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 초당대학교 드론학과 교수 "해양탐사 드론 육성해 해양강국의 초석 다져야 할때"

정성훈 초당대학교 드론학과 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 정성훈 초당대학교 드론학과 교수]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대한민국에서 드론이 가장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는 아마도 바다에서의 해양탐사일 것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바다 위에서 드론을 날리다 인명 피해 등 부작용이 일어날 경우는 매우 적을 것이며, 드론에 적절한 부유장치만 장착한다면 회수하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 장점을 고려한다면 드론 비행시험구역을 육지에만 한정해 운영한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 사고 발생시 막대한 인명 및 재산피해가 예상되는 드론의 경우, 해상 드론 비행실험구역을 운영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올 한해 필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Korea Institute of Ocean Science & Technology)과 공동으로 '해수 원격반사도 측정을 위한 수상복사계 드론 개발'을 주제로 한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드론과 바다의 상관관계, 혹은 '멋진 궁합'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한국 해양수산부 산하의 연구공공기관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해 해양에 대한 다양한 과학 지식(해저면, 해안지형 등)을 탐구하여 생물자원, 광물자원, 에너지자원 등의 정보를 제공해주는데 남다른 경쟁력을 가진 기관이다.

최근, 공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해수, 하천 및 저수지 등과 같은 수계(水系, water system)와 관련한 수질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어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역할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정체수역으로 부(富)영양화에 의한 조류의 이상 증식으로 수질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저수지나 호수의 경우, 중요한 식수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관리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연안의 해수의 경우, 양식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관리는 그야말로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수계에 대한 주기적인 모니터링과 관리는 수질관련 센서를 수계에 직접 투입해 얼마든지 측정할 수 있다. 하지만 넓은 영역 전체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주로 위성이나 항공기를 이용해 촬영된 영상을 분석하거나 또는 수계로부터 방사되는 복사광 또는 스팩트럼의 색구분을 측정하는 원격탐지 방식으로 수행되고 있다.

그러나 위성 및 항공기를 이용해 수계의 상태 특성을 원격으로 탐지하는 방식은 원하는 시기와 임의의 장소에 대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취득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높은 고도에서 탐지 기능을 수행해야 하므로 구름 등 기상에 따른 간섭으로 인해 고품질의 측정자료를 획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정확한 문제 인식과 대응 조치를 실시간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실행하는데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단점때문에 즉각적인 관측이 필요한 적조, 녹조, 엽록소 농도, 용존유기물 농도, 부유물 농도, 해사채취 등의 이상현상에 대한 대처가 미흡할 수밖에 없어 피해가 확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욱이 시공간적인 변화가 큰 연안에서 부유물질의 재부유 및 침전, 하천기원 저염수의 확산과 같은 현상을 지속적이고 연속적으로 관찰할 수 없다는 것은 한계이자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수직이착륙형 회전익(回轉翼) 드론형 수질감지장치가 개발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 장치를 활용하면 기상 여건에 크게 제약받지 않으면서 필요시 자유롭게 비행 및 정지가 가능하며 수계와 관련한 수질 상태정보를 정밀하면서도 연속적이고 즉각적으로 도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탐사무인항공기의 모습.

이러한 드론 등의 무인항공기를 활용한 해양탐사에 있어 우리나라는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미국 상무부 산하 정부기관인 미국해양대기관리처(미국해양기상청으로 불림. NOAA: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에서는 이미 원격탐사, 어류 연구, 태풍 및 대기연구, 환경평가 등을 위해 비행단을 운용해왔다.

미국해양대기관리처 비행단은 필자가 학부를 졸업했던 미네소타주의 Minneapolis, 그리고 버지니아주의 Manassas, 플로리다주의 Tampa 지역에 두루 포진돼 있다. 비행단에는 Jet Prop Commander, King Air, Gulfstream IV, P-3 Orions, Twin Otter 등의 유인항공기뿐 아니라, Altair, AeroVironment Puma 무인항공기 또한 운영하고 있다. 미국해양대기관리처는 비행단과 별도로 해도 구축, 어류 연구, 해양학 연구, 생태계 조사, 해양탐사, 기후조사 등을 위한 선단도 운용하고 있다.

Altair 무인항공기.
Aero Vironment Puma 무인항공기.

미국 해양대기관리처는 지난 2005년 11월, Altair 무인항공기를 한번에 무려 18.4시간 동안 비행시켜 바다 상층부의 고정밀 항공촬영을 한데 이어 이를 통해 엽록소 a를 측정함으로써 업계의 이목을 끈 바 있다. 이 엽록소 a는 모든 바다 생명체에 영향을 주는 바다 상층부를 이루는 주된 요소로서, Altair 무인항공기 운용 목적은 잠잠한 바다 위를 일정 고도로 비행해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해양탐사는 조종사, 엔지니어, 매니저, 스태프 모두의 경험적 노하우에 연구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미국해양대기관리처는 일본 쓰나미 해양쓰레기 탐색 및 맵핑, 미국 해양보호구역 내 원격탐사·과학연구·탐색 및 구조 등을 위해 다양한 형태의 무인항공기들을 활용하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해양과학기술원은 주로 이사부호 등의 선단을 이용한 해양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다양한 형태의 무인항공기를 개발해 대한민국의 해양강국으로의 도약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드넓은 바다 위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드론에 해양강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있는 셈이다.

■ 정성훈 초당대학교 항공학부 드론학과 교수 프로필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항공분야 명문으로 꼽히는 퍼듀대학교 공과대학원 기계공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SDI 중대형전지사업부 책임연구원을 거쳐, 현재 초당대학교 항공학부 드론학과 조교수로 활동중이다. 주요 관심 연구분야는 무인항공기의 자율기동, 에너지 효율적 경로 최적화, 배터리팩 상태예측 알고리즘 개발 등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