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은 나와 배우자가 부부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넘어, 배우자의 가족을 나의 가족으로 이어주는 고리가 됩니다.

결혼으로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실로 엄청난 일인데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때로는, 가족들과의 불화가 혼인파탄의 사유가 되기도 합니다.

재판상 이혼 원인에 관하여 규정하는 민법 제840조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으로부터 부부의 일방이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거나(제3호) 부부의 일방으로부터 배우자의 직계존속이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제4호)”는 이혼사유가 됨을 명시하고 있는데요,

이 때의 부당한 대우란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 여겨질 정도여야 한다는 것이 일관된 우리 법원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가정불화의 와중에 서로 격한 감정에서 오고 간 경미한 폭행 및 모욕적인 언사만으로는 “직계존속으로부터의, 또는 직계존속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것이 판례인데요,

다만, 이 경우에도 제6호 상의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의율하여, 재판상 이혼이 성립될 수 있음은 물론입니다.

곽노규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① 남편 B는, 결혼 초부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 아내 A의 노고를 전혀 인정해주지 않은 채 모친과 아내의 갈등이 있을 시 무조건 모친의 편만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B의 모친에게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자 B는 A에게 “집을 나가버려라, 죽어버려라”폭언을 하고 B의 형제자매들 역시 A가 그 동안 모친을 제대로 모시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핀잔을 주어 부부 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참다못한 A는 B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혼인파탄의 책임은 B에게 있다고 인정하며, 나아가 B는 A에게 1,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판단하였습니다.

② 남편 D는 퇴근 후 교통사고로 입원한 아내 C가 있는 병실로 갔다가 C가 퇴원하여 친정으로 간 것을 알게 됩니다. C는 시어머니와의 불화를 견디지 못하고, 남편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친정으로 갔던 건데요,

화가 난 남편 D는 이를 따지기 위하여 C의 친정으로 찾아가 주먹으로 출입문을 두드리고 발로 차는 등 행패를 부리다가 급기야는 장모를 밀고 넘어뜨려, 장모에게 약 10일간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히고야 말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C는, D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하였고, 법원은 역시 D에게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며, D는 C에게 위자료로 700만원을 지급할 것을 명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부부 당사자의 문제가 아닌 가족과의 불화로 인해 이혼에 이르게 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결혼이란 나의 배우자 뿐 아니라 그 가족에 대한 보다 많은 배려와 노력, 존중이 있을 때 온전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곽노규 변호사]
▲ 이화여자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제53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43기
▲ 법무법인 산하 가사상속팀 수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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