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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전문가칼럼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으로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터졌다. 대선 이후 자강파와 경쟁해왔던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한 통합파는 전당대회(13일)이전 탈당을 결행했다. 대선 선거 운동의 막바지 터져 나온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과 자유한국당 복당으로 흔들렸었던 바른정당은 또 다시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바른정당의 생사가 불분명해진 상황이다. 한국 정당사에서 정당의 존재감을 보이며 오랫동안 생명이 유지된 사례는 몇몇 정당에 불과하다. 선거를 앞두고 졸속으로 만들어진 정당이나 정치적 사건에 의해 근본없이 만들어진 정당은 결국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다당제를 허용하는 한국 정치 그리고 정당 역사이지만 보수정당의 주된 흐름은 하나의 정당으로 이어져 왔다.

50년대 자유당을 필두로 1960~70년대 공화당, 1980년대는 민정당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주류 보수정당의 명칭 변경은 거의 없었다. 3당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은 1990년대 중반까지 이어졌고 이후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여러번 이름을 갈아치웠다. 전대미문의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으로 이어진 보수 붕괴 국면에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둘로 쪼개졌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보수분열의 기억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보수적 색채가 강한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은 강한 보수적 이념기반과 충청지역이라는 지역적 기반이 어우러진 정당이었다. 1987년의 신민주공화당부터 살펴보더라도 별도의 보수 정치 세력은 20년 가까이 존재했다. 정당의 존재 근거인 이념, 세대, 지역 중 두 가지 이상의 기반을 정당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인제 후보는 다크호스였다. 당도 만들었다. 이인제라는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국민신당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국민신당은 당의 상징이었던 이인제 후보가 낙선하자 당의 생명을 다하고 말았다. 독자적인 경쟁력 있는 정당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선거 패배로 인물 구심력은 사라졌고 정당 존립에 가장 근간이 되는 이념, 세대, 지역 기반은 만들어지지 조차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5년 뒤인 2002년 대선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은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이었다. 2002년 4강 신화를 일구어낸 히딩크 마법은 정몽준 후보를 유력한 대선 주자로 부각시켰다. 그를 중심으로한 정당도 만들어졌다. 국민통합 21이다.

21세기를 지향하는 정당의 명칭대로라면 지금까지 존재해야 하지만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의 꿈이 무산되자 당마저 유명무실화 됐다. 누구를 위한 정당, 선거를 목전에 둔 정당이 아닌 진정한 선거 혁명과 정치 개혁을 지향하는 정당이었더라면 유력 정당으로 아직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있지 않았을까.

바른정당은 소속 유력 의원들의 탈당과 자유한국당행 선언으로 당의 생사가 바람 앞에 놓은 촛불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당의 생명이 다한 건 절대 아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불과 몇 개의 의석만으로 당의 존재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념이라는 철학적 차별성이 뚜렷하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으로 이름을 바꾸어 달았지만 당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역, 세대, 이념 기반을 만들어야 생존하는 정당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감안한다면 바른정당의 생사는 3가지에 달렸다. 위기 국면을 수습하고 당을 결집시킬 인물(People)이 있어야 한다. 쇠락의 길을 걷던 민주당을 단숨에 수렁에서 건져 올린 사람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영국에서 돌아온 김 전 대통령이 이끄는 새정치국민회의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김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정치적 결집이 가능했을까.

바른정당의 생사를 결정할 또 하나의 변수는 차별적 정책(Policy)이다. 개혁보수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국민들은 다른 보수 정당과 차별적인 정책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바른정당의 간판 정책이라고 자신 있게 내세울 만한 대표 이슈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이명박 정권에서 활동했던 인사가 많은 관계로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바른정당이 기존 정당과 차별화된 정책 특히 경쟁 정당인 자유한국당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명히 읽어내기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바른정당의 생사를 가를 기준은 철학(Philosophy)이다. 철학은 이념으로 이어진다. 지지층을 보면 바른정당은 보수 성격이 강한 정당으로 보이지만 유권자 일반에 보이는 이미지는 중도에 가까울 정도로 당의 성격이 불분명하다. 보수개혁정당의 철학이 무엇인지 답을 줄 때 바른정당은 소멸이 아닌 생존을 붙잡을 수 있다.

우선 바른정당의 생사를 가르는 기준은 인물의 구심력이다. 사상유례없는 탄핵 파동으로 보수는 궤멸 아닌 궤멸의 운명을 맞이했다. 새누리당은 풍비박산이 낫고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표면상 새누리당의 역사를 자유한국당이 계승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새누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바른정당이 꾸려졌다. 바른정당의 창당 기반은 반박근혜 정서다. 그렇다면 반박근혜 정서로 새로운 보수 세력을 도모할 중심인물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구심점이다. 자유한국당은 좋든 싫든 홍준표 전 대선후보이자 현 당대표가 중심이다. 그러나 바른정당은 대선이후 실시된 전당대회에서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이혜훈 의원이 대표 자리에 올라지만 불과 얼마 되지 않아 의혹 한방에 무너졌다. 탄핵 국면과 적폐 청산 그리고 대선 패배가 공존하는 가운데 세력을 안정시키고 당을 결집시킬 인물이 요구되는 환경을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

더욱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응집력이 약한 정치 조직에서 강한 리더십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오죽했으면 대선 패배와 대선 당시 대통령 아들 의혹 조작으로 궁지에 몰린 가운데 의원직도 없는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전당대회 출마를 감행했을까. 꼭 유승민 의원이 아닐지라도 바른정당은 대선 패배를 딛고 흩어진 힘을 한데 모을 인물(People)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대선후보이자 개인적인 영향력이 가장 컸던 유승민 의원의 부재는 치명적이었다.

구글트렌드 빅데이터 분석으로 지난 대선 직후인 5월 10일부터 최근인 11월 7일까지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그리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빅 데이터로 비교한 결과 관심도 면에서 유 의원은 절대적인 열세다. 일일 트렌드 분석에서 10건 미만이 대부분이다.

흔히 정치인의 존재감을 이야기할 때 이슈파이팅을 떠올린다. 사회적 관심이 높은 주제에 대해 특정 인물이나 세력이 치열한 토론을 펼쳐 주목받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슈 파이팅을 주도해야할 인물이 당내 존재하지 않았고 대외 영향력이 있는 유승민 의원은 거의 부각되지 않았다. 2006년 대선 가도에 나섰던 고건 총리의 경쟁력이 단시간내 소멸한 이유도 이슈 파이팅을 못했기 때문이다.

구글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전통적인 매체인 공중파 TV와 종이신문에는 홍준표 대표가 더 많이 언급되었을지 모르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안철수 대표와 관련된 뉴스가 상당히 많았음을 발견하게 된다. 동의하던 동의하지 않던 중요한 주제에 대해 이슈 파이팅을 하면서 존재감을 유지하게 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1995년 쓰러져 가는 민주당을 뒤로하고 정통 야당을 복원하게 된 원동력은 불세출의 정치인 김대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계은퇴 번복으로 자존심을 구기면서도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에 비켜서지 않았던 용기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변변히 당선가능한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정당이 된다면 미래는 없다. 남아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바른정당의 향후 생사는 뿔뿔이 흩어지고 산산이 무너지는 조직을 바르게 세울 중심인물이 나오느냐에 달렸다.

바른정당의 운명을 좌우할 또 하나의 기준은 정책(Policy)이다. 유권자들이 기존 정당에 가장 실망하는 이유는 주로 두 가지다. 하나는 부정부패이고 또 하나는 무능력이다. 처음 바른정당이 꾸려졌을 때 의원들의 당선 횟수를 모두 합하면 90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선의원이 다수였음을 방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개월동안 바른정당이 기존 정당과 정책 대결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었던 것으로 기억되지는 않는다.

‘따뜻한 보수’, ‘개혁적인 보수’라는 상징적인 슬로건만 난무했지 정책적으로 우리 사회에 던진 개혁의 충격파는 미미했다. 결과적으로 다수의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이라는 보수의 품으로 돌아가 면서 바른정당의 정치적 실험은 본 궤도에 올라서지 못했다. 안보 문제만 하더라도 자유한국당이 전술핵 재배치 이슈를 주도해 나갔다. 경제는 정부가 공공 일자리 확충을 이끌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호흡을 맞춰 최저임금을 시간당 만원까지 인상하는 계획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안보 이슈뿐 아니라 경제 이슈에 이르기까지 바른정당의 정책적 차별성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한국리서치가 한겨레의 의뢰를 받아 지난달 27~28일 실시하고 29일 발표한 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6.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문재인 정부가 진행중인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군 등에 대한 적폐 조사와 수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보았다.

바른정당 지지층들의 입장은 모호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 45.4%, 부정적인 평가 51.6%로 팽팽한 결과로 나왔다. 개혁 보수를 지향해온 정당의 성격과는 사뭇 다른 지지층의 반응이었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의원들이 대부분이지만 정작 지지층의 결과는 적폐 청산에 긍정적 성격이 강하지 않았다. 기존 정당과는 차별화되는 바른정당 입장을 기대하는 잠재적 유권자층의 반응과는 달리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대한 조사와 수사가 정치보복’이라는 지지층들의 인식이 강했다.

친박 보수와 차별화를 모색하는 바른정당이지만 공영방송 노조 파업에 대한 인식은 자유한국당 지지층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즉 지난 수개월동안 표면적으로는 ‘개혁’을 강조했지만 개혁적 성향의 지지층은 바른정당 지지층으로 흡수되지 못한 모양새다. ‘KBS와 MBC노조는 공영방송 정상화와 현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데 공영 방송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지 지지하지 않는지’ 물어본 결과 ‘공영 방송 노조 파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바른정당 지지층 10명 중 6명 가까이 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바른정당 지지층의 입장 역시 자유한국당 지지층과 별로 차이가 없었다.

즉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서 바른정당은 수도권 젊은 세대를 공략해야 한다. 그렇지만 수도권 젊은 세대의 정책적 입장과 현재의 바른정당 지지층들의 입장은 명백히 달랐다. 지난 수개월간 바른정당은 현 정부의 적폐 청산 공격을 방어하느라 변변한 바른정당표 정책을 부각시키지 못했다. 이탈리아의 오성운동정당은 지난해 총선을 통해 이탈리아 국민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정당으로 거듭났다.

지금이야 인기 절정을 달릴 때에 비하면 주춤하지만 많은 지지층을 아직까지 확보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계에서 오성운동정당이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정책적 차별화였다. 오성은 다섯 개의 별이고 곧 5개의 정책을 의미한다. 다섯 가지 핵심 과제는 수도, 지속가능한 이동성, 개발, 인터넷 접속가능성, 생태주의다. 누가 묻지 않아도 정당 홈페이지만 보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정당인지 단번에 알게 된다.

이따금씩 포퓰리즘 정당으로 낙인찍히고 미숙한 정치 경험으로 당의 위상이 흔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9월, 31세의 나이로 오성운동정당 대표가 된 ‘디 마이오 효과’를 통해 9월말 이탈리아 여론조사 기관 인덱스의 정당지지율 조사에서 1위에 등극했다. 바른정당을 머리에 떠올렸을 때 바로 연결되는 정책은 무엇인가. 향후 바른정당의 운명은 오성정당 같은 브랜드 정책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

바른정당의 생사를 가르는 마지막 기준은 철학(Philosophy)이다. 철학은 사람으로 치면 혈액과 같다. 정당의 성격과 비전을 두루 설명하는 기준이다. 좋은 예로 정의당은 꾸준히 진보적인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자극하고 있다. 진보성이 정의당의 철학이다. 바른정당의 철학은 무엇인가. 따뜻하고 개혁적인 보수성일까. 잘 설명되지도 않을뿐더러 잘 설득되지도 않는다. 만 39세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좌파정당 앙마르슈(전진)는 중립적이지만 개혁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정당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의 깜짝 당선과 의원 한명 없었던 앙마르슈가 프랑스 의회 과반 이상을 달성한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현실로 믿기 힘든 기적 창조에는 마크롱 대통령의 철학이 한몫했다. 극단적인 진보와 극단적인 우익으로 나누어진 프랑스 정치에 마크롱의 중도 철학은 많은 유권자들을 내편으로 끌어들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바른정당의 철학과 이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가 다수인 정당에서 보여줄 창당 철학은 무엇인가. 창당 과정에 백년 정당으로 가기위한 충분한 철학적 고민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지지층들의 이념적 성향을 보더라도 보수성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며 개혁이나 혁신을 선도하는 정당으로 연결 짓기엔 무리다. 한국리서치에서 ‘지지층들의 이념성향’을 가장 진보적인 0부터 가장 보수적인 10까지 척도로 조사한 결과 바른정당의 평균값은 5.7점이었다. 비교적 보수적인 편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3.9점 이었고 자유한국당이 6.9점이었다.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에 가까운 편이다. 지난 대선후보와 정당 지지층 사이의 편차는 바른정당 지지층과 유승민 의원사이가 가장 크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은 이념 평균 점수가 3.9로 일치한다. 자유한국당(6.9점)과 홍준표 대표(6.8) 또한 이념 평균이 거의 차이나지 않는다. 그러나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 사이에는 이념평균차가 0.5점이나 된다.

대선이 지나고 여러 달이 흘러갔지만 당의 운영 철학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운영 철학 없이 정당의 통합과 개혁이 순조롭게 될 리 만무하다. 따뜻한 보수나 개혁적 보수가 구두선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영국 노동당이 집권을 준비하며 ‘제 3의 길’이라는 운영 철학을 만들었듯이 바른정당의 철학과 이념이 지지층들 사이에 녹아들어가야 한다. 철학(Philosophy)이 살아 숨 쉬어야 정당의 생명 연장은 가능해진다.

정당은 집권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결사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며 독불장군식 국정 운영을 한다며 비난을 받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국민들에게 약속한 많은 공약이 추진되려면 최우선적으로 소속 정당인 공화당의 도움은 필수적이다. 아무리 대선 후보 개인의 정치적 역량이 출중하더라도 조직의 뒷받침이 없으면 사상누각이다. 민주당 경선에서 돌풍을 몰고 왔던 버니 샌더스가 원래부터 민주당 소속이었더라면 대선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거의 20년 가까이 영국 보수당에 밀려 집권 기회가 없었던 노동당이 다시 정권을 되찾아오는데는 뼈를 깎는 노력과 변화의 몸부림이 뒤따랐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은 무너져가는 노동당을 일으켜 세우는데 부족함이 없는 인물들(People)이었다. 두 사람의 황금 콤비가 노동당을 집권 가능한 정당으로 탈바꿈 시키는데 눈부신 기여를 했다.

인물에만 그치지 않았다. 집권을 위해 수많은 영국 국민들을 토론 자리로 불러 모아 과연 국민들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무슨 정책(Policy)이 절실한지 알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전통적인 노동당의 분배 중심 경제 정책을 고집하지도 않았다. 국민 다수가 공감하는 정책이라면 노동계의 관심을 벗어나는 일이지라도 서슴지 않고 밀고 나갔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동당의 철학이었다. 블레어 총리 이전까지 노동당은 전통적인 노동자 중심의 철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수의 국민들은 노동당의 좌편향적인 정책을 수용하기 힘들?했다.

토니 블레어와 고든 브라운은 심사숙고 했고 당의 철학(Philosophy)으로 앤서니 기든스의 ‘제 3의 길’을 선택한다. 노동당의 극적인 변화에 대해 많은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저항에 굴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정당 역사에서 많은 정당들이 탄생과 소멸을 반복했다. 정치인 한사람을 쫓아 만들어진 정당의 운명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기존 정당과 다르지 않은 정당은 차별화되지 못했고 지속되지 못했다.

바른정당이 창당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지속 가능한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이념기반, 세대기반, 지역기반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육박하는 지지율로 단독 질주 중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념, 세대, 지역 기반이 분명하다.

특히 이념과 세대기반은 더불어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을 견인하는 중요한 축이다.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 또는 국민의당과 경쟁에서 벗어나 더불어민주당과 맞먹는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금의 당 운영과는 달라도 한참 달라야 한다.

자유한국당과는 보수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국민의당과는 정책경쟁에서 앞서야 한다. 정당지지율 조사는 대통령 지지율 조사와 달리 절대적 기준이 아닌 상대적 평가방식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절대 평가 방식이다. 반면에 정당 지지율 조사는 절대적인 수준에서 잘하고 있는지 여부와는 상관없는 경쟁상대와 비교 평가 방식이다.

바른정당은 다른 정당과의 상대적인 평가에서 지지율 바닥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응답자 절반 정도의 선택을 받고 있고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이 전체의 4분의 1정도 수준이라면 고작 남은 4분의 1 평가를 두고 자유한국당, 국민의당과 함께 바른정당이 경쟁하는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은 보수이념과 영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중도이념과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뚜렷한 이념과 지역 기반이 드러나지 않는다. 소속 의원들이 줄지어 탈당하는 창당이래 최대 위기 국면에서 바른정당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바른정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념, 지역, 세대 기반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이탈을 막을 인물(People)구심력이 작동되어야 한다. 물론 기존 정당과는 완전히 차별화되고 구분되는 정당의 대표 정책(Policy)이 국민들에게 제시되어야 한다.

여기에 덧붙여 백년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정당의 성격을 분명히 하는 철학이 분명해야 한다. 정당의 존폐는 의원 수에 달려있지 않다. 의원 한명 없었던 마크롱의 중도신당 앙마르슈는 대통령을 배출하고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기적이 일어난 셈이다. 오성운동 정당은 사람을 웃고 울게 만드는 유명 코미디언의 작품이다. 새로운 변화에 굶주린 이탈리아 국민들의 선택을 받았다.

오성운동의 창시자 베페 그릴로는 ‘이탈리아는 완전히 망가졌으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가 첫 번째 과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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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11/10 11:59:03 수정시간 : 2017/11/10 11: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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