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 대표 "'촉각 인터넷(Tactile Internet)'으로 새로운 가능성 거머쥐어야"
인체의 오감 중에서 가장 예민한 것은 '촉각'…촉각의 힘을 믿고 활용해야
  • 이준정 미래기술경영전략연구원 대표
[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이준정 미래기술경영전략연구원 대표]

주변의 변화에 반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려면 먼저 변화를 빠르게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인체는 오감을 통해 주변 정보를 수집한다. 인체의 청각 반응시간은 약 100 ms(밀리 초, 1초의 1,000분의 1) 정도이다. 소리의 전파 속도가 초당 340미터이므로 상대방 목소리가 시간차 없이 바로 들리려면 상대가 34 미터 이내에 있어야만 한다.

국제전화를 할 때 상대방 말이 시간차를 가지고 들리지 않는 이유도 통신 시스템을 통해 전달되는 음성 전달시간이 100 ms를 넘어서기 때문이다.

인체의 시각 반응시간은 청각 반응시간보다 10배 빠른 약 10 ms이다. 영화 상영 시에 화면 재생속도를 100 헤르츠(초당 100회) 이상으로 유지하면 영상이 끊김 현상을 전혀 느낄수 없다. 인체의 감각 중에서 가장 예민한 것은 촉각이다.

촉각의 반응시간은 1 ms 정도이다. 만약 통신장비가 주변과 촉각반응 속도만큼 빠르게 소통할 수 있다면 주변의 모든 사물이 인체와 접촉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갖는다.

국제통신연합(ITU)은 정보전달 지연시간이 1 ms 정도로 초저지연(ultra-low latency) 성능을 갖는 통신환경을 '촉각인터넷(Tactile Internet)'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체의 일부라고 느낄 만큼 빠른 인터넷

2018년 새해 벽두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소비자 가전박람회 CES 2018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인공지능이 결합된 '사물지능인터넷 시대'가 도래했다’고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전시된 거의 모든 상품과 기술들이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고 아마존의 알렉사(Alexa)나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와 같은 클라우드 인공지능을 활용하거나 칩 속에 탑재된 인공지능 기능을 활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자동으로 제공하도록 설계돼 있다.

사물지능인터넷 세상이 되려면 사람과 기계장치 간의 시각적, 촉각적 상호작용이 가장 중요하다. 주변 시스템의 반응을 사람이 직관적이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으려면 인터넷 시스템의 반응속도가 사람의 감각반응시간보다 빨라야 한다. 인체가 디지털 시스템과 소통하게 될 때 시간차로 인해 인체의 감각기관마다 혼돈을 일으키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유명 가수의 야외 콘서트공연장에서 화면에 보이는 가수의 입술 모양과 귓가에 들리는 음악소리가 동조하지 않는다면 립싱크처럼 어색해진다.

따라서 스피커는 모든 관중으로부터 34미터 이내에 배치해야만 한다. 가상현실(VR) 안경을 쓰고 머리를 이리 저리 움직일 때 시야 속에 있는 가상 물체의 움직임이 사람의 기대치보다 훨씬 느리게 반응하면 어지러움을 느껴 VR을 장시간 사용하기 힘들다.

기술적으로 시각과 청각 그리고 촉각 사이의 지연시간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말단에 물려있는 단말기 종단(End-to-end)간 시간차 지연이 인체 반응시간보다 길면 그 경험은 현실감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통신거리와 상관없이 기기의 반응이 1 ms 이내로 신속하다면 인체는 주변의 변화를 구별하지 못하고 직관적이고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즉 사물지능인터넷 세상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려면 촉각인터넷 환경이 선결돼야만 한다.

오는 2월9일 개막될 평창 동계올림픽은 ICT 관점에서 또 다른 빅 이벤트이다.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험 가동하게 될 5G통신이 실현되면 사물지능인터넷 기술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 중인 4G LTE 이동통신의 신호 지연시간은 약 25 밀리 초로 시각인식 속도보다도 느리다.

드론이나 자동차와 같은 고속 물체를 무선으로 제어하는 경우에 인간의 시각반응보다 느리게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4G LTE 인터넷 환경은 시간지연이 문제가 안 되는 정적인 환경에서만 활용돼 왔다. 예를 들면 웹 페이지 정보를 검색하려면 웹페이지 내용이 뜰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5G 통신이 실현되면 기지국과 단말기 간을 연결하는 무선구간의 경우, 신호지연시간이 1~2밀리 초(0.001~0.002초)로 낮아지므로 촉각인터넷 환경으로 바뀌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4G에 비해 5G는 사용자 당 모바일 데이터 전송속도가 100배 빠른 10Gbps (초당 10기가바이트) 이상이 된다.

데이터 트래픽 용량이 100배, 한 대의 셀(cell)에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장비의 수가 수만 대, 통신망의 에너지 효율이 100배, 배터리 수명이 7배, 광대역 폭이 7배에 이르는 등 처리할 수 있는 일의 양이나 범위로 추산하면 수백만 배의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사물지능인터넷 망을 구축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 갖추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5G 통신망은 단순한 통신망의 변화가 아니라 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 컴퓨팅 환경을 하나로 통합해 주는 생태계이며 모든 산업의 혁신 기반이 될 수 있다.

무선 촉각 인터넷은 산업환경을 바꾼다.

5G 통신망은 통신장비 뿐 아니라 많은 산업장비들이 수직계열로 편입될 수 있어 다른 산업들의 혁신적인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해내는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0년대가 모바일(Mobile) 인터넷 시대였다면 5G 통신이 실현되는 2020년대는 촉각(Tactile) 인터넷 또는 햅틱(Haptic) 인터넷 시대가 된다고 전망한다.

정체된 산업들이 5G 통신기술을 활용해 설비를 지능화하고 미처 활용하지 못했던 데이터를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로 창출해 낸다면 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게 되고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될 수 있기 계기가 될 수 있다.

5G 통신의 촉각 인터넷 기술은 산업생산 공정에서 다양한 지능제조기술을 탄생시킬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무기다. 특히 촉각인터넷은 산업현장에서 무선로봇이나 회전체의 정밀지능제어에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산업현장에선 제어회로의 민감도가 센서 당 1 ms보다 훨씬 낮은 종단 간 대기시간을 요구하기도 하므로 사용 목적에 따라서 종단 간 대기시간, 데이터 속도, 안정성, 보안 등의 조건을 살펴서 지금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무선제어 설비를 개발해 기존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가능성을 찾아본다면 뜻밖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자율로봇'은 단기 및 중기적 관점에서 보면 자율 주행자동차와 같은 특정 영역에서 제한적으로 발전할 공산이 커 보인다. 자율로봇은 위험 지역에 투입해 건설 및 유지 보수 작업을 하는 원격 제어 로봇을 우선 떠올릴 수 있다. 당장은 원자력 발전소의 계획된 해체, 손상된 핵 또는 화학 플랜트의 수리 작업, 근해 건설 작업, 저 지구 궤도에서의 위성 파편 회수 또는 유지 보수 작업과 같은 프로젝트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로봇 활용에서도 전제조건은 실시간으로 시각과 촉각이 피드백 되는 원격 제어 또는 원격이동이 가능해야 한다. 이는 촉각인터넷이 가능한 5G 통신기반이 필요한 조건이다.

촉각 인터넷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촉각 인터넷은 제조 산업체에서의 기술뿐 아니라 생활공간 속에서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자율자동차, 가상현실/증강현실, 원격이동, 건강관리, 게임, 교육 및 문화 영역에서 촉각처럼 실시간 반응이 필요한 분야들이 새롭게 개척될 수 있다. 사물지능인터넷은 장치와 개체들을 연결해서 상호 효용성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아직은 짐작조차도 하지 못할 다양한 응용사례들, 제품과 서비스가 가능해 질 것이다.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했던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삼거나 지금까지 생각하지도 못했던 가치들이 발굴되고 사회적 편의성을 높이는 해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등장할 것이다.

사람과 기계 또는 기계와 기계간에 서로 즉각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해 지므로 비즈니스 환경이 보다 현실적이고 몰입적인 환경으로 바뀌게 된다.

복잡한 사회문제, 고령화 사회 문제, 무인주행차량 증가, 재생 가능한 에너지 생산, e-러닝, 대규모 오픈 온라인 코스(MOOC)와 같은 현대적인 비대면 교육방법에서도 촉각 인터넷의 즉시성을 활용하면 전혀 새로운 교육환경이 만들어 질 수 있다.

의료진단 영역에서도 촉각인터넷 기술은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원격의료진단이 표면적인 시도에 그쳤다면 촉각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는 원격의료기술은 원격수술까지도 가능하게 해준다.

원격지의 수술실에 누워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경험이 풍부한 외과 의사의 집도하에 로봇과 촉각 소통을 하면서 매우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진다. 또한 앰뷸런스로 응급환자를 이송 중에도 의료진의 간단한 원격로봇시술이 가능해 진다.

한편 외골격 인공 다리와 전력 증폭기로 원격지에서 장애인을 지원해주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촉각 인터넷에 차량이 연결되면 원격지에서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탑승한 자율주행자동차를 관제할 수도 있다.

촉각 인터넷은 주변 물체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일정한 직경 크기의 개인 안전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즉, 사람에게 닥치는 교통사고 등과 같은 사고 위험을 미리 감지해서 알려주고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를 제공해준다. 위험이 임박하면 경고해주고 대피 방법을 안내해준다.

기계끼리도 서로 사고 가능성을 통지해 서로 사고를 회피하는 기술이 가능해진다. 5G 통신기술이 제공하는 촉각인터넷 세상은 사물지능서비스가 제공되는 안전과 복지 그리고 효율이 극대화 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촉각의 힘'에 대해 굳은 믿음과 확신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 이준정 미래기술경영전략연구원 대표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POSCO그룹 연구소장과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을 역임했으며, 서울대 재료공학과 객원교수를 거쳐 미래기술전략연구원을 운영하면서 과학칼럼니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자소개
">다른기사보기
데일리한국 뉴스스탠드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미디어네트워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18/01/18 11:49:47 수정시간 : 2018/01/18 11:50:49
AD

오늘의 핫 이슈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