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정 미래기술전략연구원 대표 " 문재인 정부가 시동을 건 디지털 정부시스템이 지속적으로 국가 선진화에 기여하는 도구가 돼야"

이준정 미래기술전략연구원 대표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이준정 미래기술전략연구원 대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화려하게 펼쳐졌다.

언론이 헤드라인으로 뽑은 제목들도 그럴듯해 보인다.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정의로운 나라로 간다” “국민의 시대” “노동자의 휴식 있는 삶 시대” “국민 주권 시대” 그리고 “4차산업혁명형 혁신 창업국가” 등 등…. 그동안 정부가 감싸안지 못했던 국민들의 삶을 정부가 직접 챙기고 방향을 제시해 주는 나침반 역할을 다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해보인다.

이 가운데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청사진을 살펴보자. 큰 골격으로 대통령 직속으로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하고 과학과 기술의 혁신, 전 산업의 지능화, 제도개혁, 교육·공공·사회 혁신 등을 통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국가로 도약하자는 것이 골자다.

우선 4차산업혁명이 단순히 산업과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사회적 변혁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라고 진단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산업과 기술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 면에서 강조된 핵심은 인공지능 기술과 통신 인프라 확충에 중점을 둔 초지능·초연결 기반 구축이다.

이는 사물인테넷(IoT)망과 연계해 IoT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융복합 테스트베드를 조성해 혁신제품과 서비스의 실용화를 촉진시킨다는 전략이 매우 고무적이다. 특히 신산업의 시장 진입에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란 별도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아이디어는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무엇보다도 4차산업혁명이 몰고 올 사회적 충격 완화대책으로 4차 산업혁명 대응 사회·교육·공공 혁신을 과제로 선정한 점이 돋보인다. 일자리 창출지원사업으로 청년취업아카데미,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 폴리텍 전문과정, 신산업 창업 지원, 중장년 전직자 재취업 지원, 내일배움카드, 소프트웨어부트캠프 등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실직이나 전직이 쉽도록 개인 맞춤형 고용서비스 체제를 구축하고 근로장려세제, 고용보험 적용 확대 등의 보호체계도 마련됐다. 특히 주목하고 싶은 점은 공무원과 공공서비스 등 공공 분야도 혁신대상을 삼고 민간 인력을 수혈해 전문성과 빠른 변화에 대비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데이터 기반의 예측형, 선제형, 개방형 정책 발굴을 위해 ‘스마트 정부행정’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전략도 눈에 띈다.

문재인 정부의 5년은 세계가 4차산업혁명의 초기 진입시기라고 평가하는 디지털 만능시대다. 아날로그 인프라, 아날로그 생산과 제품 그리고 아날로그적 가치가 사라져 가고 디지털 인프라, 디지털 생산과 서비스, 그리고 디지털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로 바뀌게 된다. 무엇보다 일처리 방식이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어야 경쟁력이 생긴다. 민간부문은 물론이고 정부나 공공기관의 서비스가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흔히 디지털식으로의 변환이란 아날로그 상품이나 가치를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시키는 일이라고 단순히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진정한 디지털화는 사고방식 자체가 디지털화 돼야 한다. 아날로그 시절에는 존재하지 않던 가치가 디지털 세계에 새롭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공지능(AI)이다.

인공지능은 기존의 일처리 방식을 컴퓨터가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의 도입은 기존에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일처리 방식을 도입하는 일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발굴해서 경제적 성과를 드높이는 일이다. 당연히 기존의 아날로그적 가치를 대체하는 새로운 가치발굴 혁명이라고 인식해야만 한다.

인공지능이 제대로 발달하려면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가 시스템 안에 사례별로 축적돼 있어야 한다. 만약에 없다면 데이터를 구축하는 일부터 착수해야만 한다. 생명체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 장기가 기능을 멈추고 썩기 시작하듯이 인공지능 시스템도 새로운 데이터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갱신해 주지 않으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

이벤트 처리를 위한 말단의 장치에서부터 네트워크, 클라우드는 물론이고 응용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아키텍처의 모든 요소가 실시간으로 미세 조정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들은 클라우드와 연결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온라인으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들을 자동으로 업그레이드 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지인의 경험을 소개하면 테슬라 자율주행 자동차는 주행하는 중에도 인터넷 클라우드와 연결돼 주행 속도나 주행시간을 데이터로 수집하면서 실시간 교통량 변화를 추정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작동시키고 있다.

자율주행 기능은 영리하게도 출퇴근 시간대의 교통상황 변화에 자율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주행 중에도 차량이 앞차와의 간격을 너무 좁히거나 접근 속도가 너무 급하다고 느끼면 무의식적으로 브레이크에 발을 대어 자율주행에 개입하게 된다. 이런 운전자의 섬세한 조작까지도 데이터로 수집하고 분석해 개별 운전자의 쾌적감을 높여주는 맞춤 주행서비스를 제공해 준다는 얘기다.

도로를 주행하는 모든 테슬라 자동차들이 실시간으로 수집해 클라우드에 축적하는 교통량 변화 데이터는 자율주행 차량의 조종을 관장하는 알고리즘을 갱신하는데 자동적으로 반영되므로 사용자가 점차 자율주행시스템을 신뢰하고 편안하게 느끼게 된다고 한다.

정부는 데이터 기반의 예측형, 선제형, 개방형 정책 발굴을 위해 ‘스마트 정부행정’ 시스템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선 먼저 정부의 디지털 전략을 기획하는 부서와 책임자가 필요하다. 이들이 할 일은 정부의 일처리 방식을 디지털 방식으로 바꿔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다.

예를 들면 총리가 주관하는 국무회의부터 원격 디지털 방식의 실무회의로 바꿔주길 바란다. 국무위원들이 해당분야의 실무적 최고 책임자라면 부하직원들이 작성해준 보고서를 읽는 회의를 벗어나서 실무적 의견을 직접 개진하고 토론하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국무위원들의 길거리 근무시간을 최소화 하고 실무개선에 고민할 시간을 더 늘려줘야 한다.

정부의 디지털 전략은 정부와 민간 부문과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서비스를 구축하고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을 활용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공공 서비스가 단순히 아날로그 행정서비스를 디지털화 하는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서비스의 기본 틀을 디지털로 구축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디지털 직업이 공공 부문에서 생성되고 또 지속적으로 생성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맨 먼저 내세워야 할 디지털 전략의 핵심은 디지털 원료인 데이터를 구축하는 일이라고 본다. 물론 데이터를 많이 축적해 둔다고 당장 디지털 미래와 번영을 기약해 주지 않는다. 하지만 축적된 데이터가 언제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기에 그 자체가 귀중한 자원이다. 데이터 자원은 국가 데이터 센터 또는 특정 지리적 영역에 구속시키게 되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없게 된다.

데이터가 새로운 상상력과 연결되어 가치를 생성시킬 수 있도록 데이터는 쉽게 교환, 변환 그리고 재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가둬놓은 데이터는 무용지물이다. 데이터를 누구나 재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다양하게 가공하도록 허락하는 일은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게 만들어 준다.

새롭게 부상하는 일들은 대부분 예상치 못한 분야에서 생성되며 기존의 경계를 넘어 더 광범위하게 활용되곤 한다. 그래서 데이터는 서로 다른 분야와 분야 사이에서 교환되고 공유되도록 촉진돼야 한다. 데이터가 자유롭고 원활하게, 국내외적으로 흐를 수 없다면 새로운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

정부의 두 번째 중요한 디지털 과제는 시민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을 지능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정책 목표도 유연하게 국민의 뜻에 맞게 재조정되는 과정이 추가돼야만 할 것이다.

예를 들면, ‘광화문 1번가’에서 수집된 국민의 소리가 곧바로 지능분석을 통해 대상과제로 선별되고 정책적인 수정 방안을 정부기능 내에서 자동적으로 제안해 주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흡수할 수 있는 정부의 역량을 키우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가 추구해야 할 디지털 전략은 국민의 삶 개선을 우선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 올바른 가치관을 갖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제시해 줘야 한다.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올바른 디지털 기술들과 올바른 디지털 문화를 키울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많이 만들어 줘야만 한다.

디지털 도구나 프로세스 그리고 거버넌스 자체가 공무원의 업무역량을 넓혀주기 위한 수단이 돼야 한다. 국민 모두가 데이터를 보다 더 잘 활용하고, 누구나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민간이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구성 요소 및 재사용 가능한 모듈들을 제공해 주는 공공 플랫폼이 제공되면 더욱 바람직하다.

문재인 정부가 시동을 건 디지털 정부시스템은 현 정부의 성공에 멈춰서는 안되며, 지속적으로 국가를 선진화하는 스마트 도구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이준정 미래기술전략연구원 대표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POSCO그룹 연구소장과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을 역임했으며, 서울대 재료공학과 객원교수로 활동했으며, 미래기술전략연구원 등을 운영하며 과학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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