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엔총회 연설에서 무역전쟁의 타당성 언급해

중국의 무역관행에 대한 날선 비판으로 시장 우려 확산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전문가칼럼=조하현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현지시간으로 9월25일 개최된 유엔(UN)총회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전쟁에 대한 강경한 의지와 물러설 뜻이 없다는 점을 전세계에 보여줬다.

특히 중국을 직접 겨냥하면서 앞으로는 무역관행이 불공정하게 이루어짐으로 인해 미국 노동자나 기업들이 피해를 보거나 속지 않게 하겠다며 수위높은 발언을 함으로써 시장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에서 무역전쟁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금과 같은 보호무역주의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은 예측가능한 것이었다. 이미 중국산 제품에 대해 9월 24일부터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을 발표한 상태였고 나아가 내년부터 세율을 25%로 인상하겠다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무려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부과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지난 7~8월에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가 이미 이뤄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중국산 제품 절반 정도가 관세부과 대상이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미·중 양국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정제되고 부드러운 발언이 나올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중국 역시 이에 질세라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제품에 5~1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미 기존 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1,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다.

이런 양국의 보복조치는 결국 미국 므누신 재무장관과 중국 류허 경제담당 부총리의 만남 일정까지 취소시키며 향후 양국 관계의 불확실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G2국가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이와 같은 힘겨루기는 일종의 경제 헤게모니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향후 협상의 재개도 쉽지 않아 보인다. 설령 협상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순조롭게 타결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듯 싶다.

이러한 G2 국가간의 무역전쟁은 전 세계의 교역을 침체시킬 것이며 소규모 개방경제국가인 우리나라는 그로 인해 상당한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단순히 양국 간의 경제적 대립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신냉전 시대가 찾아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들린다.

즉 최근 러시아에서 벌어진 동방-2018훈련에 중국이 대규모 군대를 파견하고 여전히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서는 미국이 해군 군함을 파견하며 중국 견제에 나서는 등 군사적 긴장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실질적인 충돌로 이어진다면 단순히 미·중 경제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를 구렁텅이로 내몰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미·중 무역전쟁의 흐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좀 더 깊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창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다시 한 번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의 질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점은 예견된 일이었다. 실제 무역전쟁의 서막은 트럼프대통령이 시작했고 중국이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해 내세운 ‘제조 2050’계획이 미국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이런 반발을 의식해 중국은 대내외적인 홍보를 중단하기도 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2017년을 기준으로 중국이 3752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무역적자를 미국에게 선사했다는 것이 달갑지 않았을 것이고 특히 중국이 첨단산업에까지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는 야욕을 보이자 미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크게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미국이 올해 3월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고율 관세를 매기며 무역전쟁의 서막을 알리자 중국 역시 미국 수입품에 대해 15~25%의 보복 관세를 통해 맞대응했다. 특히 가능성은 낮았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은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각하는 카드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트럼프는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강조하며 기존의 미국대통령과는 달리 동맹국에도 무역협정의 전면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특히 G7회의에서 전통 우방국인 캐나다 트뤼도 총리와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유럽연합(EU) 역시 미국의 보호를 받았지만 경제적 이득만 추구하고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었고 트럼프는 한미 FTA 재협상을 일관되게 요구해왔다. 결국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 개정안 협정에 서명하게 됐다.

이처럼 사실상 기존의 외교적 틀이나 관행을 모두 깨고 오로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트럼프의 모습은 예측 불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미국의 이익에 의해 좋은 파트너와 나쁜 파트너로 나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미국의 입장에서 좋은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면 오히려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쉽게 해답을 찾거나 타협점을 도출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현재로서는 협상을 통해 단기간에 해결될 것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미국과 중국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만큼 양국이 양보보다는 자존심을 내세울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무역전쟁이 장기화된다면 치킨게임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만큼 양국 뿐만 아니라 세계 무역과 경제에 대한 피해도 시간이 갈수록 급증하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장단기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이 중국과의 막후 협상을 통해 극적인 타결을 이끌어내기를 기대한다.

■ 조하현 교수 프로필 :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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