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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칼럼]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보다 '운용수익율 제고'가 더욱 절실해
  • 기자 승인시간승인 2018.08.23 15:08
연금 운용 핵심요직인 기금운용본부장 1년째 공석중
조율되지 않은 국민연금 개선안이 사회적 혼란 가중
전문성·독립성 결여된 국민연금기금운용위 개편 시급
  •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전문가칼럼=조하현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지난 17일 국민연금 개편안이 공개되면서 국민들의 우려와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기금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두 가지 방안에는 모두 보험료율 인상 카드가 포함돼 있다.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소득대체율은 현행대로 45%를 유지(1안)하거나 2028년까지 40%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안을 그대로 유지(2안)하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여기서 ‘소득대체율’은 평균소득에 대비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비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평균소득이 100만원인 A가 국민연금에 가입해 40년 동안 보험료를 꾸준히 납부했고 소득대체율이 45%라면 그가 받게되는 연금액은 45만원이다.

당장 내년부터 보험료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 자체에 대한 불신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가입자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더불어 의무납입 연령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높인다고 하니 불만이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2안에는 수급연령을 2038년 66세로 인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5년 후인 2043년에는 67세로 올리는 제안도 포함돼 있다. 수급연령은 노후소득보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에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 채택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이번 개편안이 발표되기까지 조율되지 않은 내용들이 흘러나오면서 대통령의 질책과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온 만큼 향후에도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복지에 있어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과 의심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실제로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민연금 문제를 의식한 듯 개선안의 주요 골자인 보험료율 인상과 수급 연령 상향이 정부의 노후소득보장 확대라는 원칙에 부합되지 않으며 납득하기 어렵다고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국민연금과 관련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에서 국민연금 고갈 우려나 재원 마련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급 연령 상향과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카드를 들고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사전에 흘러나오면서 걷잡을 수 없이 논란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을 폐지하라는 강경한 주장이 나오기도 하고 연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 가입자들이 지금이라도 낸 돈을 돌려받고 싶다는 항의가 거셌다.

이런 사회적 혼란을 부추긴 것은 충분히 조율되지 않은 개선안이 언론에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관리하고 책임지고 있는 당국자들이 신중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회 혼란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국민연금은 사회보장제도 중 하나로서 가입자들이 소득에서 일정액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지불하고 나중에 연금을 받아 노후에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적 장치이자 안전판이다. 이런 점에서 연금 수급 조건은 사회적으로 매우 예민한 문제이므로 사전에 전문가들의 충분한 논의를 거친 이후 정부 차원에서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발표해야 하는 것이 옳은 처사일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호통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열어서 언론에 알려진 사실 일부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대통령과 생각이 일치한다면서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국민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해명하는 것처럼 보여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런 기자회견 보다는 실제 국민연금의 수혜자인 국민들에게 정확한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연금 고갈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책방안을 강구하는데 총력을 다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국민연금 앞에 놓인 길은 그리 순탄하지 않다. 국민연금의 고갈시기가 2057년으로 전망되고 있는 데 이것은 불과 5년 전인 2013년에 예측한 2060년 보다 무려 3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취지에 부합되려면 소득대체율이 더 높아져야 안정적인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40년 가입자 기준으로 현재 소득대체율이 45% 수준이라 상당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국민연금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나라가 이미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향후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보험료를 내는 사람보다 연금을 받는 사람이 더 많아질 뿐만 아니라 연금 유지를 위해 현 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리스크를 떠넘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원회가 보험료율 인상이나 수급 연령을 높이려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국민연금을 노후소득의 원천으로 굳게 믿고 있는 국민과의 약속을 깨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을 사전에 충분히 설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연금 운용수익률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험료 인상보다 현재 자금을 더 늘리는 게 더 시급하고 중요하지 않은가? 이를 위해 몇 가지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해보기로 한다.

우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600조원에 달하는 자금운용에 있어서 리스크 관리 및 통제 그리고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해서 높은 식견을 가진 금융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20명의 위원 중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대표가 12명으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국민연금의 핵심자리인 기금운용본부장이 1년 째 공석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주요 기금투자처인 주식을 담당할 주식운용실장 역시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해 비어있다. 적립된 기금을 잘 운용하여 안정적으로 연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책을 맡고 있는 기금운용책임자들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현재 올해를 기준으로 5월까지 국민연금 기금운용수익률이 0.49%로 0%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기금이 600조원 정도 적립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단 1%의 수익률로 6조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운용수익률은 단순히 돈을 불리는 것뿐만 아니라 고갈시기를 앞당기거나 늦출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2015년 감사원의 국민연금 보고서에 따르면 운용수익률이 1% 하락한다면 기금 고갈 시점이 5년 단축되고 2% 하락한다면 9년 앞당겨 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5년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5% 수준의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캘퍼스(8%)나 캐나다 연기금(12%)에 비해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결국 기금운용의 베테랑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한다면 향후 수익률 악화는 불 보듯 뻔 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코드에 맞추기 보다는 관련 분야에서 인정받은 최고의 전문가들을 유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쉽 코드 문제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정부의 입김이 과도하게 반영될 위험 소지가 있는 스튜어드쉽 코드가 시행된다면 결국 연금의 수익률을 위해 기업을 쥐어짜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기업의 자율성과 시장경제라는 원칙을 깨지 않는 범위에서 국민연금이 본연의 업무인 기금운용수익률을 향상시키고 투자라는 측면에서 어떻게 기업 경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노후소득의 안정적인 확보라는 측면에서 마련된 사회보장제도이다. 보험료 인상 및 수급연령 상향조정을 언급하기 전에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에 맞춰 국민연금 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전 방위적인 검토와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 조하현 교수 프로필 :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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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8/23 15:08:02 수정시간 : 2018/08/23 15: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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