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는 군사적 긴장완화의 핵심…"남북정상, 공동성명으로 평화체제 도출해내야"

김정은, '비핵화 시간표' 직접 언급?…"종전선언은 체제보장에 필수란 인식 심어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공동취재단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18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은 한반도 평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전망이다.

한 해에 남북 정상이 세 번이나 만나는, 분단 70년 이래 감히 상상하기 힘들었던 장면이 펼쳐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무슨 의제를 가지고 어떤 대화를 나눌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 2차 정상회담이 판문점이란 남북의 중간지대에서 펼쳐진 평화를 향한 ‘전초전’이었다면 이번 평양정상회담은 ‘비핵화의 심장부’에서 펼쳐지는 만큼 한반도 평화의 본격적인 막을 올릴 메이저 무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로 상호 신뢰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시간이 흐를수록 국내외에서 높아지고 있어, 이번 만남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주목도가 굉장히 큰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번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한 전제는 역시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평화체제 진전 여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비핵화 및 평화체제에 대한 구체적이고 진전된 안을 공동성명이란 이름으로 도출해낸다면 보다 성공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핵화 문제는 4·27판문점선언의 '2조'인 군사적 긴장완화의 핵심 사안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다만 핵은 북한의 체제보장과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에 남측의 비핵화 의지와는 별도로 단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비핵화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남북 정상의 ‘결단’을 미리 전망해보는 것은 매우 조심스런 일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도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철수 여부’는 이번 회담의 일차적인 군사적 긴장완화의 가장 우선적인 사안으로 지목할 수 있다.

GP철수 여부는 남측의 동맹국이자 한국전쟁의 정전 당사국인 미국도 남북한 긴장 완화와 상호 신뢰 구축에 좋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핵화 협상을 두고 교착 상태를 보이고 있는 북미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는 빈센트 브룩스 미한연합사령관이 지난달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 간담회를 통해 밝힌 발언에서 엿볼 수 있다.

브룩스 사령관은 “군사분계선이 그간 한반도에서 적대 상황이 재발하는 것을 막았기 때문에 (GP철수는)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할 문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동시에 북한과의 신뢰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남북은 지난 7월31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GP를 철수하는 방안에 대해 이미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에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을 통해 최종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와 함께 남북 정상은 군사분계선 MDL과 서해 북방한계선 NLL에서 군사적 적대행위를 해소하는 조치에도 합의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적대행위 해소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휴전선과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하는 육지, 서해 NLL을 중심으로 한 해상에서의 전쟁 공포 등을 완전히 종식시키는 것에 집중 노력하고자 한다”며 군사적 긴장완화에 최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을 계기로 비무장지대가 말 그대로 ‘비무장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아울러 비무장지대에 있는 6·25 전사자 공동유해발굴은 남북한 비핵화 논의의 지속에 중요한 도움이 될 조치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 사이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군사적 긴장완화가 이뤄진다면 북한의 (체제보장에 대한) 불안감도 덜어줄 수 있다”면서 “이는 비핵화를 위한 북미협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공동취재단
북미협상에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대목은 비핵화 문제뿐만 아니다. 북미간 줄다리기 협상의 핵심인 종전선언 문제도 있다.

종전선언은 김 위원장이 “종전선언은 한미동맹 또는 주한미군 철수와는 관련이 없다”고 언급하며 북미간 이견이 부각되기도 했던 문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지난 5일 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과 만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비핵화 실현”을 천명하면서 남측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신뢰도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간 북한과 미국은 누가 먼저 종전선언을 하느냐를 두고 강한 이견을 보여왔다.

북한은 미국에 선제적인 종전선언을 요구한 뒤 비핵화를 하겠다는 자세이고 미국은 그 반대 입장인 상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대북특사단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 시간표’를 언급한 것은 종전선언에 대한 가능성이 한결 높아진 것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또 김 위원장이 이번 회담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본인의 입으로 조금 더 구체적인 종전선언 시점을 ‘직접 거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최고 실권자인 김 위원장의 입이 아닌 대북특사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전언을 통해 종전선언 시간표가 나온 것은 조금 아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사실 종전선언이라는 것은 조약이나 협정이 아닌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지만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종전선언은 체제 안전 보장에 필수적인 확실한 평화체제’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면 이번 회담은 성공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지난달 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연기’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교착 국면’으로 끌고 갈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갔다면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빅딜에 대한 기대가 컸을 것”이라면서 “그 접점이 찾아지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분간 한반도 정세가 교착 국면을 쉽게 벗어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종전선언 문제를 둘러싼 남·북·미의 인식차를 얼마만큼 좁힐 수 있을지가 이번 평양정상회담의 성공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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