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주가, 연초대비 24% 감소…시총 6조 증발

즉시연금 민원 급증, 968건…삼성생명 460건 '최다'

K-ICS·통합감독도 삼성생명에 부담…전자 지분 '골머리'

지난 4월 26일 열린 '소비자권익보호위원회' 출범식에서 현성철 삼성생명 사장(오른쪽)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생명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업계1위' 삼성생명이 실적과 고객신뢰, IFRS17 등 신제도 준비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취임 6개월을 맞이한 ‘재무통’의 현성철 사장의 리더십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현 사장은 삼성화재 부사장 시절 회사의 호실적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취임 당시부터 직원들에게 ‘영업력 강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상반기 실적은 오히려 후퇴했다. 또, 즉시연금과 암보험 등 문제로 소비자 신뢰도 추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가오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준비하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이같은 악재는 주가하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 종가 기준 삼성생명의 주가는 9만2600원으로 연초(12만2500)대비 24.4% 감소했다.

이 기간 삼성생명의 시가총액도 5조9800억원 증발했다.

지난 6월 21일 처음으로 9만원대까지 떨어진 삼성생명 주가는 다시 10만원대로 올라서는 듯 했으나 7월 이후부터는 한 번도 10만원대를 기록하지 못했다.

삼성생명 주가가 종가기준 9만원대로 하락한 것은 2016년 8월 9일(10만1000원) 이후 약 2년만이다.

◇삼성생명 순익, 주식 매각 이익 제외시 26% 감소

삼성생명의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수익성 부진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조4459억원으로 전년 동기(9467억원) 대비 4992억원(52.7%) 증가했다.

하지만 이중 대부분은 삼성전자 주식 매각 이익이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 5월 말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분리법)’상 10%를 초과하는 지분 매각을 위해 삼성전자 지분 2298만 주(0.35%)를 매각했다.

이를 제외한 삼성생명의 순익은 694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동기보다 26% 줄어든 수치다.

특히, 삼성생명의 2분기 보험이익은 358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2.5% 감소했다. 영업력 강화 목표가 아직까지 성과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의 올해 상반기 초회보험료(가입 후 처음 내는 보험료)는 5789억8600만원으로 작년 동기(8770억6700만원) 대비 33.9% 감소했다.

이같은 삼성생명의 실적이 발표되자 하나금융투자와 하이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소재 삼성타운 내 삼성생명 사옥 표지석 전경. 사진=삼성생명 제공

◇즉시연금·암보험금 문제로 소비자 신뢰도 ‘추락’

즉시연금 지급을 두고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삼성생명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성철 사장이 취임하고 삼성생명에는 소비자권익보호위원회가 새롭게 설치됐다. 소비자권익보호에 적극 나서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같은 삼성생명의 소비자 보호 강화 정책과는 달리 곳곳에서 소비자들의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즉시연금 사태와 관련해서는 금융감독원의 ‘일괄구제’ 방침을 거부하면서 소비자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해 11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만기 환급 재원으로 쌓은 책임준비금까지 모두 연금으로 지급하라고 결정한 뒤 3개월여 만인 지난 2월 분조위 결정을 수용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일괄구제 방침을 밝히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현성철 사장이 취임한 삼성생명이 “분조위 결정 수용은 분쟁 1건에 대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삼성생명이 분조위 결정을 수용한 이후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이 분쟁조정 1건 때문에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결정을 두 달 넘게 끈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삼성생명과 금융당국의 갈등은 소비자들의 비판으로 이어졌다.

삼성생명이 금감원 일괄구제 방침을 사실상 거부한다는 이사회 결정이 나오자 금융정의연대는 논평을 내고 “이번 사태는 삼성생명이 약관에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고, 고객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완전 판매임이 분명하다”며 “또한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금 문제에 관한 피해 사실을 소비자에게 먼저 알리지도 않는 등 최소한의 의무도 시행하지 않은 것이므로 이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삼성생명에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소비자연맹도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즉시연금 지급 지시를 거부하고 소송을 제기하려는 것은, 우리나라가 아직 집단소송이나 단체소송제도가 도입돼 있지 않아 소송에 참여한 자만이 권리를 구제 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금소연은 생명보험사 즉시연금을 가입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접수받고 공동소송까지도 준비하고 있다.

즉시연금 분쟁 관련 소비자 민원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홈페이지와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 즉시연금 전용 항목을 신설했더니 지난 7일 기준 968건의 즉시연금 분쟁 관련 민원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삼성생명이 460건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특히, 홈페이지 개편 이후 209건의 민원이 삼성생명에 몰렸다.

즉시연금 뿐 아니라 암보험과 관련해서도 삼성생명은 소비자들과의 갈등을 겪고 있다.

금감원이 ‘보험사 CEO간담회’를 개최한 지난 7일 은행회관 앞에는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 환자모임(보암모)'는 암보험금 미지급 등을 질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보험사의 부당한 처리로 암 환자들이 정당하게 받아야 할 치료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계속해서 집회를 열고 있다. 보암모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삼성생명 암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다.

실제로 보암모가 지난 4차 집회 시위에 참가한 277명을 대상으로 암보험 부지급 건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삼성생명이 5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처럼 소비자 분쟁 민원이 늘어나는 것은 보험사에 큰 부담이다. 보험은 소비자 신뢰가 가장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보험사들의 소비자권익 제고를 강조했다.

윤석헌 원장은 “보험이 소비자로부터 충분한 신뢰를 얻으려면 다른 산업보다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며 “그동안 보험업계가 나름대로 소비자권익 제고를 위해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은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원장은 “보험 가입은 쉬우나, 보험금 받기는 어렵다는소비자들의 인식이 여전히 팽배하다”며 “보험 약관은 이해하기 어렵고, 심지어 약관내용 자체가 불명확한 경우도 있어 민원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IFRS17·금융그룹통합감독도 삼성생명에 부담

생보업계 전체적으로 불황이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맏형'인 삼성생명에 거는 업계의 기대감은 크다.

현재 생보업계는 IFRS17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되는 상황이다. 이는 삼성생명도 마찬가지다.

또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보유에 따른 리스크는 더 커질 우려가 있다. K-ICS에서는 가격변동성이 있는 모든 주식을 주식위험으로 측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금융그룹통합감독도 삼성생명에는 부담이다. 삼성생명은 다른 보험사와는 달리 지배구조 개편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시행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하는 압박이 커진다.

실제로 금융위가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적용받는 삼성 등 7개사를 대상으로 통합감독의 적정자본 규제로 이들 금융그룹의 자본비율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삼성 금융그룹의 자본비율은 328.9%에서 110%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홍희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가 도입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중 자기자본의 15% 초과분이 추가 위험으로 필요자본에 가산돼 삼성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 비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게 된다”며 “금융 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삼성그룹 내 주력 자회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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