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 이어, 사실혼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가보겠습니다. 오늘 만나볼 드라마는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아버지가 이상해”입니다.

극 중 주인공인 혜영은 사랑하는 연인인 정환에게 “결혼 인턴제”를 제안합니다. 1년간의 인턴기간을 통해 서로 상대방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혼인신고를 하자는 것인데요, 인턴기간 동안의 혜영과 정환의 관계를, 법적으로는 “사실혼”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우리 법은 혼인신고 여부에 따라 사실혼과 법률혼으로 구별합니다. 사실혼의 경우도 부부공동체가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혼인의 효과가 있기는 합니다(예컨대 연금 수급권, 유족으로서의 위자료 청구권,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권 승계, 혼인 관계 해소 시 재산분할, 일상가사대리권).

곽노규 변호사 / 법무법인 산하
그러나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효과는 인정되지 않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상속입니다. 우리 대법원(99두1540판결)은 「상속세법 제11조 제1항 제1호에서 말하는 배우자란 법률상의 배우자를 뜻하는 것이며,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실상의 배우자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어 다른 판결(2005두15595판결)에서는 「법률상 혼인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도 생존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단지 상속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서 망인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만이 인정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실혼 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부부 중 일방의 사망 시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뿐 아니라 재산분할청구와 같은 재산상 권리가 인정되기 어려움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주된 차이점은, 사실혼에서 출생한 자는 혼인 외의 출생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민법 제855조 제1항(: 혼인 외의 출생자는 그 생부나 생모가 이를 인지할 수 있다. 부모의 혼인이 무효인 때에는 출생자는 혼인 외의 출생자로 본다.)에 따라, 인지에 의해 친자관계가 성립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외에도, 사실혼의 경우에는 친족관계가 발생하지 않으며, 성년의제(미성년자의 경우에도 혼인을 한 경우에는 성년자로 간주되는 것)가 인정되지 않고, 사실혼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더라도 중혼에 해당하지 않으며, 그 관계의 해소 시 이혼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법률혼과 사실혼에는 생각보다 많은 차이점들이 있는데요, 혜영과 정환처럼 결혼 인턴기간을 갖기를 원한다면, 사전에 이러한 점들을 꼼꼼히 챙겨보고 인턴제를 거칠 것인지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곽노규 변호사]
▲ 이화여자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제53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43기
▲ 법무법인 산하 가사상속팀 수석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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