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행 법무법인 동안 대표변호사 "70년 침묵을 끝내는 찬란한 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같은 꿈을 꿔야 한다"

법무법인 동안 조민행 대표 변호사.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조민행 법무법인 동안 대표 변호사] 한반도에 봄이 오고 있다. 1948년 분단 이후 남북이 적대하던 70년 침묵의 세월이 종말을 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리게 됐음을 천명했다. 아울러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가는 한편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합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싱가포르에서 4·27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어 한미 군 당국은 26년 만에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에 '벼락같은 축복'이 연쇄적으로 내리고 있는 셈이다.

2018년 6월 한반도는 민족 화해와 협력을 기초로 한 평화와 공동 번영의 시대로 본격 진입하게 됐다. 이제 남북은 상호 불신과 증오의 벽을 허물고 평화와 번영의 새 길을 닦아야 한다.

동해안에 철길을 이어 희망의 한반도를 만들자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판문점선언 열흘 전인 지난 4월 17일에 '70년 침묵을 깨는 침목'이라는 화두 아래 동해북부선연결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사단법인 희망래일을 중심으로 구성된 추진위원회(위원장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철 전 코레일 사장, 김미화 방송인)는 동해북부선 강릉-제진 구간 110.2km 건설에 소요되는 침목 18만7000개, 187억 원을 모금하는 국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기간 중 서울-강릉 KTX를 타본 북한 사람들이 매우 감탄했지만 우리 고속철은 강릉에서 더 이상 북상하지 못한다. 길은 있으되 막혀 있기 때문이다. 즉 강릉에서 제진 사이에는 철길이 없어 더이상 북으로 달릴수 없다. 동해북부선 강릉-속초-제진 구간 철길을 이으면 명실상부한 한반도종단철도(TKR, Trans-Korean Railway)시대가 열린다. 동해북부선 철도연결 공사는 한반도가 완전하고 가시적이며 불가역적으로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진입함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단군 이후 최초로 동해안을 따라 건설된 철로를 통해 우리는 서울과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강릉을 거쳐 금강산으로 곧바로 갈 수가 있다. 나아가 원산-나진을 지나 러시아 하산,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로프스크를 거쳐 바이칼 호수는 물론 모스크바, 베를린, 파리까지 우리의 발길이 닿을 수 있는 범위는 광대역으로 확장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6월 7일 한국은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북한의 찬성표를 얻어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OSJD는 유라시아 대륙의 철도 운영국 협의체로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28개국이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는 2015년부터 매년 가입을 추진했으나 회원국 가입에 전원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정관과 그에 따른 북한의 반대로 그동안 가입이 번번이 좌절돼왔다.

이제 우리는 회원국으로서 중국횡단철도(TC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포함해 28만㎞에 달하는 국제철도노선 운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지난 세기 철도는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이었다. 서세동점의 시기 서구 열강은 철도 부설권을 획득하는데 혈안이 됐고, 철도를 부설하기 위해 토지를 수탈했으며, 철도 보호를 명목으로 군대를 주둔시켰다. 우리 철도의 역사 또한 일제 조선 침략의 역사와 정확히 일치한다. 한반도에서 일본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나아가 대륙침략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자 부설한 것이 바로 경부선과 경의선 아닌가.

하지만 2018년 한반도에서 철도는 온 겨레의 화해와 협력은 물론 동북아시아 평화의 상징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눈을 감고 떠올려 보라. 부산에서 나진 사이 파란 동해 바다와 하얀 모래밭을 따라서 가지런하게 놓인 철길을. 태백산맥을 넘은 기차가 동해북부선(강릉-제진), 북한 금강산청년선(감호-안변) 강원선(안변-고원) 평라선(고원-나진)을 거쳐 두만강 건너 러시아로 들어가는 장엄한 모습을. 또한 경의선(서울-신의주)을 거쳐 압록강을 건너면서 서해 바다로 지는 노을을 바라보는 멋진 광경을 상상해보라.

한반도종단철도가 완성된다면 우리들은 기차를 타고 국경과 국경을 넘으며, 우리가 고립된 섬나라 주민이 아닌 유라시아대륙의 일부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남북미 세 정상이 만들어낸 평화의 기운이 한반도를 넘어 러시아 국경 도시 하산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들린다. 연이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사드 포대 배치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 분위기가 고조된 지난해 9월 필자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했었다. 정권교체 이후에도 전혀 풀리지 않는 남북관계가 너무나 답답해 하산 언덕에 올라 그저 두만강을 바라보기라도 해야 겠다는 심정이었다,

그런데 출국 전날 하산에 외국인 출입이 금지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결국 두만강은 보지도 못하고 크라스키노에 가서 ‘단지(斷指)동맹비’만 살펴보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안중근 의사 등 13분 독립운동가들이 무명지를 잘라 ‘대한독립’이라는 혈서를 쓰고 조국독립을 맹서한 비 앞에서 숙연한 마음으로 '과거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 5월 하산 두만강철교를 보고 온 지인이 전하는 바로는 이제는 러시아 당국의 사전허가 없어도 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강력한 평화의 훈풍이 러시아에까지 불어닥친 것이리라.

지난 백년 우리 민족 대수난의 시기가 끝나고 있다. 망국과 분단 그리고 동족상잔의 와중에 피눈물을 삼키며 묵묵히 감내해야만 했던 고난과 질곡의 세월이 마침내 지나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동해북부선 철도 연결은 남북의 마음을 하나로 잇는 유효적절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유라시아대륙의 부흥이라는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는 훌륭한 계기가 될 것이다.

중국 근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노신(魯迅)은 말한다. "희망이란 원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에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2018년 6월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이가 이젠 민족의 화해와 협력이라는 소망을 품었으면 좋겠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처럼, 우리 모두가 같은 꿈을 꾼다면 꿈은 곧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한반도에 진짜 봄이 오고 있다. 70년 침묵을 끝내는 찬란한 봄이 우리 곁에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동해북부선 침목 캠페인이 남북간 반목을 깨는 지렛대가 될 것임을 예감한다.

■ 조민행 법무법인 동안 변호사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근무했고, 사법시험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 동안의 대표 변호사로 재직중이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남북 분단시대를 극복하고 한반도의 새로운 세계를 여는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한반도종단철도(TKR)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돼 남북경협과 북방경제협력이 본격화되는 날을 꿈꾸는 '실천적 이상주의자'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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