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정치권 올드 보이 귀환의 필연적 배경 살펴보니 영화 '올드보이'와 닮은 꼴"

‘안정감’ ‘인지도’ ‘복고풍’이 올드보이의 성공 키워드…‘올드 보이’가 대선까지 거머쥐는 ‘골드 보이’ 가능할까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영화 ‘올드 보이’는 공전의 히트를 쳤다. 최민식의 열연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영화와 완전 일치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줄거리는 다르지 않다. 극 중 인물인 오대수는 영문도 모르고 15년을 감금당한다. 죽고 싶은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어이없게도 15년만에 다시 납치된 장소에서 풀려난다.

세상과 격리된 채 십수년을 보내다 다시 정상적인 사회로 돌아온 오대수(최민식 분)는 말 그대로 어른 아이인 ‘올드 보이’다. 영화 내용을 보면 ‘올드 보이’는 모든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어린 시절 친구를 의미하는 ‘올드 보이’의 의미를 함께 담고 있다. 최민식이 자신을 감금한데 대한 복수심으로 산낙지를 잘근잘근 씹어 먹는 대목은 이 영화의 명장면이다.

영화 ‘올드 보이’는 2003년 한국 영화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작품이었다. 당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1년차였다. 15년이 흐른 지금 한국 정치에 ‘올드 보이’가 전면 등장했다. 영화의 재개봉은 아니다. 영화가 처음 개봉된 2003년의 노 전 대통령 시절, 한국 정치를 주름잡았던 인물들이 각 정당의 중심으로 귀환했다.

지난 8월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이해찬 의원이 당대표로 우뚝섰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올드 보이’ 정동영 의원은 민주평화당 당대표로 먼저 선택받았다. 지난 2일 전당대회를 통해 바른미래당 당대표로 전면 등장한 인물은 올해 일흔을 넘긴 손학규 전 고문이다.

정치권 ‘올드 보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대통령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김병준 교수는 임시 당대표 역할을 하는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받았다. 집권여당부터 야당에 이르기까지 각 당의 수장이 대부분 ‘올드 보이’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물론 ‘올드 보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우리 정치권의 ‘올드 보이’ 전성시대 또는 ‘올드 보이’ 황금시대 현상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정치적으로 볼 때 우리 국민들은 최근 몇 년간 매우 불안한 시기였다. 전직 대통령은 탄핵당하고 국정농단의 후유증으로 국정 운영 체계는 여전히 어수선하다. 경제는 몇 년 뒤를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여의도 정치권에 불어닥친 ‘올드 보이’ 열풍은 극도의 불안감으로부터 유래한다. 불안한 시기엔 안정감, 인지도, 복고풍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정치권 ‘올드 보이’는 안정적이며 인지도가 높고 정치 복고 바람을 잘 타고 있다.

정치권에 ‘올드 보이’가 전면 등장한 첫 번째 이유는 ‘안정감’이다. 외교안보적으로 남북관계가 많이 진전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가장 시급한 해결 과제인 북한의 비핵화는 지지부진하다. 남북 관계는 우리의 노력뿐 아니라 북한의 적극적인 변화가 핵심이다. 북한을 변화시키는데 있어 국제 사회의 영향력은 남북의 역할 이상이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어떤 태도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평화가 유지되기도 하지만 일촉즉발의 위기로 연결되기도 한다. 경제적인 불안감은 안보 불안 이상이다. 일자리는 정부의 계획대로 가시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고 각종 경제 지표는 맑은 날씨가 아니라 흐린 날씨다. 체감 경기는 더욱 그렇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8월 7~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3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5%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앞으로 1년간 우리나라 경제가 현재에 비해 어떻게 될 것인지’ 전망을 물어본 결과 ‘나빠질 것’이라는 의견은 44%였고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7%로 내년도 국가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특히 경제 사회적 변화에 민감한 가정주부층은 경제 전망에 더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47%나 된다. 그럼 안정을 추구하는 가정주부층에서 판단하는 다음 지도자는 어떤 인물 유형일까.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8월 27~31일 실시한 조사(전국2507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0%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7.3%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범진보 후보 중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누구를 선호하는지’ 물어본 결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12.1%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이낙연 현 국무총리로 10.7%였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순이었다. 널리 알려져 있고 대선후보 또는 장관까지 역임하는 등 대다수가 '안정적 느낌'이 강한 인물들이다. 최상위권 후보 중에 한번 들어보지도 않았고 한번 보지도 못한 인물은 없다. 가정주부층에서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인 인물을 선호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가정주부층에서 박 시장이 14.7%로 가장 높았고 이 총리가 12.5%였다. 정의당 심 의원은 10%였고 김 장관이 9.2%였다.

정치인의 오랜 경험은 유권자들에게 ‘안정감’이라는 긍정적 울림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기득권 옹호에만 골몰하는 ‘올드 보이’는 대중으로부터 '소환'받기 힘들다. 다른 진보 인사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경쟁력이 주목되는 인물이다. 현직 대표가 아니지만 지난 대선에서 ‘토론 잘하는 정의로운 누나’로 중무장한 긍정적 이미지는 고스란히 살아있다. 마치 미국의 대선후보 버니 샌더스처럼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 군 사이에서 자웅을 겨루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긍정적 의미의 ‘올드 보이’다. 시민 사회 단체의 선두 주자로 각광받던 그가 처음 서울시장으로 정치권에 진입한다고 했을때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민선 3선 서울특별시장의 반열에 올라가지 않았는가. 여기에 더해 차기 대선 주자 군 중의 선두그룹으로 우뚝 서있다. ‘올드 보이’ 무대에 올려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이낙연 총리는 4선의 국회의원을 역임한 후 전남지사 자리에 올랐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부름을 받았다. 스스로 차기 대선 후보임을 말하지 않았지만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강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이 총리는 문 정부의 초대 총리를 맡아 무탈하게 안정적으로 행정부를 챙기고 있다. 역시 안정감이 ‘올드 보이’ 시대의 중요한 배경이다.

‘올드 보이’ 전성시대를 가져온 또 다른 이유는 ‘인지도’다. 영화 ‘올드 보이’를 통해 수많은 스타가 배출됐다. 열연을 펼친 오대수 역의 최민식은 이미 연기실력으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영화 ‘올드 보이’로 월드스타 반열에 올랐다. ‘올드 보이’는 할리우드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배우 최민식은 외국 영화에 출연하는 기회도 가졌다. 극 중에서 최민식이 아버지인줄도 모르고 러브라인을 만들어가는 딸을 연기한 강혜정도 스타덤에 올랐다. 얄미우리만큼 악역을 잘 소화해낸 유지태의 차분한 연기도 발군이었다.

영화 ‘올드 보이’에 출연한 배우와 연예인들은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산다. 정치권 ‘올드 보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중의 인기와 신뢰가 없다면 ‘올드 보이’의 귀환은 불가능했다. 아무리 자질이 있는 정치인이라도 대중이 모르고 있다면 선택받기 어렵다. 정치권 ‘올드 보이’들은 오랫동안 정치 현장을 떠나지 않고 지켜왔다. 장관, 국무총리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고 대중들은 인지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김대중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직을 수행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무총리였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김영삼 정부에서 장관을 역임했고 4선 의원이었다.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경기지사 경력까지 있다. 지난 30여년간 한국 정치사의 한 획을 이어왔던 손 대표의 인지도는 매우 높은 편이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지난 1997년 대통령 선거 본선 후보다. 높은 인지도는 많은 경우 신뢰도로 이어진다. 연예인들이 신뢰를 필요로 하는 각종 금융상품 광고에 많이 출연하는 이유다.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들이 특정 금융상품 등에 가입했다고 하면 이유 없이 솔깃해진다. 인지도가 그만큼 중요하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범보수 후보 중에서 차기 대권 주자로 선호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물어본 결과 정치적 성향이 보수라고 응답한 층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5.9%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황 전 총리 다음으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김문수 전 경기지사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인물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황 전 총리는 초유의 국정농단시기에 대통령 권한 대행 역할을 했다. 국회의 탄핵으로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를 대신한 것이다. 정치적 평가는 엇갈리지만 인지도는 더욱 높아졌다. 지난 대선이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에 있는 황 전 총리마저 ‘올드 보이’ 귀환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지난 지방선거 서울시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고 자유한국당 차기 전당대회 출마설도 감지되고 있다.

하지만 보수 진영이 붕괴된 악조건 속에서 정당 정치에 동참할 가능성은 아직 불분명하다. 자유한국당 지지층내에선 더욱 영향력이 커 보인다. 황 전 총리가 34.7%로 보수층내의 선호도보다 높다. 홍준표 전 대표가 미국에서 재기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점도 인지도 높은 ‘올드 보이’ 현상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은 편이지만 재선 서울시장을 역임했고 다시 조명받고 있기 때문에 ‘올드 보이’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다.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관심을 받게 되는 서울시장 자리에 있었던 오 전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도 인지도 때문으로 보인다. 유명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살아남아 여러 자리에 얼굴을 내미는 것은 ‘인지도 효과’에 기인한다.

‘올드 보이’ 전성시대가 열린 마지막 배경은 ‘복고풍’이다. 영화만큼 새로운 분야를 쫓아가는 영역이 드물다. 각종 시각효과로 미래를 담아내고 현재의 변화를 주도한다. 그러나 흘러간 역사를 담고 있는 명작 또한 부지기수다. 영화같은 최첨단 분야라고해도 우리가 걸어왔던 길을 재조명하고 오늘날 되살리는 작업을 수도 없이 하고 있다.

깊은 감동을 자아내는 영화는 대개 지나간 인간들의 운명을 담고 있는 작품이 많다. 즉 새로운 세상을 추구하면서도 과거의 빛나는 시대를 재조명하는 복고풍 물결 역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정치권만큼이나 세대교체 요구를 많이 받는 집단도 드물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선전한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후보는 전당대회 내내 ‘세대교체’를 외치고 다녔다. 이해찬, 손학규, 정동영 등 ‘올드 보이’ 정치인들이 복고 바람을 탈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기존 정치 실험의 실패였다. 2011년 정치권에 혜성처럼 등장해 ‘새정치’ 바람을 불러왔던 안철수 전 대표는 미완의 대기 상태에 머물러있다.

이번 리얼미터 조사에서 안 전 대표는 범보수 차기 대권 후보 선호도에서 7.8%에 그쳤다. 이념적으로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중도층서 조차 8.8%밖에 되지 않는다. 안철수식 새정치를 기치로 제도권 정치에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지난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해 성공은 아직 없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 또한 마찬가지 경우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탁월한 토론 실력을 뽐내며 차세대 강력한 대권 후보로 부상했던 유 전 대표였다.

그러나 보수층을 대상으로한 차기대선후보 조사에서 9.2%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넘어서지 못했다. 서울시장으로 나섰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비교해 큰 차이가 아닐 정도다. 대구 지역을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유 전 대표는 대구경북지역의 선호도 결과에서 14.3%로 유의미한 성적을 보였지만 황 전 총리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유 전 대표는 젊은 세대의 관심을 많이 받는 차세대 정치인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못내고 있다. 리더십에도 구멍이 났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이후 대표를 맡았지만 당내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새정치를 부르짖었던 실험의 실패로 가장 많은 반사이익을 가져간 정치인들이 ‘올드 보이’다. ‘올드 보이’ 전성시대를 구가하도록 만든 복고풍의 진원지는 40대다. 40대는 특정 정파에 매몰되지 않고 중립적 판단이 두드러지는 90년대 학번이다. 범진보 대선 후보군 중, 40대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인물이 이낙연 전 총리다. 그 다음으로 이재명 경기지사였다.

진보성향이 매우 강한 인물 또는 문 대통령과 가장 호흡이 잘 맞을 것으로 보이는 친문후보가 40대의 이상적 지도자상으로 본 예상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문구점 앞에서 즐겨했던 오락기계를 집에 사다 놓는 것처럼 복고풍 열기가 ‘올드 보이’ 전성시대를 열어 놓았다.

나이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30대나 40대 정치 지도자들이 ‘올드 보이’ 정치인들이 주는 안정감과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면 복고 바람은 불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올드 보이’ 정치인들은 당원과 국민들의 선택을 받으며 각 당의 대표직을 싹쓸이 했다. 미래가 불확실한 국민들은 안정감을 주는 정치인을 희망했고 ‘올드 보이’ 당 대표들은 그 물음에 응답했다.

앞으로 당분간 이 현상은 지속되리라 본다. 왜냐하면 안보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불안한 심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추미애 당 대표시절 더불어민주당에서 쉽게 하지 못한 당의 정책 철학을 이해찬 당 대표는 거침없이 단행하고 있다. 안정감이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어려운 일이다.

‘올드 보이’가 전면 재등장한 또 다른 이유는 ’인지도‘다. 정치 휴업 선언한 황교안 전 총리가 보수층으로부터 가장 선호받는 차기 대선 후보였다. ‘올드 보이’ 황 전 총리가 높은 인지도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최근 뚜렷한 정치 활동이 없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보수층의 차기 대선후보 물망에 올랐다. 인지도와 분리해 설명하기 어렵다.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전 대표 등 유력했던 대선 후보들의 정치 실험 실패도 ‘올드 보이’ 전성시대가 펼쳐진 원인을 제공했다. 높은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40대들은 오히려 ‘구관이 명관’이라는 논리에 더 설득당하는 모양새다. ‘올드 보이’ 정치인들은 새정치 실험 실패로부터 오롯이 반사이익을 누렸다.

그런데 ‘올드 보이’가 대선까지 거머쥐는 ‘골드 보이’가 될까. 그야말로 대권까지 훨훨 나는 승천용이 될지 날지도 못하고 꿈을 접어야 하는 이무기가 될지 아직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리얼미터의 차기 후보 조사에서 이해찬 대표에 대한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는 2~3%에 그친다. 비슷한 연배의 이낙연 총리보다 한참 못 미치는 숫자다.

지난 대선에서 당의 결속을 위해 출사표를 던진 이 대표에 대해 위기 국면의 선장으로 생각하지만 신천지를 향해 떠나는 대권 잠룡으로는 보지 않는 여론조사 결과다. 손학규 대표 역시 현재로선 승천용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이번 조사에서 아예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았다.

존재감이 앞으로 더 부각되면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에 이름을 올리겠지만 아직 당내 영향력조차 제한적인 상태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대통령 선거 본선 진출자다. 비록 당선자와 현격한 격차였지만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린 기회였다. 민평당의 정치적 공간이 매우 좁다는 점이 정 대표의 발목을 잡는다.

비상한 위기 국면에 우리 정치권에 ‘올드 보이’ 전성시대가 열렸다. 풍부한 경험과 경륜으로 우리 정치권을 풍성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그렇지만 정치의 변화를 사람의 변화로부터 찾는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올드 보이’ 정치인들은 정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동력과 징검다리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커 보인다.

영화 ‘올드 보이’에서 최민식이 연기했던 ‘오대贅?遮?이름은 ‘늘만 습하며 살자’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무책임한 ‘올드 보이’의 인생관으로 읽힌다. 바로 그 오대수가 전달하는 강력한 메시지는 영화 속의 대사로 표현된다. ‘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 것이다.’ ‘올드 보이’ 정치인들의 현재도 미래도 모두 그들에게 달렸다. '올드 보이'가 '뉴 리더'로 거듭날지 여부도 사실은 그들 자신에게 달려있는 지 모른다. 국민이 결국 그들 가운데 '뉴 리더'가 정말 있는지, 있다면 그가 과연 누구인지 정확히 가려낼테니까.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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