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치권·시민단체·소비자 "도입 필요" 한 목소리

유통망 "통신비 인하 효과 적고 대량 실직자만 양산"

이통사, 선택약정할인 의무 사라져…제조사 '신중'

10일 과천 정부청사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상 국정감사에 출석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창민 기자

[데일리한국 박창민 기자]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국정감사를 계기로 이통사, 유통망 등 이해관계자들의 찬반 논란이 과열되며 업계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유통망 첫 실태조사에 조만간 착수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완전자급제는 단말기 구입과 통신서비스 가입을 완전히 분리하는 제도다. 판매점에서 단말기를 산 뒤 통신사 대리점을 찾아 요금제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분리된 유통 구조에서는 이통3사가 유통망이 단말기 판매한 대가로 지급하던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이 사라져 유통망에 타격이 예상된다.

완전자급제는 지난해에도 논란이 됐다. 당시 정부 부처와 모든 이해관계자, 시민단체가 모여 출범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완전자급제 도입 대신 기존 시행 중이던 제한적인 단말기 자급제를 활성화하기로 결론을 내리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지난 10일 과기정통부 국감에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완전자급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며 다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가계통신비 인하" vs "인하 효과 불확실"

서울시내 한 휴대전화 판매점. 사진=연합뉴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 정치권, 시민단체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통사도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완전자급제 도입 이후 25% 선택약정할인 유지 여부는 고심 중이다. 반면 유통망은 적극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제조사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진 않지만 단말기 가격 인하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이다.

찬성 측은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단말기 가격·통신요금이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완전자급제로 제조사 간 경쟁이 활성화되면 단말기 가격이 내려가고, 이통사가 판매장려금(보조금)을 통한 출혈 경쟁을 멈추면 더 저렴한 요금제나 더 많은 서비스 혜택이 나와 결과적으로 가계통신비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반대 측은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불확실하며 영세 유통망만 대거 정리될 것"이라 전망한다.

이들은 삼성전자가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국내 단말기 시장에 저렴한 해외 단말기가 본격 진입해도 경쟁이 활성화되기 어려워 단말기 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내다본다.

통신요금에 관해서도 2014년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시행 후 이통3사가 마케팅 비용 절감으로 이익은 늘었지만 이는 요금 인하로 이어지지 않았던 만큼 완전자급제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관측한다.

◇ 정부·정치권·시민단체·소비자 "도입" 한 목소리

10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국감에서 유영민 장관은 "완전자급제 도입에 찬성한다"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시장이 건강하게 가격 경쟁에 나설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완전자급제가 다시 논란의 중심이 되는 도화선이 됐다.

김성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제조사가 경쟁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단말기 값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완전자급제를 도입해야 단말기 가격경쟁을 유도해 가격을 내릴 수 있다"고 주문했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통사 마케팅비용 8조 중 절반이 판매장려금으로 흘러갔다"며 "이통3사가 판매장려금 지급을 통한 출혈 경쟁에서 요금인하 경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는 지난해 9월부터 김성태(자유한국당)·김성수(더불어민주당)·박홍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완전자급제 법안이 계류 중이다. 김성태 의원은 내달 초 기존 법안보다 강화된 새로운 완전자급제 법안 발의를 예고했다.

소비자와 시민단체도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9월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동통신시장 유통구조 소비자 설문조사' 분석 결과, 완전자급제 찬성 의견은 72.3%로 지난해 조사와 비교해 16.3%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22일 이통3사가 휴대폰 이용자에게 부당한 차별금을 지원했는지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이통3사가 단말기 유통시장에 뿌린 불법 초과지원금이 지난 한 해만 약 1조5917억원"이라면서 "유통 구조의 근본적 개선을 위해 완전자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유통망 "7만 종사자 대량 실업" 반발

지난 16일 전국대리점협의회 창립식에서 박선오 SK텔레콤 전국대리점협의회 초대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제공
반면 유통망은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불분명하고, 중소유통망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판매장려금이 없어지면 대량 실업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단통법 시행 이후 3만3000여개던 중소유통망이 2만여개로 줄었고, 지금도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완전자급제가 도입돼 판매장려금이 없어지면 영세유통망 2만여 곳에 종사하는 7만여명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된다며 도입에 맞서고 있다.

유통망은 도입 반대에 필사적이다. 10일 유 장관이 찬성 입장을 밝히자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이하 KMDA)를 중심으로 판매점들이 17~18일 이틀간 SK텔레콤의 신규 가입을 거부, SK텔레콤 가입자가 443명 순감하기도 했다.

KMDA 측은 "전 세계 어디에도 완전자급제를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며 "현재 국회에 발의된 3건의 완전자급제 법안에 중소유통망 보호를 위한 조항이 없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대량 실업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선오 SK텔레콤 전국대리점협의회 회장은 "완전자급제가 아닌 기존 (제한적인 단말기) 자급제를 활성화 쪽으로 사회적 논의기구(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에서 결론 난 사안"이라며 "(완전자급제 추진은) 골목상권을 대기업 유통으로 대체하려는 음모이자, 보편요금제 등 요금인하 압박을 벗어나려는 통신사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 이통사 "선택약정은?"…제조사 "단말기 가격 인하 '회의적'"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해 10월 국회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박정호 사장은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통사는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체로 찬성하지만, 그 배경에는 25% 선택약정할인이 사라진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반면 정부는 선택약정할인이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의 핵심인 만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선택약정할인은 단통법상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지원금에 상응하는 혜택을 줘야 한다는 조항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에 완급자급제가 시행되면 단통법이 폐지돼 이통사는 선택약정할인을 할 법적 의무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정부는 선택약정할인은 반드시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 소비자가 해외에서 구매한 단말기에 대해서도 일정 기간을 약정하면 이통사가 할인해주고 있는 것처럼 법적 의무 여부를 떠나 의지의 문제라는 관점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선택약정할인을 하더라도 25%보다 낮은 요율이 적용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사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단말기 가격 인하에 대해선 회의적인 분위기다.

삼성전자 한국총괄 김진해 상무는 지난해 9월 갤럭시노트8 미디어데이에서 완전자급제 논의에 대해 "단말기 유통 구조를 바꾸는 것이어서 속단하긴 어렵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며 "고용 등 유통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진해 상무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이어서 단말기 가격을 한국시장만 높게 하거나 낮게 하긴 어렵다"면서 "완전 자급제가 시행되면 가격이 많이 내려갈 것으로 시장이 기대하지만 거기에 온도차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26일 종합국감에 이통사와 제조사가 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종합국감에는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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