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적잖이 존재해"

신율 명지대 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청와대가 정부 개헌안을 발표했다. 개헌이라는 아젠다를 청와대가 선점함으로써 정국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정권 차원의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된다. 청와대가 장장 사흘에 걸쳐 개헌안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볼 수도 있다.

즉, 국민을 상대로 개헌안을 직접 설명함으로써 개헌을 이슈화하고, 이를 통해 국민적 여론과 지지를 얻으면 그것을 무기로 국회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생각일 수 있다.

문제는 이번 개헌안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요소들이 적잖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권력구조 측면은 차치하고서라도, 청와대와 정부의 마인드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들이 눈에 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예로 토지 공개념과 수도에 관한 조항을 들 수 있다.

여기서 토지 공개념에 대한 찬반 여부는 언급하지 않겠다.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나서고 있고, 실제 주거용이어야 할 주택들이 투기용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아 토지 공개념 도입의 취지는 공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상한 생각이 드는 이유는 토지 공개념이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은 제도이기 때문이다. 즉, 헌법재판소는 토지 공개념에 기반한 '택지 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 '토지 초과 이득세법' 등에 대해 각각 위헌과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도를 다시금 개헌에 포함시키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물론 여기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헌법재판소가 토지 공개념에 기반한 '택지 소유 상한에 관한 법률' '토지 초과 이득세법' 등에 대해 각각 위헌과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은 맞지만, 헌법재판소도 토지 공개념 개념 자체를 부인한 것이 아니라, 과도하다고 해서 위헌 판단을 한 것이며, 그래서 개발이익환수법은 합헌 판결을 받았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런 논지를 펼치는 측에서는 현재도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을 뿐이지, 토지공개념 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분적으로 토지 공개념적인 법령을 시행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그린벨트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하위 법에서 명시하고 실행하는 것과 헌법에 명시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헌법은 한 국가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하에서는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것이 헌법의 근간인데, 이런 헌법에 토지 공개념을 명시화하면, 또 다른 갈등과 헌법 조항들 간에 상충되는 사태도 초래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헌이라는 것은, 제도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지금처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부분적이라도 반하는 내용을 헌법에 집어넣으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헌법 재판소의 결정에 반하는 개헌 조항은 또 있다. 바로 수도에 대한 문제다. 현행 헌법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조항은 있지만, 수도에 관한 명문화된 조항은 없다. 그래서 2003년 12월 노무현 정권은 특별법을 제정해 세종시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당시 헌법재판소는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인 점은 불문의 관습헌법이므로 헌법 개정 절차에 따라 새로운 수도 설정의 헌법조항을 신설함으로써 실효되지 아니하는 한 헌법의 효력을 가진다.’고 판단했었다.

그런데 이번 개헌안에는 ‘수도를 법률로 정한다.’는 조항이 신설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청와대가 발표한 개헌안에는 두 가지 측면에서 기존 헌법 재판소의 결정에 반하는 요소가 포함되는 셈이다.

이렇게 과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뒤집는 조항들이 개헌안에 포함되면, 기존의 헌법체계와 제도들에 의해 결정된 사안들이 부분적으로 무력화되는 셈이고, 이런 상황이 초래되면 결국 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손상될 위험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위험이 발생한다는 것은 국가를 운영한다는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국가가 원활히 움직이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국가적 제도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기존의 헌법 체계를 바꾸는 개헌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현행 헌법에 의한 제도와 그 제도에 의한 결정은 존중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타당한 것이다.

이런 측면 말고도, 청와대가 발표한 개헌안을 보면 또 다른 의문점이 생긴다. 바로 권력구조 문제가 그것이다. 청와대는 권력구조를 대통령 4년 연임제로 바꾸며, 동시에 권력 분산의 차원에서 책임 총리제를 강화하는 조항을 삽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책임 총리제를 강화하기 위해서, “대통령의 명을 받들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대통령이 국가원수라는 부분을 삭제하겠고 한다. 그렇게 하면 책임 총리제가 실현될까? 개인적 견해로는 “아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우선 총리의 임면 권한을 대통령이 갖고 있는 한, 총리는 자율적으로 움직이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최종 결정권자가 대통령인 한, 총리의 역할은 당연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지금 야당들이 주장하는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도 별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국회는 총리를 추천할 권한을 갖지는 못하지만,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에 대한 동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국회의 동의 없이는 총리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제도가 있다 해도 지금 총리를 책임총리라고 보는 이들은 없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헌법적으로 국가원수의 지위를 잃거나, 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든다는 조항을 삭제한다 하더라도, 총리의 권한이 구체화되지 않고, 대통령이 총리를 임면하는 권리를 가지고 있는 한, 책임총리는 존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래서 이번 권력구조 개편은 대통령 권한 분산이라는 측면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 개헌안을 발표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기존의 대통령제를 고수하는 이유, 그리고 4년 중임제 개헌안을 제안하는 이유로 '책임 정치'와 '안정적 국정운영'을 들었다. 이런 논리는 과거부터 권력을 잡은 측으로부터 늘상 들어왔던 소리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을 말하는 정권으로부터 이런 소리를 또 다시 들어야 할 줄은 정말 몰랐다. 여기서 4차 산업혁명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이유는, 지금의 시대는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장 중요한 정치 덕목인 시대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의 시대는 안정적인 국정운영보다는 “투명하고 거버넌스적인” 국정운영이 더욱 필요하다. 그리고 거버넌스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권력 분산이다. 권력 분산 말이 나왔으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개헌을 하자고 국민적 합의가 모아진 이유는 바로 박근혜 정권의 실패 때문이라는 점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외치던 많은 국민들은, 이것이 모두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권력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또 다시 이런 비극적인 역사, 쓸데없는 국가 에너지 낭비가 또 다시 반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따라 권력 분산형 개헌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다 보면 “안정적인 국정 운영”과 “책임 정치”라는 단어들이 권력 분산형 권력구조를 대신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과거 개헌을 외쳤던 국민들의 취지와는 분명 거리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청와대와 여당은 이런 말도 한다. 국민들이 대통령제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나 여당의 이같은 주장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대통령제를 제외한 다른 권력구조에 대해 심도 있게 알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대통령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즉, 국민들은 권력 분산을 원하지만, 동시에 대통령제를 찬성한다는 모순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는 말이다. 한 가지 예로 우리나라 국민들 뿐 아니라 일부 정치인마저 대통령이 있으면 대통령제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의원 내각제에 대해 정치인들마저도 얼마나 무지한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다. 의원 내각제를 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은 필요하다. 그래서 모든 권력은 수상이 갖지만, 비록 얼굴 마담 역할을 한다해도 대통령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일부는 여기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수상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이 의원내각제라면 결국 내각제하에서도 '제왕적 수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이 있다. 권력 집중만이 문제가 아니라 집중된 권력을 얼마나 “안심하고” 휘두를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대통령제 하에서 최고 권력자는 헌법이 보장하는 임기를 누린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고 난 뒤, 근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에야 박 전 대통령을 탄핵시킬 수 있었던 이유도, 대통령의 임기가 헌법적 사안이어서 대통령을 함부로 끌어내리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제는 제도적 속성상,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제도이자, 임기가 헌법으로 보장돼 있어 임기 내에서는 권력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의원 내각제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의원 내각제 하에서의 수상 역시 법률적으로 임기는 명기돼 있지만 헌법으로 보장된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상이나 집권 세력들의 권력형 비리 스캔들과 같은 문제가 터지고, 이 때문에 여론이 악화되면 총선을 다시 실시해 권력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실상 수상의 임기는 별의미가 없다고 할 정도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임기가 헌법적 사안인 대통령제의 경우에는 공무원이나 기업등 사회적 제반 세력들이 대통령의 의중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권좌에 앉은 대통령은, 그 임기 동안은 그냥 갈 것이라는 확신을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이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임기동안에는 대통령에게 줄을 설 수밖에 없는 제도가 대통령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내각제의 경우에는, 공무원이나 다른 사회적 분야의 구성원들이 최고 권력자에게 쉽게 줄을 서려고 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정권이 언제 바뀔지 몰라서, 줄을 잘못 섰다가 낭패를 당하는 일들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력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제도가 바로 내각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왜 선진국들은 거의 모두가 내각제라는 권력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제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은 또 다른 측면을 부각시킨다. 바로 우리나라 정치 수준이 아직은 내각제를 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국 수석도 권력구조 개헌에 대해 발표할 때, 국민의 수준이 정치권의 수준보다 훨씬 높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얼핏 들으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기분 좋고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서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 문제는 그렇게 낮은 수준의 정치를 만든 사람들이 바로 유권자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정치권의 수준이 낮은 이유는 정치인들의 수준이 낮기 때문인데, 이렇듯 낮은 수준의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도록 만든 것이 바로 유권자들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특정 국가의 국민의 정치 수준과 정치권의 수준을 마치 별개인 양 말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문제점으로는 내각제를 하는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의 경우, 정치 수준이 높아서 내각제를 실시하게 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일부 국민들은,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정치인들이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천만에 말씀이다. 즉, 유럽 어느 국가에서도 정치인들이 존경 받는 나라는 없다. 유럽 국가들에서도 정치인들은 비난의 대상이자, 희화화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이들 국가가 내각제를 하는 이유는, 내각제를 통해 정치인들의 반응성을 높이고 국민들의 정치 효능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정치 수준이 높아서 내각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각제를 통해 정치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내각제를 실시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정치인들의 반응성이 높아진다는 말은, 자신들이 권좌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들이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는 국민 여론에 최대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또 국민들의 정치적 효능감이 높아진다는 말은, 국민 자신들이 아니다 싶은 정권은 즉시 갈아치울 수 있어, 정치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바로 이런 점들 때문에 내각제를 실시하게 되면, 정치권이 많이 '정화'되고 '현명해질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청와대나 여당의 주장이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꼭 말하고 싶은 점은, 개헌을 위해서는 내각제에 대해 국민들이 자세히 알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국민들도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헌은 필요하다. 개헌이란, 1987년 체제에서 벗어나 우리나라가 조금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이번에 개헌을 하고나면, 또 다시 개헌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충분한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지금의 정치권이 그런 숙의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했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개헌 논의가 사회적으로 충분하게 토의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숙의를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적인 토의와 공감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 신율 명지대 교수 프로필: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시민사회 활동과 더불어 정치평론가로 저술 및 방송활동 등을 꾸준히 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학자다. 2011년에는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에도 등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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