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미투운동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3가지 잣대는 바로 '지지율' '구도의 전환' '후보'"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대한민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연초부터 불기 시작한 미투(Metoo: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을 당한 사회적 약자가 가해 사실과 가해자를 공개적으로 폭로하는 사회적 운동)선언이 유력 대선 후보를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수행비서를 몇차례 성폭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나름 화려했던 정치 인생 30년을 비참하게 마감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가장 촉망받는 차세대 대통령감 중 한 사람이었기에 충격은 며칠 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실망을 넘어 형사 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번지는 상황이다. 미투 운동은 단지 우리 사회 변방의 어두운 곳을 정상화시키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연초 이윤택 연출가로부터 시작해 몇 해를 거슬러 고(故) 장자연 배우와 연관된 스캔들까지 가해자들이 숨을 곳은 점차 없어지고 있다. 각 분야에서 이른바 잘 나가는 인사들의 이중적인 얼굴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극계, 영화계, 학계, 법조계, 의료계 등 전 분야로 미투 운동은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이라고 예외는 없다. 국회를 비롯해 정치 분야 또한 미투 운동이 집중적으로 겨냥하고 있는 대상이다. 수십년간 숨겨왔던 환부가 드러나고 있지만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우리 사회의 냄비현상을 걱정한다. 항상 지적되는 국민성 운운하며 이러다가 말겠지 하는 심리 말이다.

그러나 결코 단기간내 흐지부지될 이슈는 아닌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슈의 주목도로 보나 파괴력으로 보나 최대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서베이링크에 의뢰해 지난달 19~22일까지 실시한 조사(전국1063명 온라인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0%P 응답률15.2%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미투 운동이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캠페인이 될지 아니면 일시적인 유행처럼 될지’를 물어본 결과 여성은 10명 중 7명 가까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캠페인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남성도 10명 중 6명 정도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런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미투 캠페인은 당장 끝날 이슈로 보기는 힘들다. 사람과 관련된 이슈이고 유명인과 관련된 스캔들에 특히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론 속성을 감안한다면 미투 캠페인은 채 100일도 남지 않고 코 앞으로 다가온 6·13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주는 3대 요소는 지지율(대통령+정당), 구도(적폐청산 vs 현 정부평가), 그리고 후보다.

안희정 전 지사의 몰락은 개인의 영향력 소멸을 떠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산으로 연결된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상당한 충격을 주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3선 도지사를 포기하고 당 대표 선거에 나갈 구상까지 세웠던 것으로 알려진 유력 대선후보인 안 전 지사의 '몰락'이어서 당 지지율도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지지율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구도 역시 변화가 감지된다.

국정 농단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극복하고 적폐청산에 집중하기 위해 유권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런 유권자들에게 문 대통령 주변 인사의 성폭행 사건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악재다. 이전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 국민들의 광범위한 공감대가 높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수사에 공감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국민들의 시선은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적폐청산을 넘어 사회 전반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이후 이어져 오던 적폐청산 코드가 일단락되고 ‘정치 기득권’ 전반에 대한 평가 성격으로 구도가 전환될 공산이 커졌다. 후보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확연히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현직 후보자들과 도전자들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현직 효과와 교체 의향이 후보 선택에 대한 중요한 기준이 됐다. 후보자 검증을 하더라도 마치 인사청문회처럼 범죄경력 여부, 부동산 문제, 병역 관계, 위장 전입 등이 중요한 검증 사유였다.

그러나 미투 캠페인이 사회 중심 현안으로 부각되면서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 검증의 기준이 달라질 전망이다. 미투 캠페인의 가해자 여부가 결정적 기준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의미다. 현직이든 신인이든 과거 경력에 불미스러운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사실이 있다면 한방에 훅 가버리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는 그래서 미투 캠페인이 지배한다.

우선 미투 캠페인이 지방선거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첫 번째 이유는 지지율 때문이다. 대통령 자리에 오른 뒤로 문 대통령이 처음으로 맞이하는 전국 선거가 지방선거다. 아직 여소야대인 여의도 국회 지형을 감안한다면 지방선거 압승은 향후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교두보다. 문 대통령과 현 정부의 입장에서 지방선거의 압도적인 승리는 임기 중반 핵심 공약 추진을 위한 동력으로 매우 중요하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의 경쟁력을 의미하는 정당 지지율에서 집권 여당은 다른 당에 비해 압도적이다. 선거가 있는 올해 신년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당의 브랜드만으로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대부분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도 특정 후보를 대입한 것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출마할 경우로 가정해 물어본 결과였다.

여기에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해 상당수는 다음 대선을 준비하는 이른바 잠룡들이다. 집권 여당의 후보들이니만큼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으면 즉 인기가 높으면 후보들의 당선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소위 대통령의 ‘후광 효과’를 노리게 된다. 지금은 국정 농단으로 잉여의 몸이 되었지만 2006년 지방선거와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국 선거사에 길이 남을 승전보를 울린 데는 박 전 대통령의 ‘후광 효과’ 몫이 컸다.

국정 운영 능력과 별개로 박 전 대통령의 높은 인지도와 주목도는 유권자들의 지지 투표로 이어졌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60%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방 현장 시찰을 나가면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대고 셀카를 연신 요청할 정도로 문 대통령의 인기는 높다. 더불어민주당 간판으로 출마를 기대하는 후보들에겐 천군만마다.

그러나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의혹은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에 불가피한 영향을 주게 된다. 안 전 지사를 지지했던 연령대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기반인 2030세대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논란과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여자 단일팀 이슈만으로 흔들렸던 2030세대들에게 미투 캠페인 이슈는 훨씬 더 민감하다.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2월 2일 실시한 조사(전국501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4.5%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고백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미투 운동에 대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어본 결과 ‘지지한다’가 74.8%로 압도적이었다. 미투 운동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13.1%에 불과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 미투 운동 찬성은 무려 90.4%나 된다. 반면에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미투 운동 찬성은 42.7%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의 절반 수준이었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관련 사건으로 인해 지지층에 미치는 여파는 다른 어떤 정당보다 클 수밖에 없는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은 미투 찬성이 87.1%였다. 적폐청산에 찬성하는 여론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현 정권의 콘크리트 지지층인 진보층에서 미투 찬성이 90.6%인 점을 감안한다면 대통령 또는 여당과 연관된 인물의 부적절한 성적 관련 정보가 나오는 즉시 치명적인 타격은 불가피해 진다.

자유한국당 역시 안전 지대는 아니다. 굳이 미투 관련 보수 인사의 의혹은 아니지만 지난 정권과 그 이전 정권에서 보수 인사들이 보여준 수많은 성적 일탈 행위는 이미 국민들 심판의 도마위에 올라있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보수 결집을 노리고 있는 자유한국당에서 스캔들이 터진다면 지방선거 정국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지고 만다.

예측할 수 없는 정치 소용돌이 속에서 낮은 지지율로 허둥지둥 대는 바른미래당은 미투 운동을 중도지향 정당의 새로운 대안으로 생각할 가능성마저 열려 있다. 이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진보적이면서 미투 관련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이는 정의당에 대한 긍정적인 재평가가 시도될 여지도 있다.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이 관련 후보들의 당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미투는 소리 소문없이 지방선거 최대의 변수로 고드름처럼 끝이 뾰족하게 커져가고 있다.

미투 캠페인이 지방선거를 뿌리 채 뒤흔드는 또 다른 이유는 '구도의 전환'이다. 선거에서 구도는 다른 이슈를 잠재우고 오직 이 구도로만 후보자들의 당락을 오롯히 결정할 정도로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투표일을 앞두고 같은해 3월말 전국민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서해안을 지키는 우리 해군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처참한 폭침을 당한 일이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정국은 급격히 얼어붙었고 지방선거는 국민들의 분노로 얼룩졌다. 야권은 선거가 이미 다 끝난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비관적이었다.

그렇지만 지방선거 투표일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선거를 지배하게 된 구도는 ‘무상급식’ 이슈였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 의미가 있기는 했지만 ‘먹고 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이슈는 어디에도 없었다. 아이들의 밥그릇 뺏기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진 뒤부터는 만사형통이었다. 무상급식을 뛰어 넘는 구도는 없었다. 한나라당 후보들이 부랴부랴 ‘유기농(친환경) 무상급식’으로 반전을 노렸지만 이미 프레임(구도)은 야권쪽으로 넘어간 후였다.

가해자들이 ‘갑’의 위치에서 자행하는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사건들이기 때문에 대중의 반응은 매우 격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잘 잊혀지지 않고 오래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미국의 제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에게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없었다면 그는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미국 대통령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케네디를 비롯해 많은 민주당 출신 역대 미국 대통령이 여럿 있지만 정작 프랭클린 루즈벨트(FDR) 대통령 이래 재선에 성공해 임기까지 마친 대통령은 클린턴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그러나 지퍼 게이트(Zipper Gate)로 불리는 백악관 인턴과의 불장난(부적절한 관계)으로 클린턴 대통령은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 클린턴 대통령의 지퍼 게이트는 재선 이후 실체가 밝혀졌기 때문에 당사자에게 선거 측면에서 타격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같은 직장내의 최고 지도자와 말단 인턴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는 이후 선거에서 망령처럼 되살아 났다.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았던 부통령 출신 후보 앨 고어는 전체 득표에서 앞섰지만 대통령 자리를 조지 W 부시(아들 부시)에게 내줬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16년 11월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부부 대통령 기록을 동시에 노렸던 힐러리 클린턴은 이메일 이슈와 함께 남편의 성 스캔들 과거에 집중 시달리며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치고 말았다.

미투 운동은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입에서 입으로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 여파가 어느 정도로 커질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사회 각 영역에서 미투는 점점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다.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23일 실시한 조사(전국505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5.6%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시인 고은, 연출가 이윤택 등 성폭력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들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삭제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1.1%로 압도적이었다. 반대는 22.5%에 그쳤다.

특히 보수 성향이 강해 현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는 60세 이상 세대에서 ‘성폭행 논란 인물들의 교과서 작품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67%로 20대와 미투 운동을 대하는 태도가 거의 다르지 않았다.

현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 발끈하는 모습을 보여왔던 자유한국당 지지층에서 ‘성폭행 논란 인물들의 교과서 작품을 삭제해야 한다’는 응답은 66%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비교해 거의 차이가 없다.

미투 운동은 적폐청산이라는 기존의 구도를 대체할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국민들에게 척폐청산을 넘어서는 관심도로 연결되고 있다. 아무리 아니라도 부인해 보아도 미투 운동은 지방선거를 구도조차 바꾸어버리고 있다.

미투 운동이 지방선거를 요동치게 하는 세 번째 이유는 바로 '후보'다.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다른 두 번의 선거에 비하면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는 후보들의 숫자는 월등히 많다. 국회의원 후보자와 정당에 투표를 하는 총선은 투표 용지가 두 장이다. 대통령 선거는 투표 용지가 단 한 장일 뿐이다.

그러나 지방선거는 나오는 후보들이 누가 누구인지조차 알기 어렵다. 선거때나 이름을 들을 수 있는 교육감 후보자는 물론이고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정당투표 여기에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곳에서는 투표 용지만 최대 7장이나 된다. 이 많은 후보들을 검증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실제 의혹이 있다고 해도 이를 검증하는 절차를 투표일 전에 마무리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미투 운동은 지방선거 후보 검증의 핵심적인 기준이 된다. 검증하기 어려운 논문표절, 부동산문제, 병역관계, 위장전입 등이 아니라 후보간 상호 검증을 통한 미투 가해자 진위여부를 가리면 되므로 선거판은 급속도로 요동치게 된다.

특히 안희정 전 지사처럼 현직에 있는 후보들은 자신들과 관련된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의혹이 나오는 순간 ‘한방에 훅’ 가버리는 현상이 비일비재해진다. 기존의 후보 검증과는 전혀 다른 판이 된다는 말이다.

지방선거를 통해 충남지사직에 올랐던 안 전 지사와 관련된 허리케인급 스캔들이 터졌기 때문에 지방선거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의 칼날은 더욱 예리해질 공산이 크다. 지난 대선에서 우리 국민들은 국정 농단에 대한 학습효과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TV토론을 중요하게 삼았을 만큼 후보자들의 자질은 투표의 제 1기준이 되었다. 만에 하나 후보자들에게 제기되는 갑질 스캔들 의혹에 대해 충분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하루 아침에 침몰하게 된다.

칸타퍼블릭이 S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설 연휴 직전(2월 11~14일) 실시한 조사(전국1051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0%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2.4% 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 및 보궐 선거에서 지지하는 후보를 결정하는 기준을 무엇으로 할지’ 물어본 결과 응답자들 그러니까 유권자들의 반응은 ‘적폐청산’도 ‘현정권 심판’도 아니었다. ‘정당보다 지역살릴 인물 적합도’가 62.4%로 압도적이었다.

정치권은 어떤 공방을 하더라도 국민들은 기필코 제대로된 지역 정치 리더를 뽑고야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보인다. 충청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제대로된 인물’을 평가하고 선택하겠다는 의견이 절대적이다. 특히 이번 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울경(PK)지역은 ‘정당보다 지역살릴 인물을 뽑겠다’는 의견이 71.5%로 다른 지역보다 더 높다.

출마후보들이 만약 미투 폭로의 가해자로 지목되는 순간 당선은 고사하고 관련 후보자의 정치 생명은 끝장나고 만다. 미투 운동의 여파는 다가오는 선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번 선거 출마자들로 인해 여당은 추가 인사 지명을 지방선거이후 단행해야 한다.

인사 청문회는 지금까지 주로 후보자들을 검증하는데 있어 이른바 ‘5대 원칙’이라고 하는 위장전입, 논문표절, 병역비리, 부동산, 세금탈루 등 이었다. 그러나 이제 인사 청문회의 첫 번째 단계는 ‘갑질 성추문’ 의혹이 있는지 없는지 그리고 그것이 사실인지가 핵심이 된다. 미투 운동이 지방선거 후보자들을 검증의 문에 한명 한명 세우게 되는 가정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정치인과 연예인들은 유권자들과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산다. 대중이 특정 정치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꿈과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일반인처럼 세속적이고 속물적이라면 굳이 정치인을 좋아해야할 이유가 없다. 개그맨, 영화배우, 가수 등의 연예인들은 대중에게 재미를 준다. 그들이 제공하는 오락적인 영감과 재능은 팬을 만들고 그들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그렇지만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인생이라면 대중을 배신하지는 말아야 한다. 업계 또는 조직내 자신의 막강한 지위를 악용해 갑질을 덧씌운 성폭력을 행사한다면 중대한 범죄에 해당된다. 많은 미국인들은 지금도 게리하트 전 상원의원을 기억한다. 멋진 외모에 탁월한 언변을 가진 하트 전 상원의원은 198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현직 부통령인 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에 대항하는 유일한 민주당 후보였다.

특히 민주당내 다른 경선후보들과 경쟁에서 몇 발짝 앞서 갈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그렇지만 도나 라이스라는 미모의 여인과 불륜 현장을 발각당하면서 유력 대선후보는 하루 아침에 대중으로부터 버림받았다. 미국 대통령 예비후보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인 뉴햄프셔 주에서 37%나 치솟았던 지지율은 17%로 곤두박질 쳤고 1987년 12월 예비선거에서 4%만 득표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사라졌다.

정치적 신뢰를 쌓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무너지는 건 순식간의 일이다. 30년간 안 전 지사의 파란만장한 정치역정도 단 몇 시간만에 정치적 참수를 당한 셈이다. 공전의 히트를 친 ‘도깨비’라는 드라마의 내용을 대선 당내 경선 캠페인 이미지로 사용해 상담한 공감을 얻었던 안 전 지사라 지지층들에게 뿐만 아니라 전 국민들에게 더 충격적인 사건이다. 미국의 사례에서 더 많은 교훈을 얻게 된다.

21세기 들어 미국 정치판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정치인 중 한 사람이 존 에드워즈다. 우리 국민들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어린시절 고난을 딛고 성공한 변호사가 되었고 연방 상원의원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2004년 대통령 선거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 후보에 지명되기도 했다. 고향인 노스캐롤라이나 주민들은 지금도 존 에드워즈 가족을 또렷하게 기억할 정도로 유명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그 또한 혼외 정사 스캔들을 비켜가지 못했다. 게다가 혼외 정사의 대상이 사실상 업무상 상하관계에 있었다는 점은 더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목됐다. 에드워즈의 혼외 정사 상대자인 리엘 헌터는 에드워즈의 선거 캠페인 비디오촬영 담당자였다. 임시직이었을지라도 선거 캠프의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에드워즈였음을 감안하면 힘의 수직적 상하관계에 있는 사이였다. 많은 고향 지지층이 에드워즈에게 등을 돌린 가장 큰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다.

현재 속속 공개되고 있는 많은 미투 운동의 가해자들은 힘의 우위에 있는 인사들이다. 업무관계를 성적인 관계로 몰아 세운 대표적인 반인륜적 행동들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부도덕한 패륜적 갑질 성폭행 행위의 결말은 명백하다. 미투 운동에 대한 관심과 호응을 볼 때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급속도로 커질 개연성이 다분하다.

선거에 영향을 주는 3대 요소는 지지율(대통령+정당), 구도(적폐청산 vs 현 정권 심판), 후보 경쟁력(현직효과 vs 교체의향)이다. 고공행진하고 있는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지만 누가 미투 운동의 대상이 되느냐에 따라 지지율이 영향을 받는 것은 불가피해 진다. 야권이라고 해서 성역은 결코 아니다. 권력으로 가려졌던 부분이 만천하에 공개된다면 그 여파와 후유증은 공히 동일하다.

선거 구도에 대한 기준도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적폐청산’이 대세를 이뤄왔지만 유력 인사들의 성추문이 확산되면 구도 변화는 가능성이 아닌 현실이 된다. 선거 당락에 영향을 주는 3대 요소 중 하나가 후보 경쟁력이다. 선거는 후보의 무대다. 후보를 검증하는 기존 방식은 도덕성, 부동산, 병역 정도에 그쳤지만 이번 선거부터 미투 운동의 가해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 추가됐다.

가해자로 판명되면 선거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고 영원히 정치권에서 사라지게 되는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 연극 방송계의 원로인 살아있는 전설 이순재 선생님은 미투 운동에 대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 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으로 일침을 가했다.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 선생님이 만들어낸 유행어가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미투 운동의 피해자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지 않도록 ‘꼼꼼히 물어야 하고 속속들이 따져봐야’ 한다. 왜냐하면 오늘 이후로 민심이 천심이 아니라 ‘미투가 천심’이 되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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