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문재인 정부에 미운털 박혔나'…한진그룹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사정기관만 무려 11개 기관-압수수색 횟수만 18번

[데일리한국 이창훈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일 오전 검찰에 또 다시 소환됐다. 조 회장이 포토라인에 선 것은 올해 들어 네 번째이고, 조 회장 일가로는 14번째다. 현재 한진그룹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사정기관은 11개 기관이며, 관련 압수수색은 18회에 달한다.

이를 두고 재계와 법조계에서는 “특정 그룹을 상대로 이 정도의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이 많다. 재계 일각에서는 한진그룹에 대한 ‘사정 광풍’에 대해 “청와대가 조 회장에게 물러나라는 시그널(신호)을 직접적으로 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20일 “조 회장 일가의 ‘갑질 문제’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적 항공사를 상대로 지나칠 정도의 '표적 수사'가 이뤄진다면 자칫 국적 항공사의 평판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항공을 상대로 한 과도한 수사가 국적 항공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외국 항공사들이 반사이익을 보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와 관련해 2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개 사정기관, 한진그룹 ‘조사 중’…관련 압수수색만 18회

지난 4월12일 ‘물컵 갑질’로 촉발된 한진그룹 사태는 5개월이 지난 현시점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한진그룹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 사정당국은 경찰, 검찰, 관세청, 법무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총 11개 기관에 달한다.

조 회장 일가 자택을 포함해 한진그룹과 계열사를 상대로 진행된 압수수색 횟수도 18회에 이른다. 경찰은 4월18일, 4월19일, 7월11일, 9월4일 등 4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벌였고, 검찰도 5월24일, 5월25일, 5월29일, 5월30일, 5월31일, 7월18일 등 5차례나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 외에도 관세청, 출입국관리소,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도 조 회장 일가와 한진그룹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을 상대로 진행된 압수수색 횟수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압수수색을 몇차례 경험한 국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사정당국이 특정 기업을 상대로 5개월만에 18회에 걸쳐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최근 기업을 상대로 한 사정당국의 압수수색은 정도가 좀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불편한 심기를 털어놨다.

대한항공 보잉 787-9. 사진=대한항공 제공

◇“국적 항공사, 국제적 평판 실추 우려…외국항공사 반사이익 볼 수도

항공업계와 항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한항공뿐 아니라 국적 항공사들을 상대로 한 과도한 수사와 제재가 국적 항공사들의 국제적 평판을 실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새나오고 있다. 국적 항공사의 국제적 평판 실추가 중국이나 일본 등 외국항공사들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우려이기도 하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갑질 문제’ 등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대한항공 등 국적 항공사를 상대로 한 수사나 제재는 궁극적으로 국적 항공사의 국제적 평판을 하락시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현재 대한항공은 중국이나 일본의 대형 항공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국제적 평판 악화로 중국이나 일본의 외국항공사들이 반사이익을 보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항공업계에서는 국적 항공사를 향한 사정당국의 수사나 제재 수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토부의 진에어 면허 취소 검토나 제주항공의 90억원 과징금 처분 등을 보면 항공업계에 대한 당국의 제재 수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왜 이렇게 까지 하는지 의문이 들수 밖에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국토부는 진에어의 외국인 등기이사 불법 재직 논란과 관련해 면허 취소 처분을 검토하다가, 지난 8월 면허 취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토부는 또한 제주항공이 리튬배터리 장착 제품을 운송했다며 항공사 역대 최대 과징금인 90억원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국토부의 이 같은 처분에 대해 재심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사정당국, ‘대기업 옥죄기’ 심각…“반기업 정서 확산 우려”

재계에서는 “대기업을 상대로 한 과도한 압수수색 등 사정 광풍이 반기업 정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올해 들어 삼성그룹을 위시해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SK그룹, 롯데그룹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표 기업들이 압수수색이라는 사정당국의 '철퇴'를 피하지 못했다. 검찰이 지난 4월부터 ‘노동조합 활동 방해 의혹’ 등과 관련해 삼성을 상대로 압수수색한 횟수는 총 8차례에 달한다. 단기간에 여러 대기업이 '압수수색'이라는 가시밭길과 쳇바퀴를 맴도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대기업을 상대로 사정당국의 압수수색이 지속적으로 진행됐지만, 관련 의혹과 관련해 기업인을 상대로 청구된 구속영장은 대부분 기각됐다”며 “‘무조건 털고 보자’는 식의 압수수색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실제로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5번의 구속영장 신청·청구는 모두 기각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각되지 않을때 까지' 계속해서 구속영장 청구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관측마저 나도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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