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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은 예선 기간 동안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마지막 경기인 독일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여론을 반전시켰지만 16강의 문턱에서 탈락한 아쉬움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특히 예선 1차전과 2차전에서 결정적인 파울을 범했던 장현수 선수는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앞으로 선수 생활조차 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독일전 승리로 잠잠해졌지만 신태용 감독을 향한 악플도 상당하다.

그런데 지금 한국 축구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놓인 정치 세력이 있다. 바로 자유한국당이다. 지난 지방선거에 참패를 당하고 당을 살리겠다고 허우적거리고 있지만 대중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축구는 그래도 손흥민이나 기성용 같은 간판 스타라도 있다. 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접어든 자유한국당에 구세주는 없어 보인다.

정당의 기초체력은 정당지지율이다. 명색이 제 1야당이지만 지방선거기간동안 당의 전국 지지율은 10%대에서 맴돌았다. 고작 10%대의 지지율로 후보들에게 나가 잘 싸우라고 격려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평상시에는 축구장 한번 찾지 않다가 월드컵때만 되면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에 광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든 일에는 기본이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국민들의 마음은 그리고 유권자의 표심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장 큰 위기에 보수정당이 어떤 대응을 했는지 돌아보는 일이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총체적 위기였다. ‘차떼기’ 정당으로 내몰려 당의 지지율은 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1997년 대선과 2002년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었던 이회창 전 총리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한나라당의 기초 체력은 허약할 대로 허약해졌다. 내부혁신과 외부교류가 없는 정당의 현주소였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한나라당은 탄핵 후폭풍에 직면했다. 지지율은 급락했고 총선 참패 위기감이 감돌았다.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속수무책으로 보였다. 그러나 유명 아이돌 가수인 아이유의 히트곡 ‘좋은날’의 3단 고음 같은 해법이 있었다.

첫째는 천막당사였다. 번듯한 국회앞 당사를 내놓고 천막당사에서 선거를 준비하는 처절함을 보였다. 다음으로 박근혜의 등장이었다. 박근혜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서 위기를 추스르는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2004년 총선에서 지역구 당선 100석 중 60석 정도가 영남지역이었다는 점에서 박 대표의 선거 영향력은 막강했다.

마지막으로 ‘탄핵 역풍’ 속에서 한나라당이 개헌 저지선인 121석으로 선방했던 원인은 27명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었다. 영남권 현직을 중심으로 다선 의원들이 불출마 선언을 앞 다투어 내놓으며 성난 민심을 달래는데 마중물이 되었다. 지방선거 참패의 위기 극복이 2004년의 ‘3단 고음’ 해법으로 가능할까. 달라도 많이 달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지층을 늘리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3가지가 중요하다. 당의 철학 즉 정체성이 분명해야 한다.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이라면 보수 유권자들이 기꺼이 지지할 만한 철학이 존재해야 한다. 정책 또한 정체성만큼이나 중요하다. 보수 유권자들이 공감하는 정책이 선명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의 철학(Philosophy)과 정책(Policy)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철학과 정책에 걸맞은 인물(People)이 있어야 존재가능하다. 그것도 현재의 자유한국당으로선 단순한 처방이 아닌 특단의 수술을 필요로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수술해야할 첫 번째 대상은 당의 철학 즉 이념이다. 자유한국당은 보수 정당으로 인식되어왔다. 한국당의 전신인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주로 연령대가 높은 유권자층이 선호하는 정당이 보수정당이었다. 고속 성장하는 산업화 시대에 대기업 위주로 국가경쟁력을 키워온 보수 정권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고정 지지층을 확보하고 계속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자유한국당에 대한 평가는 기존의 보수정당에 대한 평가와 사뭇 다르다. 자유한국당이 보수정당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여론조사에서 정치 이념 성향을 물어보면 보수라고 응답하는 비율이 30%내외지만 정작 한국당의 지지율은 10%대를 맴도는데 그치고 있다. 즉 보수 유권자조차 자유한국당을 보수 대표 정당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수치다.

그렇다면 향후 자유한국당의 위기 극복 과정에서 보수 정신을 복원하기만하면 될 일인가. 그렇지가 않다. 지난 6월 지방선거의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 당선이 압도적이었다. 현직 진보 교육감이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더 큰 이유는 ‘보수’의 이미지 자체가 매우 부정적으로 변해 버렸다. 그것도 최근의 일이 아니다.

한겨레 신문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지난 2007년 5월 3~5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자세한 사항은 보도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보수하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는지’ 물어본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들(20.1%)이 ‘안정, 유지, 머무름’으로 응답했다.

안정과 유지라는 이미지 다음으로 보수라는 단어에서 떠 올린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과거·옛것·오래됨’이 12.8%, ‘수구·옛것을 지킴’이 10.4%였다. 그 외에도 구태의연, 고지식, 구식, 퇴보, 후퇴, 뒤쳐짐, 기득권 등의 이미지로 나타났다. 긍정적으로 볼만한 이미지가 별로 없는 수준이다. 반면에 ‘진보’에 대한 이미지는 달랐다. ‘개혁·혁신·변화’가 23%로 가장 많은 이미지였고 그 다음으로 진보, 진취, 앞서감, 발전, 경제성장, 급진, 과격, 너무 앞서감, 새로움 등으로 나타났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절반이상이 긍정적인 이미지다.

진보와 보수를 바라보는 이미지의 긍정 비율이 놀라운 건 이번 지방선거 결과와 너무 비슷해서다. 진보의 긍정이미지가 50%초중반정도 되고 보수의 긍정이미지는 20%중반 대에 머무른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광역비례대표 정당득표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51.42%였고 자유한국당이 27.76%였다. 소름끼칠 정도로 기시감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이 최우선적으로 수술해야 하는 대상은 당의 철학 즉 이념 정체성이다. 특히 보수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전환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보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시대 변화에 따라 어떤 보수를 요구하는지 먼저 파악해야 한다. ‘합리적’ 보수나 ‘따뜻한’ 보수처럼 상징적인 구호에 머무른다면 보수 이미지를 바꾸기 어렵다. 보수를 향한 이미지를 수술해서 바꾸지 못한다면 보수 정당의 미래는 없다. 가장 시급한 과제다.

자유한국당이 심폐 소생을 위해 두 번째 수술해야할 대상은 바로 정책(Policy)이다. 2008년부터 2017년 초까지 9년간 집권한 새누리당 그리고 자유한국당이지만 대표 정책을 떠올리기 어렵다.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거 승리로 집권한 여당이지만 뚜렷한 정책 노선을 알기 힘들다. 진보와 보수가 대결하는 구도에서 승패의 열쇠를 쥔 유권자층은 중도다.

말은 중도라고 하지만 보수 성향이 강한 중도인지 진보 성향이 강한 중도인지에 따라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판이하다. 역대 대통령 선거를 돌아보면 두 가지 이념을 가져가는 후보가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중도가 있었다. 이념적으로 가운데를 의미하는 중도는 정의내리기조차 어렵다. 결국 중도의 이념적 성향은 정책과 관련있고 특정 정책에 중도층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살피면 대략의 이념이 파악된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지만 중도층의 상당수는 ‘좌클릭’ 중에 있었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MRCK가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3월 30일~4월 1일 실시한 조사(전국1512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5%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7.8%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중도의 좌클릭’을 발견하게 된다.

대통령 선거 직전 실시된 이 조사에서 다양한 정책 과제를 물었고 정치 이념 성향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다. 희망하는 사회상을 물어본 결과 진보층은 복지가 45.6%, 공정 35%로 나타났다. 중도층은 복지를 원하는 비율이 42.2%였다. 보수층은 풍요를 더 원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진보와 중도층은 복지 비율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공정을 선택했다. 주목할 부분은 진보층과 중도층의 응답 비율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념적으로는 진보와 중도로 나뉘지만 ‘희망하는 사회상’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성장과 분배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는지 대해 물어본 질문에 진보층은 67.4%가 분배를 선택했고 중도층도 60.7%가 분배를 선택해 진보층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보수층은 성장을 선택한 경우가 60.8%였다.

비정규직 해법, 노동시간 단축 등에 대해서도 진보층과 중도층의 간격은 크지 않았다. 대북정책 방향에 있어서도 대화와 협력을 선택하는 비율이 진보층과 중도층은 더 많았다. 보수층은 3명 중 2명 정도인 64.5%가 대북정책방향에 대해 대북제재를 선택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중도층은 문재인 후보를 선택했다. 문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중도층이 44%로 더 많았다.

현 정부의 중요 정책들에 진보층과 중도층은 거의 격차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선거에서 아무리 자유한국당이 경제 이슈를 선거 전면에 들고 나온다손 치더라도 선거의 분수령이 되는 중도층은 보수편이 아니었다. 보수로 분류되는 각국 유명 정치인들의 정책은 보수적 색깔이 강하고 노선이 뚜렷하다.

미국의 링컨, 레이건 대통령, 영국의 윈스턴 처칠, 마가렛 대처 총리,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 등은 보수 정치가로 그들의 정책적 색깔이 선명했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교되는 보수 정치인으로 싱가포르의 미래와 성장에 대한 리더십이 탁월했다.

보수의 낡은 이미지를 씻어낼 결정적 방법도 정책에 달려있다.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성장 대 분배’, ‘비정규직 해법’, ‘노동시간 단축’, ‘대북정책방향’ 등에 대해 분명한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민생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보수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으로의 대수술이 없다면 다가오는 선거조차 기대를 가지긴 힘들다.

보수 정당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수술대 위에 올려야할 마지막 대상은 인물이다. 2004년 나락으로 떨어졌던 한나라당 지지율을 끌어올린 1등 공신은 천막당사였다. 처절했고 절박했다. 영남권 다선 의원을 포함한 27명의 국회의원은 ‘오늘 죽어 내일을 사는 전략’을 선택했다. 2004년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들 덕택으로 선거일 임박해 지지율은 서서히 상승했다. 100석조차 기대하기 힘들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을 확보해 개헌 저지선을 확보했다.

당이 내우외환에 흔들릴 경우 가장 먼저 선택한 위기 탈출 해법은 주로 인물로부터 비롯됐다. 김영삼 대통령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그리고 가족 비리 사건 등의 풍파에 시달렸지만 199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선전했다. 임기 후반기라 정권 심판 성격이 강했지만 선방 비결은 ‘젊은 피’ 수혈이었다. 같은 보수 정당인 자민련의 50석을 더한다면 보수가 이긴 선거였다. 정권에 대한 우호적인 평가는 점차 낮아지고 있었지만 공천만큼은 성공한 신한국당이었다.

당시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홍준표를 수도권에 공천했고 이재오, 김문수 등 이른바 ‘YS키즈(언론, 정치권 등에서 통칭하여 사용하는 표현)’가 젊은 피로 수혈된다. 젊은 피 수혈이니 수술이 잘 안될 리가 없었다.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맹형규, 박성범, 이윤성 등 전직 TV뉴스 앵커 3인방이 신한국당에 합류한 것도 이때였다. 한마디로 인물 대수술을 한 것이 신한국당 위기 탈출의 ’신의 한수‘가 됐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끈 새정치국민회의는 물갈이 없는 중진급 의원의 대거 낙선이 발목을 잡았다. 서울에 출마한 정대철, 조세형, 김덕규, 한광옥, 김병오, 장석화, 박실, 이원형 의원 등은 고배를 마셨다. 한편 2000년 제 16대 총선에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은 115석을 얻게 된다. 과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직전 총선과 비교하면 괄목상대할 수준이었다. 자민련과의 선거 공조가 무산되지 않았다면 과반에 근접한 의석수 확보가 가능했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부산 북강서을 지역구에서 한나라당의 허태열 후보와 접전 끝에 석패한 선거가 2000년 총선이었다. 비교적 젊은 피로 수혈한 새천년민주당은 정당득표에서 35.9%를 기록하며 한나라당의 39% 득표율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공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실감하는 결과다. 새누리당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막장공천’ 비판에 시달렸다.

자유한국당은 이번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로 대부분 인지도가 높은 거물 정치인을 공천했다. 젊은 피가 수혈되지 않은 공천의 결과는 참패였다. 한국리서치가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의 의뢰를 받아 지난 20대 총선(2016년) 선거일 전과 후로 나누어 실시한 패널조사(1차조사 2016년 3월 11~16일 전국1474명, 2차조사 2016년 4월 14~18일 전국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1차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2.6%P, 2차조사±3.1%P 1차조사 응답률7.5% 2차조사 유지율70%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에서 확인가능)에서 각 당의 공천에 대한 평가를 물어보았다. 매우 못하는 경우를 0점으로 하고 아주 잘한 경우를 10점으로 하는 11점 척도로 조사가 진행되었다.

1차 조사(선거일 전)에서 새누리당 3.94점, 더불어민주당 3.96점, 국민의당 3.23점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막판 공천갈등이 불거지고 선거일이 지난 직후 실시된 평가는 달랐다. 2차 조사(선거일 직후)에서 새누리당은 2.88점으로 채 3점이 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4.47점으로 4점대 중반까지 껑충 올라갔다. 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서 약진했던 국민의당은 4.62점으로 가장 분위기가 좋았다.

공천 평가에서 가장 치욕적인 평가로 볼 수 있는 공천평가 0점(공천이 매우 잘 못되었다는 최악의 평가)을 준 응답자 비중 결과다. 즉 비율이 높을수록 막장 공천으로 평가했다는 의미다. 1차 조사(선거일 전)에서 18.9%였던 새누리당은 2차 조사(선거일직후)에서 36.1%로 두 배로 뛰어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1차 조사에 비해 0점 평가자 비중이 16.7%에서 12.4%로 줄어들었고 국민의당은 0점 평가자 비중이 2차 조사 결과에서 1차때보다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이 조사 결과를 볼 때 정당의 인물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인 공천에서 자유한국당은 이미 참패했다. 김영삼과 김대중 두 정치 9단에게서 배우는 마지막 수술 대상은 인물이다. 다음 선거 공천을 앞두고 새 인물(People)로 수혈되는 대수술을 받지 않으면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없다.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각 당의 해석이 제각각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눈높이로부터 동떨어진 자구책을 내놓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2004년 총선을 코 앞에 두고 ‘천막당사’로 향했던 처절함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가장 중요한 첫단추는 태도에 달렸다. 천막당사는 처절하고 절박한 보수 회복의 태도였지 공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중앙당 해체를 논하고 비상대책위의 형식을 운운하는 건 진정한 위기 탈출의 묘안이 아니다. 다수의 국민들은 정당들이 보여 온 임기응변식 대응에 이골이 난 상태다. 간단한 시술로 보수의 귀환을 노린다는 건 시대착오다. 보수의 상징인물인 레이건 대통령이 왜 미국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을까.

왜 트럼프 대통령의 롤 모델이 레이건 대통령일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은 레이건 대통령이 원조다. 마가렛 대처는 어떻게 포틀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철의 여인‘이 되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노예 해방의 아버지 링컨 대통령은 보수 정당 출신인데 왜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인물로 미국인들의 가슴에 기억될까.

성공한 보수 지도자들의 공통점은 보수의 기준을 보여준다. 그들은 모두 위기 극복의 용기와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 모두는 국가 운영의 선명한 철학이 있었다. 그들은 정적에 대한 관용과 포용이 있었다. 실패에 낙담하지 않는 긍정이 있었으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따뜻한 유머가 있었다. 한국의 보수 세력과 정당 그리고 보수 정치인들이 얼마나 역사적인 보수 지도자들의 이미지에 가까운지 의문스럽다.

보수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이미지마저 깊은 골짜기로 추락해 버렸다. 긍정적인 이미지는 거의 없고 부정적인 대상으로 낙인찍혀 버렸다. 중도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정책적으로 진보화 되어가고 있었지만 지난 보수 정권 9년 동안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시대의 도도한 변화에 역행하는 태도로 점철되고 말았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사람이다. 보수 정당의 보수 정치인이라고 하지만 보수 개념에 대해선 무지해 보인다. 특정 인물에만 집중 의존하는 계파 정치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사회에 대한 헌신은 부재했으며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오판은 심각했다. 사회는 고령화 되어갈수록 자동적으로 보수화 될 것으로 기대했고 자만한 셈이다. 가장 큰 책임은 새 인물 발굴에 무책임했던 보수 정치 세력 모두의 책임으로 보인다. 보수의 본산으로 추켜세웠던 대구와 경북지역 마저 ‘보수’로 불리는 것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도시의 이미지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단언컨대 자유한국당이 보수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려면 세 가지 대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 먼저 보수 이미지를 바꾸어 놓아야 한다.

다음으로 보수 브랜드 정책을 선명하게 내놓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대적인 새 인물 수혈이 동반돼야 한다. 이 3가지 대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없어 보인다. 한국 정치에서 10%대 지지율의 정당이 보여줄 수 있는 영향력은 극히 제한적이다. 축구 종가인 영국 프리미어리그 명문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인 축구 영웅 로이 킨의 말이다.

‘패배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으면 패배의 이유가 되지만 다른 곳에서 찾으면 패자의 변명일 뿐이다.’ 보수 정치인들이 내일을 기대하려면 지금 스스로의 허물을 대수술로 도려내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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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6/29 08:45:07 수정시간 : 2018/06/29 08: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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