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우 데일리한국 산업부 차장
[데일리한국 이정우 기자] 오는 10일부터 진행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증인과 참고인 채택이 마무리됐다.

이번 국감에서 대기업 총수 소환은 예년보다 크게 줄었으며, ‘단골 증인’인 삼성·현대차·SK·LG그룹 등 4대 그룹 총수는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특히,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경기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누출사고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증인 신청했으나 여야 협의 과정에서 제외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LG그룹이 증여세 탈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국감 출석이 점쳐졌지만 증인 명단에서는 빠졌다. 이들 총수를 대신해 기업 대표 또는 본부장급 실무자가 국감 증인으로 채워졌다.

이는 국회가 지난해부터 ‘국감 증인신청 실명제’를 도입하면서 과도한 증인 요구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데다 그동안 총수들을 불러다가 군기잡기나 망신주기로 일관했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경제가 좋지 않은 만큼 국가나 기업이 협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총수를 부른다면 되레 ‘역풍’을 맞을 수도 있으니 그런 부분도 감안하지 않았나 싶다.

재계의 한 관계자도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법적인 심판을 받고 있는 마당에 반도체사업장 사고는 지엽적인 부분인 만큼 총수를 부르기에는 명분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면서 “민주당은 경제가 어려운데다 현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측면이 있고 국회도 기업 기 살리기에 대한 공감대가 좀 형성되지 않았다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부차적인 문제에 대해선 계열사 대표나 임원을 소환하더라도 이슈에 대한 해명 등 실효성 측면에서 꼭 필요한 경우에는 총수 출석이 필요하다.

아무튼 올해 국감에서 총수 출석 요구가 줄어든 것은 군기잡기식이 아닌 실무국감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이전 국감을 떠올리면 일부 국회의원들이 기업 총수를 불러 놓고 질문은 거의 하지 않은채 그냥 병풍처럼 세워놓거나 총수에게 사안과 관련 없는 대답을 요구하며 윽박지르거나 호통치는 모습이 뇌리를 스친다. 다만 실무국감으로 바뀐다면 그같은 일은 훨씬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정치적 이슈'에 휘둘려 기업인들의 경영활동이 위축되거나 왜곡될 소지도 없지 않다.

일례로 농어촌상생협력기금과 관련해 민간기업의 ‘기부실적 저조’를 이유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서경석 현대자동차그룹 전무,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 정도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이종현 롯데지주 전무 등 5대 기업 대표급들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는 자칫 ‘기부 강요’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재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과거에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수장을 국감에 부르는 경우가 있었다”며 “체육관 등 복지시설을 짓기 위한 기부를 염두에 두고 폐수환경오염 문제를 거론하며 해당 회사의 수장을 국감에 소환해 ‘무언의 압력’을 넣는 게 이와 비슷한 예가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올해는 총수들에게 호통이나 치는 보여주기식 국감이 아니라 민생과 경제에 힘을 실어주는 국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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