, 긴급 보수대상인 308km를 2017~2020년까지 정비할 예정이다.

이 의원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시정의 제1과제가 되어야 한다”며 “한해 서울시 예산이 32조원인 걸 감안하면 현재의 정비 실적은 다소 미진하다. 서울시가 시민 안전을 위한 투자는 과감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김석기 의원이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서울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내진설계율 19%”

국토교통위 소속 김석기 한국당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서울시 내진설계대상 건축물 50만개 중 19.0%(9만 4000여개)만이 내진성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내진설계의무대상 49만 7096동의 건물 중 주거용 건물 39만 916동, 비거주용 13만 1143동을 포함한 52만 2059동의 건물이 내진성능을 확보하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은 “서울은 큰 지진이 없어 시민들이 지진에 대해 안전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고층건물 등이 밀집되어 있어 지진이 발생하게 되면 대단히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대형인명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평상시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서울지하철 성범죄 5년 간 76% 증가…9호선, 10배 급증”

국토교통위 소속 임종성 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에서 발생한 성추행·불법 촬영 등 성범죄가 5년 동안 7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지하철 9호선에서 발생한 성범죄는 5년 새 10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에서 발생한 성범죄는 총 1811건으로 지난 2013년(1026건)과 비교해 76% 증가했다. 특히 9호선은 지난 2013년 43건에서 지난해 471건으로 10.9배나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전체 역사가 30개인 9호선에 지하철 경찰대는 4개 역사(29명)에 그쳐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임 의원은 “시민의 발이 돼야 할 지하철이 각종 성범죄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다”며 “특히 성범죄 발생률이 급증한 9호선의 경우 대처 인력 증원과 함께 증차 등 역사 내 혼잡률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이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서울지하철 1~8호선, 4곳 중 1곳 ‘스프링클러’ 미설치”

또한 임 의원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1~8호선 277개 역사 4곳 중 1곳은 화재 초기 대응을 위한 스프링클러 설비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설치 역사 중에는 한 해 4000만명이 이용하는 삼성역을 포함해 1000만명 이상 이용 역사가 22곳이었다.

임 의원은 “하지만 서울교통공사는 소방법 상 건설 당시에 설치대상이 아니었다는 이유를 근거로 현재까지 설비 개선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5일 오전 광주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광주광역시 국정감사에서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서울시, 소방차 진입불가·곤란 지역 ‘전국 최다’”

행정안전위 소속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소방자동차 진입 장애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에 소방차 진입곤란 지역이 410개소, 진입불가 지역은 234개소로 전국 1356개소 중 644개소로 가장 많고, 그 구간의 길이는 188km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소방차 진입곤란·불가 지역에 대한 방안으로 소방호스 또는 호스 릴 등을 소방용수시설에 연결하여 화재를 진압하는 시설이나 장치인 비상소화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소방청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진입곤란·불가 지역에 비상소화장치 평균 설치율은 58.4%다.

그러나 강서구의 경우 진입곤란·불가 지역이 52개소(1만2,674m)로 서울시에서 가장 많지만, 소방차를 대신할 비상소화장치는 14구간 26.9%만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 의원은 “화재가 발생하면 골든타임에 소방관들의 화재장소 접근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러나 서울시 내에 소방차 진입이 불가하거나 곤란한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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