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희민 데일리한국 경제부 차장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혜성같이 나타났다가 유성같이 덧없이 사라진 정책이 있다.

비록 ‘5년 유예’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당시 정부가 그 정책을 시행했더라면 친환경차에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면서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도 선도적인 위상을 굳힐 수 있었을 것이다. 아울러 고용창출과 국부증진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을 공산이 크다.

바로 ‘저탄소차협력금제’ 얘기다. 저탄소차협력금제는 자동차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저탄소차에 보너스를 제공하고 상대적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환경부가 1000억원의 기금 조성에 성공하며 당초 2015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2014년 중반 무렵 산업부와 국내 자동차 완성차기업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쳐 세상에도 나오지 못하고 어둠에 묻힌 정책이다. 명목은 ‘5년 유예’였으나 1000억원의 기금은 지방 하수관거 개선 사업 등 토목공사에 쓰였다.

이미 흘러간 과거는 돌이킬 수 없지만 저탄소차협력금제가 예정대로 2015년 1월 시행됐다면 과연 어떤 변화가 왔을까.

3년전 당시 저탄소차협력금제가 시행되고 여기에 자극받은 현대기아차·GM·쌍용차 등 국내 자동차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수소차·하이브리드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에 적극적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상상은 노후화된 디젤 화물차의 수가 줄어 봄철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지금보다 훨씬 덜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돼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 등 전기차용 전지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큰 수익을 거뒀을 것이며 그것이 투자활성화와 고용창출로 이어졌을 개연성도 훨씬 높았을 터이다.

상상은 계속된다. 제주도에는 중국산 전기버스 대신 한국산 전기버스가 주로 다닐 것이며, 한국산 전기차가 세계를 누비며 수소차도 지금보다 더 많이 보급돼 친환경차의 내수시장 확대와 수출에 크게 기여하는 효자로 자리매김됐을 것이다.

문제는 저탄소차협력금제의 운명 앞에 조기성장의 기회를 잃은 친환경차 산업의 안타까운 사례가 지금 이순간에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 정부에서 에너지 신산업이라고 불리는 원전 해체산업을 비롯해 에너지전환 정책의 핵심가운데 하나인 풍력산업, 태양광산업이 그렇다.

원전해체산업은 원전을 계속 지어야 한다는 세력 때문에 시작하기도 전에 흔들리고 있다. 또한 이미 중흥의 기회를 여러 차례 상실하고 만 풍력산업은 재기가 쉽지 않다. 태양광산업은 매출 성장세에 비해 이윤은 여전히 낮아 역시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야심차게 공언했던 에너지전환정책이 흔들거리며 후퇴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문재인정부는 과거 정부가 시행하지 못했던 '저탄소차협력금제' 폐기 이후의 멈춰버린 한국의 자동차 산업을 반면교사로 삼아 새로운 반전의 계기를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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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9/14 15:06:56 수정시간 : 2018/09/14 15: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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