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이터로 분석해 보니 문재인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너무 빼 닮아"
판박이인 3대 요소는‘개혁 행보’ ‘남북관계’ ‘경제문제’…지지율영향 3요소는 경제, 북한, 공공개혁 ‘경북공’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깊은 시름을 앓고 있는 국민들에게 인내심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5월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문 대통령은 인수위 없이 곧바로 대통령 업무를 시작했다. 국회에서의 조촐한 취임식부터 파격이었다. 국정 농단과 무너진 대통령 리더십에 가슴 아팠던 국민들에게 ‘사이다’같은 극적인 등장이었다.

취임식 이후부터 이어진 문 대통령의 파격적인 소통행보는 새로운 스타일의 대통령을 보게 만들었다. 이동 중간에 차에서 내려 국민들과 반갑게 셀카를 찍는 국가 최고 지도자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소통은 고사하고 불통 리더십에 신물이 났던 국민들에게 가슴 후련한 ‘사이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적폐 청산은 바탕이 되고 문 대통령의 소통이 밑그림이 되어 지지율 고공행진을 펼쳐왔다.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 공연단이 내려오고 우리 공연단은 평양으로 올라갔다. 보수층을 중심으로 가장 우려했던 남북관계에 급진전을 가져오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1주년 시점에 80%대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지방선거 여당 승리 이후 분위기는 급반전되고 있다. 경제 관련 악재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면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내리막길이다. 불과 석달 만에 약 20%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50%대 중반까지 주저앉았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20~22일 실시한 조사(전국1502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5%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6.6%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본 결과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55.5%였다.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도 40%에 육박했다(38.7%).

긍정 평가의 추락을 주목하게 되지만 부정 평가 상승 추세 역시 가파르다. 지난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 추세를 볼 때 염려스러웠던 점은 긍정과 부정 비율이 극단적으로 나눠지는 부분이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중립 지대에 서 있는 응답자는 고작 5.8%다. 적폐 청산과 파격 소통으로 절정의 지지율을 누리다가 경제에 일격을 당하는 모습은 흡사 김영삼 전 대통령과 판박이다. 마치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김 전 대통령은 ‘군부 종식’을 통해 집권하자마자 각종 개혁을 내걸었다. 김영삼 대통령에게 군부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전두환과 노태우는 지금으로 치자면 ‘적폐 1호와 2호’였던 셈이다. 하나회 척결을 통해 전직 대통령의 손과 발을 끊어 놓은 후 전광석화처럼 ‘군 개혁’을 단행했다. 개혁 대통령들의 지지율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높은 추세로 귀결됐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도 실은 적폐 청산 개혁의 산물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빼다 박은 또 하나의 공통점은 남북관계다. 남한의 군사정권과 불편했던 북한으로서는 김 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남북간의 평화적 교류와 화해분위기에 적극적으로 응답했다. 김 전 대통령은 김일성과 남북정상회담을 약속했다. 남북관계에 서광이 비쳤던 순간이었다. 남북 고위급 회담과 적십자 회담을 통해 준비해 나갔다.

그러나 취임 1년 반 정도 지나 1994년 7월 김일성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은 취소되었다. 김일성의 죽음과 함께 남북관계는 북한 핵문제로 끝도 없는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임기 마지막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지지율도 내리막길이었다. 문 대통령 역시 취임 1주년을 전후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며 남북관계의 큰 진전을 맛보았다. 대통령 지지율은 80%를 웃돌 정도였다.

하지만 북한 비핵화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남북관계에 대한 최종 평가는 예측불가다. 비핵화 문제가 순순히 잘 풀린다면 천만다행이다. 그렇지만 북한이 계속 핵무기 개발을 고집한다면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촉즉발 상황이 우려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 평행이론은 경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공통점에서 섬뜩할 정도다.

두 대통령은 개혁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임기 초반 남북관계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다는 점에서 판박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세계가 경악한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로 국민들의 지지로부터 멀어졌다. 그리고 IMF외환위기를 관리하지 못하고 한국 경제를 수렁으로 빠트린 원죄로 지지율은 곤두박질 쳤다. 경제가 문제였다. 문 대통령은 적폐 청산과 남북 관계의 쌍두마차가 지지율을 견인했지만 각종 경제 악재로 지지율은 미끄럼을 탔다.

일반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을 결정짓는 3가지 요인은 경제, 북한, 공공개혁이다. 머리글자를 따 ‘경북공’이라고 설명한다. 김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강한 개혁 의지를 보여줬고 보여주고 있다. 임기 초반만 놓고 보면 대북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빛을 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김일성과 정상회담을 약속할 만큼 관개가 진전되었고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 남북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으로 한 획을 그었다.

남은 과제는 경제다. 문 대통령과 많은 공통점을 가진 김 전 대통령은 결국 경제 실패를 초래하며 지지율이 와르르 무너졌다. 문 대통령은 경제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김 전 대통령(이하 YS)과 판박이 공통점을 보일까 아니면 ‘성공하는 경제 대통령’의 다른 길을 걸어갈까.

문 대통령이 YS와 판박이인 첫 번째 공통점은 ‘개혁 행보’다. 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촛불개혁민심’을 국정에 최우선적으로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적폐 청산을 국정 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내세웠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구속 수감되었다.

비리와 부패로 얼룩 진 지난 정부의 핵심 사업들은 법정에서 심판을 받았고 관련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은 경찰과 검찰의 칼끝을 피해가지 못했다. 취임 1년 동안은 지난 정부의 잘 잘 못을 파헤치는 시간이었다. 지난 정부에서 진행된 채용 비리, 예산 낭비가 도마 위에 올랐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기간 동안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엎고 고공 행진해 나갔다. 평창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이슈와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했던 올 초를 제외하면 문 대통령의 개혁에 대해 국민들은 높은 지지율로 호응했다.

높은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노무현 정권은 취임한지 수개월 만에 지지율 급락으로 좌충우돌했지만 문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적폐 청산과 사회 개혁 이미지를 유지했다. 한국갤럽이 분기별(3개월 단위)로 분석한 대통령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취임 첫 3개월 평균은 무려 81%였다. 그 다음 분기부터 순서대로 올 7월까지 75%, 73%, 68%, 75%로 물샐 틈 없는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초 대통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면서 위기 순간이 포착되었지만 남북 관계 진전으로 반전을 만들었다.

역대 대통령 중 문 대통령과 비슷한 ‘개혁 행보’로 지지율 대박을 터트린 인물은 YS다. 3당 합당으로 민주화 운동 진영의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천신만고 끝에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YS는 ‘군사 정권’의 때를 벗겨내는 개혁 행보에 착수했다. 전두환과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정치 기반이 바로 하나회였다. YS는 하나회 척결로 문민정부의 정통성과 군부를 부정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임시정부에서 찾으려 한 대목마저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과 다를 바 없다.

임기 첫해인 1993년 말에는 급기야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던 국립중앙박물관 철거 지시를 내리게 된다. 문 정부의 적폐 청산에 대해 보수 진영으로부터 정치 보복이라는 비판과 불만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YS 집권 당시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야심찬 개혁 작업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는 반발이 상당했다. 마치 해병대 기동 상륙작전을 하듯 YS의 ‘개혁 행보’는 취임 직후 1년여 동안 빛 샐 틈 없어 진행되었다. 국민 지지율도 반응했다. 취임 후 첫 분기 평균이 71% 지지율이었다. 그 후로 임기 1년차 되는 시점까지 각각 83%, 83%, 59%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기록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역대 대통령과 비교할 때 임기 1년차 가장 닮은 전직 대통령은 YS다. 두 대통령의 ‘개혁 행보’가 쌍둥이처럼 비슷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YS의 지지율이 판박이인 두 번째 이유는 ‘남북관계’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사망으로 '3김시대'는 막을 내렸다. 호사가들에게 3명의 김씨 성을 가진 유명 정치인을 비교해 보는 것이 다반사였는데 YS는 주로 개혁 행보로 설명한다. 필생의 라이벌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남북관계’로 기억된다. 왜냐하면 97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어 수평적 정권 교체를 하기 전 DJ의 전문분야는 남북관계였다. 아태평화재단을 만들어 북한을 연구하고 대북관계 최고의 전문가로 거듭났다.

김 전 총리는 ‘충청맹주’의 이미지였다. 정권을 달리하며 두 번이나 총리를 역임했고 1인자의 자리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가장 영향력있는 2인자의 삶을 살았다. 이렇게 3김 시대를 반추할 때 YS와 대북관계는 연결되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의 임기 초반은 남북관계가 순조로웠다. 국민들의 평가는 ‘남북관계’를 잘하는 대통령이었다.

국민일보(극동조사연구소)가 YS의 임기 1년 평가로 실시했던 조사(당시 조사개요 발표가 의무사항 아님/자세한 내용은 국민일보 검색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5가지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평가를 물어 본 결과 ‘북한문제’의 긍정평가 비율이 31.7%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환경문제, 교육문제, 농촌문제, 물가문제로 나타났다. 남북관계는 DJ로 인식하지만 YS초반은 남북관계에 대한 평가 점수가 높았다.

실제로 임기 1년을 앞둔 시점에 북한이 핵사찰을 수용하는 단계까지 이른다. 일촉즉발의 대결구도에서 극적인 평화와 화해 모드로 국면 전환된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와 다를 바 없다. YS는 취임하자마자 북한에 대해서 매우 우호적인 조치를 취했다. YS가 정권을 잡기 전인 노태우 정권 말기 북한과 관계는 극도로 얼어붙었다. 1990년을 전후해 유럽에서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되면서 남북한 사이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조짐을 보였다.

남북한 총리를 수석대표로 하는 고위급 회담이 열렸고 1991년에는 남북탁구 공동대표팀 결성으로 체육분야에서 활발한 교류가 시도되었다. 급기야 1991년 12월 상호간 체제를 인정하고 내정에 불간섭하며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된다. 남북관계에서 표면적으로 큰 진전이 이루어지는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잠시 평화와 협력 모드였을 뿐 한국과 미국의 대북한 관계는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임기말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부시 대통령(아버지)은 공화당 출신의 보수 강경파였다. 북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1992년 한미간 최대 군사훈련인 ‘팀스피릿’이 재개되고 북한 핵문제가 불거지면서 순식간에 대결구도로 돌아섰다.

지난해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연거푸 하면서 국제 사회의 제재와 미국의 초강경 대결 구도로 갔던 모습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통일대박을 외쳤던 지난 정부에서 잠시 남북관계의 개선을 가져왔지만 결과적으로 급속히 악화된 사실과 다름없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의 변화가 찾아왔다. YS는 새로운 통일정책으로 ‘3단계 3기조 통일정책’을 내세웠다. ‘화해와 협력’, ‘남북연합’, ‘통일국가’로 가는 3단계 통일과정이다. 3가지 정신도 덧붙였다. ‘민주적 국민합의’, ‘공존. 공영’, ‘민족 복리’였다.

북한은 더 진일보한 제안을 내놓았다. 1993년 4월 6일 김일성은 ‘전민족 대단결 10대 강령’으로 화답했다. 남북한 모두 상대방을 흡수하지 않고 연방제 통일방식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표명이 포함되어 있다. 같은 달에 김영삼 정부는 비전향 장기수인 이인모 노인을 북한으로 송환보내며 남북관계 진전의 신호를 강하게 북한쪽으로 보냈다.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인 중재로 YS와 김일성 주석의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되었다. 그러나 정상회담 개최전 김 주석이 사망하고 북한이 NPT를 탈퇴하면서 남북관계는 극도로 경색되어버렸다. 하지만 적어도 임기 1년이 조금 넘는 시점까지의 YS정부 대북관계는 순항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받고 있는 평가처럼 남북관계는 대통령의 지지율에 긍정적이었다. ‘개혁행보’와 함께 ‘남북관계’ 역시 판박이처럼 두 대통령은 거의 비슷한 모습을 그렸다.

문 대통령과 YS가 쌍둥이처럼 닮아 있는 세 번째 이유는 ‘경제문제’다. 임기 초반 ‘개혁행보’와 ‘남북관계’ 공통점을 보여준 두 대통령이 ‘경제문제’에 발목 잡히는 현상 또한 판박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파격적인 소통행보와 탈권위 국정으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왔다. 80%에 육박하는 고공행진 지지율은 당연한 것처럼 뒤따라왔다.

적폐 청산 기치를 내걸고 지난 9년간의 보수 정권에서 저질러왔던 각종 부조리를 앞 다투어 파헤쳤고 다수 국민들의 호응을 받았다. 대통령 지지율의 화룡점점은 무엇보다 남북관계였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전쟁위기 문턱까지 갔던 문재인 정부에게 평창올림픽은 ‘신의 한수’였다. 북한에 대한 각종 배려로 항간에 ‘평창’ 올림픽이 아니라 ‘평양’ 올림픽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있었지만 초지일관 ‘한반도 운전자론’대로 밀고 나갔다.

개막식에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오른팔격인 김여정 부부장을 초대했다. 우방인 미국은 펜스부통령을 보냈다. 폐막식에는 아버지 트럼프 대통령의 총애를 받는 이방카가 사절단으로 한국을 찾았다. 여기에 김 위원장의 신임을 받는 측근인 현송월 삼지연 악단 단장이 공연예술단을 이끌고 와 우리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마디로 평창올림픽은 남북관계를 급속도로 발전시키는 ‘평화’ 올림픽이었다.

문 대통령은 한방에 남북 긴장관계를 화해모드로 전환시켰다. 지지율은 상한가를 뚫고 맹렬한 기세로 치솟았다. 높은 지지율은 지방선거에서 여당 승리의 일등 공신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 상황은 급반전된 모양새다. 극도의 경기침체 속에 각종 악재가 뒤따랐다. 기대했던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고 각종 경제지표 전망마저 어두워졌다. 최저 임금은 자영업층과 블루칼라층 모두에게 불만의 대상이 되었고 근로시간 단축은 대한민국 성장엔진을 일시에 식어버리게 만들었다.

대통령 지지율은 두 달사이 약 2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 셈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7~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3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확인가능)에서 ‘문 대통령 국정 수행을 부정 평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경제, 민생문제 해결 부족’이 40%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 순으로 ‘최저임금인상’, ‘대북관계, 친북 성향’, ‘과거사 들춤, 보복 정치’로 나타났다. 많은 이유들 중 경제문제가 첫 손가락에 꼽혔다.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3요소는 ‘경북공’이다. 즉 경제, 북한, 공공개혁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초반 북한과 공공개혁은 일정 수준 또는 기대 이상으로 맹활약 중이지만 경제문제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 경제 정책의 쌍두마차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갈등설이 불거졌다. 세 마리의 토끼 중 두 마리는 잡았던 문 대통령 앞에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경제문제가 놓여 있다.

YS도 문 대통령과 마찬가지였다. 지지율 고공행진 중이었던 YS는 임기 1년여가 지난 시점에 ‘경제문제’라는 골리앗과 싸워야 했다. 임기 초반 80%대를 넘나들던 薦?지지율은 임기 1년여 시점에 50%대로 곤두박질쳤다. 국민일보(극동조사연구소)가 YS 임기 1년 시점에 실시한 조사(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지지율은 57.8%였다. 같은 기관에서 실시했던 임기 6개월째 조사의 90.6% 지지율 결과와 비교하면 무려 30.8%포인트나 주저앉았다.

YS지지율의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경제문제’였다. YS가 대통령으로서 잘못한 일이 무엇인지를 물어본 결과 물가불안이 26.1%로 가장 높았고 ‘우루과이 라운드 등 농촌문제’가 그 뒤를 이었다. ‘경기침체와 경제정책 혼란가중’까지 합하면 ‘경제문제’가 절반가량이나 되었다. 두 대통령의 비슷한 재임시점 상황이 데칼코마니처럼 닮아도 너무 닮았다.

부자지간에 대통령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왕조시대에 지극히 당연한 현실이었지만 현대사회의 민주화된 국가에서 보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부시 가족은 예외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8년간의 부통령 시절을 보내고 1988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아버지만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대통령을 역임한 게 아니다. 아들 부시는 2000년 현직에 있던 고어 부통령과 한판 승부를 벌여 아버지에 이어 미국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얼굴만 보면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아들 부시 대통령은 그야말로 판박이다. 그러나 통치스타일은 전혀 달랐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치밀하게 생각하고 신중한 국정을 했다. CIA국장을 역임했던 경력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와는 달리 아들 부시 대통령은 미국 메이저리그 유명 야구팀인 텍사스 레인저스 단장을 역임했을 만큼 자유분방한 사업가 출신이었다. 텍사스 주지사를 역임하면서 대선 후보로 떠올랐고 보수층의 후원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후광효과(Halo Effect)가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당선 배경은 그렇다 치고 부자기간인데다 외모까지 판박이인 두 대통령이었지만 통치 스타일은 판이하게 달랐다.

아버지와 아들 부시 대통령이 서로 다른 국정 운영 스타일인데 반해 YS와 문재인 대통령은 아버지와 아들 관계가 아니지만 임기 초반 매우 닮은 모습이다. 임기 전체에 대한 평가는 당장 알 수 없지만 임기 1년여 정도 되는 시점까지 두 대통령의 모습은 판박이다. 사실 두 사람의 인연은 평범하지 않다. 관련 보도와 설명 등에 따르면 YS는 문재인 대통령을 과거 정치권에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먼저 영입할 생각이었다고 전해진다.

1987년 직선제 개헌이후 3김 시대가 열리자 그 이듬해 실시예정이었던 총선에 출마할 역량 있는 인재발굴이 절실했다. 부산에서 변호사 개업을 하고 있었던 문 대통령이 YS의 눈에는 적임자 중의 적임자로 보였던 모양이다. 몇 차례에 걸쳐 문 대통령 영입에 공을 들였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친구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먼저 YS와 인연을 맺었다고 하니 아이러니다.

두 대통령 사이의 공통점을 더 찾자면 없는 것도 아니다. 우선 고향이 같다. 문 대통령의 부모님 고향은 이북이지만 문 대통령의 탄생과 성장 역사는 거제부터 시작된다. 거제도는 한국 정치의 거목이었던 YS의 고향이다. 거제도는 한국 역사에 2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다. YS가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9선 의원까지 지낸 출발지였다. 같은 고향이라는 인연도 예사롭지 않은데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다.

한때 한강이남 최고의 명문고 중 한 곳으로 불렸던 경남고 동문이다. 지연과 학연이 무슨 대수냐고 하겠지만 같은 고향의 정취와 같은 고등학교의 전통을 깡그리 무시하긴 어렵다. 그리고 무엇보다 두 대통령의 공통점은 임기 초반의 통치 스타일이다. 지지율에 반영된 모습마저 도플갱어처럼 닮아 있다. YS는 IMF외환위기를 잘 관리하지 못한 무능한 대통령으로 낙인찍혔지만 실제로는 위대한 대통령이다. 서슬 퍼런 군부정권을 일거에 종식시키고 문민정부의 토대를 쌓았다.

문 대통령도 촛불민심을 받들어 국민들과 무한 소통하는 ‘나라다운 나라’의 기틀을 다시 만들고 있다. ‘개혁행보’와 ‘남북관계’는 임기초반 두 대통령 모두 괄목상대였다. 임기 1년여 되는 시점부터 ‘경제문제’가 발목 잡는 상황까지 판박이다. YS는 임기 마지막까지 경제문제에 시달렸다. 문 대통령의 대응은 YS와 어떻게 다를까. YS는 군사정권의 갖은 억압과 통제 속에서 ‘닭의 모가지는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잘 알려진 말로 위기를 돌파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에 시나브로 다가올 새벽은 과연 성공일까 아니면 실패일까.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 CEO'로서 그 무엇보다 경제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자소개 다른기사보기
데일리한국 뉴스스탠드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미디어네트워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18/08/24 12:06:56 수정시간 : 2018/08/24 12:06:56
AD

오늘의 핫 이슈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