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외교·안보·통일 2일 경제 3일 교육·사회·문화…남겨진 어록들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지난달 18일부터 사흘간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이유로 일부 일정이 연기됐던 국회 대정부질문이 재개됐다. 1일 외교·통일·안보 분야를 시작으로 2일 경제 분야를 거쳐 4일 교육·사회·문화 분야에 이르기까지 여야 의원들은 정부 정책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펼치며, 자신들의 가치를 높이려 안간힘을 다하는 모양새였다. 남겨진 어록들을 돌이켜봤다.

◇ “북한에 빌려준 돈, 청년 실업자 43만명 250만원씩 지급 가능”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1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 관련 남북경협에 사용될 비용 문제를 언급하던 중 “북한에 빌려준 돈을 모두 받으면 청년실업자 43만명에게 250만원씩 지급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유 의원은 ‘북한에 차관 형식으로 빌려준 돈이 약 1조2000억원 정도 된다’는 이 총리의 답변에 “그렇다면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이 지금 10%를 넘어섰는데, 43만명 정도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다만 이 의원의 이 같은 지적은 청년 취업 문제를 위한 정부 예산이 별도로 편성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간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의 복지 정책에 관해 한국당이 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진정성이 의심되는 발언으로 비춰졌다.

유 의원도 이를 의식했는지 “제 얘기는 계산을 하면 그렇다는 것”이라며 “청년실업자 43만명에게 250만원씩 줄 수 있는 큰 돈이라는 의미이고, 그저 북한에 ‘퍼주기’ ‘애정공세’만 하는 건 국민들의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 “북한이 친미(親美) 국가가 되지 말라는 법 없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이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고 친미(親美) 국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베트남을 방문해 “북한이 제2의 베트남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발언한 것을 인용한 것이다.

미국과 베트남은 지난 1964년 8월부터 약 10년 동안 전쟁을 치렀고, 이 과정에서 약 300만명의 베트남인과 5만8000명의 미군이 사망했다. 하지만 양국은 1995년 국교를 정상화하고, 현재는 군사동맹 수준에 버금가는 우호적 관계로 변모해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베트남을 방문하는 등 관계가 진전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이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생각보다 친북좌파 정부는 아니네요?”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이낙연 총리에게 “생각보다 친북좌파 정부는 아니네요?”라고 농담을 던져 이목을 끌었다.

하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조선중앙TV와 남한의 KBS를 서로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는 방안을 합의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에 이낙연 총리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어려움이 있다”고 답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총리는 하 의원이 만족스런 표정으로 “생각보다 꽤 보수적으로 답변을 하시네요?”라고 웃음을 짓자 “언제나 국민(정서)과 함께 가는 정치를 하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이날 질의에 앞서 모두발언에서는 최근 한반도 평화분위기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보수도 새 시대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누가 한반도 미래의 주인인지 국민들은 재평가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 “세상에 전쟁을 부추기는 정당이 어디있나”

정양석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래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될 동안 대북정책에 관한 야당의 의견이 정부여당에 온전히 전달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세상에 전쟁을 부추기는 정당이 어디있겠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정 의원은 “정부와 여당은 한국당이 당연히 내야 할 우려의 목소리를 수용하지 못했고, 한국당은 전쟁을 부추기는 정당으로 낙인 찍고, 선거에서 재미도 좀 보셨다”며 이같이 말했다.

평양정상회담을 계기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북미대화가 다시 물꼬를 트면서 그간 북핵문제에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워온 한국당을 ‘한반도 평화 조성의 훼방꾼’ 이미지로 인식하는 일부 여론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되는 대목이었다.

◇ “이건 제가 한 얘기가 아닙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하나하나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제안을 남북이 함께 실현할 수 있도록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북측에 제안하고자 한다”고 힘줘 말한 뒤 “이 제안은 제가 쓴 것이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문’을 그대로 읽어드린 것”이라고 말해 의석에 앉아있던 한국당 의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통일을 위해 지금부터 하나하나 준비해 나가야 한다는 (박 전 대통령의) 이 연설문은 오히려 지금 시기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 의원은 또 “통일의 기회가 다가오는데도 놓치면 천추의 한이 될 것이기 때문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준비하는 게 이 시대 정치인의 사명”이라고 역설한 뒤 “이 얘기 역시 제가 한 얘기가 아니고, 김무성 한국당 의원님이 2014년 새누리당 통일경제교실에서 한 말씀”이라고 말해 다시 한 번 한국당 의원들의 허를 찔렀다.

박 의원은 이어 “분단 70년만에 찾아온 통일의 기회, 그리고 남북화해의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준비하는 게 이 시대 정치인의 사명이라는 (김 의원의) 말씀에 저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 질문에서 자유한국당 유기준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요란 떨지 않아도 일본은 ‘상생의 틀’ 잘 만들어진 사회”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2일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요란 떨지 않아도 ‘상생의 틀’이 잘 만들어진 사회”라고 비교했다. 일부 야당과 언론에서 최근 경제악화의 주범으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지목하는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민 의원은 “(일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협력업체 간 임금격차 등에서 상생의 묵계 같은 것이 돼있기 때문에 사회적 안전망, 즉 상생의 틀이 잘 만들어진 사회”라고 설명했다.

민 의원은 또 “독일의 경우 임금(소득)주도성장을 실시한 결과 정규직이 10%가 늘고, ‘미니잡(소규모 소득 일자리)’가 대대적으로 줄어드는 성과를 만들었다”며 “(그로 인해) 동서독 간 최저임금 차이가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고 강조했다.

◇ “상위 10%가 국민소득 48.5% 차지”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중병,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공정한 경제질서 회복없이는 더 이상의 한국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이 의원은 “지난 정부는 대기업을 육성하면 투자자와 고용이 늘고, 소비가 살아나는 이른바 ‘낙수효과’로 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며 “실상을 보면 우리나라 상위 4대 재벌기업이 전체 기업 이익의 67%를 차지(OECD 한국경제보고서)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대기업의 소득은 그동안 1.8배 늘었지만, 이들이 낸 세금이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1.5%에서 오히려 1.4%로 감소했다”며 “고용부담률도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상위 30대 기업집단의 고용 비중은 2.7%에 불과하고, 개인간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며 “소득 상위 1%가 전체 국민소득의 14%를, 상위 10%가 전체 국민소득의 48.5%를 차지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 “고장난 레코드판이 또 돌아가는 것 같다”

박맹우 한국당 의원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을 강조하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 ‘고장난 레코드’라고 불렸던 것을 언급했다.

박 의원은 “전임 장관은 1년 내내 정권 코드를 맞춘다고 매일 탈원전 소리를 되풀이해서 하다못해 우리(한국당)가 고장난 레코드라고 불렀다”며 “성 장관은 실무적으로 유능하고 신망이 두터운 장관이신데, 이제 임명되지 않았느냐, 성 장관도 고장난 레코드가 될 것이냐”고 쏘아 붙였다.

박 의원은 성 장관이 직접적인 답변 대신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 중 전력 부분 현황에 대해 설명하려 하자 “벌써 지금 레코드판이 (또) 돌아가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자유한국당 이철규 의원이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육·사회·문화 대정부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부의 책임 범위는 어디?”

이철규 한국당 의원은 4일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용산참사 권고안’이 ‘과도한 공권력 행사·부적절한 인권침해’를 지적한 것을 언급하며 “적법한 법 집행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도대체) 정부의 책임 범위는 어디냐”고 분개했다.

이 의원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용산참사 진압 과정에서 경찰의) 작전 실패는 많은 국민들의 희생을 따르게 했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면 결국은 정부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자 이같이 반박했다.

이 의원은 “정부의 책임이라는 건 (희생당한 국민을)위로하는 정도를 벗어나선 안 되는 것”이라며 “경찰의 법 집행이 잘못됐다는 진상조사위원회의 판단, 이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은 누가 준 것이냐”고 거듭 질타했다.

이 의원은 “범의 집행은 시대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용산참사) 당시엔 지금처럼 평화적인 집회 시위가 일상화되지 않았고, 폭력이 난무하던 시대였는데, 과연 경찰이 어떤 방식으로 진압했어야 하는지 장관께서 대안을 말씀해 보라”고 다그쳤다.

이에 김부겸 장관은 “앞으로 어떤 시위조차도 결국 국민의 안전과 생명, 또 마찬가지로 공권력을 집행하고 있는 경찰관도 존중받아야 한다”며 “앞으로 시위를 책임지는 분들도 그런 점에서는 엄격하게 국민들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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