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스마트 도시라는 개념은 애당초 현실성이 없는 틀린 개념"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도시에 살면 보고 듣는 정보가 많게 마련이다. 특히 도시구조가 빠르게 발전하고, 첨단 비즈니스가 발달한 도시 속에 살다 보면 세상의 변화를 더욱 쉽게 체감할 수 있다.

비즈니스 감각도 민감해 진다. 도시로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을 관찰하고, 청취하고, 학습하면서 스스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생활력이 강해지고 경제력도 뒤따른다. 하버드 대학의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도시의 승리’란 책에서 “도시는 생산성을 높이고 환경비용을 낮춘다”고 주장했다. 인구가 집중될수록 자연 환경은 파괴되고 범죄발생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도시의 긍정적 기능을 누구나 쉽게 누릴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도시라는 공간은 편의성, 의료시설, 치안활동, 사생활 보호, 일자리 및 직업의 다양성, 대중예술과 오락, 정보 습득, 다양한 기회 포착 면에서 시골보다 월등히 유리한 삶의 터전이다. 인류는 지난 수백 년 동안 도시를 중심으로 정치, 문화, 경제를 발전시켜 왔다. 도시 속에 머물기만 해도 사람들은 점점 더 똑똑해 졌다.

스마트 도시는 디지털 데이터의 네트워크 기반

고대 도시가 성벽이나 자연 방호벽 뒤에 형성되었던 것과 달리 현대 도시는 물류공급과 기반시설을 건설하기 쉬운 열려있는 공간에 세워졌다. 주로 사람이 모여 살기에 충분히 넓은 평지 위에 형성됐다. 도시에는 자본 축적의 상징으로 공공시설물이나 빌딩들이 들어섰다. 산업혁명의 중심도시들 주변엔 도로망과 철도망이 빠르게 건설됐고 상·하수도망과 전력망이 촘촘히 구축됐다.

산업경제가 지배하던 20세기엔 도시는 물류 소통의 중심이었고 도로 및 항공망이 거미줄처럼 도시들을 연결해 줬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자 물질경제의 규모가 축소되는 대신에 디지털 서비스가 확장되면서 초고속 인터넷망이 도시의 생명력을 전파하는 신경망 역할을 하게 됐다. 도시 곳곳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데이터는 도시의 활력을 상징하는 신호가 되어 네트워크를 따라 흐르고 있다.

도시발전을 첨단 ICT 기술과 연계시키는 노력이 20세기 말경부터 급격히 부상했다. 이를 스마트 도시(Smart city)화라고 부른다. 초창기엔 도시행정을 전산화하는 일이 대부분이었지만 점차 행정의 온-라인(on-line)화로 바뀌더니 마침내 모바일 네트워크화로 발전해 왔다.

첨단 IC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도시화'란 개념도 두 가지 관점으로 나뉜다. 하나는 정보통신기술을 제대로 활용해 도시 행정이나 통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하는 과정(process)를 평가하는 관점이다. 다른 하나는 주거, 교통, 교육, 의료 서비스를 첨단정보통신 기술과 연계해서 주민의 삶을 편하게 관리해 주고 도시가 보유한 자원을 효과적으로 잘 배분해 주는 성과(results)를 평가하는 관점이다.

스마트 도시가 추구하는 성과는 도시의 경제발전, 비즈니스의 혁신 역량, 통치행위의 투명성 그리고 시민들의 참살이(well-being)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 도시를 설계하는 사람들은 도시의 혁신 역량에 가중치를 많이 준다. 도시의 혁신역량이 높아지면 경제발전이 뒤따르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도시의 혁신역량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세 가지 요소를 들 수 있다. 먼저 새로운 아이디어에 개방적이어야 한다. 기존 산업을 파괴할 만큼 혁신적인 기업일지라도 시장진입이 쉽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허브가 되도록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구매행정을 통해 신기술 제품과 신생기업의 혁신제품을 직접 구매해 주는 조달전략도 필요하다. 신규 사업에 맞게 도시 기반시설을 최적화시킴으로써 기업 활동을 장려하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실용화 시키는 과정에 직접 투자를 해주기도 한다. 도시 행정이 혁신활동을 주도할 만큼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혁신기업과 목표를 공유하고 사업에 필요한 데이터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첨단 정보통신 기술은 전통적인 도시운영에서 불가능했던 일들을 가능하게 해준다. 도시기반 시설의 효율성을 높여주고 개선활동을 쉽게 해주어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여준다. 특히 도시운영에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실시간 소통을 통해 시민이 직접 도시운영에 참여하는 일이 가능해 졌다. 행정가와 시민 사이의 양방향 소통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실행 효율을 높여 준다.

시민 참여방식의 직접 소통은 궁극적으로 도시운영이 시민의 삶과 직접 연결되는 효과를 갖게 해준다. 첨단정보통신의 활용이 시민의 삶을 효과적으로 향상시키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시민들이 더욱 많은 참여할수록 행정의 실효성은 높아진다.

SNS 댓글 분석은 왜곡된 민심.

하지만 아직까진 보이지 않는 함정 요소가 있다.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라는 것은 자칫 공염불이 될 우려가 크다. 삶에 얽매여 사는 대다수의 보통 사람들은 정치나 행정에 별로 관심이 없다. 대다수 시민들은 실시간 검색 데이터에도 관심이 없다.

정부나 도시가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도 자세히 모른다. 행정부서는 댓글을 통해 민의를 수렴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 팅만 할뿐 댓글을 달지 않는다.

묵묵히 자신의 일에 바쁜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저런 뉴스거리에 일일이 댓글 달 시간도 없을뿐 아니라 그럴 가치를 느끼지도 못한다. 다수의 민의가 댓글로 표출된다고 장담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평소에 도시행정에 댓글을 다는 사람은 극히 일부라고 여겨진다. 하루 종일 정작 자기 일은 하지 않고 댓글만 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은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들이 쌓아놓은 댓글 의견들이 민의일수는 없다.

설문조사를 해봐도 진지하게 답을 주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대다수는 침묵한다. 따라서 시민의 참여를 통한 스마트 행정은 오류를 포함할 수밖에 없다. 대다수 시민들은 도저히 더 이상 참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혀야만 폭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뿐이다.

예를 들면 촛불 시민혁명이 좋은 사례이다. 선각자들만으론 시민 혁명을 일으킬 수 없다. 그들이 처음에 불을 점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시민혁명의 폭발은 대중이 참여해 의견을 표출시켜야 비로소 가능하다.

따라서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스마트 도시라는 개념은 애당초 현실성이 없는 틀린 개념이다. 진정한 시민참여는 댓글 참여와는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시민들의 행동변화를 탐지할 수 없다면 댓글은 어떤 의미에서는 선각자들의 조작된 민심일 뿐이다. 도시행정이 선각자들만을 위한 치우친 행정이 되고 만다면 문제가 아닐수 없다.

선각자들의 의견이 대중의 의견과 일치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댓글을 다는 대다수 사람은 이익단체를 대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그들이 적극적으로 댓글에 참여하는 이유는 어떤 제도나 행정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발동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사물지능망으로 민의 수렴 컴퓨터 성능이 강화되면서 사물에 삽입된 센서 칩이 프로그램을 구동시키게 되면서 도시기간망은 모바일 네트워크 중심에서 사물인터넷망의 지능화로 표현되는 사물 지능망 시대로 진화하게 된다. 댓글이나 여론 조사로 도시기획이나 행정패턴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고 사물이 측정한 시민들의 행동 데이터를 사물이 스스로 분류하고 패턴화 한다.

이렇게 모인 사물 정보는 인간이 왜곡시킨 댓글이나 여론조사에선 발굴할 수 없는 시민들의 행동패턴을 낱낱이 드러내게 된다. 인간이 설계한 알고리즘에선 미처 발견하지 못할 도시행정의 통찰력이 자동으로 도출될 수 있다. 스마트 도시의 개념이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가정한 것이라면 사물의 지능화는 왜곡되지 않은 데이터의 지능화로 연결된다.

대다수 시민의 삶을 그대로 수집하고 분석하는 효과가 있다. 도시행정의 사물지능화 단계는 스마트 도시를 지능도시(Intelligent city)로 변모시키는 중요한 계기이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스마트 도시의 운용을 사물인터넷과 연동시키는 지능화 전략이 가능해 졌다.

지능 도시는 미래도시의 비전

중국 저장(Zhejiang)성의 중심도시인 항저우(Hangzhou)시는 인공지능기술로 공공업무를 관리하는 세계 최초의 지능도시로 평가받고 있다. 인구 9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이 도시는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 인공지능 교통제어시스템인 시티브레인(City Brain)을 도입하고 카메라로 감지한 교통량을 실시간 분석해 128개 교차로의 신호등을 자동으로 제어해 준다.

주민들은 스마트폰만 가지면 슈퍼마켓 및 편의점은 물론이고 60개가 넘는 공공서비스, 교통기관, 의료비 등을 모바일로 결제할 수 있다. 따라서 시티브레인은 교통량뿐 아니라 시민들의 통근, 구매, 이동 및 상호작용 등 모든 활동을 데이터로 수집해 인공지능으로 패턴화 하는 학습을 하고 있다.

도시 전 지역에서 차량과 시민을 구분해 내는 안면인식 시스템이 가동되므로 모든 범죄가 추적되고 사건 사고가 신속히 처리되는 지능도시로 탈바꿈했다.

시티브레인이 정착되면서 항저우에선 범죄와 자동차 충돌 사고가 사라졌고 러시아워가 사라졌다고 한다. 교통이 정체되려는 조짐을 사전에 포착해 신호등을 변경해 조정할뿐 아니라 정체 예상구간을 통과하고자 하는 시민에게 10분 후의 교통상황 변화를 미리 알려주고 회피하는 노선을 안내해주는 서비스를 해주고 있다.

도심의 도로구조나 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할 방향이 도출되기도 한다. 시티브레인의 성공 사례는 이미 600여개 중국 전역의 다른 도시들, 그리고 싱가포르와 홍콩 등에도 패키지로 제공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항저우 시의 시티브레인이 제공하는 공공서비스가 모든 도시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최상의 해법은 아니더라도 사물인터넷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지능도시화 시스템은 모든 스마트 도시가 추구해야 할 미래도시의 비전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능도시의 시민들은 댓글을 열심히 달지 않아도 스마트 행정을 체험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지능화 도시전략과 같은 미래 비전은 행정 관료들의 힘만으로는 결코 이뤄지지 않는다. 지역자치단체장의 강력한 의지와 집중적인 투자에 의해서만 가능한 비전이다. 오는 6월 13일에는 2020년을 관통하는 향후 4년간 도시행정을 책임질 광역자치단체장 선거가 치러진다. 2020년대엔 5G 촉각인터넷 환경 속에서 첨단 사물지능 인터넷 기술이 꽃 피울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 운용과 행정을 맡을 단체장들은 이런 기술을 활용해 어떤 미래도시를 만들어 가야겠다는 비전을 준비해 뒀어야 한다. 하지만 각 당의 예비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의 출마의 변을 살펴보면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바꿔 줄 미래도시의 지능화 전략 같은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만약에 숨겨 놓은 전략이 있다면 공개해 주길 기대한다.

■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POSCO그룹 연구소장과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을 역임했으며, 서울대 재료공학과 객원교수를 거쳐 과학칼럼니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