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안철수 대표 체제가 국민의당에 미치는 3大 영향"

국민의당의 향후 목표인 전국 정당화를 위해서는 안철수 대표 당선이 ‘약’이 될듯

‘다양한 인재의 영입’이 목표라면 안철수 대표 체제는 ‘약’보다는 ‘독’이 될듯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국민들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국민의당 대표로 안철수 전 대표가 다시 당 대표 자리로 돌아왔다. 대통령 선거이후 패자는 두문불출하는 것이 반복돼온 정치적 패턴이었다. 하지만 안 대표의 '복귀' 등에 비춰볼때 이제는 대선 패배가 ‘은둔의 정치’ 코드로 작동하는 시대도 사실상 끝난듯 싶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후보로 나섰던 이들 가운데 그 어느 누구도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대표라는 타이틀을 다시 거머쥐며 당의 얼굴로 돌아왔고,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과 정의당의 심상정 의원은 더 이상 당의 얼굴은 아니지만 현역 국회의원으로 현실 정치에 여전히 발을 담그고 있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김대중 당시 후보는 선거 다음날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정치 전면에서 사라졌었다. 2007년 대통령 선거까지 3번이나 본선 무대를 밟았던 이회창 전 후보 역시 1997년과 2002년 대통령 선거 패배 직후 책임과 자성을 통감하며 현장에서 사라져 국내 무대를 떠나 있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큰 표 차로 완패한 정동영 후보도 길지는 않았지만 정치적 재충전 등을 내세워 외국행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나야만 했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정치인들의 ‘의도적 행방불명 현상’이 2012년 제 18대 대통령 선거부터는 전혀 작동하지 않는 분위기다. 5년전 대선에서 패배한 당시 문재인 후보도 국회의원을 사퇴하지도 않았을뿐 아니라 여의도 정치로부터 사라지지도 않았다. 선거직후 김한길 의원이 민주당 대표 자리에 오르기는 했지만 당내 주력 세력의 구심점은 한결같이 문재인 당시 의원이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완주하지는 못했지만 안철수 후보 역시 잠시 동안의 외유 후 돌아와 대선 이듬해 4월 재보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며 복귀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이후 패배한 후보들 중에 정계 은퇴나 정치적 재충전을 시사하며 국내 정치현장을 떠난 후보는 단 한명도 없다.

사실상 지금 한국 정치는 대선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이회창 전 총재처럼 대선 패배이후 ‘의도적인 행방불명 현상’이 어느새 남의 나라 이야기가 돼버렸다. 대선 패배 이후 사실상 정치적 은둔 현상이 사라진 가장 큰 배경은 정치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한국 정치는 대선 패배자가 정치 전면에서 사라지지 않고 현실정치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 정치적 보복을 비켜가기 어려웠다. 지지층들의 실망감도 크게 작동했다. 마치 자기 일처럼 선거판에 몰입했던 지지층에게 무기력한 패배자로 남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재기'라는 다음 행보를 위해서라도 결코 정치적 이득이 크지 않았다. 패배 이후 당을 추슬러서 재정비해야하는 새로운 당 지도부와 당원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당연히 대선 패배자는 자숙 모드로 접어들어야 했고, 한참을 지나 등장하더라고 재기할 기회가 마련되거나 오히려 더 큰 정치적 자산으로 재평가되는 현상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SNS가 소통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더 이상 공간적인 은둔은 의미가 없어졌다. 한국을 떠나 있더라도 관심있는 정치인의 일거수일투족은 온라인상에서 쉽게 노출되기 마련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대통령 후보에게만 책임을 묻는 현상은 탈권위를 강조하는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옛날식 사고’로 치부될 정도로 정치분위기가 바뀌었다. 안철수 대표는 지난 2012년 대선 직후 보궐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오히려 가까이에서 더 자주보는 인물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경향이 강해졌다.

반면에 전라남도 강진에서 오랜 시간 칩거한 손학규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진보와 중도층 유권자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던 홍준표 대표지만 대선 직후 전당대회에서 책임을 부여받기는커녕 압도적 표차로 대표 자리에 올랐다.

사실 대선 패배 이후 ‘은둔 정치의 마감’보다 더 본질적인 대목은 안 대표의 재등장이 국민의당에 약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 여부다. 제보 조작 수사로 당의 이미지가 뿌리 체 흔들리는 정체절명의 위기 국면에서 안 대표 체제가 국민의당에 어떤 의미인지를 묻게 된다.

우선 국민의당의 향후 목표인 전국 정당화를 위해서는 안 대표 당선이 ‘약’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대선 패배와 제보 조작 수사 등을 통해 대선 이후 지지율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지지율 하락의 주요 변수는 호남, 중도층, 40대인데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호남이다.

지난해 총선 전후로는 더불어민주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기도 했던 호남이었지만 최근 지지율은 바닥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과 경쟁하고 있는 호남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건 타당하지만 호남만의 지지율 상승으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긴 어렵다.

국민의당을 가리켜 일부에선 ‘호민련(호남지역의 자유민주연합)’으로 부르기도 한다. 한때 40석을 넘는 의석수로 캐스팅 보터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자유민주연합(이하 자민련)이었지만 2004년 총선에서 몰락하며 ‘종이 호랑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종필 전 총재는 충청권 맹주론에 충실했지만 전국적인 정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특정 지역에 매몰된 정치로 한국 정치에서 미래를 기대하긴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의 관심이 달라지고 수권 정당으로의 가능성이 희박해지면 외연확대가 힘들기 때문이다.

김종필 전 총재와 비교하면 안철수 대표의 지역성은 호남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부산 출생이고 주로 충청권과 수도권을 기반으로 대중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호남 인사로만 치부되지는 않는다. 이번 경선과정에서 내년 지방선거의 ‘서울시장 차출론’이 부각된 점도 국민의당의 전국 정당화에는 약이 되는 현상이다.

호남에 주로 기반을 두고 있는 정당이지만 당 대표의 정치 무대를 서울지역으로 해석한데는 안 대표의 탈지역적 효과와 무관하지 않다. 당장 출마론만으로 관심을 모았고 당선 가능성 여부를 떠나 당에는 보탬이 되는 모습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안철수 후보 개인의 인기나 다름없었다. 비록 전국 3위에 머무르기는 했지만 지역별 득표율은 전국 정당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전체 21.41%로 홍준표 후보보다 약 3%포인트 부족했지만 서울, 인천, 경기에서는 안 후보가 홍 후보를 앞섰다.

득표율 기준으로 안 후보는 서울, 인천, 경기에서 각각 22.7%, 23,7%, 22.9%로 본인의 전국 득표율보다 높았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 안 후보의 수도권 득표율은 전북 득표율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최근의 국민의당 지역별 지지율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22~24일 실시하고 25일 발표한 조사(전국1004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7%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각 당 지지율을 파악한 결과 국민의당은 5%였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 6%, 인천경기는 5%였다. 대선에서 안 대표가 얻은 득표율과 비교하면 15%포인트 이상 차이난다.

안철수 대선 득표율 및 국민의당 지지율

안 대표의 당선 일성으로 당의 지향하는 목표 중 하나인 전국 정당화를 하는데 있어 안 대표의 전국적인 인지도와 영향력은 ‘약’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풀뿌리 정치라는 지방 선거의 특성상 직전 대선 후보라는 주목도는 기초단체장이나 광역의원으로 출마하는 자당의 후보들에게는 ‘스타 효과’를 제대로 누린다는 점에서 안 대표 체제가 실보다는 득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당이 목표로 하는 또 하나의 위기 탈출 해법이 ‘다양한 인재의 영입’이라면 안철수 대표 체제는 ‘약’보다는 ‘독’이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왜냐하면 인재 영입의 핵심은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인재가 당으로 들어오게 되는 환경에 달렸다. 국민의당이 지역적으로 호남의 품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인물면에서는 지나치게 안철수 의존적이었다.

심지어는 대선 후보자 토론회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는 본인 스스로를 국민의당의 ‘창업주’로 설명했다. 정치 지도자를 뽑는 토론회에서 창업주라는 용어는 생소했고 탈권위를 지향하는 대선 국면에서 특정 정당을 사유화하는 듯한 발언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하는 빌미가 되어 버렸다.

지난해 초 새정치민주연합을 뛰쳐나와 창당의 기회를 제공한 건 분명하지만 정부보조금까지 받는 공당에 대해 창업주 운운한 것은 후보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후보인 안철수 대표와 당 대표인 박지원 의원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평가가 팽배했다. 다른 대선 후보는 이를 꼬집어 ‘안찍박(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된다)’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과학적인 해석은 어렵지만 당의 인재 폭이 매우 좁다는 이미지를 유권자들이 가졌을 개연성이 크다. 국민의당은 신생 정당이고 기존 정당의 구악을 지적하며 탄생한 정당이기에 ‘새정치’를 ‘새인물’로 보여주어야 하는 숙명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총선이후 대선까지 기억날만한 그리고 주목할 만한 인재 영입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지나치게 안철수 대표에 의존적인 당의 인물난은 앞으로 국민의당이 직면할 가장 큰 과제로 보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드 빅데이터 분석 도구를 활용해 대선 다음날(5월10일)부터 국민의당 전당대회일 전날(8월26일)까지 ‘국민의당’을 키워드로 입력한 결과 연관어로 ‘안철수’가 압도적이었다.

국민의당 키워드 빅데이터분석

사실상 안철수 대표를 국민의당으로, 국민의당을 안철수 대표로 인식하는 셈이나 다름없다. 특정 인물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인재 영입을 어렵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파격 소통 행보를 하고 있음에도 코드 인사 논란을 빚고 있는 점도 인물 의존성의 본보기다. 보수정당이었던 한나라당의 경우에도 보수 결집의 영향력은 있었지만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한 인물 의존성이 강했기 때문에 다양한 인재 영입은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당 내부 혁신을 통한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았고 꿈꾸었던 대통령 당선은 그저 회고록의 소회로 남고 말았다. ‘다양한 인재 영입’에 대한 우려는 해소되지 않으므로 당에 ‘약’이 되기보단 ‘독’이 될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안철수 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꺼내들은 개헌카드는 당에 그리고 안 대표에게 약이 될까 아니면 독이 될까. 해석이 쉽지 않은 주제다. 개헌과 관련한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가 있었지만 대체적인 여론은 다음처럼 정리된다.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여론이 매우 높고 개헌 논의 시점에 대해서는 지난 5월 대통령 선거이후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대통령 권력 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일관된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조사 대상자에 따라, 묻는 내용에 따라, 보기의 구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 일반 국민들은 현행의 5년 단임제와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고 의원들을 비롯한 정치관련 전문가들은 대통령과 부통령을 구분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선호하는 결과로 모아졌다.

개헌 관련 조사에서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개헌의 시급성이었다. 헌법 개정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수가 쌍수를 들어 환영하지만 시급성에 있어서는 더 중요한 현안으로 여겨지는 경제, 개혁, 안보보다 뒷전이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데일리한국의 의뢰를 받아 대선 직후인 지난 5월 17일 실시한 조사(전국1007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16.7%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문재인 정부 최우선 해결 현안’을 물어본 결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정책’이 39.6%로 가장 높았고 ‘정경 유착 근절 등 부패 척결’, ‘북핵문제 등 남북갈등 해소’, ‘한미FTA 등 대외정책’ 순으로 나타났다. ‘개헌 등 정치 선진화 조치’는 고작 4.7%에 그쳤다.

현 정부 최우선 과제

개헌은 영원한 숙제이면서도 시급성을 따져 물으면 첫 손가락에 꼽히지 않고 있다. 즉 국민 정서를 감안할 때 개헌을 주도하겠다고 나선 안철수 대표의 ‘개헌 견인 효과’는 별로 크지 않다는데 있다. 이미 지난 정부에서 김무성 당시 대표가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당청간 갈등을 불러오며 금방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던 적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를 얼렁뚱땅 넘어가기 위해 국회 연설에서 개헌 카드를 치켜들었지만 여론은 냉담했다. 게다가 올해 들어 대통령 후보 출마를 저울질 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까지 개헌을 정치적 무기로 빼들었지만 추풍낙엽마냥 단숨에 여론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져 버렸다.

현실적으로 개헌은 권력을 쥐고 있는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설 때나 빛을 보는 주제다. 당선 일성으로 안 대표는 개헌을 집어 들었지만 대중의 반응은 뜨겁지 않다. 개헌 이슈 특유의 어정쩡한 성격 때문이다.

필요하고 중요한지는 알지만 최우선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진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관심이 높은 편이지만 정작 국민들의 눈에는 발등에 떨어진 불은 아니다. 안 대표가 욕심내는 개헌 이슈는 당장에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지지율을 본질적으로 상승시켜야 하는 국민의당에는 ‘약’도 ‘독’도 못되는 셈이다.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내년 지방선거는 의회의 지형을 변화시키지는 못하지만 정계 개편의 불씨가 되기도 하고 문재인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을 가지기도 하고 다음 대통령을 꿈꾸는 잠룡들이 첫 걸음을 떼는 전초전 성격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2006년 지방선거는 집권 여당의 무덤이었다. 열린우리당은 완패했고 지방선거의 결과로 노무현 정부의 조기 레임덕이 가시화되었다. 2007년 대통령 당선과 2008년 총선 압승으로 승승장구했던 이명박 정부가 쓴 맛을 본 선거가 2010년 지방선거였다. 국민여론의 싸늘한 시선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강행 추진했던 이명박 정부가 정치적 난관에 봉착한 사건이 2010년 지방선거의 패배였다.

‘무상급식’을 화두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한 제 4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는 천안함 폭침의 대북 이슈마저 집권 여당에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안철수 대표의 1차 관문은 내년 지방선거다. 지난 대통령 선거처럼 막연한 성과를 기대하거나 지난해 총선거처럼 보수정당의 공천 파동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바닥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하고 오분육열된 당을 하나로 모으는 육참골단의 노력이 뒤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지방선거의 승리 요인을 분석한다면 3P로 요약된다. 선거에서의 기초체력인 정당(Party) 지지율이 좋아야 하고 후보(People)의 경쟁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선거 판도를 일순간에 뒤바꾸어 놓을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인 정책(Policy) 카드가 있어야 한다. 정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당 대표의 높은 인지도와 지지층을 감동시키는 개인기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당의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당의 구성원을 통합시키는데 있다.

신생 중도 정당으로 사람이 생명이고 다른 정당과 차별되는 정체성이 무기인 정당에서 다양한 인재 영입과 선명한 중도 대안 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자산이다. 안철수 대표 개인의 경쟁력이 아니라 당의 경쟁력으로 거듭나야 조직력이 중요한 선거에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대선에서도 희망을 엿보게 된다.

지난 대선에서 후보 개인에 대한 여론은 공식선거운동 직전 문재인 후보와 비등한 수준으로까지 올라갔지만 결국 조직력의 부재로 뒷심 발휘가 되지 못했다.

당 대표 안철수가 국민의당에 약이 되기 위한 길은 명백해졌다. 우선 전국 정당의 토대를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호남에 매몰된 현재의 정당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지방선거도 없고 미래도 없다. 가장 전국적인 정당이라야 호남의 성원으로 연결되는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성공 사례를 통해 여지없이 확인하게 된다. 다음으론 인재 영입이다.

안 대표는 다양한 스타(정치 신인)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누구나 올라타고 싶은 크루즈선의 마음씨 좋고 씀씀이가 후덕한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야 한다. 당선 일성으로 꺼내들었던 개헌 카드는 좋은 카드이고 필요한 카드다.

하지만 당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고 '미생'들의 힘든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최강의 카드는 되지 못한다. 앞으로 당의 지지율을 많이 끌어 올리고 새로운 인재 수혈로 여태껏 보지 못했던 국민의당으로 환골탈태한 후라면 몰라도 말이다.

대선 전이었다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예민했을 각종 현안들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추진에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국민 여론의 후원이 충분할 때 개헌이라는 카드가 살아 꿈틀거릴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국민의당 당원들은 당 대표로 다시 한 번 안철수를 선택했다.

안 대표에게 지금 가장 실감나는 조언은 미국 대통령 존 퀸시 애덤스가 내린 리더의 정의다. ‘당신은 리더입니다. 만약 당신의 행동이 타인들로 하여금 더 크게 꿈꾸고, 더 많이 배우고, 좋은 일을 더 많이 하고, 더 큰 인재가 되도록 영감을 불어넣는다면.’ 안철수 대표가 과연 그런 리더인지 그를 선택한 당원들은 묻고, 안 대표는 답해야 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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