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담배 가격을 다시 인상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린 후 물가에 연동해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옳다"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 7월 야당에서 발의한 ‘담뱃값 인하’ 법안이 계속 화제가 되고 있다. 해당 법안은 현재 4,500원인 담뱃값을 다시 기존 가격인 2,500원으로 인하하고, 향후 2년마다 물가상승률에 연동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흡연율을 낮춰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명분 하에 국내 담뱃값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1월 1일부터 2,000원 인상하기로 결정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국민들은 담뱃값 인하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으로 팽팽하게 갈려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먼저, 담뱃값 인하에 찬성하는 측은 애초에 충분한 논의과정 없이 담뱃값 인상을 결정한 것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담배는 서민들의 대표적인 기호식품으로, 비싼 레저를 즐길 물질적, 시간적 여유가 없는 서민들에게 고된 일상의 피로를 잠시나마 풀어주는 수단이다. 담뱃값 2000원 인상이 부자들에게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지 모르나, 서민들에게는 두 배 가까운 인상이 매우 부담스럽다는 얘기다.

이들은 기존의 목표였던 흡연율 감소와 담배 판매량 감소도 그 효과가 일시적이며, 결국에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세금을 걷는 역진세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정부가 가격규제를 통해 반강제적으로 금연을 장려하기보다는 금연지원 서비스, 금연 성공자에 대한 혜택 제공 등의 인센티브를 통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즉, '만만한 것이 담뱃값 인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담뱃값 인하론자들의 입장인 셈이다.

반면, 담뱃값 인하에 반대하는 측은 흡연율 감소에 대한 효과성에 대해서 긍정적인 점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담배 판매량은 담배 가격 인상 직전 연도인 2014년에 총 43억 6,000만 갑에서, 인상 첫 해인 2015년에는 33억 2,600만 갑으로 10억 갑 이상 판매가 줄었으며, 그 이듬해인 2016년에는 36억 6,500만 갑으로 2015년에 비해 3억 갑 늘어났지만 담배 가격 인상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7억 갑 감소한 판매량이므로 정책 효과가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찬성 측에서는 담배 소비는 비탄력적이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판매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2년 만에 판단할 수는 없고 장기적으로 지켜보아야 할 문제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반대측은 자유한국당이 과거 여당일 때의 실수를 솔직하게 인정하기에 앞서 서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담뱃값 인하를 주장하는 것을 보고, 현재 여당의 부자 증세에 맞불을 놓는 정치적 수단이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양측에서 어떤 것을 우려하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담뱃값 인하의 찬성과 반대라는 하나의 정답을 찾는데 급급하기 이전에, 현 시점에서 담뱃세의 존재 목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담뱃세는 흡연자를 죄인 취급해서 징벌적으로 걷는 세금이 아니며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정부는 담배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세금을 이용해 흡연율을 낮추고 국민 전체의 건강을 증진시킨다는 원칙을 굳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2015년부터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한 후 정부가 벌어들인 세금은 12조 4,000억 원에 달하지만, 그 중 건강보험공단 사업비 지원은 약 2억 원 정도이며, 금연치료사업에 쓰인 것은 약 1,000억 원에 불과하다.

담뱃값 인상 후 세금이 3배 가까이 늘었는데 정작 국민들이 체감하는 금연 및 보건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것이라면, 담배 판매를 통해 걷은 세금이 정말로 국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쓰이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입증해야 한다.

만만한 것이 담뱃값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담배 가격을 다시 인상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린 후 물가에 연동해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정치·사회적 견해의 차이로 인해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담뱃세를 본래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처를 확실히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이었던 과거 적폐청산이 점차 본격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무엇보다 정부는 최저임금인상, 부자증세 등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해 보인다. 담뱃세도 사실은 같은 맥락에 놓여 있는 사안이다. 과거에 결정된 정책도 역진세, 우회증세 등의 가면을 쓴 잘못된 결정이었다면 이를 다시금 바로잡는 과감한 선택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담뱃값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가 현재 여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그 전에 먼저 탈세를 막고, 정부 부처에서 새고 있는 곳간을 찾아 그곳부터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과감한 결단이 쉽지는 않겠지만 충분한 논의와 의견 수렴을 통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 조하현 교수 프로필 :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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