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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 =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문재인 정부가 대선공약인 탈원전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19일 고리1호기를 영구 정지시키며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선언한데 이어 27일에는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을 중단시키면서 추후 건설 여부를 공론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때 전문가들을 제외한 시민배심원단이 공사를 영구 중단할 것인지, 아니면 재개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20%, LNG 발전 비중을 37%까지 늘리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현 정부는 탈원전 및 탈석탄화,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은 국가 안전의 문제, 환경문제에 대한 시대적 흐름에 기인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독일과 일본, 대만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도 이 흐름에 앞장설 것을 역설하고 나온 셈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탈원전 정책은 세계적인 기조가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세계 원자력 정책 동향을 살펴보면, 러시아, 중국, 인도, 아르헨티나, 체코, 핀란드 등 다수의 국가들에서 원자력 발전 비중을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2030년까지 원전 21기를 추가 건설하기로 하는 등 원전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도 원전 29기를 건설 중이며, 파키스탄, 루마니아 등에 원전 수출을 추진 중이다.

미국의 경우도 34년만에 원전 건설을 재개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를 감안할때 탈원전이 전 세계적인 추세라는 정부 주장은 근거가 약해보인다.

특히, 대표적 원전사고인 스리마일 사고, 체르노빌 사고, 후쿠시마 사고의 당사국인 미국, 러시아, 일본 등에서 최근 다시 원전 발전을 지속 혹은 확대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욱이 탈원전 정책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없이 추진하는 것이 우려를 자아낸다. 탈원전 정책에 대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에너지 안보 문제다. 과연 신재생 에너지와 LNG 발전으로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수 있을까?

먼저, 정부에서 제시한 신재생 에너지 발전비중 20%는 현실성이 낮아 보인다. 태양광, 풍력 발전 등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으로 현재의 원전 및 석탄 발전량을 대체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4계절 변화가 있는 경우 안정적인 발전량을 얻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또한, 풍력 발전의 경우에도 풍량이 풍부한 지역이 우리나라에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실제로 태양광 및 풍력발전이 신재생 에너지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고, 폐기물, 바이오매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다. 여기서 폐기물, 바이오매스는 발전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친환경 발전이 아니라는 문제도 안고 있다. 특히 기후조건에 의존하는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비중이 높아질수록 전력공급의 안정성이 낮아지므로 LNG 발전과 같은 화석연료 기반 발전 비중이 더 높아져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게다가 LNG 발전 비중을 높여 전력 수급을 안정화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상당한 우려가 뒤따른다. 현재 우리나라는 발전용 LNG 연료를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측면에서 고립된 국가다.

금융 포트폴리오 이론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분산투자를 하는 것과 같이 다양한 발전원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탈원전을 진행중인 독일은 러시아로 부터 LNG를 공급받을 수 있고, 그래도 부족한 전력은 유럽 국가간 전력공유 체계를 통해 수입이 가능하고, 실제로 부족한 전력을 프랑스로부터 상당량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독일을 예로 들며 탈원전을 진행하겠다는 것은 국가적 특이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에서 또 다른 예시로 든 대만의 경우에는 탈원전 이후 전력수급계획시 석탄화력 발전소를 3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한 점에서 탈석탄 정책도 함께 진행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탈원전에 대한 대가가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탈원전 및 탈석탄에 따라 전기요금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새 정부의 탈원전, 탈석탄 정책 시행시 전기요금이 2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에너지원별 kWh당 발전단가가 원자력 68원, 석탄 74원, LNG 101원, 신재생에너지 157원 순서로 LNG 발전단가가 원자력과 석탄 발전단가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표적 탈원전 국가인 독일의 경우, 탈원전이후 전기요금이 약 21~25% 상승했다. 일본의 경우에도 가정용 전기요금은 19%, 산업용 전기요금은 29% 급증했다. 독일은 탈원전을 30년 넘게 충분한 공론화 절차를 거쳐 진행한만큼 탈원전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일본은 전기요금 급증에 따른 산업경쟁력 악화 등의 이유로 규슈전력 센다이 원전 1, 2호기를 시작으로 최근 다시 원전을 가동하며 현재 5기가 가동중이다.

이런 사례로 볼 때, 우리나라도 탈원전을 진행하는 경우 전기요금이 상승할 것은 자명하며, 그에 따른 거시경제적 파급효과는 어떠할지, 그 때의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마땅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환경적 측면에서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기후체제의 출범과 함께 우리나라는 제 21차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37%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 따르면, 발전부문에서 온실가스를 20% 감축해야한다. 원자력에 비해 LNG발전이 30배 넘게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줄이면서 LNG 발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은 환경측면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발전부문에서 탄소포집기술(CCS)의 엄청난 혁신이 있지 않는 한, 현재 정부의 전원구성계획 하에서의 발전부문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추가적으로, LNG발전이 석탄발전보다 초미세먼지를 더 많이 발생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만큼 원자력 발전을 LNG 발전으로 대체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도 더욱 세심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 비춰 보았을 때, 에너지 안보와 전력수급, 경제적, 환경적 측면에서 국가의 중대한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에너지 분야 전문가를 배제한 체 일반인들로 구성된 시민배심원단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이 적절할지, 그리고 3개월이라는 시간 안에 공론화를 끝내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독일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 논의를 시작해 무려 25년간의 공론화과정을 거쳤다. 스위스도 1984년부터 공론화 작업을 진행하여 국민 투표만 5번을 하는 등 충분한 시간을 갖고 탈원전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현 정부에서 참고국가로 제시한 대만의 경우에도 국민의 지속적인 참여와 요구에 의한 탈원전 진행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정부주도 탈원전 진행 방향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대만의 경우,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부터 추가 원전건설에 대한 찬반 의견에 따라 건설 중단과 재착수가 반복됐고, 후쿠시마 원전사고이후 2013년~14년에 탈원전 대규모 국민 운동이 진행됐다.

이러한 국민적 요구에 따라 1980년대부터 진행되어온 원전 찬반 논의를 바탕으로 탈원전 정책이 입법화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의 공론화 절차가 부족함을 알 수 있다.

탈원전과 같은 국가 에너지 정책은 단기과제가 아닌 장기과제이며,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따라서 탈원전 정책을 시행함에 앞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탈원전 정책 시행에 따른 문제점 및 대책을 에너지 안보와 전력수급 측면, 경제적 측면, 환경적 측면, 안정성 측면 등 다각도로 분석해야 한다.

아울러 향후 전원구성에서 탈원전 정책 시행에 따른 단계별 진행 계획 등에 대해서도 상당한 시뮬레이션이 선행돼야 한다. 이에 대한 정보가 대중에게 충분히 인식돼 종합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을 때 국가의 중대한 에너지 정책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탈원전과 관련된 에너지 정책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긴 호흡으로 달려야하는 마라톤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조하현 교수 프로필 :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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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8/30 08:00:19 수정시간 : 2017/08/30 08: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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