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데이터로 분석한 2018년 국정운영 변수 3가지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2017년 정유년은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국정농단 사태로 대한민국 국정 운영의 시계가 잠깐 멈춰버린 해였다. 사상 초유의 장미 대선으로 치러지고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다.

이 와중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핵과 미사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막다른 치킨 게임을 펼쳤다. 한반도 8000만 국민들은 핵전쟁 공포에 떨어야 했다. 마치 420년 전 일본의 침략에 국토가 유린당했던 정유재란을 떠올릴 만큼이나 2017년 정유년은 잔인했다.

2018년 무술년은 어떤 운명일까. 국운 상승의 계기가 될까. 아니면 2017년같은 혼돈과 위기의 순간이 지속될까. 대한민국의 운명을 묻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건 문재인 대통령의 무술년 운명이다. 국가 위기 국면에서 탄생한 대통령이기에 다른 역대 대통령과는 그 역할부터 차별적이다.

최우선적으로 무너진 국정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개혁 동력이 무술년에 강화되고 유지돼야 한다. 1987년 직선제 대통령 선거로 탄생한 노태우 정권부터 문재인정부에 이르기기까지 임기 2년차는 5년 국정 운명을 좌우하는 해였다.

비록 IMF외환위기로 임기 막바지 지지율이 급전직하했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2년차 관리를 잘했다. 금융실명제, 역사바로세우기, 하나회 척결 등은 모두 임기 1~2년차에 완성되거나 시도에 성공한 정책들이었다. 대통령이 개혁을 주도해 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지율이 뒷받침돼야 한다. 임기 2년차에도 국민 절반 이상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문 대통령에게 중요하다.

무술년 황금 개띠의 해는 제7기 자치정부를 구성하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지방선거 결과는 선거 이후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한다. 압승을 거둔다면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정계 개편 주도권을 손에 쥐게 된다.

무술년 문재인 대통령의 운명을 좌우하는 마지막 핵심 변수는 외교안보이슈다. 적폐 청산과 경제 혁신이 주로 내부적인 문제이므로 청와대와 여당이 주도권을 가져가겠지만 외교 안보 이슈는 우리가 손을 써보지 못하는 외부적인 변수가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북핵 대응에 있어 우리 정부가 아무리 대화를 강조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과 일전을 불사한다면 속수무책이 돼버리고 만다.

국정수행 평가, 지방선거 결과, 외교안보 이슈가 무술년 문재인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짓게 된다.

먼저 대통령 지지율이다. 국민들과 약속했던 개혁 과제를 많이 실천한 대통령들은 임기 2년차 지지율이 매우 양호한 편이었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5월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만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가 바뀌었기 때문에 2년차로 인식될 공산이 다분하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리서치앤리서치를 비롯해 출구조사를 담당한 여론조사전문기관들은 기본적인 투표 사항 외에 투표 성향과 관련된 다양한 질문이 포함된 심층 출구조사를 실시했다. 방송3사 심층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를 선택한 많은 유권자들은 그 투표 이유를 적폐 청산으로 밝히고 있다. 적폐 청산 드라이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국정 농단과 관련된 재판일정 등을 감안하면 임기 2년차 무술년까지는 국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통령 지지율이 60~70%대의 고고행진을 하지 못하고 50%이하로 추락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임기 초반 많은 개혁을 시도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2년차 2분기까지 매우 성공적이었다. 2년차 1분기와 2분기 모두 절반 이상인 55%의 지지율이었다. 정권 교체와 정권 재창출에 모두 성공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임기 2년차 1분기와 2분기 지지율은 각각 60%와 52%였다. 세월호 사고가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2년차 지지율은 1분기와 2분기 각각 55%와 50%였다. 세월호 사고로 수많은 안타까운 희생자가 뒤따랐지만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술년 새해, 문재인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짓는 첫 번째 지표는 지지율 관리다. 50%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국정 개혁과제를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가능해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2년차 평균 지지율이 20%대에 머물렀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으로 간신히 대통령 자리에는 되돌아 왔지만 국정 운영은 순탄치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임기 2년차 초반 낮은 지지율에 비틀거렸다. 2년차 후반 시점이 되어서야 ‘친서민중도실용’ 전략으로 지지율을 간신히 회복했다. 이 전 대통령의 공약인 ‘대운하 사업’은 다시 ‘4대강 사업’으로 결국에는 ‘4대강 살리기’로 이름을 갈아탔다. 국민들에게 긍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전략적인 목적도 있었겠지만 낮은 지지율 탓에 기존안대로 강력하게 밀어붙이지 못한 탓이 더 커 보인다. 대통령 지지율이 임기 2년차 적어도 50% 이상은 유지되어야 국정 주도권을 쥐는 게 가능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무술년 운명에 영향을 주는 두 번째 요인은 지방선거다. 만 1년조차 지나지 않는 시점에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소야대 정국에서 지방선거에서 어떤 성적표를 거둘지는 매우 중요하다.

역대 대통령들은 선거를 통해 평가를 받고 선거이후 정국의 흐름은 선거결과의 후폭풍으로 요동치곤 했다. 87년 대통령 선거에서 간신히 당선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이듬해 여소야대 정국에 내몰렸다.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의 3김 바람은 8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냈다. 가뜩이나 군사정권이라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야당이 의회 권력을 가져감으로써 노태우 전 대통령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노 전 대통령인들 김영삼 당시 야당 총재에게 권좌를 물려주고 싶었겠는가.

하지만 선거의 패배는 예상보다 충격이 컸다. 결국 3당 합당이라는 정계 개편으로 연결되며 한국 정치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임기 1~2년차는 성공적이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김 전 대통령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이벤트였다. 그렇지만 2000년 총선에서 사실상 패배하고 2002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국정 운영의 동력이 상당부분 꺾이고 말았다. 당내 순회 경선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최종적으로 민주당 후보가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실상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했었다. 선거 결과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로서 입지마저 흔들렸었다.

문 대통령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낙승을 예상하는 분석이 많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은데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율 또한 유례없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야당은 지리멸렬한 지경이라 상대적인 반사이익마저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리에 대한 기준은 결코 집권 여당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민주당이 야당이었던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16곳 중에서 7곳을 승리했다.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6곳 승리에 그쳤다. 2014년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17곳 중 9곳에서 당선을 만들어냈다.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영남을 중심으로 8곳에 당선자를 배출했다.

지난 9년의 보수정권에서 실시된 두 번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승리했다. 정당 지지율도 여당보다 높지 않았다. 열약한 선거 환경에서 일구어낸 승리였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선거 환경은 역대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국정 농단 사태로 보수 정당의 지지율은 복원되지 않고 있고 선거에 출마하는 여당 후보들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할 대통령 지지율은 초고층에서 내려오질 않고 있다.

경쟁력 있는 현역 단체장 및 기초 자치 단체장에서 광역 단체장으로 말을 갈아타려는 후보도 여러 명이나 된다. 경기지사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대선의 당내 경선 후보였다. 반면에 현재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남경필 지사는 소속 정당의 바닥 지지율이나 홍역을 치렀던 가족 스캔들 문제까지 겹쳐 재선 도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50%를 넘나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율과 다른 야당의 격차를 감안한다면 두 자리 수 승리는 기본처럼 여겨진다.

여기에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민주당 약진과 수도권에서 추가 승리를 기대한다면 최소 12곳 이상은 돼야 선거 승리로 평가하게 된다. 홍준표 대표의 대선 출마로 경남지사가 공백상태이기는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현직을 유지하고 있거나 유지했던 곳이 모두 6곳이다. 총 17곳 중에서 6곳이면 11곳이 남는다. 즉 11대 6이 되더라도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 결과를 승리한 거나 다름없는 것으로 자평할 공산이 크다. 말을 바꾼다면 11곳에서 여당이 이기더라도 여당의 승리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무술년 문재인 대통령의 운명에는 지방선거가 가장 중요한 이벤트 중의 하나다. 최소 12곳을 이겨야 문 대통령의 승리로 간주된다면 목표 기준이 절대 만만치 않다. 자칫 한자리수 당선에 그친다면 야권에서는 선거결과를 ‘정권 심판’으로 몰아갈 명분이 생긴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다가오는 선거를 ‘누워서 떡먹기’ 식으로 오판해선 안 될 일이다.

문 대통령의 무술년 운명을 좌지우지할 또 하나의 변수는 외교 안보 문제다.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문 대통령을 향했던 가장 큰 걱정은 외교 안보 문제 해결 능력이었다. 북한이 사실상 핵탄두 미사일을 개발한 시점에서 안보는 단지 우려의 수준에 그치지 않는 생사가 걸린 최우선 과제가 돼버렸다. 국민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 마다 불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전쟁 가능성까지 언급했었다.

우리 정부는 대화에 적극적이지만 북한은 한국 정부의 대화제의에 화답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 해결의 당사자인 북한이 대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우리 정부가 선택할 카드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은 더 이상 한국의 문제가 아닌 국제사회의 문제로 진화했다. 유엔 안보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강화된 대북 제재 결의안을 내놓고 있다.

적폐 청산과 일자리 늘리기야 우리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지만 외교 안보 이슈는 많은 경우 우리가 주도권을 가져가기 어렵게 됐다. 북한 핵과 관련된 외교현안에 대해 한국의 이해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논란이 다시 점화될 여지가 남아 있다. 이럴 경우 안보와 관련된 한미동맹의 견고한 유지는 문 대통령과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고 국정 동력이 외교 국방 쪽으로 몰리며 예정된 개혁 일정을 유지하지가 쉽지 않게 된다.

여기에 중국과 관계 회복을 해야 하는 숙제가 큰 부담으로 남아있다. 한미 동맹에 버금가는 중요 국가가 중국이다. 중국을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에 대한 ‘중국 홀대론’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상당한 논란이 됐다. 좋았던 양국 관계가 엉망이 돼버린 가장 큰 이유는 ‘한반도의 사드 배치’다.

한국전쟁 당시 인민해방군을 보내 북한을 지원했던 중국으로서는 순순히 한국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0월25일부터 11월3일까지 실시한 통일관련 설문조사(연구원, 교수, 남북경협 기업대표 등 통일, 외교, 안보 전문가 패널 96명 대상)에서 ‘한반도 통일에 가장 걸림돌이 될 것 같은 나라’를 물어본 결과 중국이 51%로 다른 주변 국가들을 압도했다.

이 조사결과로 해석한다면 중국은 한반도 통일에 관심이 없을뿐더러 남북한 사이에 통일 무드가 조성되더라도 어깃장을 놓을 개연성이 높다. 2012년부터 실시된 조사에서 한중간 밀월관계가 형성되었던 2015년 결과를 제외하고는 중국은 한반도 통일에 도우미 역할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전쟁 도발이 현실화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지만 우려가 현실로 연결된다면 문 대통령과 행정부에 예상치 못한 위협 변수로 급부상하게 된다. 대비책으로 외교 안보 위기관리 지수의 개발이 시급하다.

적어도 국민들의 한반도 북핵 위기에 대한 심각성이 50%이하로 유지되도록 안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갖가지 위기설에 내몰리다보면 자칫 경제 문제로까지 불똥이 튀고 만다. 이미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 때문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 않았는가. 3월 위기설이니 5월 위기설이니 하는 불안 요인들을 잠재우는 묘책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체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외생변수인 외교 안보 불안이 경제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문 대통령의 임기 2년차 무술년 국정 운영은 계획과 달리 꼬이게 된다.

2018년 무술년은 개띠의 해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 개다. 최근 반려견과 관련된 이야기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간과 개는 불가분의 관계다. 개는 십이지신 가운데 열한번째 신장으로 알려져 있다. 개는 전통적으로 악귀를 쫓고 거주 공간을 지키는 존재로 여겨진다. 쓰러진 주인의 목숨을 구한 개의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미담이다. 더구나 2018년은 황금 개띠의 해라고 하니 더욱 각별하다.

2018년 무술년은 개인의 운명보다 국가적 운명이 더욱 중요해지는 한해다. 2017년 대한민국은 전대미문의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충격적인 뉴스로 상처를 입었다. 촛불로 상처는 조금 아물었지만 촛불이 해결하지 못하는 북한의 핵은 시나브로 우리 국민들을 불안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한편 다가오는 무술년의 지방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데 있어 적임자를 선택하는 국가적 이벤트다. 지방선거의 결과는 선거 이후 대통령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준다. 무엇보다 2월 개최되는 평창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는 무술년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하는 첫 번째 단추다.

정유년 한 해를 되돌아보면 문 대통령은 만신천고 끝에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파격적인 소통과 탈권위 그리고 적폐 청산을 기치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다.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이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다. 임기 1년차 보다 몇 갑절 더 중요한 임기 2년차가 시작된다.

문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변수는 세 가지다. 50%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할지, 지방선거는 광역 단체장 선거에서 최소 12곳 이상의 승리를 이끌어낼지 여부에 달려있다. 여기에 외교 안보는 미국과의 공조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황금 개띠의 해, 문 대통령 운명은 어디로 향할까.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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