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의 1년 명암을 살펴보니 어두운 면도 많아...."

신율 명지대 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지난 1년 동안 우리사회도 많이 변했다. 하지만 변화 자체가 긍정적인 미래를 담보할 지 아직은 불투명해 보인다. 지금 특정 분야에 대한 치적을 논하기에는 이른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한반도 위기 극복 문제가 그렇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관계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곧바로 한반도 위기 극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합리적 판단으로 사료된다.

현재 한반도 위기의 원인은 남북 간의 경색 때문만은 아니다. 한반도 위기의 원인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때문에 발생한 미국과 북한, 국제사회와 북한간의 갈등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는게 보다 정확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한반도 위기 극복으로 이어질지는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한반도 위기 극복 여부는 미북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 그리고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4강 외교가 성공적인지는 아직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미북정상회담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환경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두 번째 북중정상회담을 가진 것도 그런 점에서 주목된다.

불과 40여일 전에 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과 시진핑이 지난 7~8일 또 다시 수차례의 만남을 갖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가졌다는 것은 결코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를 예측하게 하는 단서가 엿보이기도 한다.

즉, 미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중국의 역할은 그 어느때 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 입장에 중국은 유일한 후원자이자 일종의 보험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때 북한-중국의 두 정상이 짧은 시간 내에 두차례나 정상회담을 가졌다는 점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우선 북한 입장에서 미국의 요구를 북한이 다 들어주는 데 분명히 한계가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는 경우에 대비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미북정상회담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 것인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만일 미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 북한의 전면적이고 전격적인 핵폐기가 이뤄진다면 그야말로 문재인 정부의 중재외교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미북정상회담이 어그러지거나, 아니면 미국이 원하는 결론을 내지 못하면, 또는 북한이 선언한 핵실험 모라토리엄을 받아들이고 대륙간 탄도 미사일만 폐기하는 어정쩡한 결론으로 매듭지어진다면 문재인 정부의 외교 역량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일단 미북정상회담이 끝난 이후에야 문재인 정부의 외교와 대북정책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내치(內治) 문제를 봐도 아직은 후한 점수를 주기는 힘들어 보인다. 왜냐하면 현재 정부 역시 과거 정권들의 잘못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잘못이란 바로 국회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다. 현 정부가 국회를 무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은 지난 번 개헌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지난 번 정부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청와대는, 국민들에게는 사흘에 걸쳐 내용에 대해 설명하는 '친절함'을 보여줬지만, 정작 야당들이나 여당에 대해서는 그같은 친절함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오는 말들이 '국회 패싱', '야당 패싱' 등의 용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이번 문재인정권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정권들도 국회를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여긴 증거가 여럿 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입장은 언제나 대통령이 누구든 간에 “자신들은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국회가 발목을 잡는다”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권을 잡은 정부가 이런 식의 사고를 가질수록 여당의 존재감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지금의 여당도 존재감은 거의 없는 것 처럼 느껴진다. 여당 대표 누구인지, 여당의 원내대표가 현재 누구인지 가물가물해 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을 정도다. “지방선거 후보는 모르고, 문재인과 홍준표만 보인다”는 언론의 헤드라인은 저간의 사정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야당을 들여다보면 야당은 그야말로 지리멸렬한 상태다. 홍준표 대표의 '원맨쇼'로 그나마 야당이 있음을 자각할 수 있을 뿐이다. 이렇듯 여당은 존재감을 상실했고, 야당은 지리멸렬한 상태이므로 청와대가 국회를 더 무시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태도다. 청와대의 입장에서 여당은, 일종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범퍼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고, 야당은 자신들을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중요한 견제세력으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즉, 권력 중심부가 직접 비난의 표적이 됐을 때, 이를 대신 막아주는 '총알받이' 역할을 해야 하는 존재가 바로 여당이고, 지금은 보기도 싫을 수 있지만, 그나마 견제를 통해 정권 차원의 문제가 커지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게 해주는 존재가 야당이라는 인식을 청와대는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인식은 정권의 성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과거 박근혜 정권도 여당을 일종의 '자신들의 보좌집단' 정도로 여겼고, 야당은 '대안 없는 반대세력'으로만 치부했었다. 그래서 당시에도 청와대만 보였고 국회는 잘 보이지 않았었다. 지금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이런 점에서 문재인 정권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의 최후가 어떤지를 과거 정권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박근혜 정권이 중요한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존재감을 상실한 여당에 갑자기 역할을 준다고 여당이 충격 흡수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 역시 기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평시'에 여당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친 김에 한가지 더 지적한다면 현재 장관들 역시 잘 보이지 않고 청와대 보좌진들만 보인다는 점이다. 장관은 미국에서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일종의 비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비서라도 '재량권이 부여된' 비서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제인 미국의 경우, 장관들이 각자 자신들의 재량권을 십분 활용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번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전 국무장관의 관계를 보면 이들의 재량권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장관들이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들의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틸러슨 전 국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상당히 많은 '잡음'이 있었음을 알고 있는데, 자신이 '잘리는' 한이 있더라도 틸러슨 전 장관은 국무장관으로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장관의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마도 장관들 스스로가 대통령의 비서역할만 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예를 들어 외교부 장관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 실장인줄 아는 이들이 많다는 우스개 소리가 등장할 정도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역할이 그만큼 축소된 듯한 인상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정상회담의 주도권 역시 통일부도, 국정원도 아닌 청와대가 가지고 있는 것 처럼 해석된다. 지난번 아랍에미리트와의 관계가 삐걱거릴 때도, 문제를 수습하러 나선 인물은 국방장관이 아닌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외교적 문제도 수습하고 남북정상회담도 주도적으로 이끄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장관의 존재가 망각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지금은 가히 '청와대 전성시대'라고 부를만하다. 청와대가 국회와 정당도 압도하고, 행정부의 장관들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약하면, 청와대만 보이고 다른 존재들은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미어터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만 두드러지게 보이는 상황에서, 국민들은 청와대에 말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올림픽 금메달도 박탈할 수 있고, 판사도 파면시킬 수 있으며, 국가대표들도 바꿀 수 있다는 식으로 국민들이 생각하기 쉽다는 뜻이다. 이런 국민들의 의식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오히려 강화시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성적으로 해석할 수도 없다. 만일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청와대 국민 청원게시판에 호소해도 실제로는 해결된 일이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국민 청원게시판의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법 한데, 그런 의구심이 있다는 징후도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현재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을 일종의 '전지전능'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으며, 여기에는 이성적 판단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가능해 보인다. 청와대는 이런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현상은 언젠가는 자신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그런데 아직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듯 싶다. 아마도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늘을 찌를 듯 높기 때문일 것이다. 집권 1년차를 지난 시점에서 평가해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이 집권기간 내내 지속된다면, 국민들이 대통령만 바라본다 한들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그렇게 고공행진을 계속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여러 상황에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지금 청와대가 그런 준비를 하는 것 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이유에서 내치에 관한 부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후한 점수를 얻지는 못할 것으로 사료된다.

경제부분 역시 아마도 그다지 후한 점수는 얻지 못할 것 같다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 청와대에 실업률 상황판까지 설치하며 실업률을 내리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그 노력이 아직은 결실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싶다. 실업률이 매달 기록을 갱신할 정도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체감경기도 매우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아마도 소득주도 성장론이 아직은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아직은'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정책이 외국에서 널리 사용하는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시행초기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금의 고실업과 체감경기의 저하가 과도기적 증상이라면, 정부는 모든 노력을 다해 이런 과도기적 부작용을 최소화 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

청와대는 기업의 입장도 더욱 더 헤아려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처럼,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신규 일자리도 동시에 창출해야 하는 상황을 견딜 수 있는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음을 엄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기업이 상황을 견디지 못하면 일자리 창출은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이것은 '일자리'라는 마차를 '경제'라는 말에게 뒤에서 밀고가라는 것이나 다를바 없어 보인다.

마차는 말이 앞에서 끌어야 제대로 갈 수 있다. 하지만 위치가 뒤바뀌면 전혀 제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측면도 앞으로 잘 헤아려야 한다.

물론 잘한 측면도 있다. 바로 청년들의 꿈을 앗아가는 '청탁 취업'을 근절해 보겠다는 정부의 의지다. 강원랜드를 비롯해 많은 금융기관들이 부정 청탁에 의해 신입사원들을 뽑는다는 사실은,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에게만 절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런 젊은이들의 부모들도 무력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이처럼 부당하고 탈법적인 부정청탁 취업의 고리를 과감하게 끊어내는 정책을 펴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올바른 처방이 아닐 수 없다. 부정한 일을 과감히 척결해야 과정에 대한 희망과 삶에 대한 신념을 갖게 된다. 이런 차원에서 매우 잘한 일이라고 후한 평가를 해주고 싶다.

이렇듯 지난 1년을 생각해보면, 국민들의 높은 지지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는 점도 알 수 있다. 다만 지난 1년을 거울삼아 앞으로의 임기를 준비한다면, 그리고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각오만 단단히 서있다면 문재인 정부의 앞날은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퇴임시 지지율이 50%가 넘는 대통령이 나올 때도 됐다고 본다. 과거 역대 대통령들의 말년이 모두 안 좋았는데, 이제는 좋은 기억을 남기고 퇴진하는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는 의미다. 바로 그런 첫 번째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이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것이 우리나라를 위해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다. 이제 임기를 막 1년 넘긴 문재인 대통령이 4년후 실패한 대통령으로 주저앉는다면 이는 국가적인 불행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악순환의 고리는 이참에 반드시 단절해야 한다. 참다운 민주주의와 견실한 경제성장을 일궈낼 때는 바로 지금이다. 4년후 퇴임하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넘어 국민들이 '여전히' 사랑하고 지지하는 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 신율 명지대 교수 프로필: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시민사회 활동과 더불어 정치평론가로 저술 및 방송활동 등을 꾸준히 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다. 2011년에는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에도 등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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