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곤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원장 "저출산과 고령화는 같은 토끼가 아니라는 깨달음 중요"

"저출산과 고령화를 따로 떼어내 각개 격파하는 것이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해법이다"

김현곤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원장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김현곤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원장] #. 대한민국의 두 마리 토끼: 저출산과 고령화

뒷산에 두 마리 토끼가 산다고 해보자.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간단한 문제처럼 보이지만, 답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상황 중에서도 특히 토끼의 상황과 토끼를 잡을 사람의 상황이 중요한 변수가 될 듯 싶다. 대한민국이 잡아야만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저출산'과 '고령화'라고 설정하고 이 문제를 풀어보면 어떨까.

#. 토끼의 상황: 줄어서 문제 vs 늘어서 문제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와 관련된 대한민국의 두 난제다. 인구에서 시작된 문제이지만 개인, 가족, 사회,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큰 숙제다. 2004년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족한 이후 현재까지 저출산과 고령화는 줄곧 대통령의 어젠다로 자리잡아왔다.

둘 다 심각한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두 사안은 사실 본질적으로 는 전혀 다른 문제다. 저출산은 줄어들어 발생하는 문제이고, 고령화는 늘어나서 생기는 문제이다. 수치데이터로 간략히 살펴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1960년 14세 이하의 유소년 인구는 총인구의 42.3%다. 인구 둘 중 한 명은 14세 이하의 어린아이였다는 얘기다.

그런데 출산율 저하로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가 점점 줄어들어 2050년에는 총인구의 9.9%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둘 중 한 명이던 유소년인구가 10명 중 한 명으로 급감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때는 연간 90만명이 넘던 신생아 수가 지금은 40만명 이하로 '뚝' 떨어졌다. 출산율이 현재의 1.12를 유지할 경우 2085년에는 대한민국 총인구가 2,620만명으로 현재 인구의 반토막으로 쪼그라든다는 것이다. 실로 섬뜩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저출산이 신생인구가 줄어들어 생기는 문제라면, 반대로 고령화는 고령인구가 늘어나서 생기는 문제라는 점이 다르다. 수치로 보면, 고령화의 문제도 섬뜩하긴 마찬가지다.

1960년을 기준으로 할때 65세 이상 인구는 총인구의 2.9%로 73만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수명 증가와 출산율 저하로 2050년에는 43.4%, 1,800만명으로 늘어난다고 한다. 인구 35명 중 한 명에 불과하던 노인인구가 인구 2명 중 한 명으로 급증한다니 놀랍지 않은가.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벌써 700만명을 넘었고, 60세 이상 인구도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다. 잠재적인 노인에 포함될 수 있는 50세 이상 인구만 해도 지금 이 순간 20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 절실함에 부응할수록 성공가능성은 높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심각성은 앞에서 이미 짚어봤다. 문제는 이 두가지를 어떤 방법으로든 대한민국이 풀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엉뚱한 질문을 한번 던져보자. 만일 두 문제 중 하나만 풀 수 있다면, 어떤 문제를 선택해야 할까? 저출산이 더 중요할까, 고령화가 더 중요할까? 지금은 이 질문에 냉정하게 답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만 두 문제에 대한 보다 나은 해결책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예산과 정책적 노력 등을 두루 살펴볼 때, 대한민국 정부는 고령화보다 저출산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2017년도 고령화 관련 예산은 14조원인데 비해, 저출산 관련 예산은 24조원으로 고령화 예산의 거의 2배다. 여태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듯 싶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는 정반대다. 저출산도 중요하지만, 고령화는 더 중요하다. 이유를 한번 살펴보자.

제대로된 문제 인식을 위해서는 '누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접근법 보다는 '누구의 문제인가'라는 질문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은 실은 개인 보다는 정부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다. 경제규모, 경제활동인구, 국력 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개인적으로만 보면 저출산은 실은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 출산율이 낮아졌다고 개개인에게 심각한 문제가 초래되느냐 하면 그건 아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어디까지나 개개인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에 의해 출산율이 낮아졌을 뿐이기 때문이다.

반면, 고령화는 정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개개인에게도 매우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일 수 밖에 없다. 고령자 개인의 향후 50년에 가까운 긴 인생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마찬가지로, 고령화도 국가 전체로 보면 부담으로 인식될수 밖에 없을 듯 싶다. 보건의료비와 복지예산의 기하급수적인 증가가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보면, 고령화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한 선결과제가 아닐 수 없다. 60세 이상 1000만명이 향후 40~50년 긴 시간동안 매일매일 겪을 수 있는 심각한 일상생활 문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잠재적 고령자인 50세 이상 인구도 포함시킬 경우, 고령화는 2000만명에 가까운 개개인의 절박한 삶의 문제라고 규정할수 있다. 특히 그 문제는 갈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이기에 해결을 서둘러야만 한다.

#.토끼 잡는 방법을 다시 고민하자

이처럼 개개인의 측면에서 볼 때 훨씬 더 중요한 고령화 문제가 저출산보다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고령화에 훨씬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구체적인 해법이 과연 있을까. 두 가지만 우선 제안해본다.

첫째, 저출산과 고령화를 가능하면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원인도 현상도 대책도 근본적으로 다른 별개 이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다 인구문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 덩어리인듯 다뤄져 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라는 이름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도 그런 인식 아래서 만들어진 것이니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그러다보니 현실에서는 고령화가 저출산에 묻히는 경우가 허다했다.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하다가는 두 토끼 모두 놓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같은 토끼가 아니다. 집토끼나 산토끼처럼 '닥치고 토끼'일수도 있지만 어쩌면 둘중 하나는 물에 둥둥 떠다니는 오리일 수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가능하면 저출산과 고령화를 명확히 분리해 정책과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최소한 저출산과 고령화를 다루는 그룹이나 계획이라도 명확히 분리해 경쟁을 시키자. 그래야 토끼를 더 잘 잡을 수 있다.

둘째, 당사자의 절실함에 부응하는 정책을 발굴해보자. 모든 문제는 당사자가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주도적인 해결 노력을 기울일 때 비로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저출산의 당사자는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절실함의 정도가 다르다. 따라서, 이들에게 공통된 진정한 절실함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에 부응하는 확실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에 비해, 고령화는 개개인 인생 그 자체의 문제라는 점에서 접근법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정년 이후 40년, 50년에 달하는 긴 시간을 해결해야 하는 고령자 모두의 절박한 문제라는 인식부터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고령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최우선 해결과제는 건강과 일자리라는 것이 많은 조사결과 명확이 드러난 상태다. 그렇다면 특히 건강과 일자리에 초점을 맞춰 효과높은 고령화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 토끼를 잡으려면 우선 토끼의 실체부터 정확히 파악한 뒤 그에 맞춰 가장 확실한 포획법을 찾아내 실천에 옮겨야 한다.

필자 소개 : 김현곤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원장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친뒤 일본 쓰쿠바대학교에서 사회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정보화진흥원 부원장과 미래학회 부회장으로 활동중이다. 지난 30년간 IT와 미래사회를 연구해왔고, 현재는 고령사회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인생 르네상스 행복한 100세>, <미래 만들기> <모든 비즈니스는 서비스로 통한다> 등의 저서를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부지런하고 발이 넓은데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갖춰 '미래 디자이너' 또는 '사회 디자이너'로 통한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