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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전문가칼럼=조하현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내년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결정됐다. 인상률 10.9%로 결국 두 자리 수 인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번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샅바싸움이 벌어졌다. 사용자 측인 경영계는 현행 최저임금 수준인 시간당 7530원 동결을 요청했지만 노동계는 문재인 정부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보다 높은 1만790원을 주장했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됐던 지역별·업종별·규모별 차등화는 14대 9로 부결되면서 무력화되고 말았다. 이러한 결과를 감안할때 최저임금 인상이 한쪽으로 편향되게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결과에 대해서는 고용주뿐 아니라 근로자까지 모두가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인 편의점 업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영업이익률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까지 증가한다면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와 불만을 터뜨리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와 관련돼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가맹점 수수료나 카드 수수료 등의 현안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으로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게됐다는 한숨섞인 장탄식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여러 가지 재정정책 카드를 꺼내고 가맹본점들의 갑질을 규제하겠다고 압박하는 등 가맹업주들의 반발을 누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모든 부담을 무조건 기업에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노동계 역시 정부의 최저임금 공약이 후퇴한 것 아니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산입 범위 확대로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폭만큼 임금인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논리를 펴며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 폭을 더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최저임금이 매년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이었다. 다만 정부의 기존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이 목표인 2020년에 달성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였다. 다만 이번 최저임금 결정으로 결국 정부 공약이 실패하는 쪽으로 기울어졌다고 판단할 수 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 역시 최저임금 관련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사과하면서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아쉬운 점은 이같은 논란을 정부가 제대로 중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임기 내에 최저임금 만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가파른 상승이 불가피했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저항과 각종 부작용들이 쏟아져 나올 것은 불 보듯 뻔 했다.

노동계측에서는 산입범위 확대로 정기적으로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상여금과 현금으로 제공되는 복리후생비(교통비, 식비 등)가 임금에 포함되는 지를 놓고 거세게 반발해왔고 심지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사용자위원들 역시 대안으로 제시했던 최저임금 인상 차등화 적용이 부결된 이후부터 최저임금위원회 참석을 거부하면서 근로자위원(5명)과 공익위원(9명)만 참가한 상태에서 반쪽 자리 결정이 이뤄지게 됐다. 결국 남은 것은 최저임금 결정 과정과 결과에 대한 '후폭풍'뿐이다.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정책입안자들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경제학이론에 의해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수요를 감소시켜 실업을 야기한다는 것은 이미 자명한 일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기 위해서 내년과 내후년에 15%이상의 인상 폭을 기록할 경우 내년은 약 10만 명, 내후년은 약 14만 명의 고용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UCLA대학교 연구에 의하면 2006~2008년 사이에 18%의 최저임금인상으로 식당의 고용이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UC버클리 대학교의 연구 결과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6개 도시에서 최저임금이 상승하자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줄어들 뿐 아니라 일자리 자체가 소멸되는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하버드 대학 연구에서도 최저임금의 상승에 따라 소규모 식당의 경우 폐업할 가능성이 1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이 인건비 상승으로 직결되면서 경영여건 악화를 초래하고 결국 식당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간 셈이다.

더욱이 패스트푸드점의 경우, 이미 무인주문기(키오스크) 도입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는 무인주문기 도입률이 50%를 넘어섰다. 외식업계에서 불고 있는 무인주문기 열풍은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 현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사례라 할만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최저임금에 의존하는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빼앗고 소득을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역설적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미 저소득층 하위 10%의 1분기 소득 감소가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최저임금인상의 근거 및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취지가 좋아도 나쁜 결과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결코 좋은 정책이라 할수 없다. 정부가 정책을 펴기 어려운 것은 어떤 정책이라도 사회 전반에 미치는 범위와 영향이 예상보다 훨씬 넓고 크기 때문에 세세하고도 정확한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상승은 물가상승을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 이미 서민물가가 오른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갈비탕 값은 약 7% 껑충 뛰었고 서민의 대표적인 음식인 김밥 역시 5% 상승했다. 냉면가격도 약 10% 올랐다. 임금이 올라도 물가가 상승하면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는 피해를 입게 된다. 특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8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 상승이 생산성의 증대를 동반하지 않으면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해법은 과연 무엇일가? 답은 의외로 매우 간단하다. 첫째,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은 결국 물가상승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감안해 최저임금의 인상 폭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물가상승이라는 부작용으로 취약계층의 소비 여력을 더욱 악화시킨다면 단순히 여론을 의식해 보여주기 식으로 임금을 올린 것이 차후 한국경제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두번째, 지역별·업종별·규모별 특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차별화시켜야 한다. 이미 선진국들은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가 기준을 설정하면 각 주 별로 차등화한다.

각 주별로 주력 업종이 다르고 소득 수준도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욕 등 소득 수준이 높은 도시의 최저임금은 11달러 수준이지만 농촌지역인 조지아주는 그 절반인 5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 역시 4개 권역으로 구분된 지역별 최저임금을 바탕으로 노사합의를 통해서 업종별 최저임금을 차등화하고 있다.

결국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영자와 근로자 모두 피해를 보는 업종은 임금을 올리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영세 소상공인의 경우, 과도한 임금인상은 신규 채용은 커녕 기존직원까지 해고하고 문을 닫아야 할 위기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에 회사 규모와 임금지급 여력 등을 충분히 고려해 취약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차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세번째,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하는 공익위원의 구성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도 공익위원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익위원의 중립성을 보장할 방안을 마련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사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임명된 공익위원들은 노동계측에 기울어져 있다는 비판이 언론 등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익위원을 임명함에 있어 국회에서 여야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은 여러모로 아쉬운 대목이 많고 앞으로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반드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제는 다른 측면과 시선에서 최저임금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최저임금 이슈에 불을 붙인 정부는 노동정책의 방향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 과연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토대로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문재인 정부에 도움이 될지는 논란의 여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불가능해진 공약실현에 얽매이기 보다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정책에 대한 여러측면의 문제점을 가능한한 빨리 깨닫고 정책 수정에 과감히 나설수록 정책의 흠결은 줄어들며, 국민의 행복지수는 그만큼 비례해 상승할 것이다.

■ 조하현 교수 프로필 :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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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7/19 15:17:12 수정시간 : 2018/07/19 15: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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