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급락의 원인 3가지 데이터로 분석해보니..."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해왔던 '진보층', '40대', '블루칼라층'이 정의당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분석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지난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샌더스 바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실시된 미국 민주당의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막상막하의 승부를 펼치는 결과로 나타났다. 샌더스 상원의원이 누구인가. 미국 진보 정치의 상징같은 인물이다. 비록 힐러리 클린턴에 밀려 민주당 최종 후보가 되지는 못했지만 미국 국민들은 ‘사이다 메시지’를 던지는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열광했다. 그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고 국민의, 국민에 의한 정치가 아니라면 얼마나 공허한지를 역설했다.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반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샌더스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호감도는 높아지고 있다. 두 사람간에 호감도가 반비례하는 점이 눈에 띈다. 샌더스 의원은 1941년 생이지지만 그의 노익장은 결코 젊은 사람 못지않다. 세대 교체의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추세지만 지지자들은 샌더스 의원의 나이를 문제삼지 않는다. 그가 강조하는 사회 개혁 의지는 당장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미국인들이 공감하고 있다.

샌더스는 ‘미국이 벌어들이는 돈의 99%가 상위 1%에게 가는 엄청난 불균형이 있다.’고 주장하곤 한다. 샌더스는 더 극단적인 주장도 전혀 서슴지 않았다. ‘나는 월스트리트 은행들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들이 파산하기에 너무 크다면 그들은 존재하기에 너무 큰 것이다.’ 지나친 사회주의자적 면모같아 보이지만 미국 사회의 고질적인 불평등을 자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전보다 샌더스의 이같은 목소리에 공감하는 지지층이 훨씬 두터워졌다.

미국에만 샌더스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도 샌더스라 불린 사람이 있었다. 바로 고(故) 노회찬 의원이다. 최근 정치권의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드루킹 관련 의혹으로 조사받기 직전 자살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고 많은 국민들을 감당할 수 없는 큰 슬픔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다. 한국의 버니 샌더스로 불렸던 노회찬 의원은 한국 진보정치의 상징이었다. 샌더스처럼 99%의 복지를 이야기했고 보이지 않는 소수인 ‘투명인간’을 대변하는 정치인의 모습으로 살아왔다. 노회찬 의원은 안타깝게 삶을 마무리했지만 그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중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문 대통령이지만 노회찬 의원의 죽음으로 대중들의 관심은 노 의원 쪽으로 더 많이 집중되기도 했다. 인터넷 공간의 관심도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구글트렌드에서 ‘노회찬’과 ‘문재인’을 검색어로 넣어보았다. 노회찬 의원 사후 일주일 동안은 문 대통령보다 노회찬 의원쪽에 집중적 관심이 모아졌고, 현재까지 그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동안에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염없이 추락했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실시한 조사(전국1507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5%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6%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본 결과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58%로 나타났다. 지방선거 직후 80%에 가까웠던 고점 지지율과 비교하면 거의 20%포인트 가까이 폭락한 것이다. 이는 취임이후 최저치 수준이다.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35%를 넘었다. 긍정 평가 수치 하락도 주목할 대목이지만 부정 평가의 상승 속도가 심상치 않다.

특히 노회찬 의원의 죽음이후 부정 평가의 상승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의 하락과는 무관하게 정의당 지지율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원내 의석수 5석에 불과한 미니정당인 정의당이 100석이 넘는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 지지율과 불과 4.5%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 현상이다.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해왔던 '진보층', '40대', '블루칼라층'이 정의당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당의 ‘깜짝 상승’ 원인은 ‘노회찬 추모효과’로 해석해도 무방할 듯 싶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와 노회찬 의원의 죽음은 결코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노회찬 의원의 삶을 되돌아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문 대통령과 비교하기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아쉬움이 노회찬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진 듯하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노회찬 의원을 향한 추모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시그널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우선 대통령을 지지해 왔던 진보층이 이탈하고 있다. 이탈한 지지층은 정의당쪽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계층이 진보층이었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지지층은 산토끼가 아니라 집토끼다. 외연을 확대하기 전에 고정 지지층을 든든히 해야하는 이유다.

강한 진보성향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문 대통령을 진보층은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마치 화답이라도 하듯 문 대통령은 대선 유세 기간동안 각종 진보적 공약을 쏟아냈다.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꺼내든 첫 번째 카드가 ‘적폐 청산’이었다. 파격적인 소통행보와 함께 적폐 청산은 문재인 정부 1기의 국정 목표이자 통치 철학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도 구속 수감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6월 지방 선거 이후 두 달 동안 상황은 급변했다. 대통령 국정 수행에 큰 박수를 보내왔던 진보층이 흔들리고 있다.

지방선거 승리와 북미정상회담 직후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조사(2018년 6월11~12일 및 14~15일 전국2007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2%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5.1%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75.9%였다.

대통령의 정치적 후광 세력인 진보층에서 지지율은 무려 93.6%다. 이 정도 지지율이면 절대 지지층이다. 단순히 지지율 수치만 높은 수준이 아니라 대통령 국정 수행의 강력한 응원 세력이다.

검찰, 법원 개혁을 포함해 최근의 기무사 개혁 행보를 보였을 때 문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가장 강력하게 후원하는 계층이다. 그러나 지방선거 한 달 여 후 상황은 다소 달라졌다.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월 2~4일 실시한 조사(전국1501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5%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4.2%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대통령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68.9%였다.

선거 승리후 한달새에 약 10%포인트 가까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했다. 문제는 진보층에 있었다. 절대 지지를 보였던 진보층은 90%대 지지에서 80%대(89.4%) 지지로 내려왔다. 매우 높은 지지율이지만 내려올 줄 몰랐던 절대 지지율은 아니다. 가장 최근인 8월 둘째주(6~8일)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50%대를 찍었다(58%).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진보층 지지율도 70%대로 내려앉았다(79.8%).

여전히 높은 지지율이지만 진보층은 이탈하고 있다. 대통령을 떠난 진보층은 정의당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방선거 직후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정의당은 6.9%였다. 자유한국당 지지율(17.6%)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진보정당의 공략 대상인 진보층 지지율은 10.2%에 그쳤다. 진보층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74.6%에 발끝조차 닿지 못했던 수준이다. 지방선거 후 한달여 지난 7월 첫째주 조사에서 정의당 지지율은 9.7%였다. 진보층에서 지지율은 15%였다. 지방선거 직후 조사보다 올라가기는 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가장 최근 조사(8월 둘째주)에서 정의당 지지율은 14.5%로 껑충 뛰었다. 일종의 노회찬 추모 현상이 수치로 반영된 셈이다. 진보층 지지율의 약진은 놀랄 정도다. 진보 성향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의 4명 중 한명 정도(24.5%)는 정의당을 선택했다. 정의당의 전신인 ‘진보정의당’ 당명을 도로 찾았다고 할 정도의 상승세다. 여전히 진보층의 다수를 차지하는 55.6%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정의당과의 격차는 지난 두달여 동안 급격히 줄어들었다. 노회찬 현상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에 영향을 주었다고 분석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노회찬 현상 때문이라는 두 번째 근거는 40대다. 40대 후반인 1971년생은 대한민국 통계 역사상 동년배 숫자가 가장 많다. 베이비붐이 정점을 찍었던 세대였고 전무후무한 연령대다. 빠른 학번이거나 재수 또는 삼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90학번이 바로 이들 71년생이고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들이다. 성장하면서 IMF 외환위기의 한복판에 놓여 취업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기껏 취업하고 결혼에 골인하고 나니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내집 마련에 목숨을 걸었던 세대이기도 하다.

특히 수많은 동년배 숫자로 역대급 경쟁을 뚫어야 했고, 치열한 운명을 현재도 걸어가고 있는 71년생 90학번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에 열광했다. 장미꽃길 보다는 가시밭길을 걸어왔던 이들에게 문재인 후보의 ‘기회는 공평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슬로건은 인생 어록으로 담아둘 정도였다. 국정 농단의 암담한 상황을 지켜보며 광화문 광장으로 가장 먼저달려갔던 이들도 90년대 학번들이었다. 이른바 운동권 세대도 아니고 산업화 세대도 아니다. 예의 없다고 어르신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던 ‘X세대’도 아니다. 모바일이 일상화 되어 우리말보다 이모티콘이 더 익숙한 밀레니엄 세대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정의롭고 머리수가 많은 만큼이나 우리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균형감도 있고 개혁 성향도 갖추고 있다.

이 40대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정치인이 바로 문 대통령이다. 지방선거 직후 조사에서 40대의 대통령 지지율은 80.1%였다. 전체 평균인 75.9%를 4%포인트 이상 웃도는 값이다. 7월 첫째주 조사에서 40대 대통령 지지율은 77.1%였다. 대통령 지지율이 60%대 후반으로 추락하는 상황 속에서도 40대 지지율은 흔들림이 없었다. 20대와 30대보다도 더 높은 지지율이었다.

그러나 40대의 지지율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인 8월 둘째 주 조사에서 40대 대통령 지지율은 68.2%로 나타났다. 매우 높은 지지율이기는 하지만 한 달 사이 약 10%포인트 가까이 지지율이 빠졌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날개를 잃고 추락하는 사이 정의당의 40대 지지율은 달라졌다. 지방선거에서 나름대로 선방한 정의당이지만 사실상 세대 기반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주로 젊은 세대는 더불어민주당을 선호하고 60세 이상 고령층은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편이다.

지방선거 직후 조사에서 40대의 정의당 지지율은 고작 8.6%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40대 응답자의 3명 중 2명 정도인 63.3%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첫째주 조사에서 40대 정의당 지지율은 13.4%였다. 두 자리수 지지율이기는 하지만 괄목할 상승은 아니다. 그러나 노회찬 의원의 죽음이후 40대 반응은 달랐다. 40대의 정의당 지지율은 20.7%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40대에서 43.8%로 가장 높기는 하지만 정의당과 격차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연령층에서 정의당을 지지하는 비율이 40대에서 가장 높다. 40대를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라고 설명하더라도 크게 무리가 없어 보인다. 40대의 지지율 상승 배경에는 고 노회찬 의원이 있다. 삼겹살 불판을 이야기하며 노동자의 애환을 이야기했고, 6411번 버스의 감동적인 공동 대표 수락연설 동영상이 40대들의 감성적인 코드를 자극했음에 틀림없다. 시시비비는 가려져야겠지만 김경수 경남 지사와 이재명 경기 지사와 관련된 논란 또한 대통령 지지율에는 부정적이다. 정의와 공정, 그리고 공평을 이야기한 문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그 책임을 다해주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40대의 대통령 평가는 야박해져 가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 추락을 노회찬 현상으로 이해하는 세 번째 이유는 블루칼라층의 변화다. 노동자들인 블루칼라층은 문 대통령의 핵심 기반이다. 문 대통령은 모든 국민들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특히 노동자들의 대통령 그리고 사회적 약자의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했다. 생산현장과 서비스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블루칼라층은 대한민국 산업의 주역이자 성장엔진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열악한 생산 현장에서 주야로 일하고 있는 현장 노동자들에 대한 문 대통령의 관심은 각별하다. 불평등한 산업 현장 환경을 혁신하기 위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진보적인 공약을 내걸었고 블루칼라층의 많은 박수와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취임 이후 블루칼라층의 국정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보인다. 각종 경제 지표는 기대와 다르게 나타나고 있고 현장 일자리를 늘리는데 있어 가시적인 성과도 없다. 여기에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세계 경제를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생산 환경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천과 군산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글로벌 카 메이커인 GM은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나서는 등 노동자들의 현장 환경은 현 정부 들어서도 별로 나아보이지 않는다.

블루칼라층의 분노는 최근 들어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던 노동자들의 피곤한 삶에 햇살이 충분히 비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을 언제까지나 지지할 것처럼 보였던 블루칼라층의 민심에 변화가 엿보인다. 지방선거 직후 조사에서 블루칼라층의 대통령 지지율은 73.7%였다. 전체 지지율(75.9%)과 별로 차이가 없다. 지방 선거 직후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 블루칼라층의 민심 변화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7월 첫째주 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60%대로 내려왔지만 블루칼라층의 대통령 지지율은 70.8%로 턱걸이 70%대를 유지했다.

각종 악재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와중에도 블루칼라층만큼은 견고한 지지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장 최근 결과는 다른 모습이다. 8월 둘째주 조사에서 블루칼라층의 대통령 지지율은 62.1%였다. 전체 평균 지지율보다 높고 60%대 초반의 고공 지지율임에도 불구하고 하락세가 가파르다. 불과 두발 여 만에 10%포인트 이상 블루칼라층 지지가 빠졌다.

노회찬 추모 효과를 오롯이 누린 정의당의 사정은 이와 달랐다. 정의당의 전신이 민주노동당인데 이름대로 직업계층 기반은 노동자층이다. 2000년 대 초반 민주노동당 시절 권영길 전 대표는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셨습니까’라며 노동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민노당의 후신이라는 유산이 무색하게 정의당은 노동자들의 민심을 주도하지 못하는 최근 모습이었다. 지방선거 직후 조사에서 블루칼라층의 정의당 지지율은 5.6%였다. 전체 평균보다도 낮은 수치다. 7월 첫째주 조사에서 블루칼라층의 정의당 지지율은 11.3%로 두 자리수 달성에 성공했지만 블루칼라층 민주당 지지율 45.8%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그러나 노회찬 의원의 죽음이후 블루칼라층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국회 청소담당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영결식 당일 국회 앞에 도열해 눈물로 노 의원을 보내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지역구였던 창원 성산구는 한국 산업 노동자들의 성지다. 지역 연고가 없고 보수 정당의 텃밭인 창원 성산에서 노회찬 의원이 당선된 것은 노동자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노 의원의 죽음이후 8월 조사에서 블루칼라층의 정의당 지지율은 20.9%였다. 38.6%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과 큰 차이가 없다. 노회찬 추모 현상과 분리해 생각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 않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고공행진 지지율을 이어왔다. 국정 농단과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대통령 자리에 오른 문 대통령에 대해 국민들의 기대감은 매우 높았다.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라도 하듯 취임하자마자 대통령은 파격적인 소통 행보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문 대통령이 평소 즐겨 마시는 커피 브랜딩을 가리켜 ‘문 커피’라는 명칭이 붙을 정도였다.

휴대폰으로 직접 사진을 찍는 ‘셀카’ 행보에 국민들은 열광했고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1주년을 넘기는 시점에도 내려 올 줄 몰랐다. 특히 지난 4월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의 역사적인 장면은 온 국민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 대통령 선거 기간 내내 ‘안보 불안’을 지적받으며 시달렸던 문 대통령의 극적인 반전 카드였다.

지방선거 승리와 북미정상회담으로 대통령 지지율은 두 달 전 80%에 육박했다. 우리가 익히 들었던 남미 좌파 성향의 국가 지도자들이 누렸던 꿈의 지지율 수준이다. 높은 지지율은 문 대통령의 개혁 과제를 실천하는데 가장 든든한 동력이 된다. 낮은 지지율 속에서는 아무 리 최고 권좌의 대통령이라도 식물 대통령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런데 견고했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다. 그것도 ‘한국의 버니 샌더스’로 불렸던 노회찬 의원의 죽음을 관통하며 하락세가 더욱 완연해진 느낌이다. 노회찬 의원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린 것은 결코 아니지만 노 의원의 추모 현상이 대통령과 정의당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만들어낸 중요한 계기가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파죽지세로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문 대통령에게 진보층, 40대, 블루칼라층의 정치적 후원은 필수적이다. 핵심 기반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선두권에 남아있는 이유는 나이 때문도 외모 때문도 아니다. 70대 후반의 고령에다 전형적인 백인 할아버지의 모습이지 할리우드 배우의 비주얼이 아니다. 샌더스가 아직도 미국인들의 가슴 속에 살아 숨 쉬는 이유는 바로 그의 정신이다. 약자를 위해 소수를 위해 그리고 더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내딛는 샌더스 의원의 한걸음 한걸음이 미국 진보 유권자들에게 희망이고 등대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노회찬이 있었다. 노회찬 의원이 걸어왔던 그 길을 돌아보며 울컥했을 많은 국민들도 샌더스를 대하는 미국 국민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층이었던 진보층, 40대, 블루칼라층은 그냥 서민이고 대한민국의 얼굴이다. 엄청난 부자를 꿈꾸는 것도 아니고 급격한 변화를 고집하지도 않는다. 그저 어제보다 내일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기를 기대하는 우리 주변의 이웃이고 흔히 볼 수 있는 중산층이다. 일과 휴식의 균형을 이루는 워라벨의 삶을 갈구하고 대단한 꿈이 아닌 작은 기쁨이 일상이 되는 소확행을 희망하는 '미생'들이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했다는 사실보다 더 뼈아픈 것은 핵심 기반이 이탈했다는 점이다. 진보층은 문 대통령의 진보 공약이 약속대로 이행되길 고대하는 눈치다. 40대는 ‘나라다운 나라’를 희망하며 그 적임자로 문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렇지만 자영업을 시작하기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 현실에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블루칼라층은 산업 현장의 불평등을 문 대통령이 해소해 줄 것으로 학수고대해 왔다.

대통령은 결코 슈퍼맨이 아니다. 그리고 짧은 기간에 해 묵은 숙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것도 상식적으로는 무리다. 그러나 BMW 화재 사고에 미온적인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기무사 하극상이라는 이름으로 딱지가 붙을 정도로 우왕좌왕하는 국방부와 장관의 행태를 보면서 핵심 지지층의 민심이 이탈하는 상황은 매우 걱정스러울 정도다. ‘우리 주변엔 아줌마라 불리면서 이름조차 없는 많은 투명인간들이 있다. 우리는 이런 투명인간을 대변하는 정치인 그리고 정당이 되어야 한다.’ 공동대표로 취임할 당시 노회찬 의원의 연설 내용이다. 노회찬 의원이 우리 옆에서 사라지면서 공허해진 마음을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매워 줄 수 있을까. 아니면 다른 정치인에게 기대해야만 할까.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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