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본부장 "국민의당이 대통령 아들관련 조작사건 수습 서둘러야 하는 3대 이유"

"'호남' 기반이 흔들리고, '중도층'이 이탈하며, '40대의 민심'이 급하게 떠나가므로"

"의석수를 잃은 정당은 살아남지만 민심을 잃은 정당은 살아남지 못한다" 되새겨야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선거는 승자를 낳고 패자를 만든다. 이번 대통령 선거 역시 예외가 아니다. 대통령 선거 승리 정당은 여당이 되고 나머지는 모두 야당이 된다. 한 번의 선거가 엄청난 변화를 만들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야당의 위치에서 청문 후보자를 검증했던 여당의원들은 공수가 뒤바뀐 상황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국민의당 처지는 집권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는 정반대다. 지난해 총선에서 40여석에 이르는 당선자를 배출하며 선거 돌풍을 일으켰던 모습은 흔적조차 없어 보인다. 대통령 선거 당시 가장 큰 논란 중의 하나였던 대통령 아들의 특혜 채용 주장에 대한 조작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제자로 일개 당원에 불과한 이유미씨가 단독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당내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어느해 보다 더울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날씨 이상으로 국민의당 내 분위기는 답답하고도 갑갑해 보인다. 윗선 개입은 없었다고 하더라도 선거 당시 큰 의혹을 불러왔고 선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제공하는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빅카인즈를 통해 지난 4월 한달간 뉴스를 살펴봤다. 검색어로 대통령의 아들인 ‘문준용’을 입력하면 주요 언론사의 뉴스만 약 200여건 가까이 쏟아진다. 가장 우선적으로 확인되는 뉴스는 ‘국민의당, 아들 특혜채용 증언 확보...文 사퇴해야’라는 머리글의 기사가 4월말 시점으로 검색된다.

기사의 내용을 처음부터 읽어나가면 당시 문재인 후보의 아들 의혹에 대해 사실로 믿을 개연성이 현저히 높아진다. 대통령 아들 의혹의 진실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결정적인 근거가 되는 증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팩트 체크의 부실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특히 국민의당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기존 정당에 대한 대안 정당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 어느당 보다도 정당 운영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필요로 하는 정당이다.

지역적으로는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정치이념적으로는 가장 중립적인 중도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유권자 세대별로는 특정 이념에 의존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40대를 겨냥하고 있다. 어느새 조작 사건 의혹과 수사는 사과와 책임 문제로 넘어와 있다.

팩트체크를 제데로 하지 못한 부실에 대해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박지원 대표가 언제쯤 사과와 책임을 천명하느냐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사건 수사가 진행된지 얼마되지 않아 당의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있다. 당의 뒷수습은 최대한 빨라야 한다. 호남 기반이 흔들리고 중도층이 이탈하고 40대의 민심이 떠나가는 속도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의 뒷수습이 빨라야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호남' 때문이다. 2004년 제 17대 총선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유권자들의 투표 기준이 되었다. 탄핵에 대해 반대 여론이 매우 높았던 총선 분위기 속에서 탄핵에 주도적이었던 정당의 후보들은 선거에서 살아남기 어려웠다.

특히 충청권 지역 기반을 무기로 제 15대 총선(1996년)에서 40석이 넘는 당선자를 내며 돌풍을 일으켰던 김종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은 몰락하는 선거가 돼버렸다. 제 15대 총선으로부터 8년 뒤 선거인 2004년 총선에서 자유민주연합은 고작 4석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집어 들수 밖에 없었다. 비례대표 당선자는 단 한명도 없었고 비례대표 1번 순번이었던 김종필 총재는 큰 충격으로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직전인 제 16대 총선에서도 두자리수(12석) 의석을 만들어낸 자유민주연합이 급격히 충청권 영향력을 상실한 때문이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을 기반으로 4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만든 모습은 1996년 자유민주연합의 모습과 매우 닮아있다. 20여 년 전 일지만 특정 지역에 매몰되어 있는 정당의 구조가 지역 영향력을 잃을 경우 선거에서 얼마나 취약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대통령 경선에서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화려하게 부활했던 진원지가 호남이었다. 호남에서의 뜨거운 경선 열기로 안 전 후보에게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렸고 각 정당의 경선이 끝난 후에는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와 거의 대등한 지지율을 보여주기도 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에게 호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국 정당화의 숙제를 안고는 있지만 ‘약무호남 시무국가(호남이 없다면 국가가 없다)’가 아니라 ‘약무호남 시무국민의당’이라고 할 정도로 호남의 정치적 기반은 국민의당 존립의 핵심이다.

대통령 아들의 조작 사건으로 호남 민심은 빠른 속도로 떠나가고 있다. 사건에 대한 충격보다 지지층들에게 더 큰 영향을 주는 변수는 당의 위기 관리 능력이다. 진상조사단을 신속하게 꾸려 관련 의혹을 ‘단독 범행’으로 발표했다고는 하지만 호남 민심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민심 이반의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는 점이 문제다. 각 당의 후보들이 대통령 선거 본선 경쟁을 시작하는 시점(4월11~13일)에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당은 안철수 돌풍과 함께 24%의 지지율로 우뚝 올라섰다.

더불어민주당의 41%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10%를 넘기조차 힘겨워한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정의당과 비교하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매우 고무적인 수준이었다. 같은 시점의 조사에서 호남에서의 국민의당 지지율은 33%로 더불어민주당과 약 10%포인트 남짓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최근 시점(6월27~29일)의 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5%로 곤두박질쳤고 국민의당의 호남 지지율은 6%로 정의당(5%)과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국민의당 지지율 추이_ 전체 대 호남

사실상 지역 기반이 붕괴된 현실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전국적인 지지율은 19%포인트 변화가 있었지만 호남의 지지율 변화는 더욱 가파르다. 무려 27%포인트나 된다. 아무리 선거 패배 충격이 컸다고 하지만 텃밭이 이렇게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 최근 불거진 대통령 아들관련 조작 사건 수사가 호남 민심에 준 영향이 매우 커 보인다. 국민의당이 발 빠른 뒷수습을 하지 않는다면 호남 지역에서의 정치적 쇄락은 더욱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당이 뒷수습을 빨리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중도층' 때문이다. 국민의당 탄생에는 많은 이유가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새정치민주연합내에서 친문세력과 비문세력의 갈등이었다. 명분상으로는 기존의 정당과 차별화된 중도 정당, 미래 정당의 결집이었다.

창당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국민들은 기존 정당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정당으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창당한지 불과 몇 개월 되지 않아 실시된 국회의원 선거에서 둘풍을 몰고 왔다. 호남 지역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 의석을 확보하면서 제 3 정당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국민이 만들어준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민의당은 과거 자민련이 한껏 누렸던 캐스팅 보터 위치에 올라섰다. 한국정치사에서 자민련이 주로 지역 기반에 뿌리를 내린 정당이라면 국민의당은 호남지역기반뿐만아니라 이념적으로 중도층에 대한 경쟁력을 가진 정당으로 자리매김했었다. 중도층을 대변하는 정당이 갖는 정치적 이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존 정당의 적폐와 이념에 경도된 정당의 문제점을 선거에서 공격 대상으로 삼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다른 이념과의 결합이 용이하다. 진보와 보수가 결합하기는 어렵지만 진보와 중도, 보수와 중도는 선거공학적인 접근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합종연횡이 가능하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외친 전략이 ‘중도 외연확대’였다. 오죽했으면 안 전 후보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투표할 후보를 찾지 못한 보수층 노마드 유권자들이 안 전 후보를 지지했을까. 국민의당이 지난 총선과 이번 대선에서 일정한 수준의 득표를 한데는 중도층의 결집이 기여한바 크다.

그러나 대통령 아들관련 조작 사건으로 중도층의 이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4월(11~13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당의 중도층 지지율은 27%였다. 당시 27% 중도층 지지율의 의미는 중도층 경쟁력 이상을 의미한다. 같은 시점의 조사에서 보수층의 국민의당 지지율 역시 27%였다. 정당 중 보수층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자유한국당보다 앞선 결과였다. 중도외연확대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최근 시점(6월27~29일)의 조사에서 중도층의 국민의당 지지율은 8%에 그쳤다. 보수층 지지율은 6%였다. 이 기간동안 중도층의 국민의당 지지는 무려 19%포인트나 달아났다.

국민의당 지지율 추이_ 전체 대 중도

중도층 기반이 무너지면서 보수층으로의 외연확대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중도정당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국민의당이 중도층 유권자 기반을 잃는다면 당의 확장성은 매우 제한적으로 쪼그라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정당으로서의 매력이나 경쟁력 또한 빠른 속도로 사라지게 된다. 뒷수습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더욱 명백해진다.

마지막으로 국민의당이 뒷수습을 빨리 해야 하는 이유는 '40대'에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맞는 말이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나이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건 시대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선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선거의 속성이 지역 대결구도와 이념 대결구도에서 점차로 세대 대결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대야말로 이념적 속성과 정책적 차이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도 하다. 주로 젊은 세대는 더욱 진보적이고 정책적으로 파격적인 반면 어르신 세대는 다소 보수적이고 정책적으로 안정성을 더욱 추구하는 속성으로 연결된다. 선거에서의 세대 공략 캠페인은 이제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2030세대는 주로 진보정당을, 5060세대는 주로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선거흐름에서 40대의 표심을 국민의당이 틈새 공략하는 전략은 큰 의미가 있다. 40대는 10년 단위의 유권자 연령 분석에서 가장 숫자가 많다. 그리고 대통령 탄핵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40대는 특정 이념에 경도되지도 않는다. 현실 지향적인 속성이 드러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지도 않는다.

청년 세대에서 중장년 세대를 연결하는 중간자적 입장에서 30대와 50대를 향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잠시 등장했던 ‘세대교체론’에 가장 큰 환호를 보내는 유권자층이다. 국민의당이 40대 유권자를 중심으로 지지층을 넓혀 가면 양 극단으로 흩어진 청년 유권자층과 장년 유권자층을 동시에 지지기반으로 확대해가는 좋은 경로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40대 기반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시점엔 국민의당의 40대 지지율이 20%나 됐다. 3개월여 시간이 지난 6월말 조사에서 국민의당 40대 지지율은 6%였다. 국회 의석수가 한자리인 정의당의 40대 지지율은 12%로 국민의당보다 두 배 더 높았다.

국민의당 지지율 추이_ 전체 대 40대

시대적 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경제활동 인구의 핵심인 40대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 정당 후보의 손을 들어주었고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상당수가 보수 정당 후보에 공감했던 과거가 있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40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배경에는 40대의 전폭적인 지지가 주효했다. 국민의당이 빠른 속도로 조작 사건의 뒷수습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의당 40대 지지층의 추가 이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2004년 총선에서 자민련은 캐스팅 보터를 쥔 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상실했다. 출마 후보자들의 경쟁력이 충분하지 못한 탓이 있었겠지만 더 큰 이유는 김종필 전 총재를 비롯해 자민련 구성원들의 민심 파악이 충분하지 못했다. 충청권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대 여론이 압도적이었지만 자민련은 충청권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김 전 총재를 비롯해 지역 대표를 표방하는 정당에게 몰표를 주었던 지역 주민들이지만 오랜 시간동안 변화없는 지역 맹주론에 식상한지 이미 오래였다.

자민련은 충청권에 지나치게 매몰되며 전국적인 정당 즉 수권 정당을 향한 충청민들의 기대감에 부응하지 못했다. 심지어 차떼기 정당으로 한나라당이 천막당사로 패대기 당하는 순간에도 보수층의 표심을 자민련 쪽으로 끌어오지 못했다. 지역 대표도 보수 대표도 아니었다. 의석수를 잃은 정당은 살아남지만 민심을 잃은 정당은 살아남지 못한다. 2004년 선거 압승으로 무소불위의 과반정당으로 거듭났던 열린우리당이었지만 채 5년을 버티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승리로 이끌고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렸던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선방하는 등 경쟁력있는 보수 정당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결국 탄핵이라는 날벼락에 침몰하고 말았다.

국민의당 운명 또한 풍전등화다. 바람 앞에 촛불을 살려두는 방법은 미리미리 예방하는 수 밖에는 없다. 국민의당은 호남 기반을 잃지 않기 위해서 뒷수습을 빨리 해야만 한다. 중도층의 이탈은 더욱 두려운 일이다. 새로운 정치에 목말라했고 새정치에 환호했던 유권자층이 중도층이었다.

발빠른 뒷수습을 하지 못한다면 떠나간 중도층의 마음을 되돌리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다. 대통령 아들 조작 사건에 대한 뒷수습을 빨리 해야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40대 때문이다. 국민들의 시선은 조작 사건의 윗선 개입 여부에 놓여 있지 않다. 조작 사건에 대한 시시비비보다 창당이래 경험하지 못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가 보여주는 뒷수습에 주목하고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금과옥조 같은 인디언 속담이 있다. 정당은 구성원들과 지지층들과 ‘함께’ 멀리 가야하는 조직이다. 정치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솔선수범이다. 국민 눈높이와 ‘함께’하는 국민의당인지 그리고 국민의당 지도부인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자.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겸비해 정치 판세를 읽는 안목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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