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법은 법률상 배우자, 직계 존비속에게 1순위의 상속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혼으로 혼인관계가 해소되었거나 사실혼 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상속인으로서 권리를 주장할 수 없음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이혼 소송의 1심 판결 선고 이후 항소심 계속 중에 배우자가 사망하였다면 이 경우, 상대방 배우자는 상속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요?

A(아내)는 명절에 B(남편)와 다툰 후 가출하여, B를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요, 가정법원은 “A와 B는 이혼한다. 피고의 위자료 청구는 기각한다”는 판결을 선고합니다. 이에 A는 위자료 청구가 기각된 것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항소심 계속 중 B가 사망하게 됩니다.

A와 B의 이혼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A가 상속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자, 자녀 C는 A에게 상속권이 없음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는데요,

곽노규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C의 주장 내용은 이러합니다. “① 1심에서 이혼 청구 부분에 관하여는 A가 승소하였기 때문에 A는 위자료 청구부분만 항소를 한 것이다. 따라서 A와 B의 이혼은 확정되었고 A는 B의 상속인이 될 수 없다.

② A는 B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망인과 혼인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전혀 없었으므로 A가 B의 재산을 상속한다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

위와 같은 C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① 재판상 이혼청구권은 부부의 일신전속의 권리이므로 이혼소송계속 중 배우자 일방이 사망한 경우에는 망인의 사망과 동시에 소송은 종료한다. 따라서 이혼청구부분이 확정되었다는 주장은 이유 없다.

② B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A가 B와 혼인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B가 A의 사망으로 인한 상속권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이지 아니한다”고 판단하며, A에게 상속권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혼에 관한 1심 판결의 선고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판결의 확정으로 이혼이 성립된 것이 아니라면 배우자에게는 상속에 대한 권리가 인정된다는 것인데요, 이 경우 별거기간이 오래되었거나 등의 사정이 있다면 다른 상속인들은 기여분을 주장하거나, 혹은 배우자에게 상속결결사유는 없는지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곽노규 변호사]
▲ 이화여자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제53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43기
▲ 법무법인 산하 가사상속팀 수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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