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저출산 대책 시급 …올해를 기점으로 15세 이상 65세 미만의 생산가능 인구수가 감소세 전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해소해 양질의 일자리 확충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과로 문화' 없애야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조하현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저출산·고령화는 예전부터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한국 경제의 위기를 논할 때마다 등장하곤 해 이제는 매우 익숙한 용어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종종 익숙함에 속아 중요함을 놓치는 것처럼, 저출산·고령화 이슈도 자칫 그냥 흘러넘어갈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꼼꼼한 점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엔에서는 총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이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로 분류한다.

한국은 2000년에 총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7.2%를 기록하며 고령화사회로 진입했으며, 20년도 채 되지 않은 2018년에 14.3%로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고령화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적잖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고령사회 진입 후 불과 8년 만인 2026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인구사회 구조 변화에 대비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보다 30년 정도 일찍 고령화사회를 겪고 있는 일본의 경우,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25년,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11년이 걸렸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라는 용광로 속으로 빨려들어가는지 실감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올해를 기점으로 15세 이상 65세 미만의 생산가능 인구수가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단골손님처럼 자주 등장하는 과제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해법을 찾아내야 하는 골칫덩이 숙제가 되고 말았다.

고령화가 진행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생산성이 하락한다. 아울러 생산가능인구가 부양해야 하는 노인인구의 비율(노년부양비)도 늘어나 국가의 재정에도 부담이 된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재정의 부담과 생산성의 하락뿐 아니라 산업구조의 변화, 노동시장의 변화 등 사회의 전반적인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에 대처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한 만큼 실효성 있는 정책 및 제도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가 매년 저출산·고령화 해결을 정책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수십조 원의 혈세를 관련 정책에 쏟아 붓고 있지만 이에 대해 국민의 체감도는 낮다. 게다가 관련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도 않다. 이는 정부의 정책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임시처방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알고 있듯,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육아보조금 지급, 육아휴직 확대와 같은 단편적인 정책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출산율을 높이기 힘들다. 청년들이 왜 결혼을 피하고, 출산을 피하는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봐야 한다.

요즘 청년세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교육을 받으며 학교를 다녔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경쟁이 끝없이 이어지는 상황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거의 3~5년간은 취업하기 힘든 시기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이야기도 들려온다.

결혼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고, 결혼을 하더라도 비싼 교육비, 맞벌이로 인한 자녀교육 문제, 경력단절 등 그로 인한 비용이 너무나 크다. 청년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은 어찌 보면 경제학적으로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적으로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청년의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해소해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해야 한다.

그 후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할 수 있도록 '과로 문화'를 없애고, 근로자 스스로 자신의 근무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근무제를 확산하는 등 부부가 함께 자녀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던 여성을 비롯해 정년으로 일을 그만둬야 했던 노년층도 노동시장에 참여하게 되면서 사회의 전체적인 파이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고령화라는 인구사회 구조의 변화는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현실이다. 이는 사회시스템은 물론 우리의 인식까지 재정립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그에 따라 상당한 비용을 치르는 것도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들이 위기의식을 함께 공유하고, 새로운 시대에 대한 대책을 미리 마련해 준비한다면 다가올 미래도 두렵지만은 않을 터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저출산·고령화 대책 마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또한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실천해나가는 것이다.

■ 조하현 교수 프로필 :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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