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PK선거 결과는 단언컨대 유권자가 좌우한다"
"샤이 보수, 2030세대 투표율, 트럼프의 안보, 드루킹 댓글 사건 등에 달렸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제 7회 동시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 열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에 ‘지방’이 없다는 푸념까지 섞여 나올 지경이다. 이번 선거는 역대 선거 양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선거는 주로 영남과 호남 양쪽의 안방은 느긋하게 확보하고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여야 격돌 양상이었다.

그렇지만 최근까지 발표된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하면 수도권과 충청권의 접전은 찾아보기 힘들고 보수 여당의 앞마당이었던 부산, 울산, 경남 이른바 PK지역의 혈전이 예상된다. PK가 어떤 지역인가. 12년 전인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후보는 아예 사라졌는데도 당선된 곳이다. 당시 부산의 기초의원으로 출마한 후보가 후보 등록을 불과 며칠 앞두고 실종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후보자 없이 가족들이 등록을 대신했고 선거 운동 한번 없이 실종 후보는 재선에 성공했다.

아무리 보수 정당의 텃밭이라고 하더라도 후보자 없이 정당의 깃발만으로 당선된 경우다. 지난해 5월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고 87년 직선제 개헌이후 영남의 표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PK지역은 92년에 김영삼, 97년에 이회창, 2002년에 이회창, 2007년에 이명박, 2012년에 박근혜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다. 모두 정치적으로 보수적 성격이 강한 후보들이다. 영남에 정치적 연고를 두고 있는 인물들이기도 했다.

유권자들은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지역 출신 대선 후보를 밀어주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공업화의 상징 도시인 울산은 보수 성향 후보가 시장 자리를 계속 차지해 왔다. 올해로 7회째에 접어들 울산광역시지만 권한대행을 제외하고 시장 자리에 오른 인물은 3명 밖에 되지 않는다. 1대와 2대 시장을 역임한 심완구, 3대부터 5대까지 3선을 내리 한 박맹우, 6대 현직 시장인 김기현이다.

심완구 전 시장이 재선후 새정치국민회의로 당적을 갈아탔을뿐 울산은 지난 지방선거까지 진보 성향의 도전자들에게 난공불락이었다. 부산시장은 역대 어떤 결과였을까. 울산과 동일하다. 제 1회 부산시장으로 당선된 문정수부터 현재의 서병수 시장에 이르기까지 보수 정당 후보들의 독무대였다. 경남도 2010년 지방선거에서 김두관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민주당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였다. 이정도 수준이면 PK지역의 선거 판세는 보지 않아도 짐작 가능할 정도다.

그렇지만 지난 지방선거 이후 지역 민심이 변하고 있다. 리턴매치를 치루는 서병수와 오거돈 두 후보의 지난 부산 시장 선거 득표는 종이 한 장 차이였다. 2016년 부산지역 총선 결과는 더욱 놀라웠다. 김영춘 현재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해 5명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새누리당 아성에서 당선의 기쁨을 누렸다. 이 총선 결과를 두고 ‘부산이 디비졌다(뒤집어 졌다는 경상도 사투리)’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 대통령 선거는 더욱 극적이었다. 문재인 후보가 홍준표 후보보다 부산에서 더 많이 득표했다. 부산, 울산, 경남은 보수 정당의 오랜 교두보였다. 그러나 PK표심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중이다. 선거에서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 지역이 제 7회 지방선거 최고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 PK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이 될까. 이념이 사라진 무대에 다양한 변수들이 속속 등장한 상태다. 네 가지로 요약하면 숨어있는 샤이 보수층이 얼마나 될 것인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2030세대 투표율은 얼마나 될 것인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이 뿐만 아니라 북미정상회담의 열쇠를 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안보 변수가 있다. 여기에 특검 도입이 결정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등이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PK 선거 결과를 좌우할 첫 번째 변수는 샤이 보수다. 샤이(shy) 보수란 보수 성향의 유권자로 선거여론조사에 응하지는 않지만 투표장에 가서 보수 성향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계층을 말한다.

최근 발표되는 부울경 지역의 선거 여론조사 결과는 대체로 여당 후보들이 우세한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역대 어떤 선거보다 부울경 지역에서 높은 현실이다. 여기에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선거일을 하루 앞두고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정상회담 관련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사소한 이슈들은 모두 사라지게 만드는 정상회담 블랙홀 현상이 선거를 지배하고 있다. 후보들의 면면은 부각되기 어려운 당 대 당의 단체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여당 후보들은 자신의 경쟁력에다 대통령의 후광효과까지 등에 업고 있다(단체전). 한마디로 아무리 용을 써 봐도 여권 후보에게 도전하는 야권 후보들에게 관심이 별로 모아지지 않는다. 부산, 울산, 경남은 최근까지도 보수 정당의 정치적 기반이었다. 지난 14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이 지역에서 유권자들의 성향이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지역의 정서가 하루아침에 사라지진 않는다.

선거여론조사는 후보들과 유권자들에게 조사 시점의 선거 판세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에 응하지 않는 유권자나 답변을 거부한 응답자까지 반영하는 건 아니다. 적폐 청산이라는 칼을 빼든 현 정부의 국정 운영 환경에서 보수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독일 학자인 노엘레 노이만(Noelle-Neumann)의 ‘침묵의 나선이론(Spiral of Silence)’에 의하면 자신이 사회적 소수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면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는데 있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다고 한다. 2010년 서울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는 오세훈 시장에 계속 뒤지는 선거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정작 개표 결과는 간발의 차였다. 사후적으로 분석해 볼 때 한 후보를 지지하던 유권자들은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았지만 투표장에서는 한 후보에 투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적폐 청산이 선거 구도로 자리 잡고 있으므로 ‘침묵의 나선’이 만들어질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 특히 샤이 보수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표적 분석하긴 힘들겠지만 지난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물어본 결과를 토대로 간접적인 분석은 가능하다. 메트릭스가 매일경제와 MBN의 의뢰를 받아 4월 14~16일 실시하고 17일 발표한 조사(부산800명 유선RDD 및 통신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5%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4.2%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하였는지’ 물어본 결과 문재인 후보 53.5%, 홍준표 후보 14.1%, 안철수 후보 7.3%, 유승민 후보 6.5%, 심상정 후보 3.2%로 나왔다.

홍 후보 보다 세 배 이상 투표한 유권자가 많았다. 그러나 실제 부산 지역 개표결과는 이 여론조사 결과와 판이하다. 지난 대선 부산 지역 개표결과 문 후보 38.7%, 홍 후보 32.0%, 안 후보 16.8%, 유 후보 7.2%, 심 후보 4.9%였다. 지방선거를 앞둔 선거 여론조사결과와 대선 개표 결과와 비교할 때 유승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큰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문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응답은 대선 결과와 비교하면 약 15%포인트 더 많았다. 홍 후보는 대선과 비교할 때 약 18%포인트 줄었고 안 후보도 9%포인트 정도 줄었다. 투표하지 않았다는 응답과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모르겠다는 응답까지 포함해 분석하면 지난 대선에서 홍 후보에게 투표한 층의 조사 참여율이 가장 낮고 그 다음이 안철수 후보에게 투표한 계층이다.

대선 결과와 여론조사의 대선 투표 후보에 대한 결과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데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지만 적어도 어떤 응답자층의 조사 참여에 차이가 있는지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대체적으로 약 15%포인트 내외의 ‘침묵의 나선’은 있는 것으로 추정 가능해 보인다. 물론 조사의 비표본 오차를 고려할 필요도 있고 승자 편승 현상에 따라 다른 후보를 찍었더라도 여론조사에서 최종 승리자에게 투표했다는 정서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울경 지역에서 이런 샤이 보수 편차가 존재하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해석된다.PK선거를 가늠할 또 하나의 변수는 투표율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묘사되고 있다. 여당 후보들 대다수는 자신의 현수막에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빠트리지 않고 있다. 지역 불문이다.

보수 세력 최후의 보루로 설명되는 대구 경북에서도 출마 후보들의 바로 옆에는 문 대통령이 사진이 버티고 있다. 지난 남북정상회담 직후 문 대통령 지지율은 80%대까지 치솟았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도 감히 넘볼 수 없는 지지율 초고공행진이다. 여기에 드루킹을 비롯해 모든 악재들을 하마처럼 집어삼키고 있는 대형 이슈가 정상회담이다. 여당후보들은 한쪽 날개에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 그리고 다른 한쪽 날개에 정상회담을 매달고 비상하고 있다.

야권 후보들로서는 속수무책인 판세로 보여 질 수 있을 법하다. 하지만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주는 큰 변수 중의 하나는 세대별 투표율이다. 현재 발표되는 선거여론조사는 모든 세대 응답자가 100% 투표할 것을 가정한 결과값이다. 예를 들어 50대의 투표율이 70%인데 20대의 투표율이 30% 정도라면 판세는 전혀 예상밖의 결과로 연결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3일 실시하고 15일 발표한 조사(경남1018명 유선RDD 및 통신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20.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경남도지사 선거 참여 의향’을 물어본 결과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적극 투표층은 전체 74.8%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대별로 확연히 달랐다. 20대는 50%를 넘지 못하는 47.1%였다. 30대는 67.5%, 40대 85.1%, 50대 80.7%, 60대 83.1%였다. 전통적으로 역대 선거 세대별 투표율 사례를 보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투표율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40대를 정점으로 연령대가 낮거나 높아질수록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응답이다. 여기에 매번 여론조사의 적극 투표 의향보다 실제 투표율은 10~15%포인트 이상 낮아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결국 PK선거에서 세대별 투표율은 후보의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이 조사에서 20~40대까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가상대결 결과는 압도적이다. 특히 적극투표층이 47.1%로 예상되는 20대에서 김경수 후보의 지지율이 자유한국당 김태호 후보보다 5배 가량 더 높다. 30대 역시 5배 정도 차이가 난다. 이 지지율은 20대와 30대가 모두 투표하는 상황을 가정한다. 40대는 김경수 후보가 네 배가량 앞선다.

결국 세대별 투표율을 반영한 결과값이 실제 득표율과 더 가까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과연 세대별 투표율은 얼마나 될까. 지방선거는 다른 두 개의 전국 선거인 총선이나 대선보다 투표율이 대체적으로 낮다. 2014년 6.4 지방선거 전체 투표율은 56.8%였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이 77.2%이므로 약20%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세월호 사고로 온 국민이 국민안전을 외치며 선거에 대한 관심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60%를 넘기지 못했다. 전국적인 선거에 사전투표제가 본격 실시된 것을 감안하면 직전 선거보다 투표율면에서 흥행하지 못한 선거였다. 세대에 따라 투표율 편차 또한 큰 선거였다. 19세를 제외한 20대 투표율은 48.4%였고 30대는 47.5%로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비슷한 유권자 비율의 60대 투표율은 74.4%였다.

20대와 30대의 투표율이 60대의 약 64% 수준에 그친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 즉 20대와 30대는 60대 유권자 비율의 3분의 2 정도만 투표장에 간 셈이다. 여론조사에 같은 비중으로 취급되는 연령대별 지지율이 실제 선거에서는 세대별 투표율에 따라 차이가 있는 득표로 계산되므로 그 영향 정도가 결코 적지 않다. 이념과 세대가 충돌하는 PK선거에서 세대별 투표율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타 지역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요약하자면 2030대 투표율이 당선자의 명암을 엇갈리게 하는 아라비아의 요술램프 역할을 하고 있다.

PK선거 결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변수 중의 하나는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북미정상회담을 향해 순항하던 남북관계는 16일 날벼락같은 소식을 접했다. 북한이 16일로 예정된 남북고위급 회담을 전격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한미간 예정된 합동 훈련에 북한이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므로 안보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경북 성주의 사드배치 문제에 민감한 여론이 만들어진 곳도 이 지역이었다. 외교안보와 남북관계에 있어서 대선부터 최근 평창올림픽까지 후한 점수를 주는데 주저했던 지역이 PK지역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남북정상회담의 개최 직후 지역 민심은 급변했다.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뒤따랐고 중도보수 성향이 강한 부산시민들조차 문 대통령의 지지층으로 옮겨갔다. 그렇지만 북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선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여론이 남아 있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의 기대감을 내동댕이치는 행동을 하는 경우 지역내 안보민심은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리서치앤리서치가 데일리한국의 의뢰를 받아 지난 4월 28~29일 실시한 조사(전국1009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적용 응답률12.9%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남북정상회담의 합의를 이행하는데 있어 북한을 신뢰할 수 있을지 신뢰할 수 없는지’ 물어본 결과 전체값은 신뢰가 42%, 불신이 43.3%로 거의 비슷했다.

그러나 지역을 부울경(PK)으로 좁히면 신뢰할 수 없다는 응답이 50.3%로 절반이나 된다. ‘신뢰할 수 있다’는 의견은 35.1%였다. 여전히 PK지역은 안보 이슈에 더 민감한 지역이다. 전국 평균에 비해 북한의 진정성에 대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비율이 더 높다.

6월 12일이 투표 전날이라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주고 있는 북미정상회담 이슈지만 북한이 비핵화와 판문점 선언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후 상황을 종잡을 수 없다. 기대가 높았던 만큼 국민들의 대북관계 신뢰도는 상처입게 된다. 특히 다른 지역에 비해 안보이슈가 유권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PK지역이다. 정상회담이 여당 후보들에게 호재임에 틀림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테이블을 박차고 나오게 되는 상황’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협상테이블을 걷어찰 것이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던졌다. 지금으로썬 그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되고 북한이 다시 강경 일변도로 나선다면 선거에 미치는 파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치명적이다.

PK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마지막 치명적 변수는 드루킹이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단식을 감행했을 정도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정치권 대결 구도는 치열했다. 폭행으로까지 이어졌고 특검 도입과 관련한 여야 줄다리기는 여전히 팽팽한 상황이다. 정상회담이라고 하는 워낙 큰 이슈가 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선거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관련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직접 찾아보고 확인할 정도로 관심도가 높은 수준이 아니다.

쉽게 이해되는 간단한 내용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이 유일한 이슈라면 유권자들이 더 주목하겠지만 정상회담이라는 골리앗 이슈에 가려져 있다. 그리고 야권의 주장대로 특검이 도입되면 유권자들의 관심이 다시 모아지겠지만 선거일까지 결론이 나오긴 물리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지역을 PK로 국한하면 다른 분석이 가능해진다. 당장 선거 민심에 반영되고 있지는 않지만 PK지역 유권자들에게 ‘드루킹 댓글 조작’ 논란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예민한 이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경남 지역 조사에서 ‘드루킹 댓글 사건’이 경남도지사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 물어본 결과 영향을 줄 것이다는 의견이 50.8%였고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39.2%였다. 경남을 제외한 지역은 정상회담 이슈 지배력이 강하지만 경남은 달랐다. 박빙 승부처에서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무당층(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층)에서 ‘드루킹 의혹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준다’는 의견이 ‘영향을 주지않는다’는 응답 보다 약 20%포인트 더 많았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관련 표심을 분석하면 ‘드루킹 댓글 사건’이 PK지역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한 달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지방 자치권을 되찾기 위해 우리 국민들은 피와 땀을 쏟아냈다. 1952년 제 1회 전국 시, 읍, 면 의회 의원 선거로 출발하여 1960년부터는 서울특별시장과 도지사 선거까지 실시하게 되었다. 군사 정권이 들어서며 풀뿌리 민주주의는 토양을 송두리째 빼앗겼지만 87년 직선제 개헌으로 지방 자치의 문을 다시 활짝 열게 되었다.

지방선거를 되찾아오는데 수십년이 걸렸다. 지방선거는 우리의 삶과 직결돼 있다. 대통령 선거를 통해 국가 최고지도자를 선택하고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국민의 대표를 의회로 보낸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에서 유권자들의 진자리와 마른자리를 살피는 지역의 지도자들은 지방선거를 통해 배출된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유권자들의 관심은 싸늘하다. 자기 혁신 없는 정치권에 대한 냉담한 반응이기도 하지만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슈에 밀려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다. 지방선거 ‘패싱’이라는 자조 섞인 표현까지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유권자들은 관심이 없고 후보자들은 자신들을 유권자 앞에 부각시킬 무대가 없다. 관심과 무대조차 없다보니 결국 지방선거에 의미를 부여하는 관련 이슈조차 없다. 무관심, 무이슈, 무무대의 3무 지방선거로 얼룩져가는 안타까운 모습이다. 제주와 세종을 제외하고 7장의 투표용지에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광역단체장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은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심각한 대목은 교육감 선거다.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교육 수장이지만 누가 누구인지 조차 모른다. 유권자들조차 모르는 가운데 진보 후보와 보수 후보로 나뉘어 단일화를 한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과연 아이들의 미래 성장을 주도하는 교육 수장을 누구인지 조차 모른 체 투표하는 현실이 타당할까. 여당이 몇 자리를 차지하고 야권이 몇 자리를 차지하는 것보다 얼마나 좋은 후보자가 풀뿌리 민주주의의 주역으로 설 기회가 만들어지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특정 정당의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었던 PK지역에 경쟁구도가 만들어지는 건 희망적인 변화다. 경쟁을 통해 더 낳은 선택지를 지역 주민들이 거머쥐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한국 민주주의의 한단계 성장을 의미한다. 부산, 울산, 경남은 보수 성향 일변도의 틀을 깨고 경쟁 무대에 올라가 있다. 최종적으로 선택받아 등장하는 후보자가 누구일지는 샤이 보수, 2030세대 투표율, 트럼프의 안보, 드루킹 댓글 사건 등에 달렸다.

다른 돌발 변수의 영향도 원천 배제하긴 어렵다. 정치가 생물이라면 선거는 미생물이다. 아주 작은 흐름이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는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런 모든 변화는 투표를 통해 만들어진다. 지방선거에 ‘지방’이 보이지 않고 탄수화물만 보인다는 우스갯소리가 아프게 들리는 건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PK선거 결과는 단언컨대 유권자가 좌우한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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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8/05/17 11:45:39 수정시간 : 2018/05/17 11: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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